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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마음/소설

가가 형사 시리즈 -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by 도희. 201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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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읽은 '가가 형사 시리즈'. 사실, 순서가 조금 헷갈렸다.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없이 이 책을 먼저 읽게된 것은 또 다른 책이 이미 대출 중이기 때문이다. 아직 반납이 되지 않은 상태여서 며칠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고.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는,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결말을 맺는다. 한마디로 작가가 던져놓은 힌트들을 통해 독자가 추리를 해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책이 맨 뒷장에는 봉인된 추리 해설서가 있는데 거기서 알려주는 미처 깨닫지 못한, 혹은 놓친 힌트를 통해 범인이 누군지 짐작할 수 있다. '짐작'이라고 하는 것은 그 해설서에도 명확하게 범인이 누구다, 라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러 이러한 힌트를 던져줬으니 넌 범인이 누군지 알겠지? 하는 형식인지라.

그리고, 나는 그 와중에 삽질하다가 검색해보고 아.. 거렸다. 아마 작가가 던진 '힌트'가 아닌 둘 중 누구에게 더 그럴싸한 동기가 있는가, 에 초점을 맞춰버린 탓에 대충 해설서를 대충 흘려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범인을 '짐작'하게 된 후 범인이 아닌 그 사람의 행동 속에서 범인이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되기도 했다. 그 행동 속에서 내가 더 그럴싸하다고 생각한 동기의 또다른 면 - 내가 '동기'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역으로, 어찌보면 참으로 흔해빠진 이유일지도 모르지만, 사건의 진실 자체가 참으로 흔해빠졌기에, 그 사람이 범인이 아님을 말해주기도 했던 것 같다 - 과 사건 뒤에 숨겨진 그들의 관계 - 피해자와 그 사람, 범인과 그 사람 - 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본문과 해설서에서 빨간펜으로 별표를 한 다섯개 정도 표시해놓고 밑줄 두번을 쫙쫙 그어준 부분도 진지하지 않게 술술 넘겨버렸을 것이다. 

아무튼, 이 소설은 어떤 의미로는 참 간결하고 깔끔하다. 사건의 이면에 있는 동기들을 제쳐두고 사건 속에서 던져진 추리 단서들로 이야기가 꾸려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앞의 두 소설에 비해서 '동기'가 크게 궁금하지 않았던 것 같다. 또한, 간결하고 깔끔한 덕에 술술 읽히기도 했다. 너무 술술 읽혀서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추리를 해야한다는 것 조차 잊고 있엇다. 그렇게, 나는 새삼 깨닳았다. 내가 추리물은 즐겨보지만 추리에는 소질이 없다는 것을. 

그 와중에, 범인의 트릭과 야스마스의 방해공작 속에서 진실에 접근해가는 가가 교이치로 형사는 역시나 매력있었다. 그리고, 가가 형사와 대립하면서도 가가에게 형사로서의 신뢰와 인간적인 호감을 느끼게 되는 이즈미 야스마사, 그와 가가 형사의 관계도 꽤 괜찮았던 것 같다. 야스마사의 선택을 통해 이즈미 남매가 오랜 여러모로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앞서 읽은 두 소설에 비해서 여운은 없었지만, 간결하게 그려낸 사건의 이면에 숨어있는 사연과 관계를 생각해보면 어딘가 씁쓸하기도 했다. 결론을 한줄로 표현하고 싶지만 그건 스포니까 넘어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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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P.195 / 파괴에는 반드시 메시지가 있어요. 그건 어떤 사건에서도 공통적으로 말할 수 있는 진리예요.

P.220/ 대체적으로 경찰관은 추리소설을 별로 읽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소설같은 범죄 사건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살인사건은 일상다반사지만, 시각표 트릭도 없고 다잉 메시지 같은 것도 없다. 그리고 사건현장은 무슨 외딴섬도 아니고 환상적인 별장도 아니다. 그저 생활의 구차함이 느껴지는 싸구려 아파트나 늘 다니는 길거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동기라고 해봤자 대개는 시시해빠진 것이다. "나도 모르게 불끈해서" 라는 거. 그게 현실의 사건들이었다.

P.262/ 우리가 하는 일은 누구를 처벌하느냐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왜 그런 비극이 일어났는지 조사하는 일이다

P.265/ 하지만, 이라고 야스마사는 생각했다. 그 형사는 아직 젊다.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은 좀 더 추하고 비겁하고, 그리고 약하다.

P.292/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너희의 행복을 망가뜨린다 한들 나는 결국 아무것도 얻을 게 없을 거야. 그 뒤에 남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자존심도 버린 비참한 껍데기뿐이겠지.

P.334/ 일이 복잡해지게 된 것은 두 사람이 다른 한쪽을 보호해주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범인이 아닌 쪽은 바로 지금도 상대를 믿고 있었다. 소노코의 죽음은 자살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P.346/ 둘 중 누군가 소노코를 죽였다-. 그냥 그것만 알면 충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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