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소설

가가 형사 시리즈 - 잠자는 숲

도희(dh) 2014. 1. 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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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형사 시리즈 두번째, 잠자는 숲. 이 책은 어제(2일) 신참자 SP로 방송되었다. 그리고, 자막이 뜰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나는 언제쯤 이 책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책은, 나의 못된 습관으로 인해 어렴풋이 범인을 알았고 그렇게 절반의 진실을 어렴풋이 안 채로 읽었다. 그 절반, 그리고 어렴풋함, 은 결국 온전히 책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한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그럼에도 재밌는 책이었고 정신없이 읽었다. '동기'가 궁금해서.

어떤 일에 열정을 바친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대단하죠, 라는 가가의 말과 다카야나기 발레단 전체가 울창한 잠의 숲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라는 가가의 깨닳음으로 정리된다. 발레를 향한 열정, 그 열정을 위한 희생과 배신과 상처, 그리고 그 것으로 인해 열정이 식지 않도록 울창한 잠의 숲으로 진실을 감춘 다카야나기 발레단의 이야기.

'졸업'에서 아주 사소하게 던진 말, 관계, 행동이 모여 단서가 되고 사건의 동기이자 해결의 열쇠가 되는 것을 보며 '잠자는 숲'을 읽을 때는 약간의 주의를 하며 읽었었다. 그럼에도 놓쳤던 부분들. 그 부분들이 다시 떠오르며 한참동안 곱씹게 되기도 했다. 그래서 한번 더 읽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뭐가 급하다고 대출기간이 한참이나 남은 상태에서 반납을 해서 불발! 또한, 약간의 배신감(?)이 느껴지는 구도는 나름 신선하기도 했다. 신뢰할 수 없는 화자.. 라는 것.

이 책을 덮는 순간, 먹먹해지는 것은, 결국 이 소설은 추리물이면서 또한 로맨스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하지만, 어쩐지 다음 이야기에서 이어지지는 않은 채, 그저 가가 교이치로 형사에 대해 조금 더 알았다는 걸로 덮어둬야 할 것도 같다. 그리고, 또 궁금했다.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표현할까.. 라는. 그나저나, 가가 교이치로 = 아베 히로시, 싱크로율이 참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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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형사 시리즈 세번째 라는 '악의'는 현재 대출 중이어서 언제 읽을 수 있을지 미지수. (ㅠ) 근데.. 올해는 어째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들만 주구장창 읽을 것 같은 이 느낌적 느낌은 뭐란 말인가. 오랜 만에 작가에 꽂혀 그 작가 소설을 물릴 때 까지 읽어보는 건가...? (ㅋ 이러다 안그러게 되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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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줄긋기

"발레를 위해 다른 것을 희생한다는 건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니야. 잘라내고, 그냥 그것뿐이야. 그리고 발레로 도망치는 거" / p. 46 

발레란 이제 이 정도면 완벽하다는 게 없는 길, 끝없는 길인 것이다. / p. 57 

"우리가 하는 일은"이라고 가가는 말했다.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밝히는 겁니다. 모든 게 확실하게 드러나면 그에 따른 결론은 검찰관인 판사가 내리죠." / p. 57 

"하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어떤 일에 열정을 바친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대단하죠. 요즘에는 그런 게 별로 유행하지 않지만, 나는 존경합니다." / p. 116 -

"하지만 정말 좋은 선생님이셨을 거 같아요."
"대학 시절의 여자친구도 그렇게 말했죠. 하지만 현실은 다르던데요? 나는 교사로서는 자격이 없는 사람 이었어요. 학생들을 위한 일이라는 신념을 갖고 했던 일들이 그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죠."
"뭘 하셨는데요?"
"그건…… 학생들을 위한 일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
가가는 빈 잔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의 마음에 손에 전해졌는지 유리잔이 하얗게 흐려져 있었다. / p. 158~159 

"당연하죠. 댄서는 그런 짓 안 해요. 아니, 못하죠. 드라마 같은데서 프리마 자리를 노리고 상대를 함정에 빠뜨린다는 촌스러운 스토리가 자주 나오죠? 근데 그런 일은 절대로 없어요. 댄서라는 건 춤에 대해서는 결벽증이 있고, 타인과의 실력 차를 객관적으로 포착하고 있는 법이에요.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는데 그사람을 밀어내고 자신이 춤을 춘다는 건 본능적으로 못해요. 그역할을 갖고 싶을 때는 실력으로 겨룬다, 그것밖에 없지. 옆에서 지켜보기에는 우아해 보이지만 생존경쟁이 엄격한 세계라구요." / p. 201

"어쩔 수가 없어요. 우리는 그렇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 p. 293

"순순히 받아들였냐구요?"
그렇게 말하고 아키코는 표정이 멈추었다. 순순히, 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받아들이고 말고 하는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사랑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세계에서 살던 사람이 잠깐 좋은 꿈을 꾸었다가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온 것뿐이죠." / p. 295

"그냥 왠지 오늘은 나를 위해 누군가가 이야기를 해주는 걸 듣고 싶었어요. 나 혼자만을 위해." / p. 309~310

야스코는 방바닥에 엎드려 울었다. 미오는 그녀에게 해줄 말이 한마디도 생각나지 않았다. 여기에 또 한 사람의 슬픈 댄서가 있었다. 품었던 꿈이 컸던 만큼 그것이 깨어질 때의 충격도 컸다. / p. 334

그래, 잠자는 숲이었어, 라고 가가는 생각했다. 다카야나기 발레단 전체가 울창한 잠의 숲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 p. 335

그리고 가가는 그때했던 그녀의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말. 누군가 나를 위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나만을 위해. 그래, 당신만을 위해, 나는 얼마든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 p. 338

파랑새 아기유가 날았다. 높이, 수없이 날았다. 부디 최선을 다해달라고 가가는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녀의 춤을 너의 힘으로 최고의 무대로 만들어 달라고-. / p.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