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운명은 벗어날 수 없는 것일런지요.
- 연충 -
수십년을 아비의 얼굴을 볼 날만 기다리며 살아온 마음이 굶주린 자였던 그는, 그 아비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옳고 그름을 따질 여유조차 없이 무슨 일이든 해야만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짓까지 해서 겨우만난 아비에게 버림받고 더 이상의 희망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그는 '왕궁무사'가 되는 것이 마지막으로 잡고자 했던 희망의 끈이었노라 했다.
그렇게해서 연씨가문이 자신을 버렸듯이 그 자신또한 평생을 쫓아다니던 노비출신의 서자, 그 운명을 버리고 스스로 제 운명을 만들고 싶었노라고 했다. 그렇게 연씨가문 서자의 운명을 끊고 새 삶을 살고 싶었노라 했다. 하지만, 현재 그가 죽는 가장 큰 이유는 연개소문, 그의 아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는 '죽음'을 통해 '연개소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인정받게 되었고, 그토록 벗어나고자 했던 운명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 연씨가문 서자의 운명을 끊고 새 삶을 살고 싶었노라 했으나 그 운명을 온전히 끊어내지 못한 것 또한 그의 의지가 아닐까, 라는. 그가 정말 벗어나고 싶었던 것은 노비출신의 서자라는 굴레였을 것이고 그렇기에, 왕궁무사가 되어 운명을 저 스스로 만든 후 자신을 버린 아버지 연개소문에게 자신의 '존재' 그 자체를 인정받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그런 생각.
아니, 내가 충분하지 않다
- 공주 -
그를 향한 공주의 호의가 배신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공주가 그 사건에서 배운 것은 증오가 아닌 연민이었다. 그가 벗어나고 싶어했으나 그럴 수록 더더욱 그를 옭아매는 운명의 굴레에 대한. 그리고 그로인해 그를 향한 연모의 감정이 더더욱 깊어져버린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그를 구해내고자 동분서주 했지만 모든 길이 가로막혀버린 현실 속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그에게 있어서 그런 공주의 마음은 굶주린 그의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지 않았을까, 싶었다. 나보다 나의 운명에 더 안타까워하고, 나보다 나의 죽음에 더 가슴 아파하고, 그런 나를 위해 울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죽음을 앞 둔 상황이기에 애써 닫아왔던 마음을 조심스레 열어 공주의 마음을 받아들였고 또 자신의 마음을 내비췄기에 훗날의 그는 공주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감당하기 힘들어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물론, 연개소문 또한 아들의 죽음을 막아보려고 하는 것 같기도 했으나 그건 충에게는 전달되지 않은 마음이기도 했다. 그런데, 온전히 전달되지는 않았으나 적어도 그 자신이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알고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가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공주의 마음 그리고, 이 죽음을 통해 아버지의 아들로서 세상 그리고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현실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무릇 정치의 목표는 항시 이상적이다.
허나 그 이상을 향해 가는 길은 더럽고 추하고 때론 천박하기까지 하다.
- 영류왕 -
권위가 떨어진 왕실의 위엄을 세울 명분이 필요했던 영류왕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연개소문의 목을 노리고 있었지만 그 명분이 없었다. 함정을 파고 덫을 설치하고 회유를 해도 유유히 빠져나가던 그의 목을 얻을 수 없었던 영류왕은, 그들의 대대로를 빼앗는 것으로 연개소문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왕궁무사로 들어온 그의 아들을 '첩자'로 몰아 죽이는 것으로 왕실의 위엄을 세울 명분을 얻게 되었다.
아마, 그가 연개소문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영류왕은 굳이 그를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그 날의 사건은 거래를 통해 덮기로 했고 뒤늦게라도 연회장에서의 '진실'을 알게되었다면 그 공을 높이 사서 사면해 줄 수도 있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연개소문의 아들을 죽여 왕실의 위엄을 세우고 귀족들에게 경고를 보내기로 결심한 영류왕에게 있어서 그가 그 날 공주와 태자의 암살사건을 저지했다는 진실은 영류왕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연개소문이 그 날, 그가 자신의 아들임을 인정함과 동시에 부정하는 것으로 그를 살리고자 애쓰지 않았다면 영류왕은 굳이 그를 죽이고자 했을까. 영류왕 또한 자식을 키우는 아비이기에 냉정한 그의 말 속에 담긴 자식을 염려하는 마음을 읽어냈기에 굳이 그를 죽여야만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난 결코 그대를 모욕하진 않으리다.
- 연개소문 -
영류왕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을만큼의 정치적 내공이 쌓인 그가, 영류왕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날의 독대와 연극의 내용을 통해 방식이 다를 뿐 고구렬르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 라는 영류왕의 진심이 그에게 통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그 것이 정치적으로 고립이 되는 일이라 할지라도 일단은 영류왕을 믿어보기로 하고 천리장성 축성감영으로 가고자 했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그 날 공주와 태자를 암살하고자 했던 사건은 연개소문이 모르게 진행된 사건이었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연개소문 아들의 죽음을 명분으로 왕실의 위엄을 세우고자 하는 영류왕을 더이상 참아낼 수 없게 되었다. 그 것은 왕실의 위엄을 세우는 동시에 왕실의 권위에 도전하는 연개소문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연개소문은 더이상 아들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내 아들'이라 지칭하는 것을 통해 세상에 '인정'했다. 그리고 감춰진 진실을 넌지시 흘리는 것으로 영류왕이 그를 죽이는 것은 그가 연개소문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라는 인식을 주며 귀족사회에 조금씩 분란을 일으키고자 하는 듯 했다. 또한, 왕이 될 자격이 충분함에도 적통이 아니란 이유로 왕이 될 수 없는 운명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장의 욕망을 자극하고 있었다.
결국, 충의 죽음은 영류왕에게는 왕실의 위엄을, 연개소문에게는 반란이라는, 각자에게 명분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명분을 누가 유리하게 사용하게 될 것인가는 충의 죽음 그 이후의 행보에 달린 듯 했다. 그렇기에 어쩌면 영류왕 만큼이나 연개소문은 아들의 죽음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아들의 죽음은 필요했으나 아들을 죽일 수는 없었던 아비의 마음.. 이라고 해야할까? 그 마음이 결국 영류왕을 찾았으나 영류왕은 그를 만나주지 않았고, 영류왕은 장에게 아들을 향한 아비의 부성애를 언뜻 비추는 것과 함께, 아들을 향한 마지막 당부의 말
연씨 가문의 사람이라면 떳떳하고 당당하게 가야할 것이다 -
을 하는 것으로 그의 존재를 인정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더는 없습니다
- 장 -
고구려의 태왕이 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으나 형의 그림자에 가려 평생 쓸쓸하게 살아야만 했던 장의 아버지. 그리고, 왕이 될 자격은 충분하지만 적통이 아니란 이유로 왕이 될 수 없는 운명 속에 갇혀 살아가는 장은, 그런 자질로 인해 끝없이 영류왕에게 견제를 받고 있는 중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가 왕족임에도 불구하고 한낱 왕궁의 무사로서 살아가만 하는 것도 그의 타고난 자질에 대한 영류왕의 견제 때문일 것이고.
그는, 그런 운명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운명은 바꿀 수 있는 것이라 믿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아마, 아주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그 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에게 때가 찾아왔다. 아들의 죽음을 명분으로 영류왕에게 반기를 들고자 하는 연개소문은 장에게 손을 내밀었고, 장은 쉽게 그 손을 잡을 수는 없었지만 오랜 시간 감춰뒀던 그의 욕망을 자극하는 연개소문의 말. 특히, 운명은 선택하는 것, 이라는 연개소문의 말이 운명은 언제든 바꿀 수 있는 것이라 말하던 그의 마음을 뒤흔들어 놨을 것이다.
연개소문과의 독대, 그 후에 보인 장의 행보. 그 것은 그가 운명을 선택하기 위한 명분을 찾기위한 과정이 아닌가, 싶었다. 정치적 이유로 죽음을 앞둔 연개소문의 아들에게서 연개소문의 '말'을 확인했고 - 혹은, 그런 그에게서 자신을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신분과 이유는 다르지만 결국 운명에 갇혀있고 그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 공주와의 대화를 통해 공주의 마음을 알게되며, 모든 사람을 만족할 수 없는 진실을 그녀에게 알리는 것으로 그 후의 일들을 조용히 지켜봤다.
진실에 대한 침묵과 방관을 선택한 그가 굳이 공주에게 - 없는 말까지 지어가며 - 진실을 알린 이유는 뭘까. 아마도, 그 진실이 영류왕을 만족시킬 것인지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함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영류왕은 그 진실을 묵인했고 그 것으로 인해 장은 연개소문이 내민 손을 잡아야 할 명분을 찾게 되었다. 왕실의 권위를 위해서라면 언젠가는 영류왕의 칼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왕의 자질을 타고난 장의 경우는 유약한 태자의 앞길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처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겠고. 하지만 그 것은 핑계고 그는 자신의 꿈틀대는 욕망에 의해 움직이게 되는 것이겠지, 결국.
그런데, 장에게 아버지의 존재는 어떤 의미일까, 라는 의문이 들고 있다. 연개소문이 유독 장 앞에서 '내 아들'이라며 진실을 알리는 것으로 그를 변명하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그저 순수하게 아들을 살리고 싶은 '부성'처럼만 느껴지지가 않았다. 연개소문은 그가 진실을 안다고 하더라도 그가 아들을 살릴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기에. 장 또한 굳이 그 것을 그에게서 확인하고 '천륜'을 언급하며 뭔가 생각을 하게된 듯 싶은 모습도 그렇고. 그렇다면, 연개소문은 그 모습을 통해 장의 무엇을 자극하고 싶었던 걸까. 장은 연개소문과 충의 관계를 통해 무엇을 보게된 것일까. (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 것이 다음 회에서 답을 얻을 수 있으리란 희망은 없다. 이 드라마에서 설명따위 바라지 않아..;)
&..
1> 드라마가 말이 없으니 나라도 말을 많이 해야지, 는 무슨. 원래 말이 많았으면서;
2> 이렇게, 4회만에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 죽었다. (?)
3> 주입식 멜로에 적응이 되었는지 드디어 효과를 보게된 4회였다. 그들의 멜로가 절절하게 다가오고야 말았으니 말이다. 배우들의 연기가 존재하지 않던 개연성을 만들어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4> 알고보니 로맨티스트 연파파. 고민이 있을 때면 찾던 사당. 그리고 늘 바라보던 그림. 그 뒤에 감춰진 연충의 어머니 초상화. 연개소문에게 충과 그 어미는 그런 존재였나보다. 매사 완벽하기에 받아들일 수 없지만 그럼에도 잊지 못하는 존재. 그래서 마음 아주 깊은 곳에 꼭꼭 감춰두고 아무도 모르게 잠시 꺼내보는. 그런데, 그걸 대놓고 보지도 못하고 무언가의 뒤에 감춰두고 불을 비춰야만 겨우 볼 수 있을만큼의 존재. 그런데, 그렇게라도 보고싶은 존재.
5> 그림 뒤에 감춰진 충 어머니의 초상화를 보던 연개소문이 결국 휙 돌아 왕을 찾는 것을 보니 ... 아들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면서도, 결국 어떻게든 살려보고 싶어하는 아비의 마음이구나, 싶더라. 영류왕은 그런 연개소문의 마음을 알기에 그를 만나지 않은 것이겠지.
6> 결국, 충은 장의 도움으로 살아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것이 연개소문과 장의 거래에 의한 것인지, 장의 독단으로 결정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들의 시신을 훼손하지 말아달라, 던 연개소문의 부탁을 장은 그렇게 받아들인 것인가, 싶어지기도 했고. 아무튼, 참수형에서 교수형으로 바뀐 것은 장의 결정일 듯 싶다.
7> 아마도 5회는 충의 죽음을 배경으로 장이 영류왕을 배신하고 연개소문과 손을 잡게되는 과정을 그리지 않을까, 싶었다. 반란은 5회 후반 혹은 6회가 아닐까, 라고 일단 혼자 생각 중.
8> 연개소문의 아들 연충. 그는 아직 이름이 없는 상태인 듯 했다. 아마, 새로운 삶을 살게된 그가 연개소문에게 정식으로 인정받게 되며 이름을 받게되는 것은 아닐까.. 등등. 충이 어떻게 살아나고 또 어떻게 재등장할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 그가 앞으로 살아갈 운명의 굴레도.
9> 결국, 이 드라마는 운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명에 갇힌 자들이 그 운명을 벗어나고자 하는. 그리고 선택하고자 하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변수가 되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이고.. 그 변수에 가장 많이 휘둘릴 존재들이 충과 무영(공주)가 아닐런지.. 등등.
10> 발랄모드 벗어낸 공주는 꽤나 안정감있고 좋았다. (발랄모드는 귀엽기는 했으나... ...) 내 남자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는 모습도 좋았고. 결국, 벽에 가로막혀 살려내지 못한 그 아픔과 슬픔도 와닿았고. 그럼에도 그를 용서하고 살려내고자 했는데 .. 훗날 연개소문의 반란으로 인한 공주의 흑화가 더 기대가 되는 중이다. 공주는 그렇게 결국 증오를 배우게 되는 걸까.. 등등.
11> 중독된 것 같다.......... 이 드라마에.................................(;)
12> 난 이 드라마에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지금처럼 매 회마다 재밌어지길 바라는 정도. 느리다거나 대사가 없다거나 적막하다거나.. 다 괜찮다. 난 중독됐고 은근 취향이니.. 그래도 뭐 조금만 고집을 내려놓고 대중적으로 가면 좋긴 하겠다만.. 그러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다만, 단 하나... 구린 액션은 제발. 명색이 '칼'이란 제목이 들어가는 드라마인데 액션이 구리다..........
13> 4회 예고 엔딩에 나온 충이는.. 정작 4회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편집ㅠㅠ 5회 초반 재편집해서 잠깐이라도 나오면 안될까? 자막 없는 버젼으로 보고싶어서.. 라는 뭐 그런 시시껄렁한 마음.
14> 4회는 모든 장면이 다 마음에 들어왔지만, 충이 죽기 직전, 영류왕과 연개소문 교차편집이 가장 인상깊다. 그 순간 갈리는 희비. 영류왕의 만족과 연개소문의 결심이 느껴지던. 그리고, 마지막 아침씬의 충과 공주.. 너무 밝고 예뻐서 더 슬프게 다가왔던..! 보다보면 그저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영상 속에서 감정이 느껴지는 듯 싶어질 때가 있다, 가끔. 아마, 내가 이 호불호 극심하게 갈리는, 불호가 더 많은 이 연출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 것 같기도... (난 뭘 좋아할 때 그냥 나도 모르는 사이 뭔가에 꽂혀서 좋아해서 제대로 된 이유찾기가 참 힘들...ㅋㅋ)
15> 공주가 결국 충을 못구해낸 것 왠지, 금화단 측에서 미리 손쓴 듯 했다. 연개소문 측 사람들을 막기위함이었는데 그게 결국 공주가 되어버린 듯한 상황이기는 했으나. 정작, 연개소문 측에서는 꿈쩍도 안하고 상황을 지켜봤다는 현실.. 그들은 보여지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뒤에서 다음을 대비하고 있었으니까. 결국, 희생되어야만 한다면 그 희생을 명분으로 다음으로 도약하겠노라는.. 그런.
16> 그래.. 드라마가 말이 없어서 내가 말이 많은 거다. 어제까지는.. 드라마를 아예 분해해서 써볼까, 라는 생각도 했었다. 오늘이 되니 귀찮아서 관뒀으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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