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일말의 순정 74회) 최악의 날, 일말의 가능성을 위한 발자국

도희(dh) 2013. 6. 1. 22:27

우성 say.
김쌤이 정우 형이랑 1박 2일 여행을? 게다가 대놓고 프러포즈까지? 하, 뭐야 그럼 이대로 게임 끝이네.. 그래.. 끝이야... 근데 왜 이렇게 화가 나지?

선미에게 반쪽짜리 고백을 한 정우는, 우성을 향한 선미의 마음 그리고 선미를 향한 우성의 마음을 본능적으로 알았으나 스스로 과한 생각이라 부정했었다. 하지만, 포장마차에서의 어느 날, 선미를 좋아한다는 우성의 말을 듣게되며 자꾸만 그를 신경쓰고 견제하던 정우는, 선미가 아주 오래 전부터 자신을 짝사랑해왔다는 사실을 알게되며 자신감을 갖게된다. 그 후 정우는, 우성에 대한 견제보다는 자신의 사랑에 더더욱 집중하고 충실했다.

하지만,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던 첫사랑과의 재회는 그녀가 가지고 있던 그를 향한 판타지를 산산조각 냈으나, 함께하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일 수록 현실에 발을 내딛고 살아가는 그를 또다시 짝사랑하게 되는 선미였다. 그러나, 이미 정우와는 반쪽짜리 연애를 하는 상황이었기에 그런 자신의 감정이 그저 흘러가는 변덕일 뿐이라 치부하며 애써 감추고 있었다. 감추면 감출 수록 더더욱 커져만 가서 조금씩 삐져나오는 그 것을 어찌하지 못한 채.

한편, 스토커로 기억하던 그녀와의 만남 그리고,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는 가슴벅찬 설레임. 우성은 처음엔 재미로 그녀의 연애코치가 되어줬지만 선미와 정우가 반쪽짜리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걸 알게되며, 그녀를 향한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게 된다. 감정의 자각은, 그의 이상형과 신념까지 바꿔놓으며 마음만은 소년이었던 그를 남자로 성장시키고 있었다. 어찌되었든, 오작교 노릇을 해준 자신으로 인해 짝사랑하던 남자와 반쪽짜리나마 행복한 연애를 하고있는 그녀의 마음을 헤집을 수 없기에 흘러가길 바라며 감정을 꼭꼭 숨겨왔던 그는...

정우가 선미에게 프러포즈를 한다는 사실에 끙끙 앓게 된다. 그리고, 선미가 정우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였고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왔다고 오해하고 되며... '일말의 가능성'을 위한 고백을 하며 내내 묶어두었던 감정이 풀리고 내내 같은 자리를 맴돌며 제자리 걸음을 하던 그들의 관계가 변화할 일말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아, 선미는 현재 정우의 프러포즈를 거절했다. 정우는 선미가 왜 그러는지 알면서 애써 모르는 척 했고, 선미 역시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그에게 말하지 않으며 반쪽짜리 연인관계는 일단 유지하기로. 자신의 마음을 명확하게 하지 않은 채 두 남자 사이를 갈팡질팡하는 선미가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고 그렇다. 온전한 사랑과 안락한 가정을 보장해 줄 정우를 밀어내고 심장을 뛰게 해준다는 이유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사랑을 위해 달려갈 열정을 갖기에, 그녀는 곧 마흔을 바라보는 여자였으니까.




준영say.
엄마, 아빠가 다비랑 내가 사귀는 걸 알아버렸다. 다들 관심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이것 저것 물어볼텐데.. 마음엔 폭풍이 몰아친다. 복잡해..

좋아한다기 보다는 지켜줘야만 했던 상황에서 다비와 사귀기 시작했던 준영은 '사이렌' 그 이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순정을 향한 감정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단순하게 즐겁게 개구지게 살아가던 그는 이 모든 상황이 복잡해졌고, 순정에게 설레이는 만큼 까칠해졌다. 장난꾸러기 소년이 좋아하는 소녀 앞에서 괜히 심통을 부리는 것처럼. 순정 또한, 가끔 자신이 몰랐던 모습을 보이는 준영이 순간 순간 남자로 보여 혼란스러워 하는 듯 했고.

다비와 필독은 그런 준영과 순정의 스스럼 없는 관계가 내내 신경이 쓰였고, '사이렌' 그 이후 그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아마도 느꼈을 것이다. 그저, '가족'과도 '같다'라는 이유로 변명을 해대는 그들을 진짜 '가족'으로 묶으며 외면할 뿐.

순정을 향한 감정을 자각하며 늘 외치던 그 말, 우리 관계는 가족과 같다.. 라던 준영은 더이상 그녀와 '가족'으로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고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순정의 가족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자는 부모님의 의견에 반박하기도 하고, '남매'라는 말에 발끈하고, 친구들 - 특히, 필독 - 이 그 '가족' 사진을 보는 것이 불쾌하고 짜증스러웠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와 같이 다비와 데이트를 하는 준영을 발견한 준영의 부모님은 순정을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다비와 자신의 관계를 알게된 것이 괜히 짜증스럽고 복잡해지던 준영은 괜히 순정에게 그 심통을 부리더라. 아마도, 명확하지 않은 마음으로 유지되는 관계가 점점 깊어지며 견고해지는 것이 불안했고 순정의 입을 통해 그 관계가 확정되는 것이 화가났던 것은 아닐까..? 아무튼, 근래들어 부쩍 짜증과 심통이 늘어난 준영으로 인해 마음이 상한 순정이었고. 결국, 부모님의 등쌀에 못이겨 순정에게 사과를 하며 말끔하지 못한 정리를 일단은, 해둔 상태가 되었다.

오누이처럼 자라며 스스럼 없이 지내온 시간들, 함께하고 지켜주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기에 그녀에 대한 감정을 깨닫지 못했던 소년과 어느 날 문득 남자가 되어있는 소년의 모습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소녀. 그리고 소년의 곁을 지키는 또 다른 소녀와 소녀의 곁을 지키는 또다른 소년은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이미 읽었으면서도 애써 모르는 척 외면하고 있었다. 알고있다는 걸 들키는 순간 따뜻함을 가장한 채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이 관계가 흩어지기라도 하는 듯이.


&..

선미와 준영을 보며, 습관에서 시작된 사랑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짝사랑이 습관인 듯 보였던 선미는 결국 그 시작점이 되어준 우성과의 재회를 통해 다시금 짝사랑의 열병을 앓게 되었고, 지금까지의 살아온 삶의 시간 중에서 부모님을 제외한 가장 많은 시간을 공유한 순정과 함께하고 지켜주는 것이 습관이었던 준영은 그녀를 향한 자신의 감정에 대해 무신경했고 결국 자각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자각만 하지 않았을 뿐, 그간 준영이 보였던 행동은 오롯이 순정이 중심이었고 그래서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준영이 순정을 좋아하고 있음을 알 수는 있었다.

총 120부작. 현재 74회까지 방영 중. 엉켜있는 매듭은 어떻게 풀고, 이 복잡미묘한 러브라인은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런지. 그리고, 극의 흐름과 인물들의 감정에 중심을 둔 선곡이 꽤나 매력적이고 좋다. 가끔은 붕 뜬다는 느낌도 들지만.




- 아, 나른한 주말 오후.. 리모컨 가지고 프로그램 뒤적거리다가 밀려있던 거 다 봐버렸다. 짬짬히 하나하나는 무슨.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보는 주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