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천명 11회) 신념과 희망 그리고 절망, 그들의 눈 앞에 펼쳐진 길

도희(dh) 2013. 5. 30. 20:53

 

정녕, 내가 헛다리를 짚은 거다..
- 홍역귀 / 천명 10회 -

아직, 확신은 없었으나 어쩐지 믿음이 가는 최원의 주장들에 귀를 기울이던 홍역귀는, 곤오가 보인 행동들을 통해 최원의 주장이 사실이며 지금껏 자신이 헛다리를 짚었음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홍역귀 인생에 양다리는 있어도 헛다리는 있을 수 없다던 그는, 그토록 자신하던 자기 촉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죄 없는 사람 다치게 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맡은 직분을 다하기로 했다. 

"거북 구(龜)"의 뜻을 풀어내며 민도생이 남긴 '처방전'과 '자술서'를 손에 넣게된 최원은 우영을 통해 홍역귀에게 전달했고, 고약하고 구린 냄새가 진동하지만 그 출처를 찾을 수 없어 방향을 잃었던 홍역귀는 진실을 향한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확신이 없었기에 구린 냄새만 맡고 돌아왔던 김치용의 손바닥에 남은 증좌는 훼손되었고, 민도생이 남긴 '처방전'과 '자술서'의 진실여부를 가리기 위한 행동들은 결국, 소윤파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며 그는 파직당했다.

이미 이런 일 쯤은 예상했다는 듯이 잔머리(...)를 써뒀던 그는, 진실을 밝히고 다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으로 의금부를 떠났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판을 뒤엎고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증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백수가 된 그는 증좌를 찾기위해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중이었다.

꾸준히 생각해왔으나 크게 인정하지 않았던 것 하나를 인정해야만 할 때가 온 것 같다. 홍역귀는 감이 좋고 책임감 있고 신념을 위해 나아가는 수사관일 수는 있으나, 똑똑한 사람은 아닌 듯 했다. 홍역귀가 그저 감으로 여기저기 쑤셔대며 증좌를 갖고 튄 막봉을 찾는 동안, 막봉이 남긴 한마디를 전해들은 최원이 막봉의 행보를 쉽게 파악하고 그를 찾으러 달려간 걸 보면 말이다. 분명히 같은 진술서를 읽었고 같은 말을 전해들었는데, 홍역귀는 방향을 잃은 채 방황하며 추격자들을 따돌리고.. 최원은 정확한 방향을 짚은 걸 보면 말이지. 최원의 똑똑함을 말해주고자 한 설정일 수는 있지만, 어쩐지 홍역귀가 그리 똑똑하지 못하다고 쐐기를 박는 듯 해서 마음이 쓰라렸...다;


내가 밥 값을 하겠소.
- 원 / 천명 10회 -

민도생이 남긴 '처방전'과 '진술서'를 홍역귀에게 넘긴 최원은, 모든 것을 다시 되돌릴 수 있노라는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이제 몇 일만 참고 견디면 된다며 하루 또 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개팔손의 주도 하에 최원무리를 내쫓으려는 산채 사람들의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이제라도 밥값을 하기로 한 최원이었다. 막연한 밥값은 산채 할매의 기지로 그의 본업을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아마, 지금까지 폐를 끼치면서도 그 무엇도 하지 않았던 그가 이제라도 밥값을 하겠으니 여기 있게 해달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곧 떠날 수 있노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희망이 보이니 숨통이 틔이고, 지금 처한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명확히 보이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는, 산채 사람들의 고질병을 치료해주고, 더 이상 꺽정과 소백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위해 자기 한 몸쯤은 보호할 수 있는 무술을 배우며 희망에 찬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차도를 보이지 않는 랑이의 치료를 위한 책을 구하러 잠시 다니러 내려온 원은, 홍역귀와의 만남을 통해 벅차 올랐던 희망이 눈송이처럼 사라져가고 있음을 알게되고 막봉의 방향을 읽어 그를 찾아 나섰으나.. 그 곳에서 또 다른 진실을 알게되 었다. 소윤파와 관련된 장홍달이 바로 다인의 양부라는.

최원은 아마, 필두를 찾아온 것이겠으나 이런저런 상황으로 인해 결국 필두를 찾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윤파의 압박을 받고있는 필두는 또 다시 최원을 만나면 그를 그들에게 넘길 수 밖에 없을테니 말이다. 도망쳐줘서 고맙다던 필두를 떠올려보면, 최원이 필두를 찾지 않는 것이 그의 마음에 얹어진 짐을 덜어주는 것이 아닐런지.. 물론, 최원은 모르는 사실이지만.


나으리, 저는 이제 어찌하면 좋습니까..
- 다인 / 천명 11회 -

다인에게는 두 사람의 은인이 있다. 기녀가 될 운명에서 꺼내준 것도 모자라 의녀로 만들어준 의부 장홍달.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관노의 목숨을 구해준 최원. 그런 장홍달과 최원이 대척점에 서있게 되었고, 다인은 두 은인의 깊은 은혜를 감히 저울에 달 수 없었다. 은인 최원의 구명을 그녀의 위한 행동들은 결국 중전인 문정왕후의 귀에 들어갔고, 장홍달이 어떻게든 막고 싶어했던 일 - 모란꽃 밀지에 의해 움직이는 말(馬) - 이 벌어지게 되며 ..문정왕후가 내민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던 다인은, 세자의 곁에서 세자의 마음을 빼앗고 그 심장에 칼을 꽂지 않으면 양부를 가만 두지 않겠노라는 문정왕후의 서슬퍼런 협박을 받게되며 깊은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그녀는 그렇게 은인 장홍달의 목숨을 담보로 신념에 어긋나는 일은 물론, 또 다른 은인 최원에게 등을 돌려야만 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다. 홍역귀의 앞에 펼쳐진 신념과 최원의 앞에 펼쳐진 희망이란 길과 달리, 다인의 앞에 펼쳐진 길은 절망이었다. 깊은 절망. 그리고, 그 속에서 그녀는 선택을 하고 길을 향해 걸음을 내딛게 되리라. 그녀는 자신의 신념을 저버리게 될 것인가, 끝까지 신념과 의리를 지키며 그 절망 속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게될까..


그리고-,

1> 암투가 물론 있었으나, 최원과 랑이 산채생활이 극의 중심으로 들어서며 극이 시원해진 느낌이 들었다. 어둡고 묵직한 느낌의 궐과 달리 산채는 뭔가 밝고 산뜻한 느낌이었다고 해야할까? 빈둥대는 객식구에서 일거리를 찾은 최원이 그들의 고질병을 고쳐주는 씬이라거나, 꺽정에게 무술을 배우는 씬,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랑이라던가.. 이 평화로움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나...;

2> 러브스토리의 급진전 회차이기도 했다. 각자 다른 색을 가진 러브스토리는 조용히 진행되는 듯 하더니 이번 회차 들어서서 뭔가 급격히 절절해지고 애틋해지기 시작한 듯 하니 말이다. 그 와중에서 소백이 때문에 가슴앓이하는 꺽정의 질투와 그런 꺽정의 속내를 꿰뚫어보는 랑이의 신경전은 귀여웠다. (ㅋ)

3> 개팔손이 최원을 싫어하는 건, 두목인 거칠을 살려서였다. 그리고, 그 때의 앙금은 여전히 그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내내 최원이 거북하고 거슬렸을 개팔손은, 그를 쫓아내기 위해 산채 식구들을 선동했다. 물론, 그가 직접 말한 그 이유들 또한 이유가 될 수 있었을 것이고. 결국, 최원은 자신의 능력으로 산채식구들에게 도움을 줬고 그 또한 도움을 받게되었다. 최원을 거슬려하고, 거칠을 찍어누르고 싶어하고, 꺽정에게 자존심을 다친 개팔손의 존재는 최원 그리고 산채 나아가 거칠이 돈을 대고있는 삼곡지사에 독이 될까, 득이 될까..?

4> 현재 세자가 처한 상황과 어지러운 심중을 깊이 헤아리는 문정왕후. 어려서부터 키워왔고, 정적이기에 더 세세히 감시하고 알아왔겠으나.. 세자를 향한 어미의 마음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또 문득, 들었다. 그냥 문득. 상식에서 벗어난 것일지도 모르고, 손톱의 때만큼도 못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5>

 나 살자고 대감을 버리고 싶지 않은데 대감을 버려야 내가 사는 지경에 이르면 어쩌나..

자꾸만 실수에 실수를 거듭하며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김치용을 향한 문정왕후의 말. 이 말이 어쩐지 이 드라마의 결말 혹은 그 근처에 닿게될 무언가에 대한 복선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그토록 죽여 없애고자 하는 세자는 결국 보위에 오르고, 그녀는 대비가 되니 말이다. (물론, 재위기간은 무척 짧지만ㅠ) 세자가 보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자신을 위협한 세력을 어떻게든 제거해야만 할테고, 문정왕후는 일단 살기위해 김치용이란 꼬리를 자르고 자리를 보존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