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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18화 마음을 자르다) 그 것은, 사랑.. 이었을까?

도희(dh) 2010. 12. 16. 23:33

~ 드라마 스페셜 18화 ; 문정희의 '마음을 자르다' ~
<<그 것은, 사랑.. 이었을까?>>





0. 작품정보

- 제목 : 마음을 자르다
- 극본 : 허성혜
- 연출 : 전창근
- 출연 : 문정희(윤선영 역), 임지규(재우 역)
- 방송일 : 2010년 10월 9일(토) 밤 11시 15분, KBS 2TV






1. 그 여자, 선영.

1)

한 여자가 있다. 여자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과 시어머니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사고소식이 들려왔다. 직업이 소방관인지라 늘 위험을 안고 살아가지만, 억울했다.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라 퇴근길에 사람을 구하다 대신 사고를 당했다고 하니 더 억울했고 화가났던 것 같았다. 퇴근했으면 그냥 집에오지 자기가 뭐라고, 라며 울었지만 그녀는 아마 그런 남편이기에 사랑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국, 남편은 뇌사상태. 그리고 남편이 뇌사에 빠진지 닷새째 되는 날, 남편이 구해준 남자에게 남편의 심장을 주고 말았다. 미워서라도, 주고싶지 않았는데, 남편이 원하는 일일 것이란 마음에 그녀는 주게 되었다. 그리고 아마, 생각했겠지. 두번다시 보고싶지 않아, 라고.


2)

그리고,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숨을 쉬면 공기가 참 차고, 그래서 마음이 서늘해지고, 그럴 때마다 남편의 빈자리를 실감하며 살아간다는 그녀는,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도 쉽게 웃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마음이 여전히 편하질 못했다. 그런데, 두번다시 보고싶지 않은 그 남자, 남편의 목숨과 심장으로 살아난 그 남자가 나타났다.

"살려주셔서 감사한데요, 목숨바쳐 구해주셔서 감사한데요, 못살겠더라구요.. 감사해야 되는 게 먼전지, 미안해야 되는 게 먼전지, 정신이 없더라구요. 웃지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울지도 못하겠고. 제 잘못이에요. 제가 원래 몸이 안좋아서, 다른 분께도 도움을 받았는데.. 두분 가족 모두 연락이 안되니까.. 저는요, 계속 모른 채 살 수는 없는 거잖아요." 라며. 그러니 어떻게든 보상을 하고싶다고, 그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여자의 앞에 나타났다. 남편의 심장을 가지고, 남편과 같은 습관을 가지고서, 그렇게. 불쑥.


3)

남편이 죽고 남자와 만난 후, 여자 '처음' 웃을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남편을 떠올리게하는 그 사람과 함께있을 수록 마음이 편안해졌고, 그래서 여자는 '싫다는데도 찾아와줘서 고맙다' 라고 남자에게 말했다. 남편이 죽은 후로 처음 마음으로 웃었고 또 마음이 설레였던 여자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있고, 또한 이 것이 얼마나 뻔뻔한지 알면서도, 피해도 피해지지가 않아, 결심을 했던 것 같다. 내 마음이 가는데로 따라가보자고.

그리고, 여자는 알아버리게 되었다. 여자가 '남편의 심장'이 남자에게 있다는 것을 남자에게 말하지 않은 것처럼, 남자또한 여자에게 말하지 않았던, 그러나 여자가 몰랐던 '남편 죽음의 비밀'이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리고, 여자는 마음을 ... 자르고 말았다. 그를 향한.




2. 그 남자, 재우.

1)

한 남자가 있다.  남자는 어릴 때 부터 몸이 약했다. 그래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몸으로 하루하루 견뎌내는 것이 너무 막막하고 버거웠다고 한다. 그래서 죽기로 결심을 했다고 한다. 자기 혼자 죽으면 그냥 그걸로 끝, 그럴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남자는 살아났다. 그리 죽으려는 남자를 발견한 누군가의 희생으로 인해서.

그래서, 남자는 어찌 해야할지 몰랐다고 한다.  살려줘서 감사하고, 목숨바쳐 구해줘서 감사한데,  못살겠더라고 한다. 감사해야 되는 게 먼전지, 미안해야 되는 게 먼전지,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웃지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울지도 못하겠고. 그렇게 그는 2년이란 시간을 죄책감으로 살아갔고, 결국, 자신을 구해 주고 죽은 그의 가족을 찾게 되었다.


2)

남자는 한 여자를 알게되었다. 죽은 남자의 아내. 단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며 사루비아 꽃을 먹는 여자. 단 걸 좋아한다기에 도너츠를 사다주니 한입 먹고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달다'며 화사하게 웃는 여자. 처음엔 죄책감 때문에 만났지만, 점점 아니게 되었다고 한다.  만나면 좋고, 잘해주고 싶고, 웃게해주고 싶고, 자신 때문에 외롭게 사는 거니까 여자 곁에 있어주고 싶다고, 남자는 말했다.

참, 여자 같아요. 여자 같다고요.
그래서 같이 있으면 내가 남자가 된 것 같아요. 그냥, 그렇다구요.

사랑이고 연애고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았기에,  사랑이 뭔지 몰랐던 남자는...  이제 가슴이 뛰도록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 며...  2년이란 시간동안 자신을 속박했던 그 죄책감을 벗어던지고 마음이 가는대로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게 미친 짓이라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남자는 자꾸만 여자가 생각나고 찾아가고 싶었지만, 두번다시 찾아오지 말라고 할까 겁이나서 참고 또 참다가, 겨우 여자에게 말하게 되었다. 보고싶다, 고.


3)

하지만 여자가 알아버렸다. 내내 숨겨왔던 여자 남편 죽음의 비밀을. 남자는 차마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 변명만 늘어놨다. 일부러 죽으려 했다, 라는 진실을 여자에게 말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냥 자기가 죽으면 그 것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남자는 말하고 싶었지만 여자가 자꾸만 좋아져서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 여자를 볼 때마다 생각만 해도 두근거려서, 심장은 거짓말을 못하는 거니까, 그렇게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래서 말하려 했지만 결국 말하지 못했다고.

그리고 남자는 알게되었다. 자신이 여자에게 숨긴 것처럼 여자또한 자신에게 하지 못한 말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남자는, 마음을 자르게 되었다. 여자를 향한. 그래야만, 했다.




3. 그 것은, 사랑.. 이었을까?
              
사랑, 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그 것. 이 것은 사랑일까, 라는. 내용에 대한 정확한 기억은 안나지만 오래 전에 읽었던 만화책에 이런 주제로 그린 만화가 있었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처음 접한 만화이기도 했고 그래서 꽤나 신선하면서도 놀라웠던 것 같다. 아주 오래 기억하고 생각 또 생각을 했던 것도 같고. 그 때도 궁금했다. 그 것은 누구의 사랑일까, 라고.

그 후로 어느 단막극에서도 '이식'을 통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여름향기>라는 드라마 또한 '심장이식'을 통한 사랑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사랑하는 여자의 심장을 이식받은 여자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의 결말은 그랬던 것 같다. 여자가 다른 사람의 심장을 다시 이식받았지만, 우연히 그 남자와 스치는 순간, 심장이 뛰었다는. 그러니 그들 사랑은 '사랑'이었다는.

처음 이 드라마 <마음을 자르다>를 봤을 때는 그냥 '사랑일까' 라는 생각을 하며 멍하니 봤던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봤는데, 처음과는 느낌이 너무 달랐다. 뭐랄까, 안타깝고 먹먹하고 그런 기분?

심장은 거짓말을 못하기에 '좋아한다'는 감정이라고 말하는 남자의 심장은 여자 남편의 심장. 남편의 심장이 여자를 향해 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그게 사랑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의 심장을 가지고 있는, 그리고 남편의 습관을 가진, 남편을 연상시키기에 마음이 끌렸던 여자의 그 감정이 사랑일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게 무엇이든, 사랑이었을 것 같다.

남자는 모르겠지만, 여자에겐 적어도 사랑이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하늘이 좋고 날씨도 좋다는 이유로 그저 웃음이 나 어쩔 줄 몰라했고, 별 일이 없었음에도 이제 모두 끝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던 것이 아닐까... 여자는 도저히 모를 그 마음, 그 것은 여자의 사랑. 하지만, 누굴 향한 사랑인지는 잘 모르겠다. 남편의 심장을 향한, 혹은 다시 설레임을 준 남자를 향한, 인지...




4. 그리고..

(1) 문정희

연기를 잘하시는 분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드라마 <마음을 자르다>를 보며 '정말 잘한다' 라고 새삼 느끼게 된 배우다. 남편을 잃은 슬픔, 낯선 남자에게서 남편을 느끼는 순간의 감정이라거나 한 남자를 향한 그 설레임이라거나 진실을 알고난 후의 슬픔, 다스려지지 않는 마음으로 인한 아픔, 그저 즐거워 웃는 모습... 등등 감정이 교차하는 그 순간의 느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 했다. 그 모든게 그냥 와닿기도 했고. '문정희'란 타이틀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새삼 감탄! 이쁘기도 참 곱고 단아하니 이쁘시고.


(2) 임지규

<마음을 자르다>로 처음 본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영화 <과속스캔들><백야행>과 드라마 <파트너>에도 출연하셨다고 한다. 이런 저질 기억력. 그리고 드라마 <마지막 후뢰시맨>에도 나오셨는데 그때 굉장히 인상깊었다. 그래서 이 드라마 <마음을 자르다>를 다시 보면서 꽤 주의깊게 보기도 했다. 처음 감상이나 또 다시 감상이나 결론은 찌질. 재우란 캐릭터가 좀 그렇다. 나만 그런가?

요즘 <역전의 여왕>에서 박시후씨랑 껌딱지 커플로 인기가 있다고는 하지만 본 적이 없고, <드라마 스페셜>을 통해서 두번이나 보며 전혀 다른 캐릭터로 깊은 인상을 남겨주셔서 그런가,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이기도 하다. 목소리나 말투에서 배어나오는 그 느낌, 표현은 못하겠는데, 그 분위기나 느낌이 꽤 좋은 배우.


(3) 그리고...

아련한 드라마. 그리고 슬픈데 이쁘다. 대사들도 꽤 마음에 들어서 모조리 일단 받아적었는데 저장할 마음은 없으니 인도로 사라지겠지? (DVD 영향인가;) 다시 돌아왔다며, 그런데 이 마음이 뭔지 모르겠다며, 눈물흘리는 선영... 그리고 재우에게 돌려준 핸드폰 속에 담긴 웃음병 걸렸나봐, 라며 활짝 미소짓는 선영의 모습이 자꾸 마음에 맴도는 듯 하다.

마음을 자르다, 라는 이 제목의 의미를 두번째 봐서야 알게되었다. 그냥그런 드라마 중 하나였는데..  다시 보며 되새기게 되고,  꽤 마음에 들어버린 드라마 중 하나라고 기억하게 될 듯 싶다.  문정희씨도 임지규씨도 너무 좋았음. 한 분은 참 이뻤고, 한분은 참 찌질한데, 이 두 사람을 합쳐 생각하면 왠지 아련한 느낌.

사랑... 이었을까? 사랑이다, 라고 했음에도... 문득, 드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