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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17화 소년, 소녀를 만나다) 솔직함이 주는 행복..

도희(dh) 2010. 12. 15. 22:04

~ 드라마 스페셜 17화 ;
윤희석과 서신애의 '소년, 소녀를 만나다' ~

<<솔직함이 주는 행복..>>





0. 작품정보

- 제목 : 소년, 소녀를 만나다
- 극본 : 박은영
- 연출 : 김영균
- 출연 : 윤희석(조현추 역), 서신애(이지완 역), 김정난(구미영 역), 김효서(진소정 역), 이칸희(숙희 역)
- 방송일 : 2010년 10월 2일(토) 밤 11시 15분, KBS 2TV




1. 소년, 현추

(1) 조현추

백수. 약국 셔터맨. 느긋하고 여유롭고 긍정적인 마음의 소유자.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나이에 비해서 순수하고 정의로운 '소년'.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사실 마음 한켠엔 자격지심이 존재하는 듯도 싶다. 비록 이렇게 살고있고, 또한 이 생활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의지는 없지만, 그럼에도 무시당하고 싶지는 않다, 라는 자존심 같은 게 아닐런지; 그리고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착한 사람인 것은 틀림없는 듯 싶다.

아내의 잔소리가 때론 싫기도 하지만, 능력없고 철없는 자신으로 인해서 나이 서른에 약대에 들어가서 서른여섯에 약사가 되어 약국을 운영하며 가정을 책임지는 아내에게 늘 미안하고 또 고마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기도 했다. 표현이 조금 서툴 뿐.

그런 그가 어느 날, 바람을 피운다.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살아가지만 그와 동시에 그 이상의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는 마음. 현실도피. 보잘 것 없는 현실에서의 도피,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같은 동네에 사는 스튜어디스인 효선과 마주하며 가슴이 설레이고, 자신을 포장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 무엇에도 자신을 포장하지 않으려던 그는 효선 앞에서 그만 스스로를 포장을 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거짓말을 안하는 그는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효선 앞에서의 현추는 잘 포장된 모습 속에서 '착한' 그리고 '따뜻한' 본성을 보이며 그녀의 호감을 사게된 듯도 싶었다.

현추는 사실 별볼일 없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그를 좋아한다. 그의 친구는 어떻게해서든 현추를 취직시켜주려고 동분서주하고, 효선은 현추의 따뜻한 응원에 힘입어 늘 꿈꿔왔던 미래에 다가서게 되었다.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고 끙끙거리며 무거운 짐을 어깨에 한가득 짊어진 지완이 그 짐을 조용히 내려놓을 수 있게되었고, 철부지 남편이지만 누구보다 그를 사랑하고 믿기에 그의 '바람'을 알고서 내내 힘든 하루를 보내고서도, 제자리로 돌아온 남편을 아무말 없이 꼬옥 안아준 것이 아닐런지.

현추는 앞으로도 언제나와 같이 남들 보기에 참으로 한심해 보이는 백수로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그 마음만은 여전히 따뜻하고 '착한' 사람이 아닐런지. 착하게 살면 자신은 편할지 몰라도 주변사람들은 고생, 이라고 지완은 말했지만 ... 그럼에도 현추가 '착한' 사람이기에 주변 사람들이 현추에게 기댈 수 있는 것도 같고.


(2) 윤희석

윤희석씨의 작품을 그리 많이 본 편은 아니다. 그 존재를 처음 알았던 것은 <2009 전설의 고향 - 금서>의 재수없는 남편씨를 통해서였고, 완전히 인지한 것은 그 해에 봤던 뮤지컬 <헤드윅>을 통해서였다. 뮤지컬 <헤드윅>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하자면, 어느 공연이든 그러하지만 특히 이 뮤지컬은 배우에 따라 캐릭터의 그 색이 다르게 다가오는 대표적이 공연이다. 그리고 나는 윤희석의 헤드윅을 <울기위해 웃겨주는, 정직했던 그녀> 라고 표현했었다.

<구미호:여우누이뎐>은 안봤지만, 아마 그 곳에서의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다, 현추는. 그리고 참 잘 어울렸다. 연기를 잘하시는 거겠지? 무튼... 좋아한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배우는 아니지만 '관심있게' 바라보는 배우인지라, 이 분이 장르불문 어디에든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꽤 신나하며 일단 관심을 갖게될 듯도 싶다. 꼭 보리란 보장은 없지만; ('여우누이뎐' 안봤음;)



2. 소녀, 지완

(1) 이지완

열두살. 과학고에 다닌느 천재 소녀. 자신이 더이상 천재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한계를 느꼈지만, 자신에게 모든 것을 걸고 고생하는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한다. 엄마가 원하는 미국유학. 딱 그때까지만 어떻게든 이를 악 물고 참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  그리고 지완은 솔직히 너무나 힘들다. 엄마와 학교에서의 기대.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들. 자신을 시기하고 괴롭히는 동급생 언니들.  그래서 마음 껏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어서 제 감정을 감추고 살아가는 아이이기도 했다. 고작 열두살인데 말이다. '착한' 현추에게 착한 사람은 착하지 않은 사람들로 인해 파멸하고 만다, 라고 냉소적으로 말한 지완또한 사실, 착한 사람이었다.

그 와중에 현추를 만난다. 삶에 대한 목표라든가, 무언가를 이루겠노라는 절박함이라던가, 그 무엇하나 없이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현추를. 그런 현추를 보며 지완은 좀 짜증이나고 또 한심해보이지 않았나, 싶었다. 어린 자신은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이렇게 필사적인데 어른인 현추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가, 라며.

아직 열두살임에도 '천재'라는 이유로 모든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어른인양 취급받던 지완은, 몸은 어른인데 마음은 어린 소년같이 순수한 현추를 한심하게 여기면서도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지완을 '그 또래의 어린 아이'로 대해주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머리에 쌓아놓은 지식이 아닌 삶을 통해 마음으로 쌓은 연륜이랄까, 그런 것을 통해 지완을 대했기에 지완이 그를 향해 처음으로 웃을 수 있었던 것도 같고.

그런 현추와의 시간을 통해서 그의 느긋함이 주는 편안함. 그리고,  현추의 따뜻함을 통해서 부재중인 아버지란 존재를 느끼지않았나, 싶기도 했다. 꽤나 성숙했기에 남자로 좋아했다, 라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보다는 마음 속의 외로움이 너무 컸기에 그 따뜻함이 외로움을 채워준 것처럼 느껴진 게 좀 더 컸다.

점점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히고, 자신으로 인해서 열등감을 느끼고 그래서 힘들다는 동급생 언니의 솔직한 고백, 그리고 현추와의 시간을 통해서 지완은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 짐을 조심스레 내려놓을 용기를 갖게 되었다.  그렇게 지완은 처음으로 엄마 앞에서 힘들다며 그냥 평범하게 살고싶노라며 펑펑울 수 있게됨으로서 자신의 짊어진 짐을 내려놓음으로서 엄마의 어깨에 짊어진 짐을 내려주는 지완. 그렇게 겨우 지완은 엄마에게 솔직하게 고백함으로서 '천재소녀'란 타이틀에 묶인채 살아왔던 어른의 삶을 내려놓고, 그 또래에 누릴 수 있는 "아이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된 듯 했다. 현추와는 여전히 친구사이로. 이런저런 한심해보이는 이야기를 하며.


(2) 서신애

드라마 <고맙습니다>를 통해서 처음 만났던 소녀. 굉장히 연기를 잘해서 깊이 각인된 소녀이기도 하다. 그 당시 서신애의 연기에 감동받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고맙습니다' 안본 분은 제외-ㅎ) 그 후로 꽤나 기대되었고,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과 <구미호:여우누이뎐>에서 활약했다고 한다. 물론, 그 두 개를 제대로 본적이 없어 나는 뭐라 평하기 어려움. 난, 기대되고 관심갖는다고 그 작품들을 모두 챙겨보는 그런 부지런한 사람이 아닌지라;

'천채'라는 껍데기에 둘러쌓여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그렇기에 마음이 차가워진 아이. 엄마를 걱정해 힘들어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어 꾹꾹 눌러참는.. 그리고, 현추를 통해서 점점 미소를 되찾고,  감정을 갖게 된 아이의 모습을 잘 표현해낸 듯 싶다. 난 아마 앞으로도 신애양의 연기를 쭉 기대할 것 같고.

앞으로가 참으로 기대되는 여자 어린이 배우는, 신애양과 지희양. 둘 다 너무 이쁘고 연기도 잘한다.




3. 소녀, 소년을 만나다..

제목은 <소년, 소녀를 만나다>이지만, 개인적으론 <소녀, 소년을 만나다>란 제목이 더 맞지않나, 싶었다. 현추가 지완을 통해 무엇을 보았나, 는 잘 모르겠다.  그냥,  철없는 자신과 달리 너무나 일찍 철이 든 지완을 통해서 무언가를 느꼈느냐, 라고 하면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다만, 회사를 관두고 나오며 친구에게 한 말이 지완이 초반에 현추에게 충고하듯 한 말이었고.. 현추가 지완을 통해서 조금은 어른이 되었다는 장면이라고 한다면 '그런가?' 싶을 따름.

그에반해서 지완이 현추를 통해서 조금씩 변화하고 감정을 갖게되며 솔직해지는 과정은 꽤 잘 나타난 듯 싶었다. 지완이 솔직해질 수 있었던 것은 현추와의 시간들, 그와 함께한 동안의 따스함과 충돌 그리고 대화가 만들어 준 듯 싶었으니까.




4. 그리고..

+) 윤희석-김정난-서신애. <구미호:여우누이뎐> 팀이 만들어낸 드라마.

+) 솔직할 수 없었던 이들이 솔직해짐으로서 조금이나마 행복함을 느끼게 되는 드라마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현추도 지완도, 지완모도, 지완에게 열등감을 갖고서 괴롭히던 동급생 언니야도.

+) 재밌다, 라며 추천하긴 좀 애매하지만, 윤희석씨가 참 좋았던, 드라마. 현추.. 바람피는데도 한심하고 어이없고 또 밉다기보다는, 그냥 '현추야, 그럼 안돼' 라며 보게된 것도 같고.  그게 현추란 캐릭터의 매력인가, 싶었다. 그리고 현추가 결국 돌아오는 장면도, 사실은 꽤 싸대기 맞을 씬인데 여자 진짜 똥밟았다, 싶었을지도?

+) 그러고보면 마성의 현추인가? 등장하는 주여 여캐릭터들이 모두 현추를 좋아하고, 또 그에게 은근슬쩍 기대니 말이다. 현추는, 착하고 따뜻해서, 상대의 마음에 쉽게 다가가 쉽게 기대게하는 마력의 소유자인 듯도 싶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