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도망자 PLAN.B 20회/최종회) 아쉬움은 있으나 여운은 없이, 그렇게 안녕..

도희(dh) 2010. 12. 9. 07:58

드라마 도망자 PLAN.B 20회 그리고 최종회

끝이 나버렸습니다. 방영 전부터 꽤나 기대를 한 드라마였는데 판은 커지고 수습은 못하는 모습에 안타까워하며, 그래도 꽤 열심히 본 드라마랍니다. 중반까진 재미로 봤지만 후반부로 넘어가면서는 약간의 의리로 본 드라마이기도 하구요. 하핫. 의리라곤해도 어느정도 재미가 있으니 마지막까지 간거지만요. (매리는 이제 왠지 버거워서 놓아야하나, 고민 중;;)

이상하리만치 여운이 남지않은 마지막회,
간만의 방영 후 파바박 리뷰! 도망자 그 마지막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의외의 안녕.., "도반장 그리고 윤형사"

좀 당혹스러웠어요. 물론, 드라마가 후반으로 넘어갈 즈음 이 두 사람의 사랑이 비극일 것이란 암시가 잠시 스쳤고, 19회 즈음에 '비극의 규칙'이 스물스물 피어올랐지만 그래도 아닐 거라는 근거없는 믿음이 조금은 있었거든요. 잠시 잊고있었어요. 이 작가가 사람 죽이는 걸 쉽게 한다는 걸.. <추노>때 당해놓고 또 이래; 랄까?

총인지 칼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그 것으로 인해서 혼수상태에 이르렀지만 결국 목숨은 건졌다는 도반장네 박쥐나, 총맞고도 (어쩐지 스친 것 같지만) 한참 나돌아 다니고 뒤늦게 진이한테서 치료받고 멀쩡히 살아난 지우처럼 윤형사도 결국은 살아날 것이란 생각이 들었는지, 솔직히 말해서 윤형사가 헉헉거리며 죽는데 "설마..." 라는 생각으로 봤던 것이 더 컸답니다. 그래서 나중에 진짜 죽은 걸 깨닫곤 혼자 '헐...;' 거리기도 했죠.

주요 캐릭터의 죽음은 극의 전환점이라거나 갈등을 좀 더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지곤해요. 의미없는 죽음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윤형사 죽음의 의미는 뭘까요? 결과적으로 굳이 죽음에 이를 필요까진 없었다고 여전히 생각하지만, 윤형사의 죽음은 도반장이 아닌 지우에게 자극이 된 듯 싶었어요.

이 일은 꼭 해결해야만 한다는 새삼스런 굳은 다짐 및 (그래서 금괴를 잃어버린 진이에게 평소와 달리 굳어지며 버럭질을 한 것이 아닐까 싶음), 근래들어 이 모든 사건을 벌인 자가 좀 허술해보이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는 것의 재확인 (이건 지우 본인에게도 있지만 시청자에게 마지막 재확인 즈음의 장치로 보이기도).  마지막으로 사랑은 미루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순간에 마음껏 표현해야 한다는 도반장의 후회섞인 말들을 통해서 진이에 대한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하나의 계기가 된 듯 싶었거든요. (진이와 함께 찍은 사진, 공개석상에서의 고백 등등?)

어찌보면 뻔하긴하지만 그렇기에 이 드라마 <도망자>에서 가장 공감되는 사랑의 과정을 그려낸 도반장과 윤형사의 관계. 결과적으로 이 커플의 사랑을 통해서 말하고자 한 것은 "사랑을 미루지말고 곁에 있을 때 잘해라. 나중이 사라진 순간 후회하지 말고." 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죽이는 건 진짜 아니다; 라고 여전히 생각 중!


2. 잠깐의 휴전, 그리고 안녕... "도반장 그리고 지우"

처음엔 '케빈사건'으로 끝없이 쫒고 쫒기는 관계에 놓였지만, 결국 하나의 사건을 통해 때론 협력하고 조종하고 조종당하며 하나의 장소로 오게 된 두 사람.  그 과정이 생각했던 것보다 좀 닝닝하긴 했지만, 서로 으르렁거리던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쫒고 쫒기면서 이 사건을 마무리지을 즈음, 서로를 가장 잘 파악하는 사이, 가 되어버린 듯 싶었어요. 그리고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앞으로도 열려있는 듯 했답니다.

초반의 높은 기대와 달리 '판 벌려놓고 수습못하기' 및 '청률이 가출사건'으로 인해서 드라마 방영 전에 한껏 들떠 말했던 '시즌제'는 물건너갔고, (저또한 그리 바라진 않아요. 이렇게 시즌제를 바라지않는 드라마도 드문데; 사실, 나는 닥챔도 올림픽 시즌에 시즌2가 나와주길 바란 1人) 그래서, 이 두사람의 관계는 그냥 상상으로 남겠고, 상상력의 한계를 가진 저는 딱 그 만큼의 미래를 생각해보고 있답니다. 한계만큼의.

하나의 적을 통해서 잠시간의 휴전을 한 두 사람은, 이제 또 예전처럼 으르렁거리고 또 어쩔 때는 예전처럼 쫒고 쫒기는 관계가 될 것이라고 생각되요. 그리고 때론 필요에 의해서 손도 잡고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겠죠. 완전한 믿음에 의한 사이는 아니지만, 적도 동료도 아닌 중간 선에서 티격태격 잘도 지낼 듯한 느낌이랄까? 지우와 나까무라, 제임스의 관계처럼. 그러나 그들보다는 1g정도의 의리비스므리한 것이 더 섞여서.

어찌되었든 지우는 경찰에 연줄하나 생긴 거고, 도반장은 인맥하나 생긴 거 아닌가.. 싶어요.




3. 다음에 만날 땐 웃으며, 그러나 영영 안녕.. "카이 그리고 진이"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고 해요. 정확히 이런 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이런 의미였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이 깨어지고 그렇게 헤어지게 된, 한 쪽에선 여전히 그 사랑을 잊지못해 끝까지 저 혼자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하고, 다른 한쪽에선 니 사랑은 사랑이 아니야, 라며 거절만 하던 관계. 하지만, 하나의 단계를 넘어서며 두 사람은 '사랑했던 순간'을 기억하며 함께 이별을 했답니다.

카이는 진이에게 '다음에 만날 때는 웃으며 보자' 라고 했지만... 이 두사람은 앞으로 또 볼 일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안녕. 영영 안녕. 하지만, 진이가 지우와 함께 탐정활동이라도 하게되고, 인맥이 필요해져 또 언젠가, 필요에 의해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죠.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이 미술관에서의 작은 이별식. 그리고 두 사람은 '사랑했던 기억'을 가슴에 품고 그렇게 새로운 사랑을 향해 나아갈 듯 싶었답니다.

아름다웠을, 아름다웠던 하나의 사랑, 그 마지막에 함께 마침표를 찍었기에 두 사람은 지금 그 뒤에서 똑똑거리는 새로운 사랑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고.



4. 관계의 정리, 새로운 안녕.. "카이 그리고 소피"

오랜 시간동안의 소피의 짝사랑. 그리고 그런 소피의 마음을 알게 된, 알고있는 카이. 이들의 관계또한 열린결말이 아닌가, 싶었어요. 누군가의 지시로만 움직이던 소피는 이제 '자유'를 얻게되었고, 자신의 마음이 가는데로 앞으로를 살아가겠죠.어디론가 떠나는 카이와 그런 카이를 울듯 바라보던 소피. 소피가 자신의 과거를 다 지우고 새로운 미래를 살아갈지도 모르겠지만, 왠지 카이의 곁을 계속 지켜줄 것 같더랍니다.

카이는 뭐랄까, 그저 자신의 곁을 오래 지켜준 존재이기에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카이에게도 그게 어떤 의미든 소피는 꽤나 소중한 존재이기에, 소피에게 자유를 줬고 그런 소피가 또다시 찾아온다면... 굳이 거절은 안하겠죠? 또 함께 좋은 파트너 (그게 일적인 것이라도) 로 서로를 가장 잘 알며, 때론 좋은 친구로 살아갈지도 모르겠구요.




5. 서로의 믿음으로 이루어진, 웃으며 안녕 .. "지우 그리고 진이"

언제부터 '사랑'의 감정이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두 사람은 그 '사랑'이라는 것을 하고 있었어요. 어쩌면 이 큰 세상 속에, 이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서로' 밖에 없다는 현실로 인해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구요.

또 어쩌면, 함께 붙어있는 시간이 늘어감에 따라 '첫인상'과 달리 텅 비어비린 속, 이랄까... 내면의 상처, 랄까나... 그렇게 겉과 다른 여린 내면을 알게되면서 감정이 더 쌓여간 것일지도 모르죠. 지우에게 진이는 지켜줄 대상, 진이에게 지우는 세상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존재, 가 되어간 것도 그런 이유인 듯 싶었구요. 게다가 마지막에 지우의 과거가 살짝 비춰지며 진이의 모성애도 살풋 자극한 것도 같았더랍니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되어버린, 두 사람은 결과적으론 '믿음'이라는 키워드로 이번 사건을 해결했어요. 완전한 해결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양씨 부자가 그대로 그렇게 몰락할지, 어떤 돌파구를 만들어 그 곳에서 빠져나올지, 는 모를 일이니까요. 하지만, 금괴의 진실을 밝히고 그들에게 사회적 치명타를 입힌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듯 싶었더랍니다.

전날 막방이었던 <자이언트> 때도 그렇고, 그런 상황에 갑자기 극적으로 등장해서 증거 촤르르 보이며 빼도박도 못하게 만들고 매장시킨 것은, 그 의도는 잘알겠지만 오글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어요. 아무튼, 자이언트 때도그렇고 도망자 때도 그렇고 거기 간 기자들은 완전 초대박 기사 건진거네요?

진이랑 지우는 앞으로도 티격태격 거리지만 잘 지낼 것 같았어요. 때론 동료로 때론 친구로 때론 연인으로, 그렇게 세상 유일하게 '믿음'이란 관계로 말이죠. 진이랑 지우는 왠지 서로 으르렁 티격태격 거리는 게 재밌었는데, 극 후반으로 가면서 그런 장면들이 사라져서 약간 아쉽기도하고 그랬답니다. 저만 그랬나, 모르겠지만요.




6. 그리고..

+) 플랜 B. 결국 모든 사건은 그들이 처음 계획했던 것이 아닌 플랜B로 해결을 했군요. 카이도 지우도 진이도. 제대로 된 플랜B가 없었던 양양부자는 그래서 몰락한 건가? 라는 생각도 살폿.

+) 금괴를 찾는 보물찾기 추리드라마가 아닌, 그 보물을 사이에 둔 인간의 드럽디 드러븐 욕망을 그려내려고 했던 것 같은데... 어찌 정리하다보니 '사랑에 울고웃는' 드라마의 느낌이 나기도 하네요. 사랑에 의해 움직인 인물들도 있고, 결과적으로 사랑으로 마무리된 인물들도 있고. 니가 그렇게 정리한 거잖아, 라고 한다면 .. 그렇기도;

+) 그래서 케빈은? 이라고 묻는 동생. 그러게? 라고 대답한 나. 이거다, 라고 정확히 정리되어 나오진 않았지만.. 대충 근황설명을 통하면.. 케빈이 그 사건에 대한 의혹을 품고 지우몰래 한국으로 들어와서 조사하다가 그리 죽음을 당한 것이 아닐까, 라고 대충 짜맞춰 봤답니다.

+) 판을 너무 크게 벌려놨던 것에 비해서 수습이 안되는 건 여전하시더군요, 작가님. 특히 <도망자>는 극을 이끌어가다가 플랜B를 채택. 그렇게 나아갔지만 이미 휘청이기 시작한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긴 힘들었던 것도 같고. 아쉬운 건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 재밌게 봤던 드라마랍니다. 나름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 명탐정 지우는 제대로 탐정다운 추리를 한 게 없는 듯도? 말로만 탐정이래, 스럽기도 했고.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탐정드라마 하나 나왔으면 좋겠어요. 물론, 대한민국에 탐정이 불법이라 그게 얼마나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러고보니 코난 안본지 꽤 되었네요.. 꽤 많이 밀렸겠는걸~? (흐흠-ㅋ)

+) 올해 김규완 작가에 이어서 '이 작가 드라마는 또 보고싶지 않아' 목록에 천성일 작가가 일단 올라갈 듯 해요. 소재도 좋고 판 벌려놓는 것도 내가 좋아할만한 타입인데 그 수습이 안되어서 말이죠. 이 분이 또 드라마 작가를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또 어떤 소재를 들고와서 '이런 드라마를 한다' 라고 하면 눈 반짝이며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추노' 끝나고도 '이 작가 드라마를 내가 또 볼까?' 싶었는데 눈 반짝이며 기다린 걸 보면; (정확히는 천작보단 곽감독 때문이겠지만;)

+) 물론, <추노> 드라마 시점의 전, 대길이가 최고의 추노꾼이 되는 과정이 나오는 드라마를 해준다면 진심 반짝이며 기다릴지도! 영화도 좋고+.+ 정말, 이건 가능성이 없을까나...?

+) 스님은, 금괴와 약간 관련된 눈빛을 뿜어주시더니 그 후로 사라지셨군요. 제임스 봉, 벽화는 잘 가져갔을까나? 그럼 그 스님네 벽화는 우째되는겨??? 등등의 갑작스런 의문.

+) 오늘은 <도망자 스페셜>을 한다고 하네요. 전 뭐, 볼거에요!

++) 광고 후 숨겨진 영상이라니.. 전혀 예상치 못했어요. <추노> 때도 그러시더니 또;; 숨겨진 영상은 양두희 회장의 자살이라고 하더군요. 흐음, 이 양반이 그렇게까지해서 살아왔던 '삶의 의미'가 무너졌으니 그런 선택을 했을지도, 싶기도 했더랍니다. 도망자 끝나고 보다 말았던 무릎팍 추신수 1탄 마저보고 바로 2탄 본방봤던 1人.. 광고 후의 영상따위 상상도 못했다구욧! 이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