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해외 드라마 시청담

미미일소흔경성~11회) 매개체를 통해 감정을 쌓아가다

도희(dh) 2022. 10. 25. 15:00

1/

게임이라는 가상세계에서 만난 두 남녀가 현실세계에서 그 인연을 이어간다는 내용의 드라마이다. <쉬 러브 미><유브 갓 메일><접속>과 궤를 같이 한다. 편지(쉬 러브 미)에서 전자메일(유브 갓 메일), PC통신 채팅(접속)에 이어 게임이라는 가상공간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류의 스토리는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두 남녀가 알고 보면 같은 생활권에서 지내며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서로 인지하지 못한 채 같은 공간에 있으며 스쳐 지나가는 순간의 긴장과 설렘이 묘미다. 이 드라마도 두 사람이 언제 마주치게 될까, 언제 알게 될까, 라는 설렘으로 봤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묘미는 10회까지. 10회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며 현실세계에서 만나게 된다. 

 

이런류의 스토리를 좋아한다면 10회까지는 나름 설레며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주인공이 만나는 곳이 게임이라는 가상세계여서 저퀄리티 CG와 게임 코스튬이라는 장벽을 버텨야 한다. 나는 생각보다 크게 신경을 안 써서 무난하게 넘겼다. 전에 잠시 하던 게임이 생각나기도 했었다. 아무튼, 이 부분을 못 넘기는 분들도 계셨던 것 같다. 

 

또 하나, 상당히 오글거린다는 것이다. <꽃보다 남자><미남이시네요>류의 장르를 잘 소화하시는 분들은 즐겁게 보겠으나, 그렇지 못한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내 기준으로 감당 가능한 오글거림이어서 오글거리지만 달달하고 귀엽네, 하면서 봤다. 다만, 내가 조금 더 어릴 때 봤다면 더 재미있게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다. 7년 전 즈음의 드라마라던데, 그즈음에 봤으면 지금보다 재미있게 봤을 것 같다. 

 

 

2/

 '매개체'를 통해 다른 시간선의 존재와 감정을 쌓아가는 것으로 확장하면 <시월애><동감><미래를 걷는 소녀>가 생각나기도 한다. 이들의 매개체는 우체통(시월애), 무전기(동감), 휴대폰(미걷소)이다. 

 

매개체를 통해 모르는 상대와 소통을 하고 감정을 쌓아가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는 상대의 외면이 아닌 내면을 먼저 보고 관계를 쌓아가게 된다는 것이 매력이기도 하다. 다만, 영화나 드라마답게 내면이 아름다운 주인공들은 그 내면 못지않게 외면도 아름답고 능력도 있다. 이 드라마를 11회까지만 봤으나, 남주인공의 외적인 부분에 열광하는 주변인들과 여주인공의 외적인 부분에 편견을 가진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그런 편견에 갇힌 두 사람이 편견 없이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을 한다는 이야기가 아닐런지.

 

다만, 남주는 이미 여주가 여주인 것을 알고 접근했고, 여주는 현실 남주를 다른 사람들처럼 동경하며 열광하는 사람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이야기가 전개되며 여주에게 남주가 그저 동경하고 우러러보는 존재가 아닌 사랑하는 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남주에게 여주는 언제나 항상 같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여주의 예쁜 외모에 반해서 접근한 것이 아니었고, 그렇기에 여주의 외모에 대한 편견 없이 그 자체로 바라보고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2-1/ 위에 예시로 넣지 못한 작품 중 좋아하는 거.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영화)><답장을 주세요, 왕자님(소설)>. 이런 스토리를 굳이 찾아본 것은 아닌데, 정리를 하다보니 내가 이런 스토리를 좋아했구나, 싶어진다. 시애틀...의 매개체는 남주의 아들, 읽씹왕자의 매개체는 서책 정리함. 읽씹왕자는 편지를 주고 받는 형식인데 꽤 재밌다. 

 

3/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말로 추측되는 내면의 아름다움과 달리, 이 드라마는 두 주인공의 얼굴이 매력이고 개연성이다. 연기는 흐린 눈 하면 어느 정도 넘길 수 있다. 다만, 이 드라마가 배우들의 초기작이어서 지금은 연기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남주인공의 첫 등장은, 당신은 잘생긴 로봇인가요... 였다. 그래도 목소리는 좋더라. 더빙인가 했는데 본인 목소리라고 함. 얼굴이 매력이고 얼굴이 개연성이어서 캐릭터 성격이나 연기는 흐린 눈 하며 그냥 봤다. 

 

여주인공의 첫 등장은, 게임 코스튬이었는데 너무 마른 데다가 화장도 과해서 긴가민가했다. 게임 캐릭터 느낌을 주려고 부러 더 과하게 한 걸까 싶었다. 외모 자체가 중국 여배우 특유의 화려함(ex. 당언, 판빙빙)이 느껴졌다. 화려한 외모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편견을 받는다는 설정과 어울리기도 했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이뻐져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화려한 느낌인데 수수하고 사랑스러운 그런 분위기가 보였달까

 

한편, 여주인공을 맡은 배우분은 현재 사생활 스캔들로 인하여 연예계에서 퇴출되었다고 한다. 

 

 

4/

- 게임 속 가상현실에서 첫 만남 -

오프닝 때 이 장면의 일러가 나온다. 

 

- 현실세계에서의 첫 만남 -

두 사람은 현실에서 서로의 존재는 인지하고 있었다. 남주는 학교에서 외모와 다재다능한 능력으로 동경의 대상이다. 여주에게도 남주는 동경의 대상인 과 선배. 남주도 아마 여주를 인지는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우연히 게임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끼며 게임 속에서 접근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주변에 맴돌기도 했고. 

 

아무튼, 이런저런 사건 후 게임이라는 가상세계의 한계에 부딪히게 되며 현실세계에서 만나기로 한다. 그 첫 만남. 게임 속 첫 만남과 비슷한 구도를 의도적으로 만든 티가 났다. 그래서 좋았다. 

 

4-1/ 이 장면 꼭 넣고 싶었는데, 스틸컷을 못 구해서 티빙에서 캡처함. 그래서 화질이 구리다. 

 

 

5/

<하이생소묵>을 쓴 구만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원작을 읽어볼까 싶어서 찾아보니 네네 북클럽에 있다. 네네 북클럽은 현재 가입을 할까 어쩔까 간 보는 중이다. 크레마를 쓰는 중이어서 가입을 할 거면 네네 북클럽이 나을 것 같다는 것이 이유. 영화로도 나왔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없다. 궁금했는데 아쉽네, 정도. 

 

주인공들은 10회에서 만났고, 정신 차려보니 사귀고 있었다. 여주는 면접(?)인데 남주는 데이트인 상황이었달까? 그 후, 자전거 씬이 나오는데, 보면서 '배려 없는 남주 놈!!!'이라는 찰나 무심한 배려를 던져주는 남주였다. 뭐 이 캐릭터의 매력이 이런 건가 봄. 대놓고 다정다정이 아니라 무심한 듯 툭 던져두는 배려.

 

10회 후반 남주의 돌발행동으로 11회부터 공개커플이 되었는데, 고백도 뭣도 없이 만나니까 이미 사귀고 있는 상황에서 공개까지 되어서, 여주는 어쨌든 남주의 공식 여자 친구가 되었다. 여주도 남주 좋아서 그저 좋다는데 어쩔까 싶음. 만약, 남주가 아니었어도 여주가 이랬을까 생각하면... 역시 남주는 외모가 매력인 것 같다. 물론, 설정상 남주는 다재다능 만능 능력 남이기는 하다.

 

11회 이후는 캠퍼스 배경의 청춘 성장 로맨스물이 될 예정이다. 일단, 남주는 졸업반이고 사업 시작했고,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와 갈등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와 더불어 여주에게 편견을 갖고 미워하는 존재들이 곳곳에 폭탄을 설치하며 준비 중이다. 이 폭탄들이 약간 거부감이 들어서 내가 이걸 봐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드는 중이다. 

 

그렇게, 나는 기로에 서 있다. 더 볼까, 그만 볼까. 10회까지가 내 취향의 장르였는데, 남은 20회의 캠퍼스 배경의 청춘 로맨스 성장물을 내가 버틸 것인가, 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