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비극을 교훈삼아 절대 연관되고 싶지 않았던 세자와 그를 둘러싼 정치판. 그러나 운명공동체로 엮힌 세자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던 최원은, 꺽어내지 못한 화중지왕의 반격으로 인해 궁지에 몰린 세자를 위한 힘든 결단을 내리게 된다. 그 결단으로 인해 당분간 소중한 사람들과 헤어져 지내야만 했으나, 그는 앞으로 이틀이란 시간만 무사히 버티면 예전과 같은 평화로운 삶으로 돌아갈 수 있노라 믿었다.
지켜야 할 사람이 있기에 현실에 주저앉을 수 없었기에 그 때마다 기지를 발휘해 절박한 상황을 헤쳐나가 결국은 원하는 결과를 손에 넣었던 최원은, 그런 자신의 지혜와 운이 만들어내는 기적을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랑이와 다인을 잃게된 순간 느낀 끝없는 후회로 인해 그런 믿음이 오만과 허세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대의를 위한답시고 했던 자신의 선택은 결국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고 또한 지키고 싶은 이들을 지킬 힘은 없었다는 현실로 인해.
하지만, 최원은 그게 오만이고 허세일지라도 대의를 위한 결단을 다시금 내려야만 했다. 그 것은 대의를 위한 것이면서 또한 최원 자신과 그가 꼭 지켜내야만 하는 사람들을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작게는 최원 자신과 딸 랑이와 누이 우영 그리고 정인 다인을 위한. 크게는 어린 시절 동무였고 운명공동체인 세자 호를 위한 선택. 더 넓게는 그를 지켜줬던 산채 식구들로 대표되는 조선의 백성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을런지. 그 부분까지 닿았다면 최원은 그마만큼이나 이 나라 조선에 필요한 왕재는 세자라 믿고있다는 의미가 되려나?
돌아와서, 그 선택으로 시작된 최원의 기지는, 세자를 없애고 경워대군을 보위에 오르게 하고자 하는 소윤파의 꼬리를 밟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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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원의 결단에 대한 보답으로 세자는 최원의 소중한 사람들을 궐 내에서 보호해주고 있었다. 그로인해, 승하하신 아버지와 정적인 계모로 인해 마음이 심난하던 세자는 겨우 웃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랑이가 궐 내로 들어온 덕분에 경원대군과 랑이의 만남이 또 한번 이루어 졌다. 그 만남을 통해, 랑이와 경원대군은 무서운 사실을 알게되며 각각 다른 모습의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 랑이는 납치 및 죽음의 공포, 그리고 경원대군은 어미의 무서운 욕망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는 공포.
2> 사실, 경원대군이 랑이에게 조금은 질투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랑이 덕분에 형님이 웃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형님덕후인 경원대군이라면 능히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내 생각이 짧았나보다. 역시, 왕자는 뭐가 달라도 다른 듯. 아무튼, 이제 살아가며 평생 랑이와 경원대군이 다시 만나 저리 스스럼없이 마주하고 손가락걸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없겠지?
3> 김치용에게 원한을 가진 거칠과 꺽정. 법이 그를 처단할 수 없기에 자신들의 힘으로 그를 처단하고자 하지만,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인 소백으로 인해 복수는 커녕, 자근자근 밟히게 된다. 김치용은 정말, 정승의 위엄이나 권위보다는 뒷골목 시정잡배와 같은 느낌이 가득 난다. 하긴, 그가 한 짓거리들도 그러했고. 문정왕후의 아우라에 가려져 악역으로서의 존재감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그의 악업을 보면 정말 나쁜 놈이다.
4> 무지막지한 어머니의 욕망과 정면으로 마주한 경원대군이 느꼈을 공포는 얼마나 컸을까? 제 목숨을 걸고 어미를 막겠다던 어린 대군은, 그 목숨을 걸어도 결코 막을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하며 좌절하게 되지는 않았을런지. 아들을 허수아비 왕으로 세우고 그 모든 권력을 휘두르고 싶어하는 어미를 둔 어린 대군은, 소중한 형님을 죽이고자 하는 어미를 막지 못하는 어린 대군의 절망감은 또 얼마나 클런지... 가엾다, 정말.
5> 드디어. 소년무사에게 제대로 한 방을 먹였다. 도문과 홍역귀의 합동작전으로. 굉장히 통쾌했다. 하지만, 모두가 잠든 사이 곤오가 그를 데리고 도망갔기에 생포는 실패했다. 그런데, 최원에게 목숨을 빚진 소년무사의 행보는 여전히 같을까? 사람을 살리는 능력으로 그 사람을 얻는 최원의 능력이 소년무사에게도 통할 것인가.. 두둥, 이래봤자.. 걔는 감정 자체가 결여된 녀석 같아서 불가능할 듯. 뭐, 어쩌면 딱 한번 눈감아줄지도. 그게 어쩌면 인종 사후, 문정왕후를 멀리 숨어지내기 위해 달아나는 길이고.. 아, 뭐지? 이 뻔하고 식상하면서도 빈곤한 상상력은ㅋㅋ
6> 우영이와 홍역귀는 정말. 아, 진짜. 오글오글. 그런데, 그 와중에 우영의 악몽이 걱정스럽다. 극 진행 중반부터 러브라인 진도를 열심히 뺀 것이 어쩌면 새드를 위한 밑밥이거나 그딴 건 아니겠지, 등등. 인종의 즉위가 결말이 아닐까, 싶었는데.. 19회 텍스트 예고를 보니 아닌 듯 싶고 (19회에서 즉위!) 그럼 인종의 죽음으로 결말을 맺는 걸까? 인종의 죽음으로 인해 최원은 아주 멀리 도망가 숨어 살거나.. 몰살당하거나.. 문정왕후에게 목숨을 구걸하거나........ 등등. 이딴 결말이면.. 이 드라마는 끝까지... 하긴, 역사가 스포인데 뭘 바래. 뭘 바라고 싶지 않아서 인종즉위로 결말을 내줬으면 했었던거고.
7> 본방으로 봤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았던 18회. 16회까지는 정말 열심히 본방으로 보다가 17회와 18회는 옆동네 챠우챠우 보느라 건너뛰었더니... 아, 재밌었다. (...) 마지막 주 분량도 재밌을까? 아마도 오늘 본방은 <천명>일 듯 싶다. 다음 주는 칼과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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