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나인 10회) 버린다고 끝나지 않는 향의 업보를 끌어안고..

도희(dh) 2013. 4. 15. 18:16

 

삶을 향한 간절한 의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과거

 

20년 전의 선우는, 20년 후의 나라는 그가 했던 의미를 알 수 없는 말과 지켜지지 않은 약속 그리고 그가 남긴 약봉지를 통해 20년 후 자신이 뇌종양에 걸린다는 것을 짐작하게 되었다. 그 삶을 향한 간절한 의지는, 이제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죽음과 맞닿았던 20년 후의 선우를 다시 살게 만들었다. 다시 살아났지만, 기억도 그대로 남아있고 물건들도 그대로 남은 것처럼 그의 지독한 두통 또한, 향을 쓴 업보가 되어 그대로 남게 되었다.

죽을 때까지 이 두통을 껴안고 살아야 된다는 깝깝한 현실 외에도, 선우를 짓누르는 문제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과거였다. 삶에 대한 그 어떤 의욕도 없이 죽음과 맞닿았던 선우가 다시금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가, 20년 전을 살아가는 선우가 내보인 삶을 향한 간절한 의지 탓인지.. 현재의 선우는 20년 전의 자신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매일 일기장을 새로 들여다 봐야만 알 수 있었고 그래서, 매일 일기장을 확인하는 선우는,, 20년 전의 내가 현재의 나를 애타게 찾고있음을 알 수 있었다. 20년 전의 세상에 향을 두고 와버린 그는, 이제 그 곳에 다다를 수도, 또한 모르니만 못한 진실을 알아버린 그가 해줄 수 있는 말도 없는데..

갑작스런 화재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의문, 정신을 놓아버린 아프신 어머니, 유진과의 결혼을 통해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위한 준비를 하는 형.. 그리고, 20년 후 나의 죽음. 세상 그 어느 곳에도 의지할 곳이 없었던 20년 전의 어린 선우는 끝없이 20년 후의 나를 찾았다. 그만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나의 미래에 자그마한 등불이라도 비춰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이라도 안고있는 듯이. 그렇게, 집요하게, 온 집안 구석구석에 자신의 의지를 담아, 그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아닌 나의 의지로 다시 살아나게된 이후,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그가 나를 기다릴지, 앞으로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 집착적인 의지와 마주한 현재의 선우.. 는 모르긴 몰라도,, 공포스러웠을 것이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과거는 그대로인 기억, 그대로인 유물, 그대로인 통증, 향을 버렸으나 끝나지 않는 향의 업보는, 평생, 죽을 때까지, 감히 신 행세 몇번 했다고 된통 당하게 되는 또 하나의 불안함이 되어버린 듯 했다. 그 보이지 않는 과거로 인해 현재의 내가 살아갈 삶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대한. 과거의 자신에게 '나'의 흔적을 남겨놓은 덕에 그의 현재는 더이상 그의 것이 아니게 되어버린 듯 했달까?


유물의 흔적이 존재하지 않는 기억을 되살리다


민영과의 결혼을 앞둔 어느 날 도착한 선우의 선물인 오디오를 들어보기 위해 민영의 짐 속에 있는 오래된 LP를 꺼낸본 서준은, 민영의 필체로 적힌 글귀를 보게된다. 그리고, 그 글귀가 적힌 날짜에 경악한 서준은 민영을 몰아붙혔고, 이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민영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삼촌인 선우의 집에서 몰래 가져온 레코드판 속에 적힌 J.M.Y이란 이니셜을 가진 이의 필체는 민영 자신과 똑같았다. 놀란 마음에 레코드판 속에 적힌 글귀를 몇번이고 따라적던 민영의 머릿 속에는, 알 수 없는 기억이 떠오르며 그녀를 혼란 속으로 빠뜨렸다.

향을 통해 바뀌어버린 미래, 그로인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기억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유물. 1992년에서 가져온 유물인 레코드판에 남긴 '주민영'의 흔적또한 사라지지 않은 채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민영'의 삶과 사랑과 감정들을 잊은 채 '박민영'의 삶을 살아가던 그녀는, 시간의 유물인 레코드판에 남겨진 '주민영'의 흔적과 마주하며 서서히 더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기억과 그로 인해 역시나 존재하지 않는 감정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알 수 없는 기억과 감정 그리고.. 언젠가 선우가 했던 알 수 없는 말들과 행동 속에서 '주민영'이란 이름이 떠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주민영이 나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서서히 확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한편, 보이지 않는 과거와 잔혹한 진실을 품은 현재, 지워지지 않는 기억과 무뎌지지 않는 감정들, 그 모든 것을 끊임없이 각인시키는 지독한 두통을 끌어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삶이 막막한 선우 앞에 나타난 민영은, 눈물을 그렁이며 알 수 없는 감정과 기억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민영의 기억과 감정을 애써 밀어내고 모르는 척, 밀어내는 선우에게 지금의 현실은, 감히, 신 행세를 몇번 했던 것에 대한 또 하나의 업보로 다가와버린 듯 했다.

 

그리고

 

1> 어린 선우의 의지로 살아나게 된 어른 선우. 삶에 대한 의지가 강렬한 어린 선우, 그리고 삶에 대한 의지가 사라진 어른 선우. 어쩌면, 삶에 대한 의지를 놓고 죽음을 기다린 순간, 어른 선우는 비참한 진실을 품고있는 현실로 부터, 그 삶으로 부터 달아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살아난 선우는, 그렇게 기쁘지는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더이상, 행복해질 수 없는 삶 속에서, 그 의미를 찾는 것 조차 버거울 현실 속에서, 그는, 이제 죽음조차도 자신에게는 과분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싶기도 했고. 그 모든 향의 업보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만이, 감히 신 행세 몇번 한 것에 대한 죄의 댓가, 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주어진대로 살아가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2> 뒤틀린 시간의 흔적인 유물, 그 유물 속에 남긴 선우를 향한 주민영의 감정들, 그 흔적은 박민영에게 되돌아왔고, 그 흔적을 따라쓰며 주민영의 감정들이 박민영에게 스며든 것 같았다. 그렇게, 유물의 흔적을 통해 존재하지 않는 기억의 일부를 떠올리고, 그 순간의 감정들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선우를 찾아가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확인하게 된 듯 싶었다. LP 속 흔적을 통해 그 순간의 감정과 기억을 떠올리고, 선우와의 키스를 통해 그 순간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린 것 처럼. 선우와 영훈처럼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이 아닌, 뒤틀린 시간의 흔적에 닿는 순간 겹쳐지는 상황에 처하게되면 하나 둘 떠오르게 되는 듯 하달까? 그러다 완전히 각성하면 선우와 영훈처럼, 뒤틀린 시간을 완전히 깨닫고 수많은 기억들을 끌어안고 살아야할지도. 그 모든 것이 얼마나 힘겨운지 알기에, 이제 어쩌면 사랑하는 민영이 그저 행복하길 바라는 것이 그의 마지막 삶의 이유 혹은 소망이기에, 부정하고 묻어두려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3> 과거의 선우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재의 선우가 살아가는 삶은 위태롭고 아슬아슬하겠지. 정말, 그에게 향은 저주였다. 남은 10회간 어떤 이야기를 그려낼지, 선우는 과연 어떻게 살아갈런지..

4>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가 몰라도.. 정우는 정말 모든 기억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 같았다. 왜, 그런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혼란스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중, 선우와의 대화에서 깨닫게 된 것은 아닐까..? 혹은, 모르고 살다가 민영처럼 깨닫게된 순간이 왔고, 그렇게 알아버린 걸지도. 그게 무엇이든, 만약, 그렇다면, 정우또한 사는게 사는게 아닐 듯..

5> 정우와 선우의 모친마저 의심스럽다. 정말 미친걸까, 선우의 방송은 꼬박꼬박 챙겨본다는 그녀는, 진실을 감당하지 못해 미쳐버린 걸까, 그 진실을 영원히 묻어두기 위해 미친 척 하는 걸까.

6> 20년 전, 선우의 존재를 깨닫게되는 최진철. 이 또한 하나의 변수가 되어버릴 듯 싶다. 그리고, 20년 전의 화재가 난 병원에 선우가 버리고 온 향통에 담긴 두개의 향. 그 행방은 과연, 어디일까? 이 또한 변수가 될 듯. 7번의 시간여행 (정우향으로 조각조각 간 것은 제외;) 속에서 그가 남겨둔 흔적은 변수가 되어, 이제 현재를 살아가는 선우의 삶을 아슬아슬하게 만드는 듯 싶다. 이제,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과거로 인해, 현재 또한 한치앞도 보이지 않겠지.. 그런 그에게 미래를 꿈꿀 여유조차 없을 듯 싶었다. 뭐, 과거를 위해 현재를 살아왔고, 그 과거를 위해 미래로 나아가던 그였기에, 과거에 발목잡혀 더이상 나아갈 수 없게된 걸지도 모르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