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차칸남자 1~2회) 깊은 어둠 속에서 가슴에 박힌 가시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도희(dh) 2012. 9. 17. 11:16

 솔직히 말하자면 끌리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김진원 연출 - 송중기 외에는, 전혀. 게다가 동시간대에 너무나 큰 기대작이 방영 중일 상황이라 보려는 생각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 기대작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는지... 나의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한 것을 내내 아쉬워하다가 지지난 주 목요일 방송부터 접고, 지난 주 첫방송을 한 <차칸남자>로 갈아탔다.

그리고, 난 재밌게 시청했다. 허세작렬에 치명치명 열매를 먹은 것도 모자라 하나같이 못되쳐먹은 캐릭터들이, 어이없으면서도 왠지모르게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이 가을, 조금은 치명치명 열매를 먹은 멜로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복수극의 탈을 쓴 멜로물이라 생각되는 이 드라마에 일단은 정착. 중간에 왠만큼 산을 타지않는 이상 열심히 챙겨볼 듯 싶다. 이 드라마가 방영하는 동안 하는 동시간대 드라마 중에서 끌리는 건 일단 없는 듯 하니까.

빛을 쫓다 어둠에 잠기다 - 마루

전도유망한 천재 의대생 강마루는 어느 날, 재희의 부름에 도착한 곳에서 운명이 바뀐다. 바로 재희의 살인죄를 스스로 뒤집어 쓴 것. '얼마나 사랑했으면' 아픈 동생을 두고 재희의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간 것도 모자라, 그 아픈 동생을 두고 재희 대신 살인죄를 뒤집어쓸 수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얼마나 사랑했으면, 이란 생각 전에... 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한순간 해버린 그 선택이 마루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평생 지울 수 없는 낙인이 되어 쫓아다니게 된다는 것을 그는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아마도, 너무 마음아프게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지의 '편지'와 올 상반기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되는 '보통의 연애'에서 살인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세상에 속할 수 없었던 그들의 고통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출소 후, 마루가 동생 초코한테 쩔쩔매는 것은, 그 날 버리고 가버린 것 그리고 '살인자 가족'이라는 멍에를 쓰게한 것에 대한 죄책감같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살인죄를 지었음에도 고작 5년형을 받고 끝낸 이유에 대해서 극 중에 나올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마루에게 재희가 어떤 존재였는지는 아마도 회상을 통해서 조금조금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 일단, 첫 만남과 대학시절 사랑의 확인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부분이 짧게나마 나왔던 걸 보면 말이지.

아무튼, 그 사건으로부터 6년의 세월이 흘렀고 초코를 위해 살아야만 했던 마루는, 살아가고 있었다. 제비가 되어. 그리고 동네사람들에게 눈총을 받을 것이 뻔함에도 그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혹시나, 재희가 돌아올까 싶어서. 재희에 대한 소문에 귀를 닫은 채, 재희를 믿으며. 그러나, 그런 마루 앞에 나타난 재희는 재벌회장의 아내로 또래의 딸과 어리디 어린 아들이 있는 엄마였다. 배신감도 잠시, 그녀를 위해, 그녀의 미래를 위해, 살인죄도 뒤집어 쓸만큼 그녀를 사랑했던 마루는 인정을 했다고 한다.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그래서 이제 그녀를 가질 수 없는 현실을.

그러나, 자신을 짓밟으려는 재희가 씌운 누명으로 인해 크게 실망하고 상처입은 마루는, 재희로 인해 또다시 버려둬야만 했던 초코가 위급한 상황이 되는 것을 계기로, 복수를 다짐하게 되었다. 물론, 누명을 씌운 것은 재희의 의도가 아니라 어쩌다보니 그리된 것이지만, 그 상황을 막을 수 있음에도 지금의 자리에서 내려올 수 없어,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갈 수 없어, 잔머리 굴리다가 마루가 그런 상황에 처한 것이니... 마찮가지라고 생각 중.

 가시 속에 상처를 감추다 - 은기

온 몸에 가시를 바짝 세우고 있으나, 전혀 그렇지 않은 척, 살아가고 있었다. 아니, 살아가야만 했다. 가장 밝은 곳에서 살아가는 듯 했으나 실은 가장 어두운 곳에 서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곁에 있을 듯 하지만 실은 가장 외로운 아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기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차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채 거래를 했고, 누구 앞에서도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기에 아버지에 의해 얼굴에 상처가 난 순간에도 악-소리 한번 지르지 못하는 아이. 그리고, 자신이 바짝 세운 가시는 세상 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해당되어, 그 가시가 박혀버린 마음 속의 상처를 행여나 들킬까, 그 아픔이 비춰질까, 비아냥 섞인 표정에 독설만 뱉어내는 아이. 서.은.기.

난 이 아이가 가장 매력있다. 좋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가 뭔지도 모르는 듯한 이 아이가, 사랑조차 거래를 해야만 하는, 가장 편안해야할 집에서조차 가시를 바짝 세우고 긴장해야만 하는 이 아이가 안쓰럽고, 가엾고, 아프게 느껴졌다. 그녀가 내뱉는 독설 한마디 한마디가 그녀의 가슴에 그대로 꽂히는 듯 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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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기는 훗날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리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의 성격과 정반대의 성격을 갖게된다고 한다. 그리고, 마루바보가 되어버린다고 한다. 마루바보가 된다는 것은 최근에 주워들었는데... 난 이 설정이 왠지모르게 아팠다. 아프게 다가왔다. 이 아이는, 기억을 모두 잃은 순간, 마음 속에 꼭꼭 감춰둔 깊은 외로움을 다 꺼내들고, 가장 솔직한 모습이 되는 거구나, 라는 생각에. 그렇게 온전히 한 사람에게 마음을 내어줌으로서 상처를 치유하는구나. 그런 그녀를 마루가 이용하고 순진하게 이용당할 예정인 은기. 그래서 결국... 기억을 되찾은 후 느낄 그 배신감...은 어마어마하겠지... 그녀 마음 속에 새겨진 상처는 아마, 기억을 잃기 전보다 더 깊이 패이겠지... 라는 이런저런 생각.

마루에게 복수의 도구로 이용당한 은기는 역으로 마루에게 복수를 하게 된다던가? 이 드라마 초반에 주워들은 내용은 그랬다. 이게 그대로일지, 바뀌었을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은기가 어떻게 그려질지, 어떻게 표현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못되쳐먹은 아가씨가 난 좋다. 사람을 믿지 못하고, 독설만 해대는 이 아가씨가 매력있다. 언제까지 매력을 느끼며 좋아할지는 확신이 안서지만, 일단 2회까지 보여진 은기는 참 매력있다. 쭈욱, 좋아해주고 싶다. 부디.

욕망을 위해 빛을 버리다 - 재희

사람을 죽였다. 왜 죽였는지는 정확히 나오지 않았다. 살인 후, 서회장에게 가서 말한 걸 보면 서회장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 전에 재희와 서회장 사이에 무슨 거래가 오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일로 인해 서회장은 재희를 거둬들인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 어쩌면, 마루의 형량이 죄의 무게에 비해 가벼웠던 것이 서회장의 입김이 닿았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었다.

아무튼, 그 날로부터 6년이란 세월이 흐른 현재, 재희는 서회장의 아내가 되어 아들도 하나 있다. 서회장 전처의 딸 은기에게 끊임없는 견제를 받지만 착한 여자라는 가면을 벗지 않은 채, 그렇게 빛을 버리면서 택한 욕망의 자리를 위태롭게 지켜나가고 있었다. 그런 재희가 드디어 은기 앞에서 가면을 벗었다. 이유는, 마루. 자신의 뒤를 밟고, 마루와의 관계를 빌미로 자극하는, 그렇게 자신의 공격을 공격으로 맞받아치는 은기에게서 가면을 벗는 것으로, 위태로운 자리를 지켜나가는 재희였다.

그날, 재희는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이제 막 손에 빛이 닿으려는 순간, 어둠 속에 잠길 수는 없다고. 그렇게, 자신을 빛이라며 따라와준, 어쩌면 재희에게도 빛이였던 마루를 어둠에 밀어넣으며 ... 재희는 현재의 위치에 올랐다. 마루의 선택이라고 스스로 되새겼겠지만, 마루가 그런 선택을 하도록 내몬 것도 그녀 자신이었다는 걸, 알 것이기에... 마루를 우연히 만난 후, 10억으로 그 빚을 청산하려 한 것이 아닐까? 결국, 그 빚청산이 마루를 벼랑 끝으로 밀어넣어 복수를 다짐하게 만들었지만.

...한재희, 그냥 존재 자체가 너무 싫다. 진심으로 등장하는 순간순간 욕을 하며 보는 캐릭터이다. 캐릭터 하나를 이렇게까지 욕하며 보는 것이 너무나 오랜 만인 듯. 그녀의 인생 자체만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애쓰면 못쓸 것도 없지만, ...드라마 볼 때는 그런 깊은 생각따위 없다. 그냥... 욕만 나온다. 매우 오랜만에 드라마는 욕하며 보는 재미, 라는 걸 깨닫게해준 캐릭터. 계속 욕하며 볼 듯 싶...다....

아무튼, 착한녀자 코스프레하는 한재희보다 가면을 벗고 본성을 드러낸 한재희가 더 매력있었다.

그리고,

1) 1회는 그럭저럭 볼만하네, 였다면 2회는 오오 재밌네, 이런 마음으로 봤더랬다. 음, 나는 재밌었다. 그런데, 나만 재밌었던 것도 같다. 매우 안타깝게도. 뭐, 상관은 없다. 그저, 이 재미가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다. 난 작가에게 신뢰가 없다. 크눈올로 이미 당한게 있어서.........

2) 막장코드 + 허세 + 치명치명 + 한성격하는 쥔공들... 그 중에서 한성격하는 쥔공들이 가장 매력적이다. 그 못된 성질머리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마루는 일단, 얼빠로서 무조건 좋고(응??), 한재희는 가면을 슬슬 벗을테니 앞으로 더 많은 욕을 해주며 볼 생각이고, 현재 첫 등장부터 성격더러운 거 자랑해댄 은기는 그저 매력적이다! ....별게 다 매력이라고 해도, 늘 착해빠지 쥔공들만 보다보면 물리게 마련이고, 때론 못된 쥔공들이 그립기도 하니까. 이 드라마, 부디 개과천선물은 아니길 바란다... 용서따위... 마루야... 하지마! (...;)

3) 적도의 용서를 보고나니... 아... 적도의 남자... 암튼, 용서드립 난무했던 적도의 남자가 종영한지 한참이 흘렀음에도... 용서, 란 단어만 들으면 치가 떨린다. 으으...

4) 제목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 제목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를 담은?? 제목이라는 듯 한데.. 이유가 어떻든, 한글파괴 자체가 안타까운건 사실이다. 처음 이 제목이 아니길 바랬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