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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27화 남자가 운다) 이 남자가 웃는다..

도희(dh) 2011. 8. 26. 00:51


~ 드라마 스페셜 : 남자가 운다 ~
<<이 남자가 웃는다>>




0. 작품정보

- 제목 : 남자가 운다
- 극본 : 정현민
- 연출 : 한준서
- 출연 : 손현주, 조미령, 이용우, 이두일 外
- 방송 : 2011년 6월 19일




1. 한 남자가 있었다.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조폭이었다. 그의 조직에서 꽤 잘나가는 조폭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암에 걸렸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 충격을 겨우 수습하고 조용히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도원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조직을 떠나려고 했고, 그런 그를 붙잡고 싶었던 부하 성구는 오래 전 그의 손으로 제거한 종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종길은 그와 고아원부터 함께해 온 오래되고 소중한 벗이었다. 어느 날, 종길은 조직을 배신하려고 했고 어차피 조직의 누군가에게 제거될 운명이었기에 그의 손으로 제거하고 종길의 자리에 그가 앉게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배신이 아니었다고 성구는 말했다. 배신이 아니라 한 여자를 만났고 그 여자가 임신을 하게되며 새인생을 살기위해 손을 씻으려고 했던 것이라고, 성구는 그에게 오래된 비밀을 밝혔다. 종길이 그에게 쓴 편지와 함께.

그는 종길의 묘를 찾고, 종길이 사랑했다던 여인 영채를 찾게 되었다. 종길이 죽은 후, 어린 딸과 힘들게 살아가는 영채를 보며 그는 깨닳았다고 한다. 자신이 죽인 것은 종길이 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종길과 그의 아내와 어린 딸에게 죄책감을 느낀 그는 무엇이라도 해주고싶어 처음 계획과 달리 그 곳을 떠나지 못한 채 머뭇거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그의 고해성사를 들은 김신부는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말고 그냥 떠나라고 했다. 당신의 마음에 얹어진 돌 하나를 내리면 당신은 편해지겠지만 상대에겐 상처가 될 수 있다고. 그리고 그도 그 것이 옳은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참이나 고민하고 머뭇거렸다.   그러나, 약속된 시간 전에 마지막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되며, 그는 숨길 수가 없게되었다. 그가 죽은 종길과 종길의 남겨진 가족들에게 용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직접 죄를 인정하고 그들 곁에서 함께하며 벌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것이, 사람이 아니었던 그 자신이 마지막 순간에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하려는 부하 성구에게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는 그 말이.  '기쁠 때 웃어야 사람인데 무서울 때 웃었다' 라는 그 말이. 그래서 안타깝게 들려왔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영채와 주희의 곁에서 기쁠 때 웃을 수 있는, 사람으로서 삶을 정리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고.

죄많은 남자가 죽음을 선고받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용서를 빌고 마지막엔 사람으로서 살다 죽고자 한다는 이야기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그런 이야기. 그렇지만 이 이야기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 것은 아마, 배우 손현주의 힘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2. 한 여자가 있었다.
 
한 여자가 있다. 젊은 시절 서울의 야식집에서 서빙일하며 한 남자를 만났다. 매일 새벽 들르는 남자였는데 양복이 참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고 한다. 그녀는 그저 회사원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만나서 사랑을 하고 임신을 했고 결혼을 약속했다. 그런 남자가 어느 날 죽었다.   어느 밤, 소매치기에게 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염하는 날, 남자의 몸에 있는 커다란 용을 보고서야 그 남자가 조폭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여자는 자신이 배신당했다고, 남자의 약속은 모두 거짓이었다고 생각하며 어린 딸 하나를 데리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나를 배신한 남자라고 미워하면서도 차마 그 남자의 흔적은 태워없애지도 못한 채.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허름한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허름해서 손님도 없는 그런 곳이었다. 그 허름한 민박집에 가끔 들르는 남자 손님이 있을 때는 밤에 그 남자 손님의 방에 들어가도 하며, 밤에는 노래방 도우미로 나가며, 살며 생긴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 빚쟁이에게 독촉을 받으며, 그녀는 근근히 어린 딸과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한 손님이 찾아왔다. 하룻밤 묵겠다던 과묵한 손님은 그 후로 몇날 몇일을 더 머물렀고, 아무런 댓가없이 빚을 갚아주었고,  딸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그녀는 그런 손님이 고마웠고  혹시나 의지할 곳이 없다면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아마, 남자가 죽은 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여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녀가 손님의 정체를 알았다. 자신의 행복을 앗아간 사람이었다. 남자가 배신한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자신을 사랑했으며 자신을 위해 손을 씻으려다가 죽은 것이라고도 말해주었다. 용서할 수 없는 사람. 그럼에도 여자는 손님을 끌어안아 주었다. 용서를 해준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는 죽음이 얼마 남지않은 그 손님에게 속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줬던 것 같다.  또 어쩌면,  그녀는 손님에게서 자신과 같은 깊은 외로움과 절망을 봤기에 그리 끌어안아 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채라는 캐릭터는 뭔가, 묘했다. 자신을 내버려둔 채 살아가는 듯 했다. 그녀라고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아니고, 그녀라고 수치심이 없지 않을텐데, 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그런 부끄러움도, 수치심도 내다 버릴 수 있는 그런 여자였다. 종길의 편지 속 영채와는 너무나 다른 현재의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올 정도로. 꽃같은 여인이 고단한 삶에 시들었지만, 그 마음 어딘가에는 꽃씨를 품고있는, 그런 여인이라고 해야할까? 그랬다.




3. 또 다른 남자가 있었다.
 
또 다른 남자가 있다. 그는 남수의 부하였다. 남수가 종길을 죽일 때부터 그의 곁에 있었다. 그에겐 비밀이 하나 있었다. 남수가 종길을 죽인 그 날,  종길이 남긴 편지로 인해서 종길이 조직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 새인생을 찾기위해 조직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것 뿐이라는 것. 그 것이 그의 비밀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 날부터 이 조직이 무서움을 남수보다 더 잘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어느 날, 그의 형님인 남수가 조직을 떠나려고 했다. 그는 순간 종길이 떠올랐던 듯 싶었다. 그래서 그는 남수에게 종길의 이야기를, 아주 오래된 비밀을 남길에게 알리게 되었다. 그가 종길의 일을 남수에게 알린 것은 남수가 조직을 떠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던 듯 싶었다.  제 손으로 남수를 제거하기 싫다는  간곡한 마음을 돌려 말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종길의 가족을 찾아간 남수는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남수의 흔적을 뒤져 그의 병을 알게되었고 회장에게 알림으로서 남수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게되었다.  그리고 그는 결심했다.  얼마 남지않은 형님의 목숨을 제 손으로 거둠으로서 형님의 자리에 앉겠노라는.

그러나 그는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사람인 듯 했다. 그랬기에 종길의 편지를 그 오랜 시간동안 간직하고 결국 남수에게 전해주며 떠나려는 남수를 잡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런지.  그렇기에 남수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는 아마 남수의 자리에 앉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남수와 같은 삶을 살아갈지도 모르겠고. 그러나 그는 종길이 몰랐던 그 무엇,  남수는 뒤늦게 깨닳은 그 무엇을 알았기에,  어쩐지 종길보다 영리하게  남수보다는 후회가 덜 남는 삶을 살아가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었다.





4. 그리고-.


위에서도 말했듯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였다. 신선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어딘가 특별했다. 그 것은 손현주라는 배우의 존재감, 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리고 결말은 나름의 해피엔딩이며 열린 듯 닫힌 결말.  남수와 영채는 서로를 통해 그 깊은 절망과 외로움을 기대며 짧은 시간이나마 용서빌고 용서하며 그렇게 사람답게 살아가지 않을까, 싶은 그런 결말.

그러고보면, 남수가 영채를 통해 사람답게 살아가고 싶었다면, 영채또한 남수를 통해 사람답게 살고싶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문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