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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26화 그 남자가 거기 있다) 기억의 재구성

도희(dh) 2011. 8. 22. 18:09


~ 드라마 스페셜 : 그 남자가 거기 있다 ~
<<조작된, 그 여자의 기억>>




0. 작품정보

- 제목 : 그 남자가 거기 있다
- 극본 : 권세진
- 연출 : 노상훈
- 출연 : 김성은, 최덕문, 김영훈 外
- 방송 : 2011년 6월 12일
- 공홈 : http://www.kbs.co.kr/drama/thedrama/





1. 사건의 시작-.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잉꼬부부가 있다.  어느 날 남편이 죽었다.  용의자는 그의 아내.  그의 아내는 경찰에 잡혀간 후 순순히 범행을 인정했다. 하지만 무언가가 이상했다. 그리 쉽게 범행을 자백할 것이었으면 왜 자수를 하지 않았는지, 그토록 다정다감한 남편을 왜 죽였는지, 그리고 그녀의 자백에도 헛점이 있었던 듯 싶었다.

자백만 있을 뿐 무엇하나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은 그녀의 정신과 주치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주치의와 여자의 대화를 통해 조각난 그녀의 기억을 재구성하며 사건 29일 전으로 되돌아가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 스포덩어리. 스포가 싫으신 분들은 읽지마세요-.





2. 그 여자의 기억-.


1) 조각난 기억-.

그 날의 사건에 대해 여자가 기억하는 것은, 그 남자가 거기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자는 그 남자가 누군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짐작이 가는 사람은 있었던 듯 했다. 그래서 여자는 순순히 자백했다. 자신이 죽였다고.  그러나 경찰은 사건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로 인해 그녀의 정신과 주치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녀는 자신의 주치의와의 대화를 통해서 기억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사건 29일 전, 여자는 꿈을 꿨다. 거기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전시회 사진을 인화하는 과정에서 한 남자의 사진을 보게되었다. 안면인식장애게 있는 그녀에게 그 남자의 얼굴은 또렷했다. 그 남자의 사진을 전시회 대표사진으로 전시했고 그 전시회에서 그 남자를 만났다. 그리고 그 남자는, 그 여자의 어린시절 친구였다. 그리고 여자는, 그 남자와 조심스레 만남을 갖게되며 행복한 순간들을 보내게 되었다.

여자의 남편은 세상 사람들이 아는 그런 온화하고 다정한 사람이 아니었다. 남편은 젊은 아내를 학대했고 남편의 학대 속에서 그 어디에도 의지할 곳 없었던 여자는 그저 묵묵히 참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겉으로 보여진 이미지로 인해 만약 여자가 그 사실을 밝혀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곳은 함께사는 엄마와 최근에 재회 한 친구 뿐이었다. 그리고 남편의 폭력이 심해진 어느 날, 그 친구가 찾아와 그녀를 위로해주었고 그 순간 남편이 들어왔다. 여자의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그리고, 그 사건에 대해 유일하게 기억하는 그 단편적인 장면만이 그녀에게 남아있었다.



2) 조작된 진실-.

경찰은 여자의 어린시절 친구라는 그 남자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친구라는 남자는 어린 시절에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자의 엄마또한 비슷한 시기에 죽었다는 것도.  여자의 기억 속에 있던 엄마와 친구는, 세상에 없는 존재.

여자는 남편의 심한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정신분열증세를 일으켰고, 그렇게 의지할 수 있는 가상의 친구를 만들어내어 현실을 버티고 있었다. 정신과 주치의는 그런 그녀에게 진실을 알리며 몇번이나 바로잡았지만 현실이 버티기 힘겨운 그녀는 그 것을 잊고 몇 번이나 엄마와 친구를 만들어내어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남편의 학대를 견디기 힘들었던 여자는 결국 남편을 죽였다고 한다.  남편을 죽인 그녀는 그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는지 가상의 친구인 그 남자가 범인이라고 상상하게되고 그 남자를 감싸주기 위해서 자신이 남편을 죽였다고 자백한 것이다. 이 것이 그녀와의 긴 상담 끝에 그녀의 주치의가 내린 결론이었고, 오랜 폭력에 시달릴 끝에 범죄를 저지른 그녀는 결국 무죄판결을 받았다.

모든 현실을 인정한 그녀는 그렇게, 가상의 친구들을 떠나보내고 홀로 현실과 마주하기로 다짐했다.
그 것이, 그녀가 알고있는 진실.



3) 불친절한 결말-.

현실을 받아들인 그녀가, 그동안 그녀를 치료해준 정신과 의사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나오는 순간, 떨어트린 메트로놈. 그 것이 움직이는 순간, 이상한 느낌을 받은 그녀는.. 그렇게 병원을 빠져나오는 순간, 그녀가 완전히 잊고있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남편을 죽인 진짜 범인을 떠올렸고,
자신이 그 것을 잊어버린 이유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제 여자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상상은, 시청자의 몫이다.

개인적으로는, 여자는 그 것을 뭍어둔 채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자신은 무죄선고를 받았고, 그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그 지옥에서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무리해서 진실을 밝힐 필요를 못느꼈을지도 모르겠으니까. 결국 여자가 죄를 뒤집어 썼지만, 여자에게 그는 은인이었으니까.





3. 그 남자의 이유-.

그녀의 정신과 주치의. 이 남자에게 무언가 있다는 것은 심상치않았던 첫 등장부터 느껴졌다. 그저 그녀의 조각난 기억을 재구성해주며 사건에 도움을 주기엔 포스가 강렬했다고 해야할까?   묘한 눈길과 의미를 쉽게 짐작할 수 없는 행동과 말들.   처음 이 드라마를 볼 때는 그저, 여자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현실과 마주하게 하기위한 것이라고 여겼었다.

그리고, 얼마 전 다시 이 드라마를 끄집어내어 봤을 때, 그의 눈빛과 행동과 말들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완전히 와닿았다. 그는, 그녀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척하며 완전히 조작하고 있었고, 그렇게 그녀에게 죄를 완전히 뒤집어 씌움으로서 그녀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상처를 치유해주고 현실로 돌아오게 만들어줬던 것이다.

"기억해요?" 라는 말은 최면을 위한 암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의사는 왜 여자의 남편을 죽였을까? 이 것이 이 드라마가 끝난 후 가장 궁금했던 점이다. 정신과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해야한다는 의무. 그녀를 완치시키기 위해서는 남편의 존재가 없어야했기에 없앴다? 안될 이유는 없지만 왠지 어거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튼, 이 드라마가 꽤 재미있었음에도 '불친절하다' 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눈썰미도 없고 추리력도 약한 나로서는 남자의 엄마라고 하는 그 사진 한장을 단서로 남자의 범행이유를 추측하기 어려웠으니까. 그리고, 리뷰를 찾아읽고 다시 복습한 이후에야 겨우 어렴풋이나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단서는  그리 행복해보이지 않는,  아버지 쪽은 존재하지 않는,  불행해보이는 한 여자와  그런 여자를 바라보는 한 아이의 사진. 그리고 그 사진은 의사의 어머니 사진이라고 했다. 아마, 의사의 어머니도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의사는 여자에게서 자신의 어머니를 보게되었고, 그렇게 복수를 해줌으로서 그녀를 폭력으로 부터 구원해준 것은 아닐까...?

구원은 해주되 범인은 될 수 없었기에 정당방위로 법적처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그녀를 내세웠던 듯 했고. 어쩌면, 그녀 스스로 남편을 죽였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그녀가 완전히 남편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기에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고. 그렇게치면 처음 생각한 '환자치료의 목적'도 포함되는 것이겠군.

모든 것이 끝났다. 감사인사를 하고 여자가 돌아간 후의 그의 모습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는 모르겠지? ...여자가 기억을 떠올리고 말았다는 것을.





4. 그리고-.

이 드라마에는 '알토'라는 책이 등장한다.   나는 이 드라마를 통해 처음 알았는데, 여자가 의사에게 면담을 하러 간 첫 날 아주 우연스럽게 의사의 책상위에 올려져있기에 보게 된 책이다.   여자가 그 전부터 가상의 친구를 만들어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어쩐지 그런 생각이 문득 든다. 여자는, 의사와의 면담 이후로 가상의 친구. 즉, 엄마와 준용(어린시절 친구)이를 만들어냈고 그들 속에서 위로를 받았던 것은 아닐까, 라고.

처음 볼 때도 꽤 재미있었지만, 모든 진실을 알고난 후인 두번째 볼 때 그 재미가 더 컸다.   다 알고난 후에 보는 그들의 행동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찾아내게 되었다고 해야하나? 특히, 의사의 행동과 대사. 그 대사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 도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고.

이런 장르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번쯤 봐도 괜찮지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