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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25화 영덕 우먼스 씨름단) 꿈없는 소녀와 꿈꾸는 소년의, 인생뒤집기 한판!

도희(dh) 2011. 6. 13. 14:15

~ 드라마스페셜 : 영덕 우먼스 씨름단 ~
<<꿈없는 소년과 꿈꾸는 소년의, 인생뒤집기 한판!>>





0. 작품정보

- 제목 : 영덕 우먼스 씨름단
- 극본 : 박은영
- 연출 : 김형석
- 출연 : 이종혁, 이세영, 전소민
- 방송일 : 2011년 6월 5일(일) 밤 11시 15분, KBS2TV
- 드라마스페셜 공식홈페이지 : http://is.gd/ayPHmH





1. 꿈꾸는 소년, 박주영

방법이 없잖아. 너랑 얘기는 해야겠는데 뻔뻔해야지.
사람이랑 얘기한다 생각하지 말고 철판이랑 얘기한다고 생각해.
씨름은 해. 나같은 인간때문에 포기하지 마라.



박주영. 본명 박복구. 전직 씨름선수이자 한라장사도 했었다. 하지만, 8강에서 주영을 제외한 7명이 모두 식중독에 걸려 부전승으로 한라장사를 했다. 그 것이 주영에게 가장 빛나는 업적을 주눅들게만드는 그 무엇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현재, 은퇴 후 열심히 살을 뺐는지 모델활동을 하다가 요요로 인해 관두고 영화배우의 꿈을 꾸지만 감독에게 사기당하며 전 매니저에게 빚을 진 채 쫓기는 상황. 그리고 이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하고자 영덕시청의 여자씨름단 감독이 되었다.

참 뻔뻔한 사람이다. 진지하지 못한 사람이고 인생을 참 쉽게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마주하기 두려운 상황이 오면 그 상황에서 도망쳐 새로 시작하면 된다는 겁많은 사람이기도 했다.  아마, 한라장사 후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도망치듯 은퇴하고, 살을 빼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모델활동을 했으나 요요가 오기 시작하며 그 상황을 못견뎌 또 관두고 영화배우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또 달아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인생엔 역전을 할 수 있는 한방이 있기에 지금 이 순간만 잘 넘기면 된다는 듯 어찌보면 허왕되게 살아가는 사람인 듯 했다. 그렇게 그는 매니저의 돈을 갚기위해 영덕시청의 여자씨름단 감독이 되어 봉희를 영입함으로서 곧 있을 대회 1등을 노리게 된다.  그 상금으로 빚을 갚기위해서.

그렇게 이 사람은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의 뻔뻔함과 쉬움은,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그만의 노하우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것이 어떤 사람 눈에는 참 의욕없고 헐렁해 보이지만, 어린 나이에 힘든 삶을 살아가는 봉희의 눈에는, 참 힘들게 비춰진 것은 아닐런지;

잠시 도망쳐 또다른 인생 한 방을 노리던 주영은, 씨름단 사람들과 봉희를 통해서 현실과 마주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듯 했다. 그렇기에 부전승 전직 한라장사인 자신을 무시하는 중학교 씨름부 선생의 대결을 받아들여 통쾌하게 뒤집기를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 그는 실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한 겁많은 사람일 뿐이었던 것 같다.

꿈없이 그저 죽음을 동경하는, 그러나 돈이 없어 죽지도 못하는 이 현실적인 소녀 봉희를 만나며 삶과 진지하게 마주하고 또 견뎌내는 것을 배웠을 그는, 처음으로 인생과 진지하게 마주하는 순간에도  또 다른 인생역전의 기회가 있을 거라는  희망을 잃지않는 듯 했다. 그리고 그 대책없어보이는  헐렁함이,  그 어떤 희망조차 없는 봉희에게 살아갈 의지,    그리고 잃어버린 꿈을 꿀 수 있게 만들어 줄 한 줄기 빛이 되어주는 존재가 아닌가, 싶기도 했다. 또한, 영덕 우먼스 씨름단에 있었던 그 시간들로 인해, 주영또한 현실과 마주하고 부딪히며 살아남는 법을 배워나간 듯 했고.





2. 꿈잃은 소녀, 차봉희
고맙다 그래야 되잖아요.
별로 고맙지도 않은데 고맙다고 그래야 되잖아.

마음에 없는 말 하는 거 질색이야. 나중에 생색내는 것도 꼴불견이고.


엄마없이 모자란 언니와 아버지와 함께 이 곳 영덕으로 왔다. 그리고 아버지는 어린 두 딸을 남겨두고 집을 나갔다. 그렇게 이제 겨우 중학생인 차봉희는 모자란 언니와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이 학교에 가고 일을 하러 간 사이에 모자란 언니가 집 밖에서 무슨 일을 당하는 것은 아닐까, 매일 문을 걸어잠궈 둔 채.

어떻게든 살아가지만, 이제 겨우 중학생인 어린 소녀가 살아가기에 세상은 그리 쉽지가 않았고, 꿈을 잃은 소녀는 언젠가 맞이할 죽음을 위안삼아 하루하루 살아가는 듯 했다. 힘들게 살아도 자존심은 있어서 남에게 우는 소리 한마디 못하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조차 고맙다 말하는 것이 싫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아이.   죽은 후에 들 돈이 걱정되 쉽게 죽음을 택하지도 못한 채 그저 동경만 하는 아이. 그런 소녀는, 그 나이에도 늘 꿈을 꾸며 헐렁하게 살아가는 주영을 만나며 함께 그 꿈이란 것을 꾸게 되는 듯 했다.

어쩌면 이 아이는 제대로 된 관심과 사랑이라는 것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는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고맙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도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지 모르는 아이.   그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그저 갚아야 할 빚이라 여기는 아이. 

그렇지만, 자신들 자매를 향한 주영의 말로는 조건있는, 그러나 사실은 전혀 그렇하지 않은 관심과 애정을 통해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꿈을 꾸기 시작한 봉희는, 조금씩 누군가의 관심과 애정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나가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렇기에 봉희는, 주영이 자신을 이용했다는 것을 알고 그리 상처받아버린 것은 아닐런지;

주영의 진심과 언니의 사고. 그리고, 봉희는 처음으로 누군가의 호의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깨닳은 듯 했다. 그렇게 조심스레 '고맙다'라는 말을 꺼내는 봉희의 모습이, 아프면서도 이뻤다. 이 얼어붙은 아이가 이제서야 겨우, 사람에게 마음을 열었구나, 라는 안도감과 함께.






3. 영덕 우먼스 씨름단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어린 여자와 아직까지 철이 없는 어른 남자.   마음이 어른인 소녀와 몸만 어른인 소년. 보면서 어쩐지 <소년, 소녀를 만나다>가 떠오른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작가님이셨다. 어쩐지, 봉희와 주영은 지완과 현추가 조금 더 자란 버젼처럼 보였다. 또한, 지완과 현추가 보여주지 못한 서로를 통한 성장과 발전을 봉희와 주영을 통해 좀 더 세심하게 그려주려고 노력한 듯도 싶었다.

뻔한 드라마였다. 인물의 관계도나 흐름을 보면 결국 이 차가운 소녀장사가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을 향해 웃을 수 있겠구나, 라는 희망을 처음부터 가장 밑바닥에 깔아놓고 조금씩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그 뻔함이 이쁜 드라마였다. 그녀의 희망에 웃을 수 있었고 그녀의 절망에 함께 울 수 있었던. 이 어린 소녀가 희망을 얻기위해 세상을 향한 뒤집기를 하는 순간, 관객들 모두가 울며 응원하 듯, 시청자인 나 또한 응원하게 되었다. 이 소녀장사가 뒤집기를 성공할 것을 이 뻔한 드라마의 공식을 통해 알고있음에도 두 손 모으고 응원하고 또 응원했던 것 같다.

그 순간, 봉희의 선택은 언니의 병원비를 위해서가 아니었고.. 주영의 응원은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이 어두컴컴한 길에 희망이라는 작은 등불을 비춰 암흑이 아닌 빛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그들의 마음이 아니었나, 싶었다. 죽음보다 힘든 현실이라도, 살아남아 그렇게 나아가다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얻기위한 과정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고.





4. 그리고-.


1) 간만에 최대훈 배우를 뵈어서 굉장히 긴가민가, 반가웠다. 사실, 자막에서 확인하기 전까진 진심 긴가민가 했지만; 그 기념으로 예전에 찍은 동영상 찾아보며 키득거렸다. 기묘한(?) 매력이 있는 배우님. 이번에도 드라마스페셜에서 종종 뵈었음, 싶다. 아니, 그 전에 무대를 통해 만나는 게 더 매력 만점이긴 하지만-(ㅋ)

2) 이세영양. 너무 이쁘게 자랐다. 역할 때문에 살을 조금 찌운 것 같은데, 어쩜 그래도 이쁜지!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

3) 헐랭한 이종혁씨도 좋았음. 얼마 전 '강적들' 회당 10분 나레이션 드라마로 복습한 후라.. 관필이는 저렇게 헐렁거리지 않아, 모드가 조금 섞이긴 했지만. 관필이 진짜 좋았는데ㅠ*

4) 언니가 두려워하는 어둠.   그냥 흘려버린 그 것은 어쩐지, 이 아이들의 벗어나야 할 절망처럼 느껴졌다, 문득. 어둠이 두려운 언니가 봉희를 통해 그 두려움을 이겨내 듯,   봉희 또한 언니가 그 어둠 속 두려움을 견뎌낼 수 있었던 등불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5) '드라마 스페셜 - 단막극'의 시작. 어제 두번째 회도 했다. 좀 복잡. 그 드라마는 차분히 한번 더 보고 생각해야 할 듯 싶더라. 아무튼, 2시즌을 해줘서 너무 기쁘다. 연작시리즈도 좋았지만, 단막극을 너무나 기다렸기에!

6) 씨름단 언니야들도 개성있고 매력있었음. 그 언니야들과 주영과 봉희가 진짜 한 팀이 되어가는 모습도 참 이쁘고 좋았고. 큰 언니야의 마음에 봉희가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는 순간과, 별 것 아니라는 듯 하는 큰 언니야의 모습도 이뻤고. 사람마음, 사람냄새, 라고 해야하나...    바닷 바람은 차갑지만,  바다 그 자체는 포근하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듯 했다. 뭔 말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