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추노 12회.
방송 끝나자마자 이렇게 후다닥 쓰는 것도 참 오랫만인 듯 하네요. 후다닥이라고 해봤자 다른 때보다 무지 일찍올린다, 정도지만 말이죠. 아무래도 요즘의 저를 생각해보면 미루다가는 다음 주 수요일 저녁에나 올릴 듯 해서 부랴부랴 쓰고있어요. 코난보고싶은 거 꾹 참고 말이죠.
혜원이랑 태하랑 마음 맞아서 가장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동안, 대길이는 자신이 들은 그 말이 진실인지 찾기위해서 달려나가는 모습이 그려졌던 추노 12회. 태하는 대길이한테 안잡히고 대길이는 언년이 못만날 거라고 생각하다가 후반에 만난 건 아니지만 일단 대길이가 찾아내버린 것에 혼자 '허걱' 했답니다. 저는 대길이가 언년이 안만나길 약간 바랬던 것도 같아요.
아무튼, 저는 무척 재미나게 봤답니다. 뭐, 저에게 언제 [추노]가 재미없었던 적이 있느냐 물으신다면 ... 없어요~;
1. 대길 : 내가... 이렇게 살게 됐는데... 자알 살면 안되겠지.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믿지않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어쨌는지 대길이는 송태하를 추격하며 언년이의 흔적을 찾고있었어요.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 만나면 무엇을 할 것인지도 모른 채 말이에요.
사막을 걷다가 신기루를 만나버린 아이가 그 것이 신기루란 것을 알면서도 무작정 그 곳까지 가서 그 것이 신기루인지 아닌지 직접 확인하려고 무모하게 걸어가는 것 같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 썩은 줄 알면서도 살기위해서 일단 잡고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대길이에게 언년이를 찾는 다는 것은 숨을 쉬는 것과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으음,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대충 그런 느낌이라고 ... 지난 추노 10회를 보고나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솔직히 하도 엇갈리니까 이번 회에서도 당근 엇갈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대길이는 여전히 언년이를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말이죠. 그런데 ... 찾아버렸어요. 보다가 완전 놀라서 두근두근. 정말 만나는 게냐~ 기타등등, 시계를 보니 11시 3분... 두둥!!!
아무튼, 대길이는 봐버렸어요. 10년 전과 변함없는 모습으로 다른 남정네에게 다정한 눈길을 보내는, 더이상 대길이의 언년이가 아닌 그녀를 말이죠. 그리고 그는 그의 모든 것이 정지되어 한동안 멍한 상태로 그 모습들을 그대로 바라보기만 했어요..
그는, 그 순간,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요...?
머리로는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마음으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래서 10년 전 모습만 마음 속에 간직하고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고정시켜두었던 그는,
10년을 그토록 찾아헤메이던 여인이 변함없이 고운 모습으로, 너무나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다른 남정네를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자신의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인 그녀를 바라보면서 ... 한순간 과거만 남고 현재와 미래가 사라져버린 그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요...?
따스한 빛이드는 곳에서 고운 옷입과 환한 미소를 짓는 태하와 혜원, 그리고 그늘진 어두운 곳에서 어긋난 인연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머금은 대길. 그런 극과 극같은 전혀 다른 분위기와 모습에... 대길이 아픔이 더 크게 다가왔어요.
잘 살면 안된다고. 내가 이렇게 살고있는데, 내가 이렇게 살게되었는데, 잘 살면 안된다고 마음 속으로 외치며 달려들려는 대길을 보며 ... 그래, 니가 그리 살게 되었는데 잘 살면 안되지~ 달려가서 깽판부려~!!! 엎어버려~!!!! 라고 그리도 외쳤건만 ... !!!
예고를 보니 대길이는 결국 그렇게 하질 못하는 듯 했어요. 아마, 그는 그녀의 그 행복한 미소를 무너뜨릴 수가 없었던 것은 아닐런지... 그 행복을 그대로두고 지켜주고 싶었나봐요.
사랑 ... 인가봐요, 그게...?
예고보고나서 이래저래 생각이 삐죽삐죽 나오는 듯 한데, 일단 접어놓고, 대길이 때문에 드라마 끝나고 거의 5분정도 멍때리면서 TV광고만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으윽... 어뜨케요... 대길이..;;
2. 혜원 : 노비라는 것, 그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혜원이는 태하를 통해서 성장하고 변화하고 있어요. 내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이 곱디 고운 선녀가 인간세상에 발을디뎌서 드디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살아가기로 결심한 듯한 느낌, 이라면 좀 그런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었답니다, 저에겐.
그 변화의 시작은 태하가 노비란 것을 알게된 후로 약간 꿈틀거리는 듯 하더니 태하의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는 목표를 통해서 꿈을 꾸기 시작했고, 이번 추노 12회에서 완전히 눈에 띄게 되어버린 듯 싶었어요. 11회에서도 그녀가 더이상 운명에 이끌려 다니기보다는 운명과 마주할 준비를 하고있음을 보여주긴 했지만, 12회의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내내 벗어던지지 못한 채 끌어안고 있던 전직 노비라는 굴레를 완전히 벗어던진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저 태하와 혜원이의 마음을 그려내는 곱고 이쁜 씬으로 간직될 수도 있지만, 혜원이가 부엌에서 소매 걷어붙히고 태하를 위해서 밥을 지으려는 모습은, 제겐 은근한 충격으로 다가왔답니다.
태하와 함께 다니는내내 손하나 까닥하지않고 고고한 아씨의 모습만 보이던 혜원이가 스스로 그런 고고한 아씨의 모습을 버려둔 듯 했거든요. 이제 더이상 그럴필요가 없다는 듯이, 과거 언년이 시절에 지겹도록 했을, 아씨 혜원이가 되고나선 어쩌면 발길조차 주지않았을 부엌에 스스로 찾아가 밥짓는 일을 하고있었으니 말이죠.
그녀가 대길이를 마음 깊은 곳에 옛 정인으로 묻어두고 새로운 정인으로 태하를 받아들인 순간, 노비라는 굴레에 갇혀있던 언년이는 사라지고 신분에 상관없이 사람 그 자체로 살아가려는 완전한 혜원이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달까...? 노비도 양반도 아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김혜원'으로.
그녀가 새롭게 마음에 둔 이는 양반이되 양반이 아니고 노비이되 노비가 아닌 자이니... 그녀또한 굳이 애써 고고한 양반처자 흉내나 내며 몸을 사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그 이가 세상을 바꾸는 큰 일을 한다고하니 그녀는 정말 움츠려들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꿈을 꾸게된 것도 같고 말이죠. 신분으로 인한 더이상의 비극은 없을 것이라는 꿈. 그러니 나도 할 수만 있다면 도움이 되고싶다는 의지가 만들어낸 변화인 듯 하달까...?
10년간 그리워하고 미안해하고 아파하며 가슴 속에 품어오던 정인을 내려놓으며 그녀의 마음 속에 내내 무겁게 지워진 짐, 그녀가 내내 끌어안고 살아가던 그 굴레를 벗어던지고 당당하게 한 사람으로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녀가 태하를 보며 행복해할 수록 저는 왠지 가슴 한쪽이 답답해지면서 그저 안타깝기만 하네요. 그저 행복하라고 미소지어줄 수만은 없달까...?
휴... 여인의 정은 사내의 정보다 깊다고 혜원이는 말했지만, 사내의 첫정이 여인의 첫정보다 더 깊구나라고 생각 중이랍니다. 10년만에 그 정인을 마음 깊이 뭍어둔 그녀에 비해서 10년이 흘러서도 한결같이 그녀를 찾아헤메이는 그가 있으니 말입니다. 그 것이 그저 사랑이라 말할 수 없는, 뿌리깊은 애증의 결과이기는 하지만요.
정말, 대길이가 살아있음을 알게되면 이 여인네는 어떤 얼굴을 하게될까요...?
3. 태하 : 오로지 그대만이 내 가슴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혜원이 태하를 통해서 변화하는 것처럼, 태하또한 혜원을 통해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어요. 전에도 말했지만 완벽한 영웅이 불완전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해야하나? 뭐, 그런 느낌이었답니다.
사실, 그가 무뚝뚝한 남자라는 것은 혜원의 말을 통해서 처음 알았지만(말투나 행동등등으로 배려심많고 부드러운 남자인 줄 알았음), 그는 아무튼 무뚝뚝하고 여자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그런 남자였대요.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맡은 임무의 완수를 위해서라면 가족들도 버려두고 그저 돌격 앞으로~ 하고 달려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그가 거사를 앞두고 가족을 만들겠노라는 모습은, 그들의 머리가 될 이들에겐 꽤나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이 아닌가 싶었어요. 목숨을 바쳐서 무조건 앞을 바라보고 달려가야하는 이가 뒤에 남겨진 소중한 것에 고개를 돌리며 뒤를 걱정하면, 허술한 틈이 생길테니 말이죠. 그들의 머리가 될 이들은 이 부분이 좀 걱정스러웠나봐요.
칼을 쥐었을 때부터 전쟁터에서 자란 덕에 군사훈련, 전쟁, 이런 것에 한해서는 머리가 빠릿하게 잘 돌아가지만, 그 외의 것에는 뭔가 참 허술하신 이 분은,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두개일 뿐이라는 공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저 올곧게 주어진 길만 묵묵히 걸어가는, 부러지되 휘어지지는 않는 듯한 느낌? 그래도 한번 휘어져봤으니 두번은 못 휘어지겠느냐는 변화. 에구구... 그래서 좀 불안불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해요. 한번 휘어져봤기에 휘어지는 법을 배워버린 그가 부러질 줄만 아는 이라고 믿는 자들과 이것저것 어긋나기 시작한 듯 하거든요.
아무튼, 이 무뚝뚝한 남자는 용기내어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어요. 그리고, 머리가 될 자들은 이런 태하의 행복을 앗아갈 궁리를 하고있고 말이죠. 그 결과가 태하에게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이 아니란 것은 알지만, 그 둘이 아닌 결과가 자신들의 예상과 달리 갈 수도 있다는 것은 모르는 듯 싶었어요.
이번 추노 12회에서의 태하의 모습을 통해서, 태하가 바라는 세상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력을 이용한 반정에 대해서 당황하고 봉림대군을 찾아가고 상소를 올리자는 태하의 모습에서 뭔가 좀 삐그덕 거린 느낌이 살짝 들어버렸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삐그덕 거리게 된 태하는 적장자(원손)라는 명분을 앞세운 반란의 머리가 아니라 칼과 방패가 되어 달려가야만 하게 된 듯도 해요.
태하가 바꾸려는 세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태하가 칼이 되어줘야할 그네들이 바라는 세상은 업복이나 과거의 대길, 그리고 혜원이 꿈꾸는 세상은 분명히 아닌 듯 해요. 그네들이 바꾸는 세상은 적장자(원손)라는 명분을 내세운 반란으로 그저 권력을 쥔 자가 바뀌는 그들만의 변화인 듯 하달까...?
혜원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꾸게 만들어준 태하는, 정작 자신은 꿈을 꾼다기 보다는 그저 명령을 받고 달려나가는 중인 듯 보이더랍니다. 이런 그가 스스로의 의지로 혜원과 같은 꿈을 꾸게되는 날이 오게되겠죠...?
4. 철웅 : 갈 곳이 없구나...
원손을 놓치고 태하를 놓치고 그렇게 만신창이가 되어 한양에 돌아온 철웅은 갈 곳이 없었어요. 이래뵈도 엄청난 효자인지라 늙은노모 걱정하실까봐 그런 모습으로 늙은 노모 앞에 나타나지도 못했거든요. 그렇게 그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갈 곳도 없이 휘청이다가 쓰러져서 결국은 돌아가고 싶지않았던 현실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어요.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간 현실 속에서, 더욱 냉혹한 현실을 맛보여주는 좌의정으로 인해서 그는 더더욱 독기를 품게된 듯 하더라구요. 자신을 이렇게 만든 태하, 그리고 좌의정에 대한 분노로 독이 오를대로 오른 듯한 느낌이랄까...?
돌아갈 수 없는 과거, 돌이킬 수 없는 시간, 무엇으로도 덮을 수 없는 자신의 무수한 잘못과 실수들. 그런 지나간 과거를 되짚는다고 그 과거가 돌아오지 않고, 그 잘못과 실수들을 곱씹는다고 그게 사라지진 않기에, 그는 그 잘못된 모든 것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게 만들기위해서 지금부터라도 그 모든 것들을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더욱 잘못된 길을 나아가게 되는 듯 했어요. 그 것이 그가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남는 방법, 인듯 하달까...?
예고를 보니, 그는 살인귀가 되는 듯 했어요. 자신의 손에 피를 뭍히는 것에 더이상 죄책감을 느끼않는 살인귀. 그렇게 스스로를 파괴하기 시작한 괴물.
그리고, 그런 살인귀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쫓는, 천지호.
황철웅과 엮이면서 자신의 아이들을 모조리 잃어버린, 그래서 독이 오를대로 오른 천지호가 단독으로 움직일지, 독수리와 들개는 동업자라고 ... 철웅이와 칼을 겨눌 누군가와 손을 잡고 그에게 달려들지는 모르겠지만 ... 굉장한 독을 품고 달려나갈 천지호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5. 왕님 : 할아비 노릇을 못하니 큰아비 노릇을 하시겠다...?
드디어 재왕님이 등장하셨어요. 그리고, 짧은 등장이었지만 엄청난 기운을 뿜어내시면서 긴장하게 하시더라구요. 겉으로는 나약하고 기력없는 모습을 보이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왕권을 지키기위해서 별별 수작을 다 떠는 왕님이라고 해야할까...?
좌의정이 제주에 실력좋은 의원을 보냈다는 말이 좋아서 히죽거리려다가 애써 웃음을 참지만 그래도 웃음이 지워지지가 않아서 히죽거리다가 아닌척하는 모습에서 '헉' 거리기도 했어요. 용골대 앞에서 덤덤한 척, 하다가 목이 타서 저도 모르게 술에 입을 대는 모습이라던지, 기타등등. 왕님, 굉장한 몰입도와 더불어 악으로서의 매력을 동시에 저에게 선물하셨어요. 굳이 악이라고 지칭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좌의정이 은근 두려워하는 존재이니 일단 악.
그동안 보아온 다른 분들이 연기하던 인조왕님과는 또다른 매력. 인조왕님에게 매력을 느낄 줄은 몰랐지만, 그렇게 되었네요~; 슬슬 정치쪽으로 무게를 두기 시작한 듯 하니 왕님의 등장도 종종 있으실거란 생각에 두근두근.
그리고 어디 유치원 재롱잔치 하는 듯한 모습의 원손마마. 돌잔치 옷 같기도 하고 말이죠.
뭘 알고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내내 의연~한 모습을 보이시더랍니다.
이 아이를 명분으로 내세울 머리들은 벌써부터 세자저하라고 부르기 시작했지만, 이 아이는 또 무슨 죄인가 싶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이런 피비린내 나는 정치판 한가운데 우뚝 서있게 되었으니 말이죠.
아비어미 형아들 모조리 비명횡사하고, 지켜주던 보모도 갑작스레 나무통 맞아서 죽고, 할아버지란 사람은 허구한날 용~한 의원보내주실 생각에 히죽거리고, 자기 아버지 뻘은 되보이는 이들이 갑자기 절하면서 '세자저하'라고 불러대니, 어린 나이에 그저 여기저기 이끌려다니며 고생이 많다, 라는 생각이 들고 있어요. 그렇게, 그 시커먼 사람들 앞에서는 의연한 모습으로 그저 그들이 뭘 말하는지도 모른 채 있어야하는 이 아이, 가여웠어요.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도 모르게 역모를 꾀하고 있었어요... 이 아이는.
아마, 이 아이에게 현재 가장 행복한 시간은 혜원이랑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그 순간이 아닌가 싶어요. 그저 맑게 웃고 박수치고 재롱부릴 수 있는 순간.
6. 기타등등~;
+ 대길, 태하, 철웅이, 업복이... 이 아이들은 모두 스스로의 의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용다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버렸어요. 그렇게 휩쓸리는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 씁쓸하고 말이죠. 얘들만 그렇겠어요? 다들 그렇게 세상에 휩쓸리며 살아가는 거지...
+ 요즘 제가 생각하는 게 귀찮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사는게 그렇지' 이상으로 깊이 떠올리질 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늬들도 사는게 고달프겠구나, 고생이 많다' 이러기도 하고말이죠. 산다는 게 그렇잖아요.
+ 변화하고 성장하고 그리고 교묘하게 합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고있어요. 이제 널부러진 것들이 하나가 되어 터질 날이 얼마남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에 두근두근 거리기도하고 말이죠. 널부러진 것들이 하나가 되려면 일단 이 빙빙도는 러브라인부터 정리가 되어야만 하는데, 혜원이만 대길이의 생존사실을 알게되면 뭐가 되어도 될 것 같아요. 아자아자~!!!
+ 쓸데없이 이런저런 기사읽다가 어이없이 스포들을 밟고다녀버려서 살짝 좌절모드..; 대충 그러려니 했지만 그래도 그리된다니 뭔가 참...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 곳으로 가는 과정이 더 잘 그려졌음 좋겠다, 싶기도 합니다.
+ 본편보다 예고가 더 궁금해서 뒹굴뒹굴~;
+ 13~14일 낮 12시부터 <추노 스폐셜> 각각 6회씩 방영한답니다. 어디서? KBS Drama 에서.
내가 이걸 왜 홍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설 연휴에 그다지 할 일 없으신 분들은 보시라구요.
드라마 추노 12회.
방송 끝나자마자 이렇게 후다닥 쓰는 것도 참 오랫만인 듯 하네요. 후다닥이라고 해봤자 다른 때보다 무지 일찍올린다, 정도지만 말이죠. 아무래도 요즘의 저를 생각해보면 미루다가는 다음 주 수요일 저녁에나 올릴 듯 해서 부랴부랴 쓰고있어요. 코난보고싶은 거 꾹 참고 말이죠.
혜원이랑 태하랑 마음 맞아서 가장 행복한 한때를 보내는동안, 대길이는 자신이 들은 그 말이 진실인지 찾기위해서 달려나가는 모습이 그려졌던 추노 12회. 태하는 대길이한테 안잡히고 대길이는 언년이 못만날 거라고 생각하다가 후반에 만난 건 아니지만 일단 대길이가 찾아내버린 것에 혼자 '허걱' 했답니다. 저는 대길이가 언년이 안만나길 약간 바랬던 것도 같아요.
아무튼, 저는 무척 재미나게 봤답니다. 뭐, 저에게 언제 [추노]가 재미없었던 적이 있느냐 물으신다면 ... 없어요~;
1. 대길 : 내가... 이렇게 살게 됐는데... 자알 살면 안되겠지.
잘살면 안되지.
내가 이렇게 살고있는데. 내가... 이렇게 살게 됐는데... 자알 살면 안되겠지.
내가 이렇게 살고있는데. 내가... 이렇게 살게 됐는데... 자알 살면 안되겠지.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믿지않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어쨌는지 대길이는 송태하를 추격하며 언년이의 흔적을 찾고있었어요.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 만나면 무엇을 할 것인지도 모른 채 말이에요.
사막을 걷다가 신기루를 만나버린 아이가 그 것이 신기루란 것을 알면서도 무작정 그 곳까지 가서 그 것이 신기루인지 아닌지 직접 확인하려고 무모하게 걸어가는 것 같은,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이 썩은 줄 알면서도 살기위해서 일단 잡고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대길이에게 언년이를 찾는 다는 것은 숨을 쉬는 것과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으음,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대충 그런 느낌이라고 ... 지난 추노 10회를 보고나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솔직히 하도 엇갈리니까 이번 회에서도 당근 엇갈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대길이는 여전히 언년이를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말이죠. 그런데 ... 찾아버렸어요. 보다가 완전 놀라서 두근두근. 정말 만나는 게냐~ 기타등등, 시계를 보니 11시 3분... 두둥!!!
아무튼, 대길이는 봐버렸어요. 10년 전과 변함없는 모습으로 다른 남정네에게 다정한 눈길을 보내는, 더이상 대길이의 언년이가 아닌 그녀를 말이죠. 그리고 그는 그의 모든 것이 정지되어 한동안 멍한 상태로 그 모습들을 그대로 바라보기만 했어요..
그는, 그 순간,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요...?
머리로는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마음으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래서 10년 전 모습만 마음 속에 간직하고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고정시켜두었던 그는,
10년을 그토록 찾아헤메이던 여인이 변함없이 고운 모습으로, 너무나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다른 남정네를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자신의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인 그녀를 바라보면서 ... 한순간 과거만 남고 현재와 미래가 사라져버린 그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요...?
따스한 빛이드는 곳에서 고운 옷입과 환한 미소를 짓는 태하와 혜원, 그리고 그늘진 어두운 곳에서 어긋난 인연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머금은 대길. 그런 극과 극같은 전혀 다른 분위기와 모습에... 대길이 아픔이 더 크게 다가왔어요.
잘 살면 안된다고. 내가 이렇게 살고있는데, 내가 이렇게 살게되었는데, 잘 살면 안된다고 마음 속으로 외치며 달려들려는 대길을 보며 ... 그래, 니가 그리 살게 되었는데 잘 살면 안되지~ 달려가서 깽판부려~!!! 엎어버려~!!!! 라고 그리도 외쳤건만 ... !!!
예고를 보니 대길이는 결국 그렇게 하질 못하는 듯 했어요. 아마, 그는 그녀의 그 행복한 미소를 무너뜨릴 수가 없었던 것은 아닐런지... 그 행복을 그대로두고 지켜주고 싶었나봐요.
사랑 ... 인가봐요, 그게...?
예고보고나서 이래저래 생각이 삐죽삐죽 나오는 듯 한데, 일단 접어놓고, 대길이 때문에 드라마 끝나고 거의 5분정도 멍때리면서 TV광고만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으윽... 어뜨케요... 대길이..;;
2. 혜원 : 노비라는 것, 그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떤 신분이냐보다 어떤 사람이냐가 중요하잖아요.
노비라는 것, 그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노비라는 것, 그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혜원이는 태하를 통해서 성장하고 변화하고 있어요. 내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이 곱디 고운 선녀가 인간세상에 발을디뎌서 드디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살아가기로 결심한 듯한 느낌, 이라면 좀 그런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었답니다, 저에겐.
그 변화의 시작은 태하가 노비란 것을 알게된 후로 약간 꿈틀거리는 듯 하더니 태하의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는 목표를 통해서 꿈을 꾸기 시작했고, 이번 추노 12회에서 완전히 눈에 띄게 되어버린 듯 싶었어요. 11회에서도 그녀가 더이상 운명에 이끌려 다니기보다는 운명과 마주할 준비를 하고있음을 보여주긴 했지만, 12회의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내내 벗어던지지 못한 채 끌어안고 있던 전직 노비라는 굴레를 완전히 벗어던진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저 태하와 혜원이의 마음을 그려내는 곱고 이쁜 씬으로 간직될 수도 있지만, 혜원이가 부엌에서 소매 걷어붙히고 태하를 위해서 밥을 지으려는 모습은, 제겐 은근한 충격으로 다가왔답니다.
태하와 함께 다니는내내 손하나 까닥하지않고 고고한 아씨의 모습만 보이던 혜원이가 스스로 그런 고고한 아씨의 모습을 버려둔 듯 했거든요. 이제 더이상 그럴필요가 없다는 듯이, 과거 언년이 시절에 지겹도록 했을, 아씨 혜원이가 되고나선 어쩌면 발길조차 주지않았을 부엌에 스스로 찾아가 밥짓는 일을 하고있었으니 말이죠.
그녀가 대길이를 마음 깊은 곳에 옛 정인으로 묻어두고 새로운 정인으로 태하를 받아들인 순간, 노비라는 굴레에 갇혀있던 언년이는 사라지고 신분에 상관없이 사람 그 자체로 살아가려는 완전한 혜원이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달까...? 노비도 양반도 아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김혜원'으로.
그녀가 새롭게 마음에 둔 이는 양반이되 양반이 아니고 노비이되 노비가 아닌 자이니... 그녀또한 굳이 애써 고고한 양반처자 흉내나 내며 몸을 사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그 이가 세상을 바꾸는 큰 일을 한다고하니 그녀는 정말 움츠려들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꿈을 꾸게된 것도 같고 말이죠. 신분으로 인한 더이상의 비극은 없을 것이라는 꿈. 그러니 나도 할 수만 있다면 도움이 되고싶다는 의지가 만들어낸 변화인 듯 하달까...?
10년간 그리워하고 미안해하고 아파하며 가슴 속에 품어오던 정인을 내려놓으며 그녀의 마음 속에 내내 무겁게 지워진 짐, 그녀가 내내 끌어안고 살아가던 그 굴레를 벗어던지고 당당하게 한 사람으로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그녀가 태하를 보며 행복해할 수록 저는 왠지 가슴 한쪽이 답답해지면서 그저 안타깝기만 하네요. 그저 행복하라고 미소지어줄 수만은 없달까...?
휴... 여인의 정은 사내의 정보다 깊다고 혜원이는 말했지만, 사내의 첫정이 여인의 첫정보다 더 깊구나라고 생각 중이랍니다. 10년만에 그 정인을 마음 깊이 뭍어둔 그녀에 비해서 10년이 흘러서도 한결같이 그녀를 찾아헤메이는 그가 있으니 말입니다. 그 것이 그저 사랑이라 말할 수 없는, 뿌리깊은 애증의 결과이기는 하지만요.
정말, 대길이가 살아있음을 알게되면 이 여인네는 어떤 얼굴을 하게될까요...?
3. 태하 : 오로지 그대만이 내 가슴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아까 무엇이 필요해 혼례를 올리자했느냐 물어보셨지요? 내겐 그대가 필요합니다.
은혜를 갚기위함도 아니고, 책임감 때문도 아닙니다. 그간 고락을 함께한 의리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그대만이 내 가슴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은혜를 갚기위함도 아니고, 책임감 때문도 아닙니다. 그간 고락을 함께한 의리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그대만이 내 가슴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혜원이 태하를 통해서 변화하는 것처럼, 태하또한 혜원을 통해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어요. 전에도 말했지만 완벽한 영웅이 불완전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해야하나? 뭐, 그런 느낌이었답니다.
사실, 그가 무뚝뚝한 남자라는 것은 혜원의 말을 통해서 처음 알았지만(말투나 행동등등으로 배려심많고 부드러운 남자인 줄 알았음), 그는 아무튼 무뚝뚝하고 여자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그런 남자였대요.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맡은 임무의 완수를 위해서라면 가족들도 버려두고 그저 돌격 앞으로~ 하고 달려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그가 거사를 앞두고 가족을 만들겠노라는 모습은, 그들의 머리가 될 이들에겐 꽤나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이 아닌가 싶었어요. 목숨을 바쳐서 무조건 앞을 바라보고 달려가야하는 이가 뒤에 남겨진 소중한 것에 고개를 돌리며 뒤를 걱정하면, 허술한 틈이 생길테니 말이죠. 그들의 머리가 될 이들은 이 부분이 좀 걱정스러웠나봐요.
칼을 쥐었을 때부터 전쟁터에서 자란 덕에 군사훈련, 전쟁, 이런 것에 한해서는 머리가 빠릿하게 잘 돌아가지만, 그 외의 것에는 뭔가 참 허술하신 이 분은,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두개일 뿐이라는 공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저 올곧게 주어진 길만 묵묵히 걸어가는, 부러지되 휘어지지는 않는 듯한 느낌? 그래도 한번 휘어져봤으니 두번은 못 휘어지겠느냐는 변화. 에구구... 그래서 좀 불안불안한 느낌이 들기 시작해요. 한번 휘어져봤기에 휘어지는 법을 배워버린 그가 부러질 줄만 아는 이라고 믿는 자들과 이것저것 어긋나기 시작한 듯 하거든요.
아무튼, 이 무뚝뚝한 남자는 용기내어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어요. 그리고, 머리가 될 자들은 이런 태하의 행복을 앗아갈 궁리를 하고있고 말이죠. 그 결과가 태하에게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이 아니란 것은 알지만, 그 둘이 아닌 결과가 자신들의 예상과 달리 갈 수도 있다는 것은 모르는 듯 싶었어요.
이번 추노 12회에서의 태하의 모습을 통해서, 태하가 바라는 세상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력을 이용한 반정에 대해서 당황하고 봉림대군을 찾아가고 상소를 올리자는 태하의 모습에서 뭔가 좀 삐그덕 거린 느낌이 살짝 들어버렸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삐그덕 거리게 된 태하는 적장자(원손)라는 명분을 앞세운 반란의 머리가 아니라 칼과 방패가 되어 달려가야만 하게 된 듯도 해요.
태하가 바꾸려는 세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태하가 칼이 되어줘야할 그네들이 바라는 세상은 업복이나 과거의 대길, 그리고 혜원이 꿈꾸는 세상은 분명히 아닌 듯 해요. 그네들이 바꾸는 세상은 적장자(원손)라는 명분을 내세운 반란으로 그저 권력을 쥔 자가 바뀌는 그들만의 변화인 듯 하달까...?
혜원에게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꾸게 만들어준 태하는, 정작 자신은 꿈을 꾼다기 보다는 그저 명령을 받고 달려나가는 중인 듯 보이더랍니다. 이런 그가 스스로의 의지로 혜원과 같은 꿈을 꾸게되는 날이 오게되겠죠...?
4. 철웅 : 갈 곳이 없구나...
내 살면서 많은 실수와 잘못을 했지만 그대와 혼인한 것 이상 잘못은 없소.
잘 들으시오. 내 보란듯이 그대 아버지를 밟고 일어설테니.
잘 들으시오. 내 보란듯이 그대 아버지를 밟고 일어설테니.
원손을 놓치고 태하를 놓치고 그렇게 만신창이가 되어 한양에 돌아온 철웅은 갈 곳이 없었어요. 이래뵈도 엄청난 효자인지라 늙은노모 걱정하실까봐 그런 모습으로 늙은 노모 앞에 나타나지도 못했거든요. 그렇게 그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갈 곳도 없이 휘청이다가 쓰러져서 결국은 돌아가고 싶지않았던 현실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어요.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간 현실 속에서, 더욱 냉혹한 현실을 맛보여주는 좌의정으로 인해서 그는 더더욱 독기를 품게된 듯 하더라구요. 자신을 이렇게 만든 태하, 그리고 좌의정에 대한 분노로 독이 오를대로 오른 듯한 느낌이랄까...?
돌아갈 수 없는 과거, 돌이킬 수 없는 시간, 무엇으로도 덮을 수 없는 자신의 무수한 잘못과 실수들. 그런 지나간 과거를 되짚는다고 그 과거가 돌아오지 않고, 그 잘못과 실수들을 곱씹는다고 그게 사라지진 않기에, 그는 그 잘못된 모든 것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게 만들기위해서 지금부터라도 그 모든 것들을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더욱 잘못된 길을 나아가게 되는 듯 했어요. 그 것이 그가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남는 방법, 인듯 하달까...?
예고를 보니, 그는 살인귀가 되는 듯 했어요. 자신의 손에 피를 뭍히는 것에 더이상 죄책감을 느끼않는 살인귀. 그렇게 스스로를 파괴하기 시작한 괴물.
그리고, 그런 살인귀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쫓는, 천지호.
황철웅과 엮이면서 자신의 아이들을 모조리 잃어버린, 그래서 독이 오를대로 오른 천지호가 단독으로 움직일지, 독수리와 들개는 동업자라고 ... 철웅이와 칼을 겨눌 누군가와 손을 잡고 그에게 달려들지는 모르겠지만 ... 굉장한 독을 품고 달려나갈 천지호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5. 왕님 : 할아비 노릇을 못하니 큰아비 노릇을 하시겠다...?
할아비 노릇을 못하니 큰아비 노릇을 하시겠다...?
천제의 황명은 산과 바다도 움직인다 하지만, 조선의 왕명은 그만한 힘이 없지요.
천제의 황명은 산과 바다도 움직인다 하지만, 조선의 왕명은 그만한 힘이 없지요.
드디어 재왕님이 등장하셨어요. 그리고, 짧은 등장이었지만 엄청난 기운을 뿜어내시면서 긴장하게 하시더라구요. 겉으로는 나약하고 기력없는 모습을 보이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왕권을 지키기위해서 별별 수작을 다 떠는 왕님이라고 해야할까...?
좌의정이 제주에 실력좋은 의원을 보냈다는 말이 좋아서 히죽거리려다가 애써 웃음을 참지만 그래도 웃음이 지워지지가 않아서 히죽거리다가 아닌척하는 모습에서 '헉' 거리기도 했어요. 용골대 앞에서 덤덤한 척, 하다가 목이 타서 저도 모르게 술에 입을 대는 모습이라던지, 기타등등. 왕님, 굉장한 몰입도와 더불어 악으로서의 매력을 동시에 저에게 선물하셨어요. 굳이 악이라고 지칭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좌의정이 은근 두려워하는 존재이니 일단 악.
그동안 보아온 다른 분들이 연기하던 인조왕님과는 또다른 매력. 인조왕님에게 매력을 느낄 줄은 몰랐지만, 그렇게 되었네요~; 슬슬 정치쪽으로 무게를 두기 시작한 듯 하니 왕님의 등장도 종종 있으실거란 생각에 두근두근.
그리고 어디 유치원 재롱잔치 하는 듯한 모습의 원손마마. 돌잔치 옷 같기도 하고 말이죠.
뭘 알고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내내 의연~한 모습을 보이시더랍니다.
이 아이를 명분으로 내세울 머리들은 벌써부터 세자저하라고 부르기 시작했지만, 이 아이는 또 무슨 죄인가 싶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이런 피비린내 나는 정치판 한가운데 우뚝 서있게 되었으니 말이죠.
아비어미 형아들 모조리 비명횡사하고, 지켜주던 보모도 갑작스레 나무통 맞아서 죽고, 할아버지란 사람은 허구한날 용~한 의원보내주실 생각에 히죽거리고, 자기 아버지 뻘은 되보이는 이들이 갑자기 절하면서 '세자저하'라고 불러대니, 어린 나이에 그저 여기저기 이끌려다니며 고생이 많다, 라는 생각이 들고 있어요. 그렇게, 그 시커먼 사람들 앞에서는 의연한 모습으로 그저 그들이 뭘 말하는지도 모른 채 있어야하는 이 아이, 가여웠어요.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도 모르게 역모를 꾀하고 있었어요... 이 아이는.
아마, 이 아이에게 현재 가장 행복한 시간은 혜원이랑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그 순간이 아닌가 싶어요. 그저 맑게 웃고 박수치고 재롱부릴 수 있는 순간.
6. 기타등등~;
+ 대길, 태하, 철웅이, 업복이... 이 아이들은 모두 스스로의 의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용다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버렸어요. 그렇게 휩쓸리는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 씁쓸하고 말이죠. 얘들만 그렇겠어요? 다들 그렇게 세상에 휩쓸리며 살아가는 거지...
+ 요즘 제가 생각하는 게 귀찮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사는게 그렇지' 이상으로 깊이 떠올리질 못하고 있어요. 그리고 '늬들도 사는게 고달프겠구나, 고생이 많다' 이러기도 하고말이죠. 산다는 게 그렇잖아요.
+ 변화하고 성장하고 그리고 교묘하게 합쳐지는 듯한 느낌이 들고있어요. 이제 널부러진 것들이 하나가 되어 터질 날이 얼마남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에 두근두근 거리기도하고 말이죠. 널부러진 것들이 하나가 되려면 일단 이 빙빙도는 러브라인부터 정리가 되어야만 하는데, 혜원이만 대길이의 생존사실을 알게되면 뭐가 되어도 될 것 같아요. 아자아자~!!!
+ 쓸데없이 이런저런 기사읽다가 어이없이 스포들을 밟고다녀버려서 살짝 좌절모드..; 대충 그러려니 했지만 그래도 그리된다니 뭔가 참...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 곳으로 가는 과정이 더 잘 그려졌음 좋겠다, 싶기도 합니다.
+ 본편보다 예고가 더 궁금해서 뒹굴뒹굴~;
+ 13~14일 낮 12시부터 <추노 스폐셜> 각각 6회씩 방영한답니다. 어디서? KBS Drama 에서.
내가 이걸 왜 홍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설 연휴에 그다지 할 일 없으신 분들은 보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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