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명고 8회가 '운명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회였다면, 9회는 그 운명의 소용돌이에서 '먹고 먹히는 관계'를 그려내는 듯 보였습니다. 다른 드라마에서도 그렇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상대를 밟고 짓눌러야하는 관계. 자명고 속에서도 여러갈래로 그런 관계들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전 그중에서 '모양혜 vs 왕자실' '호동 vs 매설수' '호동 vs 라희'의 관계에 눈길이 더 가는 중입니다. 앞으로의 전개로, 흥미진진해질지~ 기대보다 별로여서 관심이 사그라들지는 모르겠지만... 역사적 사실보다는 드라마 속에서 그려지는 이들의 관계에 더 관심을 가질까 싶네요. 가끔, 검색하며 여타 블로그들을 구경다니다가 '역사로 드라마를 설명해주는 글'들을 보면 늘 감탄하지만, 그냥 감탄만 하려구요. 얕은 지식을 꺼내놓으면 왠지 폐만 끼칠 것 같다는 생각에...;
1. 언젠가 죽여버리고 말꺼야! (라희)
독한 계집애. 난 말이다, 칼들고 설치는 계집이 제일 싫거든?
더 싫은 건, 칼들고 설치는데 독하기까지한 계집이야. (호동)
니가 싫건 좋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라희)
더 싫은 건, 칼들고 설치는데 독하기까지한 계집이야. (호동)
니가 싫건 좋건,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라희)
운명적인 첫 만남에서 서로 칼질해대며, 죽고 죽이려는 라희와 호동. 라희는 호동의 무례함에 화가나서, 호동의 사과에도 호동을 '죽여버리겠다'라는 굳은 결심으로 공격해대고, 그냥 웃어넘기려는 호동을 자극하기에 이릅니다. 칼로 호동을 공격하는 라희와 나뭇가지 하나로 라희를 상대하는 호동.
어쩌면, 어린 시절의 기분좋은 추억의 한자락으로 남아버렸으지도 모를 이 두 아이의 만남은... 좋지않은 어린 날의 기억으로 남을 듯 합니다. 어쩌면, 아버지의 선물로 생각하는 '라희'를 보며 나름 색시감으로 생각하며 귀엽게 여겼을 호동은 라희에게서 '매설수'를 느낀순간 치를 떨게 되었습니다. '독한 계집애'라며 라희에게 화를 내는 호동에게 '그게 나랑 무슨상관이냐'라고 되받아치는 라희의 말에 멈칫하는 호동의 모습에서 호동이 라희를 은근히 마음에 들어했을지도~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라고 그러고싶어 그런 거 아니야.
못생겨서 괴롭대잖아. 엄마같음 참을 수 있겠어?
잘생겨서... 잘 생겨서 좋았는데... 진짜로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잘생긴 왕자님한테 예쁘단 말은 못들어도, 뚱뚱하다고 못생겼다고... 그런 말 듣기 싫었는데...
너무 늦었어. 독하고 칼쓰는 여잔 싫다잖아... (라희)
못생겨서 괴롭대잖아. 엄마같음 참을 수 있겠어?
잘생겨서... 잘 생겨서 좋았는데... 진짜로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잘생긴 왕자님한테 예쁘단 말은 못들어도, 뚱뚱하다고 못생겼다고... 그런 말 듣기 싫었는데...
너무 늦었어. 독하고 칼쓰는 여잔 싫다잖아... (라희)
그리고 라희는, 호동에게 뽀뽀받은 것은 좋았으나 '못생겨서 괴롭다'라는 그 한마디에 욱해버려서 호동을 공격했다는 것이었군요. 호동이 좋아서 친해지고 싶어서 까칠하게 굴던 라희나, 그런 라희에게 깐족거리며 장난치던 호동이나....; 어찌되었든, 라희에게 이 날의 사건은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테고, 훗날 낙랑 최고의 미모와 무예를 겸비한 낙랑공주이자 왕위 계승자가 되는 밑걸음이 되지않을까.. 싶더군요.
호동을 향한 라희의 눈물에 함께 울컥해지는 나를보자니, 왠지 이루어지지 못할... 끝을 알고있는 사랑이지만 호동을 향한 라희의 사랑을 저는 응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버렸습니다.
2. 호동이 살아있는 한 니 몸에 심은 아이는, 결코 세상 빛을 볼 수 없어. (매설수)
왕이란, 자기 자식도 죽일 수 있다. 철저히 이기적인 족속이지. 그런 인간이 나나 너하나 못죽일까?
호동이 살아있는 한 니 몸에 심은 아이는, 결코 세상 빛을 볼 수 없어. (매설수)
호동이 살아있는 한 니 몸에 심은 아이는, 결코 세상 빛을 볼 수 없어. (매설수)
고구려 제 2황후가 되는 수지련과 그런 수지련을 경계하는 매설수. 어린시절의 사촌자매에서 한 남자를 두고 경쟁하는 사이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매설수는 수지련을 살리겠다는 명분으로 피임약을 가져오고, 결국 수지련은 그 약을 마시게되더군요. 하지만, 그 것은 진실이기도 하면서 거짓이기도 한. 수지련을 살리기 위함이자, 수지련을 견제하기 위한. 그런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수지련은 비류나부의 여인답게 독기있고 영특한 듯 하지만, 독기오른 매설수의 노련함에는 아직 새발의 피랄까? 형님아우가 되어버린 이 두 여인네는 앞으로 무휼과 호동사이에서 어떤 짓들을 해갈지...;
그런데, 수지련이 매설수에 비해 젊고 아름답다는 느낌이 크게 안드는 것은... 저 뿐이겠죠...? 수지련은 영특하고 매혹적인 여인이란 설정인 듯 한데... 왠지 매혹적이고 독기어린 매설수를 흉내내는 매설수의 동생으로 밖에 안보이더군요. 연기하는 것도 어색하고, 수지련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왠지 안타까움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저렇게 숨죽이고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리라 맹세하고 살아가는 매설수가 어떻게 무휼의 품에 안겨 무휼의 어린아들을 낳아주게될지... 그 계기도 뭔가 있을 듯 한데... 그 상황이 은근히 기대가 된단말이죠. 호동 외에는 자식을 두지않으려는 무휼에게서 낳은 매설수의 아들, 해애우의 존재가.
3. 나하고 한잔 하겠니? (매설수)
나하고 한잔 하겠니? 나이는 좀 그렇다만, 너도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봤으니, 술 맛 알때도 되었겠지.
(중략) 그만 가보거라, 내 너하고 술한잔 했다고 친구고 되고픈 건 아니니까. (매설수)
저역시, 마마가 준 술한잔 얻어마셨다고, 지난 날을 잊지 않습니다. (호동)
(중략) 그만 가보거라, 내 너하고 술한잔 했다고 친구고 되고픈 건 아니니까. (매설수)
저역시, 마마가 준 술한잔 얻어마셨다고, 지난 날을 잊지 않습니다. (호동)
무휼이 수지련을 차비로 들인 날 밤. 잠이 오지않아 단군신당을 찾은 매설수는 자신과 같은 이유로 신당을 찾았을 호동과 만나게 됩니다. 매설수만큼이나 호동또한 심란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적의를 더이상 감추지않고 온 몸으로 발산해내는 매설수와 호동. 매설수는 그런 호동에게 술 한잔을 권하고, 호동은 그 술을 기꺼이 받아마십니다.
어린 호동이 술을 마시고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며 미소짓는 매설수의 표정은, 정적이 아닌... '어린아들을 바라보는 엄마'같다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녀석, 다큰 척 해도 아직은 어린 애로군;'하는 흐믓한 미소랄까? 흐믓한이란 표현이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느껴지더군요. 그런 자신의 마음을 느꼈는지, 급히 표정을 지우고 냉랭하게 말하는 매설수와 그런 매설수의 말을 되받아치고 나가는 호동. 이 때의 이 두사람의 감정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술 한잔으로도 친구가 될 수 없는 모자. 서로를 죽여야만 살 수 있는 적. 하지만, 누구보다도 서로의 마음과 상황을 이해하고 잘 알고있는... 두 사람. 그래서인지 신당에서 만난 호동과 매설수의 씬은 왠지모르게 두근거리면서도, 안타까움이 느껴지더군요. 왠지 이 두사람을 보면, 내내 그런 느낌이 가시지않을 듯 합니다. 8회 감상에서도 말했 듯이 어딘가 모르게 닮은꼴을 하고있는 호동과 매설수. 그래서 이 드라마의 커다란 축 중에 하나가 될 '호동 vs 매설수'가 왠지 기대가 됩니다.
4. 죽이자. (왕굉)
나라 밖에서.
광무제를 만나러가는 배 안에서.
동무현으로 가는 배 안에서.
이목을 피해야하니까.
백성들이 우리 장군을 의심하게 해서는 안되니까.
배에서 갑자기 죽은 걸로. 아니면 실족해 바다에 빠졌든, 풍랑이 일어 큰 파도에 쓸렸든.
칼을 써서는 안되네. 흔적이 남을테니. 배 안에서 진심통이 일어나서 죽은 걸로. (왕자실 & 모양혜)
광무제를 만나러가는 배 안에서.
동무현으로 가는 배 안에서.
이목을 피해야하니까.
백성들이 우리 장군을 의심하게 해서는 안되니까.
배에서 갑자기 죽은 걸로. 아니면 실족해 바다에 빠졌든, 풍랑이 일어 큰 파도에 쓸렸든.
칼을 써서는 안되네. 흔적이 남을테니. 배 안에서 진심통이 일어나서 죽은 걸로. (왕자실 & 모양혜)
왕굉에게 모양혜가 있다면, 최리에게는 왕자실이 있습니다.
후덕함과 아름다움이란 겉모습 속에 칼을 품은 여인과 독을 품은 여인.
모양혜가 왕굉에게 모든 사랑과 신임을 받으며 앞에서 책사노릇을 한다면, 왕자실은 최리에게 외면받고 최리의 뒤에서 최리의 앞길을 열어주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손에 오라비의 피를 묻히는 것조차 서슴치않을 정도로. 신생 낙랑국의 왕좌를 두고 두뇌싸움을 하는 모양혜와 왕자실. 결과론적으로는 왕자실의 이기게 될 듯 합니다.
서로 같은 수를 쓰며, 다른 계산을 하는 왕자실과 모양혜의 씬은 뭔가 쓰릴있으면서도 재미있는 장면이었습니다.
5. 난 괜찮다니까, 이대로 좋아요, 이대로가. (우나루)
난 괜찮다니까. 이대로가 좋아요, 이대로가.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우리공주, 새삼 나한테 반했구먼. (여랑 & 우나루)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우리공주, 새삼 나한테 반했구먼. (여랑 & 우나루)
그렇게 서로 죽고 죽이고, 먹고 먹히는 상황 속에서 따뜻하고 예쁜 '부부의 정'으로 웃음짓게 해주던 여랑과 우나루. 얻고자하는 것을 위해서는 사랑조차도 이용하는 이 드라마 자명고 속에서 유일하게 가장 예쁘게 기억되지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6. 예고편 : 스쳐지나가는 모녀인가? / 오빠와 동생의 심리전...;
자명이가? 우리 딸이 살아있을지 모른다? 살아만 있다면, 모하소 네 품에 돌려주마. (최리)
오라버니도 이 술에 독이 들었을까 겁나시나요?
넣었느냐?
넣었다면 어쩌시렵니까? (왕자실 & 왕굉)
오라버니도 이 술에 독이 들었을까 겁나시나요?
넣었느냐?
넣었다면 어쩌시렵니까? (왕자실 & 왕굉)
동무현에 온 모하소와 그녀를 보고 놀라는 뿌쿠(자명). 모하소는 아마 자신의 어린딸을 못알아보는 듯 하고, 뿌쿠(자명)은 모하소를 보며 뭔가를 느낀 것은 아닐까.. 싶더군요. 어찌되었든 드디어 만나는 건가요?
그리고, 왕굉에게 독을 먹이기위해서 수를 쓰는 왕자실. 물을 그렇게나 들이붓고 왕굉에게 향한 왕자실을 보자면, 왕자실 스스로도 그 독을 먹어서 왕굉을 안심시켜놓고 죽이는 것이 아닐까... 싶더군요. 물을 그리도 들이부을 때부터 알아봤습니다.. (웃음)
7. 그리고
자명고의 OST가 티파니의 '나 혼자서'란 노래입니다.
좋아서 자주듣는 건지, 자주 들어서 좋게 들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노래 꽤나 좋단말이죠. 뭔가 절절해요...
그리고, 가끔 경음악을 듣다보면 바람의 나라를 떠올리곤 합니다. 그때마다 흠칫거리며 놀라고 있는 중이랄까...?
왕녀 자명고는, 재미있고 두근거리는데 뭔가 한방이 부족한 느낌. 그러나 어딘가 고급스러우면서도 차가운 느낌. 이런 느낌의 사극은 오랫만이라고 느껴집니다. 기존에 그려지는 영웅사극의 뜨거움이 아닌 차가움. 이런 느낌이 50부 내내 그려지길 바라는 바입니다. 아, 그리고... 1회처럼 왔다갔다 안하고 이대로 시간의 흐름을 탈 건가보죠, 이 드라마. 1회처럼 왔다갔다하는 진행으로 언제쯤 나와주실까하며, 스폐셜에서 봤던 자명과 호동의 만남과 최리의 최후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현재 진행되는 방식을 보자니, 그냥 쭈우욱~ 나가주실 듯 합니다. 어딘지 아쉽네요. 제가 원하는 장면은 드라마 후반에서나 볼 수 있는 거겠죠...? (최리는 아직 왕도 안되었는데, 최리의 죽음장면을 기다리고 있는 1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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