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칼과 꽃 1회) 독특한 사극의 등장

도희(dh) 2013. 7. 4. 08:15

1. 영류왕 vs 연개소문

당이 점점 강해져서 결국은 고구려를 넘보리라는 것을 알기에 당의 침략에 대비해야 한다는 두 사람의 생각은 같았으나, 그 방식은 달랐다. 천하에는 고구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당 변방의 소수민족, 신라, 백제와 같은 나라들과 균형을 이루고 살아가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 당은 물론 서로 이웃 나라들과 화친하는 길이 고구려가 살 길이라는 영류왕과 달리 나라의 안위와 자존감이 우선이라고 여기는 듯한 연개소문은 당과의 전쟁을 주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과의 화친과 전쟁이라는 대립의 연장선으로 이어진 태자책봉과 새로운 대대로 선출건. 내부안정과 왕권강화를 위해 한시라도 바삐 태자책봉을 원하는 영류왕에게 심약한 태자는 결코 당을 상대할 수 없노라며 반대를 하는 연개소문과 고구려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대대로를 선출해야만 한다는 연개소문에게 고구려를 지키는 일은 임기가 남은 대대로를 바꾸는 것이 아닌 내부 안정이 우선이라는 영류왕의 팽팽한 대립.

이 팽팽한 대립 속에서 승기를 잡고자 했던 연개소문 측은 영류왕의 화친정책에 찬물을 끼얹기 위한 계략으로 당의 첩자인 척 졸본성을 다녀오는 태자와 공주의 마차를 습격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영류왕은 그 것이 전쟁의 빌미를 만들기 위한 연개소문의 계략임을 눈치채게 된다. 그러나, 막강한 권력을 쥐고있는 연개소문을 쉽게 죽일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던 영류왕은 그 사건 - 태자의 마차습격 - 으로 덫을 놓았고 연개소문은 그 덫을 교묘히 피해갔다.

결국, 그 사건은 영류왕은 '방법이 다르다고 우리가 지금 분열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그 일을 조용히 덮기로 한다. 그리고 그 조건으로 서로가 원하는 것을 하나씩 양보하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아직, 연개소문은 영류왕의 제안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으나 일단은 방법은 다르지만 고구려를 걱정하는 마음이 같기에, 그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었다.



2. 영류왕의 딸, 무영

영류왕의 딸, 무영. 사실, 공주라는 호칭으로 그녀를 부를 뿐 '무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는 않는다. 어쩐지, '무영'이란 이름은 현재 공주 신분인 그녀의 이름이 아닌, 운명이 바뀐 후 홀로 살아남게 된 그녀의 이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왕이 되어야 할 운명임에도 그 자리가 싫다 말하는 심약한 태자 - 아직은 아닌 듯 하지만 그렇게 부르기로 - 에 비해, 공주는 강인한 성품과 뛰어난 무술실력과 영민함을 지니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영류왕은 그런 공주를 알게 모르게 믿고 의지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의 비밀조직을 공주에게 알려주며 그들의 도움을 받아 수사를 하게하고, 결전의 순간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는 자리에서 공주와 대련을 하며 자신이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정치'를 알려주는 걸 보면 말이다. 그 것을 알려주며 공주에게 가르침을 주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

적통이 아니었으나 수나라를 물리친 장군으로서 지금의 자리에 있다는 영류왕은 내부안정을 핑계로 적장자를 태자로 책봉하고 왕위를 잇게하고자 하지만 그러면서도 고구려의 태자는 왕실에서도 가장 용맹하고 덕을 갖춘 이가 되어야 한다는 연개소문의 말이 전혀 틀리지 않았음을 이미 알고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렇기에 영류왕은 공주가 심약한 태자를 도와 고구려를 이끌길 바라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태자와 달리 매사에 용맹하여 왕이 되고도 남지만 적통이 아니란 이유로 왕이 될 수 없는 장을 한없이 경계하고 질타하는 것이 아닐런지.



3. 연개소문의 아들, 충

고구려의 대장군 연개소문과 노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충.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그는 어머니가 죽은 후 아버지를 찾아 평양성으로 온 듯 했다. 그리고, 몇 번이고 아버지 연개소문을 찾았으나 아무도 그를 들여 보내주지 않았기에 결국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 태어나 처음 사람을 해치는 일도 마다치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만난 아버지는 그에게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은 채 '이 집에 네 자리는 없다'라는 말로 그를 외면했다.

어미와 자신을 버린 채 단 한번도 찾아주지 않은 아버지였으나, 아비에 대한 그리움과 어미의 말 - 니 애비 좋은 사람 - 만 믿으며 아비와 만날 날을 고대하며 기회를 봐왔던 그는, 그 순간 어떤 심경이었을까? 아비를 향한 깊은 그리움은 원망과 미움으로 변하지 않았을런지. 그렇게, 아버지 연개소문과의 만남 후 연충은 그를 향한 그리움도, 미움도, 원망도, 미련도 모두 내려놓고 평양성을 떠나고자 했다.

아, 연개소문과 연충의 만남씬. 연개소문을 기다리는 연충과 그런 연충이 있는 방을 들어가는 연개소문의 모습을 부분부분 클로즈업해서 잡아준 씬. 그리고, 단 한 번도 충의 얼굴을 보지 않은 채 뒷모습만 보이는 연개소문과 그런 연개소문을 두고 나가는 충의 모습을 역시나 부분부분 클로즈업해서 잡아주는 씬. 그 장면은, 그들이 서로를 의식한다는 걸 보여주는 듯 해서 좋았다. 미세한 소리에도 의식을 한다는 듯한 의미로 보였달까? 소리를 영상으로 보여준 느낌. 그리고, 연개소문이 끝까지 충을 보지 않은 것은 (어찌되었든 그도 사람이고 부모고 아비인지라) 스스로 약해지지 않기위해 마음을 다잡는다는 생각도 들었고.



4. 충과 무영

이 드라마의 가장 중심 축이 될 충과 무영의 멜로. 그렇기에 중요한 이들의 첫 만남은 매우 강렬했다. 그런데, 그 만남이 시청자인 나에게도 너무나 강렬해서 당혹스러웠다. 존재를 모른 채 스친 첫번째, 충만이 알고있는 두번째,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되는 세번째 만남. 그 세번째 만남이 공식적인 첫 만남이 될텐데.. 솔직히 말하자면.. 공주가 왜 그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지 전혀 모르겠다. 게다가, 손끝이 닿는 순간 느끼는 설레임을 표현하는 BGM에 육성으로 웃음이 터졌다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현실... 거기에 더해서 풍차돌리기라니!!! 사실, 티져2에도 나온 장면이라 대체 왜 저런 장면이 연출되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 너무 뜬금없고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사실, 정상적이라면 그 장면에서 풍차돌리기가 아니라 끌어당겨서 살짝 안는? 그런 상황이 되어야 할텐데 말이지.

충이는 뭐, 자신만 아는 공주와의 첫만남이 인상깊은데다가 이미 그녀의 정체를 알고있기에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을지도 모르겠으나, 공주는 대체 왜? 없는 개연성을 찾아보고자 혹시 그 마차에서 스칠 때 얼굴을 본 건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어.. 낯이 익은데, 라며 계속 보다가 손끝이 닿는 순간 왠지 모를 설레임을 느꼈다거나... 등등. 충이 사라진 후 그를 찾아 헤메이다 그가 등 뒤에 있는 것을 알고 미소를 지었던 공주를 떠올려보면, 풍차돌리기 전에 이미 충에게 어느정도의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 듯 하니까. 그리고, 풍차돌리기가 결정적 한방이 된 듯. 날 이렇게 대한 건 니가 처음이야????? (...)

대충,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다. 운명적 사랑을 말하고자 하는 이 드라마는 첫 눈에 반한다, 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고구려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될 그들은 원조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금사빠라고 생각하면 더 편할 것도 같고. 내리쬐는 태양 아래서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운명이라는 칼로 시작된 그들의 관계는 사랑이라는 꽃이 흩날리는 가운데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정리하고... 음.

어쨌든, 공주는 또 다시 잠행을 나오게 되었고 처음 그와 만난 장소에서 그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의 얼굴이 그려진 전단지 - 가까이에서 보고 싸움까지 했던 입가린 충은 못알아 보면서 대체 어떻게 그 전단지 속의 사람이 충이라는 걸 알았나 모르겠는데.. 본방에는 없고 하이라이트에는 있었던 씬을 떠올려보며 나름의 개연성을 찾아내기는 했다. 그걸 왜 편집해;; - 를 통해 그가 있을법한 장소를 찾게되지만 그를 만나지 못한다. 그렇게 한참 그를 기다리는 공주. 그리고, 그런 공주를 한참이나 지켜보던 충은 그녀의 정체와 그녀가 자신에게 보인 관심을 떠올려보며, 자신의 운명을 바꿔보고자 한다.

공주를 이용해 누구도 자신을 함부러 못할 위치에 오르기로. 아마, 그는 그렇게해서 아버지 연개소문이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아들로서 인정해주길 바라는 건 아닐까.. 싶었다. 어찌되었든, 영민하고 강인하지만 순진한 구석이 있는 공주는 그렇게 충에게 이용당할 예정이다.




&..

1> 일단, 처음 이 드라마를 시청한 나의 소감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였다. 멜로 타이밍에 틀어진 그 음악 때문에 터진 웃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 또한 전혀 기억을 못하다가 어느정도 진정된 후에 한번 곱씹어보고, 또 한번 복습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전개는 꽤 되었다는 걸 알게되었다. 게다가, 처음에 볼 때는 안보였던 부분들도 보이며 두번째 보니 재미가 있다고 느끼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고. 어떤 의미로든 2회가 궁금해진다. 좀 평범한 방식으로 내용전개를 해줄 것인지, 1회처럼 독특한 방식으로 이어갈 것인지.

2> 이미, 어느정도는 각오를 하고 봤음에도 매우 당혹스러웠다. 예술하는 감독이라는 걸 알았으나 이 정도로 자신만의 세계에 흠뻑 빠져서 극을 전개할지는 몰랐기에. 하긴, 생각해보면 그분의 단막극 몇개도 꽤나 난해해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 적도 1회도 참 난감했었지.. 아마. (먼산)

3> 사실, 그런 걸 나름 재밌어라도 한다. 함축된 대사, 상황을 표현하는 씬을 곱씹으며 의미를 파악하는 것. 그런데, 그 것은 1시간짜리 단막이나 1시간 반에서 두시간짜리 영화에서나 그렇다는 것이다. 호흡이 긴 드라마에서 어찌 그러실까, 라는 생각마저 드는 중이다. 물론, 함축된 대사와 영상과 음악만으로 내용 전개는 되었고 나 또한 그 내용을 파악하기는 했다만.. 이런 방식은 참...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기엔.. 그만이라고 치부할만큼 좋은지도 모르겠다고 해야할까? (먼산)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상황과 캐릭터들의 성격 및 그들의 관계에 대한 부분은 그럭저럭 표현이 되었다. 당에 대한 정책에 대한 영류왕과 연개소문의 대립, 제대로 등장한 적은 없으나 매우 심약하다는 태자, 그런 태자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이기에 몸을 숙이고 살아가지만 운명을 바꾸고 싶은 욕망을 지닌 장(훗날, 보장왕), 영민하고 강인하지만 순수한 공주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신분의 한계에 부딪혔으나 이제 그 것을 넘고자 하는 충까지. 그리고, 2회부터는 1회에 만들어놓은 시대적 상황과 캐릭터들의 관계와 각자의 욕망으로 인해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해보는 중이다. 하고싶다, 기대.

5> 전체적으로 힘을 잔뜩 주고있는데다가 너무나 강렬하게 당혹스러운 부분들 때문에, 그 와중에 꽤나 혹은 나름 좋았던 부분들이 부각이 안된다는 것도 참 안타깝다. 두 가지 마음의 공존. 열심히 까고 싶은 마음과 그럼에도 괜찮았던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싶은 마음. 혼란스럽다, 정말. 일단, 보기는 계속 볼 것 같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처음 볼 때는 그저 웃겼는데 두번째 볼 때는 묘한 재미를 느꼈고 어떤 의미로든 다음회가 궁금해지는 드라마니까.

6> 감독이 자신의 색을 조금만 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 배우의 연기와 대본이 살아날 것 같아서. 현재는 뭐랄까, 감독의 색에 눌려 다른 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처럼 느껴진달까? 모두 함께 만들어내는 드라마가 아니라, 감독만의 드라마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이 모든게 기우이길 바라는 중이다. 1회만 감독이 욕심을 부려 잔뜩 힘줘서 예술을 한 것이라고. 아마, 1회는 화려한 볼거리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화려한 볼거리였던가, 잠시 생각 중.) 아무튼, 그랬다고 믿고싶다.

7> 연개소문과 영류왕의 대립은 팽팽했다. 그리고, 연개소문과 영류왕의 중간즈음에 서서 자신이 처한 상황으로 인해 끝없이 좌절하고 분노하고 고뇌하는 듯 하면서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듯한 장, 이란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결국, 영류왕을 배신하고 연개소문의 손을 잡아 운명을 바꾸지만 연개소문의 허수아비가 되는, 그러나 그러지 않기위해 버둥거릴 그의 캐릭터도 기대되는 중이다.

8> 나, 리뷰쓰는데 오락가락 하는 거 같다.  좋다고 하다가 싫다고 하다가. 결론, 처음 볼 때는 그저 웃겼는데 두번째 볼 때는 묘하게 재밌었다. 그리고 어떤 의미로든 다음회가 궁금해서 2회는 꼭 볼 예정!!!

9> 아, 금사빠 멜로씬 전까지는 나름 긴장감도 있고 괜찮게 봤었다. 금사빠 멜로 + BGM 때문에 웃느라 그 다음 장면들에 집중을 제대로 못했을 뿐. 금사빠 멜로씬 뺀 나머지 씬들은 괜찮은 편.. 이라 생각한다. 그 멜로 BGM 외의 BGM들도 죄다 좋고!

0> 창문을 통해 회상씬을 보여주는 연출. 아마도 그 창문으로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창문을 여는 것으로 마음을 들여다보고, 닫는 것으로 그 마음을 숨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