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천명 20회 : 최종회) 하늘의 뜻을 받들어 살아가다

도희(dh) 2013. 6. 30. 07:46

주상! 살고싶어 그랬습니다.
언제 받을지도 모를 사약이 두려워 그랬습니다.
내 배 아파 낳지않은 주상이 나와 대군을 언제 내칠지 몰라 그랬습니다.

주상.. 난 살고 싶습니다.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궐에 들어와 모든 것을 다 바친 이 궐 생활을
이리 비참하게 끝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주상, 이번 한 번 입니다.
목숨만 살려준다면 더는 욕심 안부리고
뒷방 늙은이로 쥐죽은 듯 숨도 안쉬고 살겠습니다.

주상, 살려주십시요. 주상, 살려주세요..

- 문정왕후 / 천명 20회 -

 

중종의 죽음 후 어떻게든 인종의 즉위를 막고자 했던 문정왕후의 계략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고 인종은 무사히 즉위했다. 하지만, 여전히 끓어오르는 욕망을 잠재울 수 없었던 문정왕후는 그 욕망의 실현을 위해 발버둥쳤다. 그러나, 그녀의 마지막 발악은 인종 곁을 지키는 영리한 이들로 인해 물거품이 되었고 그렇게, 그녀는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궐에 들어와 모든 것을 다 바친 궐 생활을 비참하게 끝내지 않기위해 뒷방 늙은이로 쥐죽은 듯 숨도 안쉬고 살아가야만 했다. 살려만 준다면 그러겠노라 그녀는 말했다.

문정왕후의 가식에 인종이 또 다시 마음이 약해지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었다. 어찌되었든, 그녀는 인종에게 어머니였으니까. 하지만, 세자가 아닌 왕의 모습을 한 그는 또 한번 이런 일이 생기면 내가 당신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리며 한층 단단해진 마음을 그녀에게 보였다.

극 중의 인종이 결국 문정왕후를 죽이지 못한 것은, 아마도 경원대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 문정왕후와 형님인 자신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하고 혼란스러워 하며 결국 마음의 병마저 얻게된 어린 아우를 위해서라도, 그는 또 한 번 눈을 감아줄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천봉에게 했던 경원대군을 위해 문정왕후를 죽일 수 없다던 인종의 그 말은 진심이었을테니까. 그리고 문정왕후는, 살아남기 위해서 끓어오르는 욕망을 애써 잠재운 채 한껏 웅크리며 기회를 엿보며 때를 기다리지 않을런지..


인종
이제야 깨달았다. 자네는 내가 욕심을 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더는 자넬 잡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제부터 궐 밖에서 보다 많은 이들을 보듬으며 인술을 펼치며 살거라.
그리 살아가는 것이 네 천명인 거 같구나.

최원
그럼 저는 이제 마음편히 어명이 아닌 천명을 받잡겠사옵니다.

- 천명 20회 -

 

문정왕후를 뒷방 늙은이로 만듦으로서 인종의 주변을 도사리던 위험은 일단 사라졌다. 게다가 천봉을 통한 문정왕후의 거래를 통해 인종은 자신의 뜻을 받들 이들을 곁에 둘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그 일련의 사건을 통해 인종은 더이상 최원을 욕심내어선 안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며 그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최원은 이제 어명이 아닌 천명을 받들고 살아가게 되었다. 그렇게.. 동궁전 화재사고,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랜 언젠가, 최원의 기지로 세자의 자리에 오르게 된 순간부터 운명공동체로 엮였던 그들의 운명은 이제 갈라지게 되었다. 인종은 성군의 길을 걷고자 할 것이고, 최원과 다인은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며 인술을 펼치며 살아가리라.

하늘의 뜻. 천명. 어찌보면 주요인물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거부하고 원하는 길로 가기위해 버둥거렸다. 그로인해 생기게 된 비극과 고난. 그 끝에서 다시 제자리를 찾게된 이들은 이제 주어진 길을 따라 하늘의 명에 따라 살아가겠노라 하는 듯도 싶었다. 각자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며.



난 말일세, 이제 더는 욕심 없네. 자네와 랑과 평생 이리만 살 수 있다면.
- 최원 / 천명 20회 -

 

권선징악의 해피엔딩. 최종보스였던 문정왕후는 뒷방 늙은이가 되었고 인종은 조선의 백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군주가 되었다. 최원과 다인은 부부가 되어 보다 많은 이들을 보살피는 인술의 길을 펼쳤고 홍역귀와 우영 또한 백년가약을 맺었다. 역사적 사실을 떠올리며 그들의 행복이 얼마나 오래갈까, 에 대한 안타까움과 걱정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그저 보여지는 결말, 그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어쩌면, 인종 사후에도 최원은 무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잠시 해본다. 최원이 어명이 아닌 천명을 받드는 순간부터 인종과 최원의 운명은 갈라졌기에. 어쩌면, 인종이 최원을 놓아준 것은 자신과 연결된 운명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은 아닐까.. 등등. 하지만,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문정왕후에게 최원과 다인 그리고 홍역귀의 존재가 눈엣가시인지라 확신은 들지 않는다. 음, 최고의 권력을 손에 쥔 순간 없던 아량이 생겨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더이상 이들의 미래는 생각하지 말자. 그저 최원의 욕심만큼만 그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으리라 믿어보자.


&..

1> 간간히 오글거렸으나 꽤나 좋았던 우역귀 커플. 이들의 키스씬을 보며 문득.. 원과 다인에게 키스씬이 있었던가, 라는 생각을 해봤다. 당최.. 기억이 안난다.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아, 비루한 기억력이시여!!! (먼산)

2> 몇달 후, 온 가족이 모두 최원의 집에 모여 '행복합니다' 모드로 하하호호거릴 때 그렇게 오글거릴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원과 우영 남매는 굉장히 착한 편이란 생각도 문득 들었다. 집안이 망하자 마자 재산 빼돌려서 도망간 계모를 다시 어미로 받아들여 함께 하하호호 거리는 걸 보면 말이다.

3> 소리소문없이 완쾌된 랑이의 병. 부성애 코드로 시작했던 드라마는 정치로 끝나버렸다는 느낌도 없잖아 드는 중이다. 그래도, 랑이가 건강하다는 것 하나로 만족해보자!

4> 사랑하는 형과 어머니 사이에서 어찌할 줄 몰라하다가 결국 마음의 병까지 얻게된 경원대군이 참 짠하고 안쓰러웠다. 그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걸 보고 듣고 깨달아버린 그가. 그리고 결국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을 그가.

5> 김치용의 죽음. 어쩐지 홍역귀는 굳이 김치용을 죽이려고 했던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그저, 그 순간 날아온 표창을 맞으며 몸의 중심을 잃은 채 실수로 죽였다는 느낌도 들었고. 어찌되었든, 김치용은 그동안 저지른 악행에 비해 정말 허무하게 죽었다. 그런데, 그런 허무한 죽음이라서 나름의 만족을 했다. 신분과 자리에 어울리지 않게 천박한 그에게 어울리는 죽음, 이었달까? 하지만, 소년자객의 허탈한 죽음은 조금 짜증이 났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같아서;

6> '이게 정말 막회야?' 스러웠던 마지막회였다. 마치, 다음 회가 있을 것만 같은 긴박감으로 진행되었달까? (중반에도 이랬음 오죽 좋아ㅠ) 그러면서 결말로 가는 과정도 자연스러워서 그 결말에 만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분명,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지만 나름의 만족을 하며 본 드라마로 기억하게 될 듯 싶다. 결말이 만족스러우면 그 드라마 자체가 좋은 인상으로 남게되니까. 그리고, 마지막까지 좋았던 액션씬과 화면 그리고 색감에 만족하며.

7> 솔직히 말해서 종영 자체에 대한 아쉬움은 별로 없다. 그런데, 조금 아쉬운 부분을 꼽자면 랑이와 경원대군 그리고 홍역귀를 못본다는 건 왠지 아쉽고 그렇다. 중반까지 내내 삽질하며 어화둥둥 뒷북이로소이다 홍역귀는 아쉬웠으나 그 것을 덮어둘 만큼의 매력이 있었고(그게 뭐라 딱 꼬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랑이와 경원대군은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아, 그리고 다인이 캐릭터도 참 좋았다. 지금껏 본 사극의 여주 캐릭터들 중에서 이렇게 영리하고 행동력있으면서 주인공에게 민폐가 아니라 힘이 되어주는 여주 캐릭터는 처음인 듯 싶기도 했고. 있는데 내가 기억을 못하는 걸까? 아무튼, 다인이 같은 캐릭터를 다른 사극에서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그러고보면, '천명'의 여캐릭터들은 죄다 행동력이 있기는 했다.

8> 천명은 매 장면 장면의 그림이 좋았던 드라마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깊은 씬을 딱 하나 꼽자면, 홍역귀가 최원을 쫓던 나루터에서 만난 도문과의 대결씬. 그 씬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이 드라마를 마지막까지 완주하게 된 결정적 계기이기도 할 것이다. 아마. 그 씬은 정말 너무 멋있었다 그래서 홍역귀와 도문의 액션씬을 매회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다. . 아, '천명'의 액션씬들은 대체적으로 다 좋았다. 액션을 잘 모르지만, "좋다!"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달까?

9> 아! 경음악들도 참 좋았다!! 너무!!! 그런데, 경음악은 풀어주지 않으시려나, 정말? ㅠㅠ

0> 우와. 마지막회까지 리뷰 다 썼다. 그게 비록 허접할지라도. 토닥토닥. 나 수고했다ㅋㅋㅋ


*> 후속작 <칼과 꽃> 이어서 볼 예정. 아마 <칼과 꽃>이 나에게는 2013년 마지막 사극이 되지 않을까, 싶다. 부디, 재밌길 바라며... 예고는 만족하는 편이다. 7월 3일 첫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