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천명 1회) 딸을 살리려는 아비, 아들을 죽이려는 어미

도희(dh) 2013. 4. 25. 21:43

딸을 살리려는 아비

어릴 적, 할아버지 최창손의 억울한 죽음을 통해 '윗분'과 얽히면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게 된다, 라는 깊은 교훈을 얻게된 내의원 의관 최원은, 어의 자리를 꿰차고도 남을 자질을 갖췄지만 천재적인 잔머리로 본실력을 감추고, 내의원 최고 똘아이, 날라리 의관 취급을 받으며 '가늘고 길게'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사실, 그는 내의원 의관이 되고싶은 마음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딸 랑이가 걸린 병 노채(라고 알려졌지만, 후에 '심비혈허'로 밝혀진다고 한다)를 고칠 방도를 얻기위해 내의원 의관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딸의 병만 고치면 내의원 의관직을 바로 관두리라, 그렇게 다짐하며.

하지만, 최원의 본 실력을 알고있는 몇 안되는 이들 중 한명인 세자 호에게는 최원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를 자신의 곁에 두기위해 랑이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치유법이 적혀있다는 의서 <금궤부영방>으로 회유하고 있었고, 동궁과 얽혀 골치아픈 일에 휘말리기 보다는 존재감없이 조용히 가늘고 길게 살아남아 딸 랑이의 병을 고치고 싶었던 최원은 그런 세자의 청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있었다. 그 거절 속에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했던 힘없는 왕세자에 대한 원망어린 감정이 여전히 맺혀있는 듯도 싶었다. 그래서, 스스로의 힘으로 금서고에 침입해 <금궤부영방>을 빼돌리기까지 했다. 어찌되었든, 랑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의서였으니까.

그리고, 최원은 금서고의 위치와 동궁전 입진을 두고 한 민도생과의 거래로 인해 동궁전을 찾게된 그 날, 동궁전 방화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그렇게, 동궁전과 얽히면 골치아파진다는 최원의 예감은 딱 들어맞았다.


아들을 죽이려는 어미

중종의 계비이자 세자 호의 계모인 문정왕후. 그녀는 자신이 낳지 않은 세자 호의 따뜻한 어미 노릇을 하기엔 너무나 큰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낳은 경원대군을 왕으로 만들어 들끓는 야망 아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서 세자 호를 독살하고자 했다. 오랜 시간, 세자의 목숨을 위협했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아 그녀와 팽팽한 대립을 하는 세자는 이제 그녀의 아들이기 전에 그녀를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위독한 중종이 세자에게 양위할 뜻을 밝히고 온화하고 가련한 중전이라는 가면을 쓴 그녀는 왕의 뜻을 지지하는 척,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다급해졌다. 세자를 없앨 수 있는 기회는 단 한번.. 그렇게 은밀하게, 그녀는 은밀히 자신과 잇속이 맞는 자들을 모아 만든 세력을 통해 최후의 승부수를 던지고자 했다.

그 것은, 궁녀와의 금지된 사랑을 약점으로 잡힌 민도생을 통해 '독이 든 탕약'으로 세자를 독살하는 것. 하지만, 그 전에 불같은 성미를 이기지못한 문정왕후의 아우 윤원형에 의해 동궁전 방화사건이 일어났다. 이 방화사건이 윤원형의 독단적 행동인지, 문정왕후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문정왕후와 그 세력들에게는 이제 세자를 죽일 수 있는 두 번의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일단은 실패하겠지. 어찌되었든 세자는 결국 왕은 되니까. 일단은.

 

그리고-.

1> 기대만큼 괜찮았던 부분들도 있고, 우려했던 것보다 아쉬운 부분들도 있고. 일단, 그럭저럭 괜찮게 봤다. 기대만큼 괜찮았던 부분들 중 하나는 연출. 케사 주중사극은 기본이상은 한다는 걸 새삼스레 확인한 정도? 그리고, 우려했던 것보다 아쉬운 부분들이 몇개 있는데 그 중에서 하나를 꼽자면.. 선거자막. 아... 뭔가요;;

2> 랑이와 문정왕후 나오는 장면들은 일단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생긴다. 특히, 랑이. 너무 귀엽고 짠하고ㅠ 박지영씨가 연기하는 문정왕후는 왠지 매력이 있었다. 박지영씨 사극연기 오랜만이라 반갑기도 했고! (장녹수 때 진짜 좋아했었음!)

3> 예상은 했으나 2회즈음에 누명쓰고 3회즈음에 도망자 노릇이 시작되는 듯 싶었다. 2회까지는 이야기가 한 곳에서 집중되어 있다지만, 3회부터 궐을 중심으로 한 암투극과 궐 밖을 중심으로 한 도망여정이 어떻게 한데 어우러질지 궁금해진다. 이 두가지가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이 드라마가 한층 재밌어질테니까.

4> 얼마 전에 <귀서>를 봐서 그런가, 자꾸 생각났다. 귀신이 된 인종이. 이 드라마의 결말은 무엇일까. 세자가 무사히 즉위하는 것? 그 후, 반전으로 죽는 것? 그게 무엇이든, 그 것이 역사이니 극적으로 그려주면 될 듯 싶고... 앞으로 오랫동안 떨어져서 지낼 원과 랑이가 함께 오래도록 행복해질 수 있는 결말이었으면 싶다. 아, 이제 1회한 드라마보며 결말에 대한 생각이라니!;;

5> 우려했던 것보다 괜찮은 것도 하나 생각났다. 문정왕후의 가체. 꼬불꼬불 너무 징그러웠는데, 화면이 약간 어두워서 그런가.. 그 꼬불꼬불이 잘 보이지 않아서 우려했던 것보다 무난히 넘어갔다. 나 개인적으로는. 그 희안한 가체는, 설정일까? 등등. 떨잠도 별로 안이쁘긴 한데.. 가체가 꼬불꼬불 화려해서 떨잠은 어딘가 단조롭고 무난하게, 그 이상의 최대한 장식을 안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6> 최원의 여동생인 최우영.. 앞머리... 왜죠? '퓨전'으로 모든 걸 용서받고자 하는 요즘 사극에서 캐릭터와 어울리기만 한다면야 그다지 엄격한 잣대를 세우지는 않고 보려는 편이지만, 최원의 여동생인 우영은 캐릭터와 그리 어울린다는 느낌이 없어서 당혹스러웠다. 허영이 심해 온갖 치장에 관심이 많은 캐릭터라.. 시대를 앞서갔다고 생각하며 대충 넘겨야지. (...;)

7> 어찌되었든, 당분간 수목에도 볼 드라마가 생겨서 다행이다. 그럭저럭 괜찮네, 에서 재밌네, 즈음으로 넘어간다면 아마도 쭉 보게될 듯. 일단, 보고자 생각했던 드라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