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나인 14회) 잊고있었던 타인의 의지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다

도희(dh) 2013. 4. 24. 15:30

나? 나라면 끝까지 해보겠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서. 운명이라는게 번번히 나의 의지를 조롱하고 희망을 비웃지만 아직 완전히 졌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나라면 향을 쓰겠어.

목숨을 걸었던 30분의 시간여행의 결과는 변함없는 그대로였다. 주민영은 여전히 박정우의 딸이자 박선우의 조카 박민영이었다. 잊고있었던 최진철의 의지는 선우가 미처 예상할 틈도 없이  너무나 많이 그리고 깊숙히 자리잡고 있었다. 범죄은닉에 대한 집요함은 경찰까지 매수했고 힘들게 용기를 집어먹고 자수를 한 정우에게 더 깊은 공포를 심어줬다. 이제, 20년의 세월을 고통 속에서 살아온 정우가 속죄할 기회와 뒤틀린 시간 속에서 선우가 잃어버린 온전한 주민영을 되찾을 기회도 사라져버렸다.

한편, 선우와 민영이 뒤틀린 시간으로 인해 어긋난 사랑으로 인한 슬픔에 젖어 잊고있었던 '박민영'의 약혼자 강서준은 끊임없이 민영을 찾아 헤메이고 있었다. 그리고, 약혼녀를 찾아야만 한다는 서준의 의지는 핸드폰 위치추적까지 하게 만들었고, 민영이 선우의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약기운에 취한 민영의 말에...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겨우 잠재운 의심이 꿈틀거렸다. 의심이 사실임을 확신한 순간, 선우를 찾은 서준은 그 분노를 감추지 않았고.. 그렇게 지금은 '패륜'이 되어버린 선우와 민영의 관계가 세상에 폭로되었다.

그로인해 선우는 사직서를 제출했고, 그런 그를 만류하던 국장은 '사건의 진상'을 알게된 후 자신의 인생에서 일부분을 찾했던 그를 퇴출했다. 10년이란 시간동안 키워왔던 그가 가장 중요한 순간 추락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속상함을 감추지 못한 채. 그렇게, 선우에게도 오랜 꿈이었을 순간은, 너무나 짧게 찾아왔고 갑작스레 사라졌다.


 

조카로 변신하기 전에. 내 애인 주민영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갑자기 모든 게 바뀐 순간부터 지금까지 가장 후회했던게 뭔지 알아? 5년간 너에게 받은 무한한 애정에 단 한 번도 적절한 답을 못했던 거. 심지어 너 혼자 쓴 혼인서약까지. 그래서 너무 미안하다. 사랑해. 영원히.

결국, 민영은 파혼을 당했다. 그리고, 영훈을 통해 '향'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던 이 모든  사실은 선우가 남긴 하나의 '기억'을 통해 믿게되었다. 20년 전의 만남. 그리고, 향의 부작용과 위험성을 경고하며 그더이상 향을 쓰면 안되기에 그녀에게 마음을 잡아달라는 영훈의 부탁대로, 민영은 앞으로의 관계에 대한 선택권을 줬던 선우에게 평범한 삼촌과 조카의 관계로 되돌아가자는 답을 준다.

부모님을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선우를 위해서,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12시의 마법을 걸었다. 12시가 되면 그의 애인 주민영의 마법에서 깨어나 그의 조카 박민영으로 돌아왔다. 12시가 되어 그의 애인 주민영의 정체를 감추고 그의 조카 박민영으로 변신을 했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듣기싫은 말, 을 살아가며 평생 해야만 했고.. 선우는 그런 민영의 선택을 울음을 삼킨 웃음으로 받아들였고 존중했다. 12시의 마법이 시작되기 전, 애인 주민영에게 마지막 고백을 하며. 그리고, 민영은 그의 마지막 고백은 영원히 가슴 한켠에 흔적으로 남을 '존재하지 않는 기억' 속에 묻어두고 현재의 시간 속에서 '삭제' 했다.

그렇게, 선우는 오랜 꿈과 영원을 꿈꿨던 사랑을 잃었다. 향을 통한 시간여행 속에서 자신이 남긴 흔적으로 인해 의지를 가진 이들로 인해서. 의지를 가진 그들의 행동이 변수가 되어서.

 

그리고

1> 서준이 살짝 짜증이 나려고는 했지만, 서준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만해서 어떤 감정으로 그의 행동을 봐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든, 주민영의 삶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기억일 뿐이니까. 그래도, 선우 생각하면...(ㅠ)

2> 여전히 멜로에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지만, 안타깝게 바라봤다.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 그리고, 2번이 민영이 할 수 있는 최선이 선택이었을테니까. 선우가 '주민영'을 되돌리기 위해 향을 쓰게할 여지를 남기지 않기위한. 그리고, 부모님을 위한. 하지만, 향은 쓰겠지;

3> 아.. 20년 전 최진철의 비열한 모습, 보고만 있어도 역겹다.

4> 예고를 보니 죄책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정우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듯 싶었다. 나약하고 심약한 그가 견뎌내기엔, 너무나 무거웠을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죄책감만으로, 거기에 선우가 모든 것을 알고있다는 사실을 더한 것만으로도 고통의 무게에 짓눌렸던 그가... 마지막 속죄의 기회마저도 자신의 '나약한 의지'로 놓쳤다는 것이, 그리고 그로인해 동생 선우가 결국 사랑하는 여자를 놓아야만 한다는 것이, 그를 더이상 견디기 힘들게 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드는 중이고.

5> 결국, 정우와 선우 형제에게는 가장 처음의 인생이 최선이었던 것 같다. 죄책감을 끌어안고 평생을 떠돌다가 히말라야에서 죽은 정우의 삶이, 젊은 나이에 뇌종양에 걸려 죽게되었지만 그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는 여자가 그 곁에서 함께할 선우의 삶이. 사랑하는 남자의 죽음을 지켜보고 그를 가슴에 뭍고 살아야할 주민영과 두가지 기억을 갖고 사랑하는 남자와 '가족'으로 얽매여 평생 가까이 다가가지도 더 멀어지지도 못한 채 살아가야만 하는 박민영의 삶 중, 뭐가 더 낫다 말하긴 어렵지만.. 말이다. 그리고, 선우로서는 또 하나, 자신을 아껴준, 자신이 존경한 국장에게 아픈손가락으로 남은 전자의 삶이, 배신감으로 남은 후자의 삶보다 나은건 아닐까.. 란 생각도 들었고.

6> 향은, 이 말을 하고싶은 걸까? 원하는 현재가 있다면, '만약'과 '후회'라는 패배자의 넋두리는 집어치우고 지금 이 순간 그 원하는 현재를 만들기위해 노력하라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들어, 끊임없이 '만약'이란 '후회'에 잠겨 살아가는 내게 조금은 뜨끔하게 만들어주는 생각이기도 했다. 휴우. 후회는 패배자의 넋두리일 뿐...! ('헤드윅 OST - wig in a box'에 나오는 가사 중 한소절입니다;)

7> 점점 진이 빠지고 기도 빨리고.. 사실, 이쯤에서 그만볼까, 라는 생각도 드는 중이랍니다. 헉헉. 그래도 이제, 6회차 - 3주분량 남았으니 나머지도 그냥 봐야지, 라는 마음이 더 크다. 결말이 궁금해서. 그런데, 사실 해피엔딩이 아닌 새드엔딩을 원하는 중이기도 하다. 결국, 마지막 남은 향 혹은 각자 움직이는 의지는 뒤틀린 시간을 바로잡아 '존재하지 않는' 처음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서, 그들이 원래 살아야했던 삶의 결말을 맺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안된다면, 시간은 뒤틀렸으나 그 결과는 똑같아지는, 그런 것도 괜찮을 듯 싶고. 해피엔딩은.. 어쩐지.. 시간여행을 통해 갖게된 선우의 모든 기억과 남겨진 유물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어려울 것 같아서. 설령, 꿈과 사랑을 되찾더라도 두개 혹은 그 이상의 기억으로 끝없는 두통을 짊어지고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 자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