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천명 2회) 조심스럽지 못하게 건낸 손길이 칼이 되어 목을 겨누다

도희(dh) 2013. 4. 26. 02:09

대군이 살고 이 어미가 살기 위해서였습니다.
행여 세자에게 불상사가 생긴다 하더라도 그게 그 불길 속에서는 아니되었으니까요.

병든 종종이 세자 호에게 양위의 뜻을 보이자 불안해진 문정왕후의 아우 윤원형에 의한 동궁전 화재사건. 누구보다 세자가 죽어주길 바래왔던 문정왕후는 그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세자 호를 구해낸다. 어미의 마음, 어미의 진심을 들먹이며. 문정왕후에게 세자 호는 아들이기 전에 정적이었고 그렇기에 죽어줘야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범인이 누군지 빤히 보이는 그 불길 속에서는 아니되었고, 그래서 목숨을 건 도박을 했다.

윤원형의 생각없는 행동으로 인해 지금껏 쌓아온 공든탑이 무너질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문정왕후의 예상치 못한 행동은, 늘 그녀를 견제하던 세자 호의 마음을 헤집어 놓았다. 믿을 수 없는 만큼 또한 믿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그의 마음에 존재하는 정적이기 전에 계모인 그녀에 대한 효심 때문일까? 말 그대로 아비에 대한 걱정 때문일까.. 문정왕후가 정적인 세자를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아버린 것처럼, 세자 또한 문정왕후의 아우인 윤원형을 처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놓아버렸다. 동궁전 화재사건을 불문에 붙이는 것으로.

그렇게, 문정왕후의 목숨을 건 도박은 그녀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었다. 효심깊은 세자의 마음을 헤집어 동궁전 화재사건을 불문으로 붙이게 만든 것은 물론, 공식적으로 계모인 그녀가 의붓아들인 세자를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고자 했다는 사실을 통해 그녀가 세자에게 악의를 가지고 있다는 세간의 이목을 불식시켰으니 말이다. 비공식적으로 세자의 마음도 조금은 흔들어버렸고.

왜 그리했냐는 아들 경원대군의 질문에 상황으로 답하는 그녀. 내가 살기위해 너를 죽여야한다, 라는 변명. 내 탐욕을 채우기위해 너는 죽어줘야 한다는 진심. 그녀의 들끓는 욕망은 의붓아들인 세자 호 뿐만 아니라 친아들인 경원대군 마저 숨막히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안정이라. 취해야지. 난 아직 그 어떠한 칼도 휘두를 수 없으니. 내 의관의 손목을 자르고, 동궁전에 불을 지르고, 내 밥상에 장난질을 해도, 날 물어뜯기 위해 그 어떤 짓을 해도, 난 그저 인내하고 버티는 것 외엔 할 수 있는게 없다. 그게 지금 이 나라 국본이란 자의 처지다.

어쩌면, 동궁전 화재사건에 대한 세자의 선택은 그녀만큼이나 정치적이고 상황판단이 빠르기에 그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계모인 문정왕후가 세간의 이목을 끌어들여 절절한 모성애를 보인만큼 그녀의 의붓아들인 그 또한 그 모성애에 대한 대답으로 깊은 효심을 보여야만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자신을 향해 휘두르는 칼날을 빤히 보면서도, 아직은 때가 아니기에 가슴 속에 품고있는 그 어떤 칼도 휘두르지 못한 채 꼭 끌어안고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세자 호. 그들에게 무엇하나 꼬투리를 잡힐 수 없기에 걸은 한 걸음, 말 한 마디 마디가 조심스러운 그는, 그들을 척결하기 전까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이 나라 국본으로 살아남아 무사히 군왕이 되어야 했기에 최원의 조부 최창손을 허망히 떠나보냈던 세자는, 자신이 보위에 무사히 오르려면 최원 자네가 필요하다고, 이 전쟁터 같은 궐 내에서 단 한사람이라도 마음 둘 내 사람이 필요하다고, 자네 조부는 그리 허망히 보냈으나 자네만은 그리 허망히, 맥없이 당하지 않겠노라고, 자네가 날 지켜주듯 나 또한 자네를 지켜줄 것이라며.. 그에게 벗의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그 손길은 조심스럽지 못했다...


몰랐네. 내가 아는 걸 자네도 모르는 것처럼. 왜 그랬는가. 처음부터 내 자리에 자네가 있었다면. 자네가 기를쓰고 세자저하를 피하지만 않았어도. 자네가 원망스러우이.

세자를 없애려는 소윤파에게 약점(궁녀와의 금지된 사랑)을 잡힌 백도생은, 그들의 뜻에 따라 세자가 먹는 음식등등을 통해 못할 짓(!)을 해왔다. 어쩔 수 없다, 라는 자기합리화로. 하지만, 중종이 양위의 뜻을 밝힌 후 다급해진 소윤파는 백도생에게 짐새의 술(짐새를 술로 담그면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독이 되고 은수저로도 독이 검출되지 않는다고 함)로 세자를 독살할 것을 명하게 된다.

약점을 잡혀 세자에게 못할 짓을 해왔지만, 세자를 죽일 수는 없다. 음식을 통해 세자의 몸을 허약하게 만드는 것과 죽이는 것은 다르니까. 그래서, 최원을 동궁전에 떠밀어 넣으며 나는 알지만 그가 모르는 것, 을 그 또한 알아채주길 바랬던 것 같다. 이런 상황에 몰린 것에 대해 최원을 원망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민도생은 결국 이 모든 상황은 자신에 의한 것을 인정하고, 그들의 뜻을 따르되 그들의 뜻을 반하는 선택을 하게된 듯 싶었다. 그의 죽음과 의문의 사자전언이, 그리 말하는 듯 했다.

아마도, 세자 호가 마신 짐독이 든 탕약은 진짜일 것 같다. 그리고, 약효가 좋아지는 것이기에 다 먹어야 한다고 했던, 다른 날보다 더 달았던 생강편에 해독제가 있지 않을런지.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과 야반도주를 함으로서 그들에게서 벗어나고자 했던 민도생은, 마지막으로 최원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자 하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된 듯 싶었다. 

그런데,  하필 그 때, 짐새의 박재를 꺼내놓고 그들을 맞이했던 세자는 그들의 음모를 눈치챘을까?
생강편이 다른 날보다 달다고 말하던 그는, 알고 있었을까?

 

어찌 일개 의관따위가 감히 이 나라 국본에게 동무의 마음을 먹겠습니까. 그리하였다간 손목이 잘리는 걸로 끝나겠습니까. 저하를 위해 무참히 희생양이 되신 건 제 조부 한 분으로 족합니다. 전, 저하의 곁에 추호도 있고싶지 않습니다.

그저 조용히, 없는 듯, 그리 살아가고 싶다. 최원은 그 누구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길 바라며 한껏 움츠린 채 지내왔지만, 세자는 그를 알아봤고 손을 내밀었다. 처음 손을 내밀었을 때, 두번, 세번, 그렇게 자꾸만 손을 내밀 때, 그는 차갑게 그 손을 외면했다. 그러나, 그 손을 내미는 횟수가 늘어가며 최원은 어쩐지 조금은 흔들리는 듯한 제 마음을 다잡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세자가 아무리 진심을 다해 손을 내밀어도, 그는 그 손을 외면했다. 괜한 일에 휘말리기 싫었다. 그래서, 세자를 지키다 손을 잘리고 허망한 죽음을 맞이한 조부 최창손과 같은 희생은 하고싶지 않았다. 그저, 사랑하는 딸 랑이와 오래도록 조용히 행복하게 살고싶었다. 하지만, 악의없이 살기위해서 도움을 청하며 내민 그들의 손길은, 결국 숨죽여 살던 최원의 존재를 드러나게 만들었다.

금서고에서 몰래 빼돌린 의서 <금궤부영방>에 나온대로 한 단 한번의 시침으로 딸 랑이가 차도를 보인다. 이대로 랑이의 병만 낫는다면.. 그의 인생에 더이상의 고민과 걱정과 불행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민도생이 불러서 나간 자리에서 그를 기다리며 밤을 샌 다음 날, 민도생은 최원 자신의 칼침에 의해 살해당한 채 금서고에서 발견되었다. 龜(거북 구 -귀-). 의문의 사자전언만 남긴 채. 그리고, 그는 민도생을 할해한 죄목으로 추포당한다.

아마도, 의도된 것이겠지. 민도생이 세자를 독살하지 않았음을 알게된 그들은, 이미 경고한대로 그를 죽였다. 민도생의 심부름으로 최원을 부른 자(민도생은 그를 믿었던 걸까?), 잘못된 장소를 알려주며 함정을 판 이, 최원의 칼침을 빼돌릴 수 있었떤 존재, 그리고 민도생의 사자전언을 보면, 아마도 민도생을 죽인 것은 그 곱추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들이 최원을 선택한 것은 ... 세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그들 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누군가가 최원의 본실력을 이미 알고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세자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는 그들일테니, 세자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것도 이미 알고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민도생이 죽은 후, 세자의 주치의는 최원이 될 것이 자명한 일이고, 피말리는 전쟁터 근처에 가지 않았으면 몰라도 세자가 내민 손을 잡게된다면 최창손의 손자인 최원은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들의 회유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민도생이 금지된 사랑이라는 약점을 잡혀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처럼, 최원또한 '랑'이라는 약점은 있다. 하지만, 랑이의 치료가 급하지만 세자와 얽히기 싫어서 그가 내어준다는 '금궤부영방'을 거절하고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그 책을 손에 넣고 랑이에게 시술한 것처럼, 최원은 원하는 목표가 있으면 그 과정또한 자신의 뜻대로 하는 이인 듯 했으니까. 그래서, 민도생은 최원에게 그런 원망을 했던 것이겠지. 그런데, 그들이 이렇게 깊이있게 생각하진 않았을듯 하니 패스.

두번째는, 최근 세자와 민도생의 행보에 최원이 끼어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그에게 손을 내미는 세자와 그를 동궁전으로 등떠미는 민도생으로 인해 돌파리 의관으로 정체를 숨긴 채 숨죽여 살아가던 최원은 그들의 눈에 띄었고 그렇게 희생양이 되어버린 듯 했다. 세번째는, 매우 단순하게 민도생이 떠나기 전 아무도 모르게 최원을 불러낸 이유로 그에게 누명을 씌워버린 것일 수도 있고. 그리고, 쭈욱 나열하고 보니.. 세번째를 이유로 누명을 씌웠고 그를 '죽여야만' 하는 이유에 두번째 이유, 그리고 결국 첫번째 이유로 이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역귀 이정환이 공식적으로 최원을 쫓는 것과 별개로 비공식적인 추격자가 있다고 들었던 걸 기억해보면.

그 이유가 무엇이든, 내 눈에는 이렇게 보였다. 최원을 제 곁에 두기위한 세자의 행보가 결국 최원의 존재를 들키게했고 그렇게 누명을 씌우다고. 그렇게, 윗전과 얽히면 쓸데없는 일에 휘말리게 된다는 최원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자네 조부를 허망히 떠나보냈지만, 자네만은 그리 허망히, 맥없이 당하게 하지 않겠노라고.. 자네가 날 지켜주듯이 나 또한 자네를 지켜주게노라... 맹세했던 세자는 과연, 최원을 지켜줄 수 있을까? 누명을 벗겨줄까? 목숨이라도 부지할 수 있게 해줄까? 그 전에, 끝없는 의심과 의심 속에서 살아가는 세자는, 최원의 무죄를 믿어주기는 할까?


그리고,

1> 천명 1~2회는 앞으로의 전개를 위한 밑밥을 까는 중인 듯 했다. 그래서 조금은 끊어지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봤다. 2회 후반에 살인누명을 쓰게된 최원. 3~4회에서 도망자 신세가 되는 과정을 그릴 듯 싶었다. 그 후에 어떤 전개를 그려낼지 궁금해진다. 전에도 말했듯이, 최원이 도망여정 및 그 와중에 랑이의 병을 고치고자 고군분투하는 것 그리고 궁중암투극이 어떻게 조화롭게 그려지는냐가 정말 중요할 듯 싶고.

2> 러브라인의 징조도 어느정도 보여졌다. 원과 다인, 정환과 우영. 정환과 우영은 어떻게든 엮일 듯 한데 어떻게 엮일지 감이 오는 듯 전혀 감이 안오는 중이다. 그리고, '진짜' 를 외치는 다인은 자신이 그토록 무시했던 원이 천재적인 실력자라는 것을 알게되고 더 욱해버렸다. 제 실력을 감추고 병자를 외면하는 의원은 살인자와 같다고 했던가? 아무튼, 그렇게 약간의 갈등과 오해가 생겼을 즈음.. 최원은 살인도구로 사용된 자신의 칼침으로 인해 누명을 쓰게되었다. 그리고, 최원의 죄를 확정짓게되는 것이 다인이 떨어뜨린 반쪽짜리 옥패가 아닐런지. 그 옥패의 주인이 최원이고 그 남은 반쪽도 최원이 가지고 있으니까. 그로인해 다인은 최원이 바로 자신이 꿈에도 그리던 그분이란 걸 알게될 것이고...(두둥?)

3> 홍역귀 이정환, 왠지 매력있다. 최원을 추격하는 자이니 나쁘겠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자신이 정한 원칙과 정의(?)를 위해 범죄자들을 쫓고 잡아들이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었다. 범인은 단죄하고 죄없는 이들은 다치지 않게 해준다는 그의 모습에서 말이다. 그래서, 그가 자신이 쫓는 최원이 누명을 썼다는 것을 알게되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궁금해지는 중이다. 대충의 느낌은 약간의 융통성이 있을 것만 같은.. 자베르?

4> 아쉬운 부분이 전혀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럭저럭 만족하며 봤다. 묵직한 분위기 속에서 보여지는 밝음이랄까, 그런 부분들이 앞으로의 극에서도 쭉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원과 랑이의 행복한 나날은 이제 없을 듯 해서, 마음 한켠이 찡하기는 하다. 원과 랑의 꽁냥씬은 앞으로 못보는건가? 넘 따뜻하고 이뻐서 좋았는데ㅠ (사실, 랑이 나오는 씬은 다 좋음ㅋ) 무튼.. 세상에서 서로가 가장 소중한 부녀의 이별이라니ㅠ 게다가, 랑이의 병은 또 어쩌고..ㅠㅠ 랑이를 살리기위해서 결코 잡혀서도 죽을 수도 없는 원의 절박한 도망여정이 어떻게 그려질지.. 도 궁금하다. 그 절박함이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와닿을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