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희뿌연 안개숲
최악을 파하기 위한 차악의 선택. 현종의 죽음과 숙종의 의지 그리고 장현의 덫에 걸린 민유중은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얻게되었다. 그리고, 민유중이란 여우를 쫓기위한 카드로 꺼내든 김만기와 허적이란 승냥이는, 쫓아낸 여우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차악도 역시 '악'인지라 그들에게는 일신의 안녕과 권력을 얼마만큼 유지하느냐가 중요할 뿐, 조선의 안녕과 왕실의 권위 따위는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집권당만 바뀌었을 뿐, 모든 것은 제자리 걸음이었다. 더 높은 곳을 향한, 더 오래도록 권력을 쥐고자 하는 복선군과 허적의 욕망으로 인해 피습을 당한 숙종은, 누가 적인지 알면서도 칠 수가 없었다. 숙종 저는 그러지 않으리라 오른 보위인데 점점 죽은 아비 현종 때의 상황이 재현되어 자괴감마저 든다 하더라. 그러나, 자괴감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 없었던 그는,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승냥이떼가 원하는 고기를 두고 거래를 하고 있었다. 그 거래에서 잠시 얻게될 커다란 고깃덩이에 정신이 팔려, 자신들이 하찮게 여기는 왕이 얻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한편, 남인의 뒷배를 봐주며 욕망을 채우고 복수를 완성할 날을 기다리던 장현은, 천한 장사치라 자신을 무시하는 남인의 거두 허적의 등장이 달갑지가 않았다. 그 달갑지 않은 자의 등장은, 오랜 시간을 공을 들여온 일을 너무나 성급하게 밀어붙히게 되었고 그런 그들의 행보가 불안했으나, 민유중을 내치고 남인이 집권당이 되었다는 승리에 도취된 그들은 장현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복선군의 귀를 자신 쪽으로 열어야만 했던 장현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옥정이었다. 한줌의 희망도 없는 상황에서 주어진 운명에 따르려던 옥정은 조자석의 처에 의해 관노로 끌려갈 위기에 놓인 어머니를 위해 또다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떨어져 지내야만 했던 어머니, 이제 하루를 살아도 어머니와 함께이고 싶었던 옥정은 무리를 해서라도 청으로 도망가려고 했지만... 옥정을 통해 복수를 성공하고 욕망을 채우고자 하는 장현에 의해 저지되었다.
희미하게 비춰오는 빛줄기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꿈을 꼭 이룰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살아가는 옥정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 비장의 무기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희뿌연 안개숲 속에서도 꿈을 이룰 수 있으리란 희망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선택했다. 그렇게, 장현에 의해 청으로 갈 길이 막혀버린 옥정은 두가지 이유를 들어 전날 조자석이 내민 손을 잡고 그와의 거래를 통해 궁녀의 삶을 선택하게 되었다. 하나의 이유는 알지만 나머지 하나의 이유는 모르는 조자석은, 그 남은 하나가 그녀의 야심이길 바란다고 했다. 현재의 옥정이 홀로 가슴에 품은 나머지 하나의 이유는 침방나인이 되어 왕실 최고의 옷을 만들어 힘을 키우겠다는 꿈과 같은 순수한 열망이겠지만, 그 순수한 열망이 변질되는 순간 서서히 욕망에 눈을 뜨게되며 장현의 예언대로 천하를 얻고자 몸부림치게 되겠지. 그렇기에, 그녀 가슴에 품은 나머지 하나의 이유는 결국, 조자석의 바람대로 '야심'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편, 복선군을 통해 욕망을 채우려던 장현은 조자석에 의해 옥정이 궁녀가 되기로 했다는 것을 알게되어 분노하지만, 언젠가 동평군의 연회에서 옥정과 함께 있었던 사내가 바로 이 나라 조선의 왕이라는 것을 알게된 순간, 아득히 멀어져만 가던 복수와 욕망이 다시금 그의 손아귀에 덥썩 잡혔다. 머리에 든 먹물을 내세워 양반입네 거들먹거리며 천한 장사치라 무시받던 장현은, 국중거부라 불리울만큼 엄청난 부를 축적했고, 그 부는 그저 그의 손에 들어오진 않았을 것이다. 그네들이 무시했던 그는 무엇이 더 값어치가 있는지, 무엇이 더 이윤을 남기는지를 셈하고 저울질하여 실속을 챙기는 장사치였고, 옥정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욕망에 무엇이 더 이득인가 저울질하던 장현은 왕의 손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 잘난 양반네들이 무시하는 자신의 핏줄로 왕위를 잇게하고자 했던 그에게, 복선군의 핏줄보다 현 왕의 핏줄이 더 실속있게 다가왔을테니까.
그렇게, 희뿌연 안개숲 넘어로 희미하게 비춰오는 빛줄기를 따라 궁녀로 입궐한 옥정으로 인해 장현은 새로운 빛을 발견했고, 복선군과 허적에 의해 또 한번 목숨이 위험해진 숙종은 새로운 빛을 향해 손을 뻗은 장현에 의해 기회를 얻게 되었다. 신하들에게 끌려다니는 현 정국을 뒤집을 패를 얻게된 것이 아닐까, 싶었달까?
그리고-,
1> 조용히 숨을 고르며 때를 기다리는 민유중과 그의 딸(훗날, 인현왕후)이 보인 행보도 좋았다. 특히, 민유중의 딸이 그저 현숙하고 온화한 여인이 아닌 가슴에 칼을 품고 겉으론 온화하게 미소를 지을 줄 아는, 정치적인 여인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도. 모든 것을 겉으로 드러내는 현종비 명성왕후보다 모든 것을 속에 품고 온화한 미소를 짓는 그녀가 옥정에게는 더 매서운 존재가 될 듯 싶었고. 아무튼, 인현왕후라는 캐릭터, 점점 마음에 든다. 부디, 이 캐릭터를 유지해서 '착한' 옥정과의 대립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악한' 인현왕후로 만들지만 않기를. 두 여인의 대립이 선과 악의 이분법이 아닌 철저히 정치적 대립이길 바라는 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그려지는 장옥정과 인현왕후가 그리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과 그녀들을 앞세워 세력을 키우려들 남인과 서인또한 자신들의 이득과 욕망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아무튼, 돌아와서.. 자신에게서 태어날 왕세자를 위해 누군가의 한점 원한도 서리지 않은 신성한 자리여야 한다며 마음을 다잡는 그녀가 안쓰럽기도 했다. 역사가 스포인지라..(ㅠ)
2> 매우 개인적인 감상으로, 착한 옥정이보다 악에 받친 옥정이가 더 매력적이고 잘 어울린다. 입궐 후 꿈을 향한 순수한 열정이 다쳐 욕망이 되고 그렇게 정치적인 삶을 살아갈 옥정의 변화가 기대되는 중이다. 그런데, 이렇게 변하지 않으면 어쩌지? ..싶긴한데, 일단.. 사람이든 물건이든 안목이 제법인 장현의 예언을 믿어보련다. 그녀를 대왕대비에게 보낸 조자석과 그녀의 입궐을 허락한 대왕대비의 안목도. 그들이 옥정에게 사활을 걸었다는 것은, 그녀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꿈틀거리는 욕망을 보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해보며.
3> 장희재의 등장! 능글능글 거리지만 어머니와 동생 옥정이 세상 그 누구보다 소중하고 셈도 빠른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옥정의 편에 서서 장현의 사람으로 움직이게 될듯한 장희재의 행보....도 궁금한데, 장희재 역할을 맡은 배우가 반가워서 '어어'거리며 봤더랬다.
4> 티끌없이 순수하고 해맑은 인경왕후. 정치니 뭐니 상관없이 그저 숙종이 좋아서 정략혼도 받아들인 그녀는, 궐 내의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해 순수한 호기심으로 가득 채워진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면서도 숙종은 외면했고 홀로 쓸쓸한 하루하루를 보내는데...! 아무래도, 빠른 전개를 위해서 다음 회차에서 두창에 걸려 죽게되는 듯 싶었다. 천식이라는 설정 때문에 의문사를 당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는데.. 그건 아닌 듯. 일단, 가족 외 그녀가 천식을 앓고있다는 걸 아는 유일한 존재인 민유중의 딸(훗날, 인현왕후)은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병을 알기에 아비의 계략을 중지시키고 신성한 자리로 지키겠노라며 때를 기다릴 수 있었겠지. 몸이 약한 그녀가 중전의 자리에 그리 오래 앉아있지 않을 것이고,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자리를 잠시 맡아두는 것이라고. 그런데, 아비 민유중을 통해 중전인 인경왕후를 찾아뵙겠다는 그녀의 행보가 궁금하기도 하다. 아무튼, 극 중 인경왕후의 죽음이 숙종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어떤 타격을 줄지도 궁금하다.
5> 궐에서 '이순'을 찾으라던 그. 옥정은 결국 궐로 들어가지만 그를 찾지는 않았다. 그저 그를 향한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살아갈 뿐. 아마도, 그의 신분이 '내금위장'이란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기에 '왕의 여자'가 되어버린 자신이 그를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제, 더이상 어떤 이유로든 이루어질 수 없고 그 끝이 비극이라는 것을 알기에. (궁녀였던 사촌언니 홍주가 왕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해서 죽었다는 걸 알고있을테니까;) 그래도, 옥정은 궐에 있으면 먼 발치에서라도 그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며.. 그를 찾에 헤메이려나? ...건 모르겠고, 조만간 가슴에 품은 그가 '왕'이라는 것은 알게되는 듯 했다. 그리고 서로의 존재도 알게되고. 그렇게해야 이야기가 전개되니까. 그런데.. 남은 회차 안에 그 많은 이야기들을 다 담을 수는 있겠지? 입궐까지의 여정이 너무 길었다.
6> 점점 나아지는 중. 아쉬운 부분과 거슬리는 부분이야 여전히 있지만, 난 나름 흡입력있게 보는 중이다. 역시, 정치쪽 이야기를 재밌게 보는 중이고... 여기저기 흩어진 이야기를 한 곳으로 얽히는 과정도 나름 괜찮다고 여기는 중. 각 캐릭터들의 행보에도 각각의 이유를 붙혀주는 것도. 짚어보면 나름 괜찮은 부분들이 꽤 있는데, 보여지는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많아서... 참... 그렇다.
7> 장현은 복선군에게 한점의 원망도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없을까. 그가 홍주와 그런 관계만 아니었다면 홍주가 그리 허망하게 죽진 않았을텐데. 그럼에도 그가 복선군과 손을 잡은 것은, 민유중에 대한 분노가 더 컸기 때문이겠지. 그의 복수와 욕망을 채워줄 이라면, 그 누구도 상관없었을테지. 그는 오로지 옥정의 치마폭에 조선을 싸서 제 아가리에 삼키는 것이 목표일테니까. 그래서, 민유중이 속한 서인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복선군이 속한 남인의 손을 놓고, 자신과 정반대의 위치이나 칼을 가는 대상이 같은 왕에게 손을 내밀게 되어버린 듯 했다.
8> 현종비 명성왕후에게 당하는 인종비 장렬왕후를 보니, 저분 인생도 참.. 스럽더라. 젊어서는 소용 조씨한테, 늙어서는 손주며느리뻘 되는 명성왕후에게...;; 명성왕후는 아들가진 유세 참 제대로 하시는데, 정작 아들의 마음 하나 제대로 헤어려주는 어미는 아니라는게.. 참;
9> 서로 다른 이유로 사대부들에게 무시당하는 장현과 숙종, 적의 적은 동지라는 논리로 그들을 공공의 적으로 삼게될 듯한 장현과 숙종의 관계가 어떻게 그려지지도 궁금해진다. 아마도, 옥정을 중심에 두고 각자의 야심과 욕망을 채우기위한 거래관계가 되지않을까, 싶었다. 결과적으로는, 장현에게 제 단물을 다 빼주는 듯 하면서 그의 단물을 다 빼먹고 팽해버리게 되는 것 같지만..;
0> 아, 침방나인 옥정이의 저고리가 다른 침방나인들에 비해서 너~무 짧아서 그 무서운 상궁한테 혼날 줄 알았다. 아무리, 주인공 우대라지만 적당히 짧게하지.. 이건 뭐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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