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 패거리로 인해 자신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강림은, 자신을 가지고 논 무연을 납치하는 것으로 마지막 발악을 하고있었다. 더이상, 오랜 세월동안 무연을 가슴에 품고 무연앓이를 해왔던, 그런 무연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던, 강림은 없었고 모든 것을 잃은 후, 공허한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강림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흑화된 강림에게 반해버려 연신 멋있다, 라는 감탄사를 쏟아내며 허우적거렸다. 아니! 정확히는, 마강림이란 캐릭터가 아닌 마강림을 연기하는 이희준이라는 배우에게 새삼스레 반해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두번째 사극 도전을 한 이희준씨는, (아마도) 브라운관과 스크린 데뷔 후, 처음으로 연기력 논란에 휩쌓였다. 이 드라마 '전우치'의 첫방송이 나간 후부터 한동안 정말, 무섭도록 까였다. 그의 개성있는 연기를 좋아라했던 나 또한, 그 개성이 잔뜩 뭍어있는 마강림에 쉽게 익숙해지지 못해 안타까워했었고. 하지만,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여서 그런지, 회가 거듭될 수록 초반보다 나아지는 기미가 보였고 2막이 되며 나는 그의 마강림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마강림에게서 느꼈던 이질감이 사리진 것에 관해서, 익숙함이 어색함을 덮은 것인지, 정말로 그의 연기가 나아진 것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그리고, 전우치 22회 엔딩씬에서 전우치와 마주하며 보인 복잡미묘한 표정에 한대 얻어맞은 듯 했었고.. 모든 것을 잃고 이제 남은 것은 복수심 밖에 없는 마강림의 모습에 그저 감탄을 하며 봤었다. 멋있다, 라며.
이 멋있다, 라는 말은 .. 그 캐릭터가 멋지다, 라는 것은 아니었다. 난, 여전히 마강림이란 캐릭터 자체는 열등감 덩어리의 답답하고 찌질하지만 조금은 가련한 캐릭터라고 생각하는지라. 그 순간, 내가 멋지다, 라며 마강림을 보며 눈에 하트를 그렸던 것은.. 그가, 마강림에 완벽하게 빙의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큐피드 팩토리' 이후 처음으로, 그가 잘생겨 보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요즘 살짝 낚인 어느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를 보며(전작에서 정말 싫어했던;) 배우는 캐릭빨! 이라는 걸 새삼 깨닫던 와중에, 캐릭이 어떻든 배우는 연기력이 1순위라는 걸 또 새삼 깨달아버리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요즘 살짝 낚인 그 캐릭을 연기하는 배우의 연기가 물흐르듯 자연스러워 전작에서는 정말 싫어했고, 이번 작품에서는 살짝 낚여버린 것이리라.
마강림의 계획은 또다시 실패하리라. 왜냐하면 이 드라마는 '마강림'이 아닌 '전우치'니까. 아, 나에겐 '봉구전'이기도 하다만; 마지막 발악이 실패한 후 마강림이 어떤 최후를 맞이할지는 잘 모르겠다. 자신의 최후를 덤덤히 받아들일지, 마지막까지 발악을 하며 못난 모습을 보일 것인지. (대책없는 용서드립으로 인한 하하호호한 결말은 거절한다. 거절은 거절한다!) 하지만, 어떤 모습을 보이든, 마강림에 완벽 빙의한 그의 연기에 나는 납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차기작이 너무나 기대가 된다.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난 한참을 더 배우 이희준을 좋아하고 그의 연기에 허우적거릴 것이란 생각도 들었고.
그리고, 전우치 이야기 조금
1>
22회의 전개와 엔딩, 23회 초반의 전개를 보며 '오늘이 마지막인가?' 라는 착각에 휩쌓였었다. 마지막회에나 일어날 일들이 갑자기 막 일어나고 해결되어서. 하지만, 최종보스의 죽음에 흑화된 중간보스의 분노는 23회와 마지막회의 연결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절묘하게 끊은 엔딩에 결국은 해피엔딩일 것이라는, 근거없는 확신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불안해 어쩌지, 라는 생각을 했었으니 말이다.
마지막을 어떻게 매듭을 지을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처럼 무난하게 이야기를 전개하고 또 매듭을 짓는다면, 이 드라마는 꽤 오랫동안 나에게 좋은 기억이 될 것 같았다. 강력한 한방을 위해 자극적인 상황들을 나열하느라 정신없이 산을 타다가 결국, 돌아올 길을 잃은 드라마들로 인해 실망감이 큰 요즘. 어떤 강력한 한방도, 그를 위한 자극적인 상황들도 없이, 평범한 듯 무난하게, 미리 짜놓은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꼼꼼하게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전개해온 이 드라마의 존재는, 어쩐지 기분좋고 고맙기도 했으니까.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고, 초반만큼 몰입해서 보지는 못했지만, 방송되는 시간 동안만은 편안하게 웃으며 볼 수 있는 드라마이기도 했다. (...왕이 찌질했던 그 회차는 빼고ㅡ.ㅡ;)
2>
차태현씨의 전우치. 1막의 진지모드 전우치는 아쉬움이 없잖아 있었지만, 2막의 한결 편안해진 모습으로 예전의 모습(아마도?)을 찾은 전우치는 정말 유쾌했었다. 차태현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연기, 를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언뜻보면 비슷해보이는 캐릭터들에게 각각의 생명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배우는 얼마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며.. 비슷한 캐릭터를 다르게 연기할 수 있는 그의 연기내공을 느꼈다. 그가 연기한 봉구, 그가 연기한 다양한 우치롤롤이들을 통해서. 봉구빙의와 우치롤롤이들은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는데, 과연 차태현이란 배우가 아니라면 그 만큼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등등.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차태현의 전우치이기에 이 드라마를 봤다는 것. 차태현씨가 전우치를 연기하지 않았다면 난 아마, 이 드라마를 안봤을 것이다. 그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으로 그 전까지 관심 밖이던 이 드라마에 겨우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니까.
3>
마무리를 잘하길 바라며.. 답지않게 배우찬양모드의 리뷰를 쓰다 흠칫, 거리며 정신을 차리는 중이다. 일단, 이희준 찬양모드 리뷰니.. 차태현 찬양모드는 저기까지. 언제 또 정줄놓으면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정말 편안하게 무난하게봐서 별다른 아쉬움도 없이 무난하게 보낼 수 있을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막방을 몇시간 앞두고 나니... 왜 이렇게 맘이 허전해지나 모르겠다. 이 허전함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기분좋은 결말을 바라며... 강림이 일은 극 초반에 후딱 마무리짓고, 이 드라마 '전우치' 특유의 깨알같은 재미와 유쾌함이 가득 담겨있길 바라는 중이다. 그 깨알같은 재미와 유쾌함으로 한시간 내내 웃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등등?
4>
마강림과 전우치에 대한 이야기를 잔뜩 했으나.. 결론은, 난 어쨌든 봉구오빠가 제일 좋습니다. 아, 봉구를 떠나보낼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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