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그 겨울, 바람이 분다 1~2회) 의미없이 살아가는 그와, 그녀가 만나다

도희(dh) 2013. 2. 14. 18:45

사는데 꼭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거냐? 살아야 할 이유는 없어도 아침에 눈떴으니까 살고, 숨쉬니까 살고, 왜, 사는 의미가 없는 놈은 살면 안돼? 이렇게 사는게 쪽팔린거면 난 지금 쪽팔린건데, 그래도 말이다, 난 살아있으니까 살고싶다.

- 오수 / 그 겨울, 바람이 분다 2회 -

 

그 남자의 이름은 오수(樹). 나무 밑에 버려졌다고 해서, 보육원에 나무가 많다고 해서, 나무 수(樹)를 쓴다. 엄마, 라는 사람은 딱 한번 만났는데, 나무 밑에 버리고간 후 딱 한번 찾아와서 오만팔천원을 주고 달아난 그 여자, 에게 미련따위는 없다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더러운 시궁창 같은 삶을 살아가는 그는, 태어나 믿을거라곤 자기 자신밖에 없다고 평생을 살아왔다고 한다. 그리고, 삶의 의미따위 없이 살아가던 그는, 시간이 가면 기억도 못할 값어치 없는 사랑에 하나뿐인 제목숨을 걸기도 하고, 한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질 하찮은 순간의 욕망에 허무하게 제 인생을 전부 걸기도 하며 저마다 삶의 의미를 찾고싶어하는 사람들 속에서, 덩달아 삶의 의미를 찾아볼까, 그러면 찰나의 눈부신 햇살이라도 비추나, 어디한번 그래볼까, 더는 밑질 것도 없는 인생인데 사람들의 쓸데없고 부질없는 숱한 말장난들을 속는셈치고 한번 믿어볼까, 그러면 사는게 좀 더 재밌어지려나, 라고 생각한 찰나, 목숨을 담보로 78억을 빚지게되며 깊은 나락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사람이 사는데 꼭 이유가 있어야 하냐며, 대충 대충 살아가던 그는, 어쩌면 죽어도 상관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내일에 상관없이 오늘을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그는, 죽음의 공포와 마주했고 살고 싶어졌다. 거창한 이유없이, 살아야하는 이유는 없어도 아침에 눈떴으니 살고, 숨쉬니까 살고, 이렇게 사는게 쪽팔린거라도, 그래도, 그는 살아있으니까 살고싶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과 같은 이름(의미는 다른)을 가진 수(守)가 되기로 한다. 살기위해서.


(78억을 구하기위해 죽은 수(守)의 행세를 하는 수(樹)를 보며, 만약, 더 오래 전에 죽음의 공포와 마주했더라면, 그래서 지금과 같이 삶에 대한 애착이 있었다면, 그는 자신을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뜨린 그녀의 제안을 단번에 거절하지는 않았을 것도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왠지.)


나한테 온 목적이 돈이면 그 돈을 얻어낼 간단한 방법이 하나 있는데, 지금이야. 지하철이 오면, 내 등을 밀어.

- 오영 / 그 겨울, 바람이 분다 2회 -

 

PL그룹의 유일한 상속녀 오영. 여섯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이 이혼하며 엄마는 오빠 수를 데리고 떠났다. 그리고, 그녀는 무뚝뚝하고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게 되었다. 여섯살의 그녀는 눈이 멀쩡했지만 지금의 그녀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말괄량이에 귀여운 어리광쟁이였던 영이는, 더이상 말괄량이도 어리광쟁이도 아닌, 온 몸에 가시를 세운 채 누군도 믿지 못했고, 그래서 타인의 선한 도움을 거절할만큼 뒤틀려있었다.

시력을 잃은 후, 암흑의 공포 속에서 타인을 경계하며 가시를 세우던 영이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었던, 아버지의 죽음. 이제 더이상 그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어진 영이는, 웃으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날을 세웠고, 21년만에 찾아와 하나 뿐인 동생을 그렇게나 사랑했다, 라 말하는 그가, 내가 떠날 땐 멀쩡하던 니 눈이 지금은 왜 그러냐, 라 묻지않는, 많이 힘들겠다, 많이 아팠겠다, 이 오빠도 아프다, 내 동생이 날 못봐서, 그런 따뜻한 첫인사 조차 주지 않는 그의 진의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고, 니가 주는 사랑따위는 필요없다며 날을 세우고 있었다.

수가 오기 전까지 영이는 왕비서와 함께 살고 있었다. 약혼자가 그 집에서 함께 사는지, 들락날락거리는 건지는 아직 모르겠고, 변호사는 다른 곳에 사는 듯 했다. 그리고, 왕 영이는 24시간 숨막히게 왕비서의 감시 하에 있었다. 영이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왕비서에게 조차 날을 세우는 이유, 영이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를 모두 차단 (오빠 수의 편지를 숨긴 것. 그리고, 회장의 죽음을 방관한 것 또한 영이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를 없애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하며 그녀에게 집착하는 왕비서의 진의는 무엇인지, 또한 이 드라마의 시청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런 왕비서의 행동들에서 드러날 진의를 통해서 말괄량이에 귀여운 어리광쟁이였던 영이가 온 몸에 가시를 세운 채 그 누구도 믿지 못한 채, 타인의 선한 도움을 거절할 만큼 뒤틀린 이유도 나오지 않을까? 물론, 그녀의 뒤틀림에는 시력을 잃은 것이 이유가 되겠지만, 그것이 주된 이유는 아닐 듯 싶다.


그와, 그녀가 만나다


1>

첫 만남은, 현재의 시점에서 1년 전. 아버지가 위독한 어느 날, 오빠의 편지를 받게된 영이는 편지에 적힌 주소를 따라 오빠를 찾게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수와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갖게된다. 찰나의 순간, 오빠 수(守)의 편지를 통해 대화를 주고받던, 얼음가면을 쓴 채 감정을 감추던 영이가 울고 웃으며 감정을 드러낸 순간, 그런 영이의 미세한 변화에 반응하던 수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아마, 수는 이 첫만남이 있기에 1년 후 재회한 영이가 아무리 오빠의 존재를 밀어내도 꿋꿋히 그녀의 곁에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오빠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사랑하는지, 이미 그는 봤기때문에.

그리고.. 이미, 한번 만났는데 어떻게 그녀를 속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은 들었는데.. 1년 전, 찰나의 순간 함께한 그의 목소리를, 1년이란 시간동안 기억하지 못했다, 라는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그를 기억하고, 간직하기에, 그와 함께한 시간은 짧았고, 그 직후 그녀에게 다가온 비극은 너무나 컸으니까. 하지만, 찰나의 순간에 본 흉터, 그 것이 수(守)가 아닌 수(樹)로서의 그와 동생 영이 아닌 모습의 그녀를 잇는 무언가가 되겠지..


2>

1년 후의 재회. 그는 그녀를 알고 그녀는 그를 모르는 채,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지고 그들은 재회했다. 일년이 지나서야 찾아와 이렇게나 달라진 자신에 대한 안부조차 묻지않는 오빠에 대한 서운함으로 그녀는 날을 세웠고, 그는 그런 그녀를 자신이 흔하디 흔하게 접대했던 돈많은 여자들로 분류하고 대했다. 영이는 어린 시절의 다정했던 오빠를 원했고 수는 영이를 돈많고 자존심 강한 부류의 여자로 대했다. 그것이, 그들의 시작이 틀어진 이유였던 것 같다.

그녀의 재산 중 78억을 얻기위해서 그는 그녀의 마음을 얻어야만 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그녀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진심으로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그는 진심을 가장한 채 또다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서 미세하게 흔들리는 그의 눈빛에서, 그의 거짓이 어디까지 거짓이고 어디서부터 진심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더더욱 그렇게 되지않을까, 싶기도 했다.

틀어진 시작을 바로잡을 기회를 얻기위해 그녀와 둘만의 시간을 갖기위한 계획을 세우던 그는, 같은 처지의 시각장애인을 응원하는 그녀의 다정한 모습, 그런 자신의 말과 달리 타인의 선한 호의를 거절한 채 곤경에 처하는 그녀의 뒤틀린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살기위해 그녀를 이용하려던 그는, 그녀를 죽이는 쉬운 길을 가라는 악마의 유혹 속에서 자신을 죽여서 원하는 것을 얻으라는 그녀의 말을, 듣게된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선택을.. 해야했다.


그리고


1> 2회 연속방송을 했다. 그래서, 1회 때 좀 그랬다. 자꾸 잠시후 어쩌구 자막이 떠서, 끝날 때가 된건가.. 아, 끝나려나... 안끝나는데.. 이러고 있어서; 몰입해서 볼 때는 그런 거 정말 싫다. 뭔가, 흥이 깨지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드라마를 연속으로 쭈욱 이어서 보는 걸 좋아라하는 나에게 연속방송은 사랑입니다♡

2> 빠담 때를 떠올리며 영상미나 배우들 비주얼이 기대 이상일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이뻤다. 영상도 이쁘고 배우들 비주얼도 그저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더불어, 피부보정법을 좀 배우고 싶더라는;;

3> 연기도 기대이상. (사실, 기대치가 제로에 가까웠음;;) 티져예고나 하이라이트에서 좀 흠, 스러웠던 부분들이 극에 잘 녹아들었다고 해야하나? 그랬다. 절망스러운 상황, 영이와 마주한 순간 보여주던 수의 미세하게 떨리는 눈빛과 표정이 인상깊었고, 힘껏 가시를 세우고 강한 척 하려지만 내내 처연한 느낌이 들던 영이는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먹먹했다. 촛점없는 눈빛, 날카롭게 내뱉는 말 한마디, 보이지 않는 세상을 홀로 걸어가는 그 행동 하나하나가 참 아팠다고 해야하나?

4> 살고 싶은 남자와 죽고 싶은 여자. 다른 세상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깊은 어둠 속에서 삶의 의미를 잃은 채 살아가는, 닮은 꼴의 두 사람. 리뷰를 쓰다보니 두 사람이 참 닮았다, 라는 생각이 군데군데 들었다. 그러나, 글빨이 부족한 나는 이 부분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패스.

사실, 이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예상이 안된다. 남은 14회차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그려질지, 어떤 전개를 할지, 어떤 이유와 기억과 추억으로 수와 영이는 서로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게될지.. 일단, 원작은 리뷰로 대충 훑어봤지만 여전히 안봤고 안볼 예정이다. 되도록 스포도 안밟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니 친절한 호의는 거절합니다.)

5> 등장인물 하나를 허투로 쓰는 바 없이 각각의 인생과 의미를 부여하는 노희경 작가이기에, 현재 영과 수의 주변에 얽혀있는 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 이야기를 완성시킬지도 궁금하다. 이 부분이, 내가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하는 부분이겠지.

6> 나무 밑에 버려졌기에 특별한 의미없이 나무 수를 쓰던 그는, 살기위해 영이를 지켜주라는 의미로 지킬 수를 쓰는 그가 되었다. 이름에 따라 인생이 변할 수도 있다지, 아마? 수(樹)가 아닌 수(守)가 된 그는, 살기위해 그녀의 목숨을 노리다가 결국, 이름처럼 그녀를 지켜주기위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 같았다. 그게,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삶의 의미가 되려나? 라는 생각도 조금.

7> 살짝의 늘어짐과 지루함이 아예 없었다고는 못하겠지만, 전체적으로 참 좋았다. 겨우, 2회차 방영했느데 벌써부터 먹먹해지는, 그렇게, 겨울의 끝자락에서, 내 마음에 바람이 불고있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