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이웃집 꽃미남 9회) 스쳐 지나가리라 믿었던 인연이 남긴 심장의 흔적

도희(dh) 2013. 2. 5. 18:17

...가끔, 생각날거 같아요

 

태준을 향한 마음, 길고도 질긴 첫사랑을 끝낸 서영은 깨금과 함께 스페인으로 돌아갈 것을 선언한다. 깨금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내린 그 결정은, 자신에게 마음한 켠 내어주지 않는 태준에게 애써 웃음을 지어보이기 위함인 것도 같았다.

그렇게, 서영의 갑작스런 결정과 통보로 인해.. 깨금과 독미는 유통기한 한달을 채우지 못한 채, 갑작스러운 이별과 마주했다. 갑작스레 마주한 이별에 덤덤히 잘가요, 라고 말하는 독미. 깨금은 그런 독미가 서운해 괜한 투정을 부렸고... 독미는 가끔 생각날 거 같아요, 라는 진심이 담긴 인사 끝에 됐어요?, 라는 진실을 보호하는 거짓말로 자신을 포장했다. 하지만, 상처를 보이면서까지 솔직하기보다 웃으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 더 안전했던 그 여자, 독미는... 자신의 마음을 꼭꼭 감출수록 자꾸만 저려오는 마음에 어쩔 줄 몰라하는 것 같았다.

짧은 시간동안 깨금은 독미의 주변을 맴돌며 많은 흔적을 남겼고, 스쳐 지나가리라 믿었던 인연은 이별과 마주한 순간 심장에 남게되었음을, 그 인연의 깊이와 무게를, 독미는 비로소 헤아리게 되었다. 아직, 깨금이 떠나지 않았음에도 깨금의 흔적이 너무나 깊이 새겨졌음을 깨닫게된다. 하지만, 뒤늦은 깨달음을 되풀이하는게 인생이라 생각한다는 그 여자, 독미는.. 인연은 인연인채로, 그렇게 심장에 남긴채로 떠나보내려 애써 무심한 척, 괜찮은 척, 그러면서도 지금의 이 마음이 들킬까 그를 향한 창에 커튼을 치치고, 행여나 그 커튼이 열릴까 핀으로 단단히 고정을 시켰다.

그 핀에 손가락이 찔려 피가났지만, 이 순간이 지나고 시간이 흐르면 심장에 남게된 흔적도 희미해지고, 아픔도 무뎌지겠지, 라는 마음으로 애써 버티려 하는 듯 했다. 아마, 사람, 믿었던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받았기에 또다시 사람을 믿고 기대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또다시, 믿었던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고 아프고 힘들어지는 것이, 심장에 남게된 인연을 떠나보낸 후 그 인연의 깊이와 무게에 짓눌리는 것보다 나은 것이라 여기며.


스쳐 지나가리라 믿었던 인연이 떠난 뒤 심장에 남을 때가 있다

 

그리고, 깨금은 핑계거리가 필요했다. 떠나고 싶지가 않았다. 하지만, 왜 떠나고 싶지 않은지 그는 정확히 몰랐다. 진락과 독미의 큐피트 화살을 자청했기에 독미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주기 위해서, 라는 핑계를 댈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 핑계를 댈 수 없기에 진락에게 독미를 부탁하며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감정을 조금씩 주변에 흘리고 있었다. 결국, 핑계거리를 찾지 못한 그는 예정대로 떠나야만 했고.

서운함 끝에서 닿은 걱정. 독미가 부디 자신의 세상에서 벗어나 진짜 세상과 마주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메시지와 편지를 보냈고 깨금이 떠나는 시간을 애써 외면하던 독미는. 너무 늦게 메시지를 받게되며 두 사람은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이별과 마주했다.

독미는 외면했던 것 같다. 방안의 커튼을 치고 핀으로 고정시킨 순간부터, 깨금을 애써 외면하며 그가 떠나는 날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흘려보내려고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 진짜로 떠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듯이. 그렇게, 깨금이 떠나는 전날, 부러 밤새 일을 하고, 아침이 되어서야 잠을 청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려는 듯 했다. 결국, 그러지 못했고, 뒤늦게 발견한 메시지에 부랴부랴 커튼을 열었지만.. 그녀는 뒤늦은 깨달음을 되풀이 해야만 했다.

어떻게든 그녀가 세상 밖으로 나가길 바라던 깨금이 남긴 마지막 선물은, 그녀를 향한 마음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리고, 그런 깨금의 선물에 그녀는 용기를 냈다. 그 용기에는, 깨금과 함께하며 겪은 일들, 그 일들로 인해 쌓아온 시간들이 있었다. 진락의 메모도 한 몫했을지도. 하지만, 그 용기는, 애써 외면하고 봉인해두었던 과거와 마주하게 함으로써 그녀를 아득하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1> 오래 묵은 관계의 진락과 오래 묵지 않은 관계의 깨금. 오랜 시간이 남긴 흔적과 짧지만 깊이 새겨진 흔적. 영업시간과 퇴점시간이 없는 사람의 마음. 먼저 알아본 진락과 먼저 문을 두드리고 손을 내민 깨금.

2> 조금씩 조금씩 서서히 스며들었던 감정이, 그들이 앉아있던 자리에 배어나와 그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깨금과 독미의 감정선에 집중해서 바라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스며들듯 쌓여왔던 감정이 조금씩 배어나오고, 흘러넘치는 순간, 이 드라마를 본 후, 처음으로 설레임을 느꼈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여가는 감정선을 따라 드라마를 보는 건 오랜만이라 그 설레임이 괜스레 반갑기도 했고.

3>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들. 그 아이들이 순간순간 보여주는 흔들리는 눈빛이 좋다. 그 눈빛 속에서 그동안 쌓아온 감정들이 흘러넘치는, 그 흘러넘치는 감정들과 마주한 순간 흔들리는 마음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내가 느낀 그 감정선과 이 드라마가 끌어가고 있는 감정선이 맞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다. 마냥 좋다.

4> 분명,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난 뭐랄까, 내가 좋으면 일정부분의 여백을 내 감성으로 채워넣고 바라봐서 그런지, 좋게 좋게 넘겨버리는 편이다. 이 드라마가 그렇다. 리뷰를 쓰다보면 뭔가 중복되는 메시지가 자꾸 보이는데 그걸 쉽게 정리할 능력은 없어서 자꾸 빙빙돌려 주절거리는 내가 참 싫기도 하고;  그런데, 오늘 문득... 이 드라마가 영화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5> 독미랑 깨금이 너무 좋다ㅠ 얘들 감정씬에 진짜 설레이기도 하고 가슴이 저릿하기도 하고. 내 안에 차곡차곡 쌓아온 이 아이들의 감정이 흘러넘치는 회였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 같다는 것이 함정;;;;;;

6> 진락이는 깨금과 독미에게서 흘러넘친 감정의 흔적을 발견했지만 애써 모르는 척 하는 듯 했다. 그렇게 독미를 향한 깨금의 마음을 차단시키고, 독미에게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듯 했고.

7> 서영으로 인해 독미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것, 갑작스레 등장한 사생팬으로 인해 진락의 정체를 알게된 깨금. 그는, 그렇게 한국에 남아야할 이유, 를 찾게된 듯 했다.

8> 할말이 많았는데.. 정리가 안된다. 아, 오늘 방송을 보고, 내일은 좀 부지런히, 정리된 마음으로 리뷰를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