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열려있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생생하게 백성들의 소리를 듣던 왕과 왕비는, 현고촌에 자리잡아 때를 기다리며 자신의 길을 조용히 그러나 내딛는 걸음걸음에 무게를 싣고 함께 나아가고 있었다. 그저 들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나라 내 백성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으로.
몇몇 중신들은 그런 왕과 왕비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고려왕을 위한 옥새를 제작해 그들을 찾게되었다. 그리고 이미, 그들의 저울질과 잔꾀를 알고있었던 왕과 왕비는 찰떡호흡으로 그 행동들에 대한 비아냥을 섞어 중신들을 면박주고, 그렇게 마지못한 척 그들을 받아들였다. 그들이 왕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왕이 그들을 선택했다는 듯이.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갖는 자리에 앉은 왕에게 힘이 생겼다. 그 것은 사람. 왕이 갖고자 하는 것을 위해 싸워줄 사람. 그렇게 왕은 그들이 제작한 옥새로 가장 먼저 최영을 서용하고, 그렇게 새로이 생긴 사람과 최영을 통해 궁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로 했다. 그렇게, 또 한 걸음, 나아갔다.
그러던 중, 돌아가는 것이 조금 늦어져도 상관없다던 왕이,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야만 하는 사정이 생겼다. 천천히 나아가던 걸음을 조금은 빠르게 재촉해야만하는 상황. 그것은 의선과 덕흥군의 혼례였다. 최영을 살리기위해 덕흥군의 청혼을 받아들인 의선으로 인해, 최영의 마음을 알고있는 왕은 조급해졌던 것 같기도 했다. 다시, 최영을 잃지않기위해 그는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다. 이대로 머뭇거리다가는 다시 최영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머뭇거릴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의선과 혼인을 함으로서 그 세력이 더욱 강해질 덕흥을 미리 찍어 누르기 위함도 있을 것이다.
아, 이 장면 - 의선과 덕흥의 혼인소식을 공식적으로 듣게된 - 에서의 공노에 대한 짧은 감상을 남기자면, 처음 소식을 접해서 당황한 왕과 이미 알고있기에 덤덤한 왕비. 자신과 달리 덤덤한 왕비에게 '알고있었냐'라고 묻던 왕과 어제 들어 알고있었다는 왕비. 그리고 바로, 조금은 난처한 듯, 믿기지가 않아서... 라는 변명까지 남기는 왕비였다. 살짝 당황했을지도 모르겠다. 아차, 내가 이걸 말 안했던가? 라며. 아마, 그날 이후 왕은 아마도 뭐든 왕비에게 말할 것만 같은데, 왕비는 자신에게 그런 걸 말하지 않았다는 것에 살짝 맘이 상할 수도 있을테니까. 어쨌든, 그냥 넘어간 듯 싶었다. 왕은 그 순간 최영에 대한 걱정과 덕흥군의 세력이 더 강해지기 전에 제압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 찼을테니까.
최영의 마음을 걱정하는 왕은 뭐랄까, 여유가 생긴 것 같기도 했다. 내 앞길이 막막하고 그것을 헤쳐나가는 것에 급급해 곁을 돌아볼 여유가 없던 전과 달리, 이제 조금은 여유롭게 주변을 휘- 둘러보며 나를 위해 싸우는 이들을 들여다보고 챙길 수 있는 여유. 그래서, 백성의 삶을 들여다보고, 백성의 소리를 귀담아듣고, 백성의 고통과 아픔을 덜어주려는 왕은, 그의 첫번째 벗이자, 신하이자, 백성인 최영의 마음을 지켜주고 싶은 것은 아닐런지.
뭐, 조금 웃자고 하는 소리를 보태자면, 아내이자 왕비인 노국공주와 서로 마음도 확인하며 함께하는 행복을 누리며 하루하루를 기쁘게 보내고 있기에 사랑하는 이와 마음을 주고받고 그렇게 함께하는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최영의 사랑을 걱정해주는 듯도 싶었다. 노국공주도 마찮가지였고. 그러고보면, 왕과 왕비 그리고 최상궁까지 의선에 대한 최영의 마음을 다 아는 상황. 그러나, 그들은 의선의 마음은 모르고 있는 듯 했다. 아니, 한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왕비는 의선의 행동과 말과 눈빛에서 최영을 향한 그녀의 마음을 이미 알고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최상궁은 이번에 눈치챈 듯 싶고.
기철과 덕흥군은 이제 왕과 왕비의 목숨을 가지고 의선을 협박했고, 최영은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위한 기철과 덕흥군은 이미 덫을 설치했고, 왕과 최영측도 움직임이 있었다. 과연, 오늘 방영될 18회에서 왕이 다시 궐로 돌아갈 수 있을런지... 돌아가야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 개인적으로야 현고촌에 있는 왕과 왕비를 보는 것이 더 좋지만... 이제 7회차남은 이 드라마, 어떻게든 좀 더 진행되길 바라니 말이다. 다시 궁으로 돌아가게될 왕과 왕비, 특히 왕비에게 많은 걸 바라지는 않는다. 이제 그 녹색옷 벗어던지고 밝고 화사하니 이쁜 옷 좀...;;;
*덧*
1) 보고싶다. 밤 줍겠다고 뒷산 헤메는 공노, 저잣거리 데이트하는 공노.. 최상궁 말로 그간의 공노의 알콩이 달콩이를 듣는 것만으로도 흐믓해지지만... 그래도 직접 이 두눈으로 보고싶다구!!!
2) 17회를 다 보고나서 딱히 리뷰쓸 건덕지가 안보여서 임자커플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했는데, 결국 공노. 뭐, 그렇다. 아무튼, 은수 꽃단장하니 이뻐서 좋았다. 그러면서, 나중에 노국공주 다시 입궁하게 되면 저렇게 좀 밝은 옷 좀 입혀달라고 말하고 싶은 뭐 그런...; 의상선택은 왕의 몫인가... 그렇다면 공민은 덕흥보다 옷보는 안목이 떨어지는 건가... 노국이 그 옷을 고집하는 건 혹시 공민이 준거라서? 새옷도 좀 지어다 줘... 뭐 이런 말도안되는 주절거림;
3) 은수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싶은데 여기에 낑겨서 하기엔 길어질 것 같고. 나중을 기약하면... 난 결국 말 안하고 때려칠 인간이고; 일단, 18회까지 보고나서 생각해봐야겠다.
4) 이제 7회차 남았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덕흥에게 매력을 느끼는 중이기도 한데, 그래도 악역이 강해서 선역이 당하면 짜증나는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덕흥 얼른 쫓아내든 죽이든하고, 쫌!!!! 그만 당하자구요.. 근데, 기철의 쩌리화가 참 안까워지기도 하고 뭐 그렇다. 어느샌가 덕흥군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기철이라니;;; 생각이 있어서 놀아나주는 거라고 믿고싶어지는 심정이다.
5) 불언니랑 피리부는 사나이가 현고촌에 들러서 왕과 왕비를 보고싶다고 할때, 그냥 면담이라도 했음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혹시 아나? 현명하고 지혜로운 왕과 왕비를 만나 요물들이 인간이 되는 아름다운 동화가 완성될지... 는 그냥 뻘소리; 공노얼굴 그렇게라도 한번 더 보고싶어서 하는.
6) 그 장면도 좋았다. 최영-최상궁이 대화하는 거랑, 최영-공민의 대화. 특히, 대문 앞? 거기서 수행하는 사람들 다 물리치고 최영만나러 나온 공민과 그런 공민을 나무라는 최영의 모습이라던가,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 주고받는 모습이, 이 사람들이 이마만큼이나 가까워졌고, 믿고, 의지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달까? 그 대화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최영을 향한 왕의 믿음 그리고 최영의 변화인 듯 했고.
7) 이상. 굉장히 간결하게 끝내려고 했는데 또 잡담이 길어지고 있다. 나는 늘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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