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착한남자 9회) 지금을 살아가기위해 그들이 잃어버린 것들

도희(dh) 2012. 10. 11. 20:54

마루와 재희의 관계를 알게되었음에도 마루를 잃고싶지 않아서 전혀 내색하지 않았던 은기는, 내가 어떤 마음으로 너에게 접근한지 알고있지 않느냐, 라 묻는 마루에게 니 마음보다 내 마음이 중요하기에 상관없고 어떡하든 내가 가지면 되는 것, 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재희로 향하겠다는 목표를 버리고 은기를 끌어들인 것을 후회하기 시작한 마루는 자신이 원하는 건 재희 뿐이라며 온갖 위악을 떨며 은기를 떨쳐냈다. 거짓 속에서 순간순간 섞어서 했던 진심을 알아내는 은기에게 흔들리지만 그런 은기의 마음을 잘라내는 마루였다.

그렇게, 모든 걸 버려서라도 갖고싶었던 마루를 잃고 돌아가던 길 ... 은기는 아버지의 부고를 들었다. 모든 것을 잃었다. 어떻게든 이겨서 인정받고 싶었던 아버지를 잃었고, 모든 것을 버려서라도 갖고싶었던 사랑도 잃었다. 그 순간 은기는 살 의미를 잃었고 선택을 했다. 그리고, 역시나 삶의 목표인 재희를 놓은 순간 살아야할 의미를 잃어버린 마루는 그런 은기의 선택을 조용히 받아들였다.

터널씬 자체는 꽤 좋았다.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그런데, 확실히 '이해'가 되진 않는다. 은기가 돌아간 것이 '동반자살'을 시도하려고 마루를 찾은 것인지, 이제 더이상 갈 곳이 없는 자신을 다시금 받아달라 울며불며 애원을 하러 찾아가는 것이었는지, 맞은 편의 차가 마루란 걸 알았는지 어쨌는지... 마루의 표정을 보면 은기란 걸 알고서 모든 걸 받아들인 것인데... 그 멀리서 은기를 알아본 것인지, 차만 보고 눈치챈 것인지... 사실 마루의 시력이 3.0 정도 되는 것이었는지...

그런데, 굳이 이것 저것 따져가며 '이해'할 생각은 없다. 여태까지 그래왔듯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난 이 드라마를 굳이 '이해'할 생각이 없으므로. 그저 보이는대로 보며 즐길 생각이랄까? 일단, 눈이 너무 즐겁다. 배우들 비주얼과 영상이 너무 이쁨!

그로부터 11개월 후. 인성을 잃은 재희와 삶의 의지를 잃은 마루와 기억을 잃은 은기. 그들은 잃었다. 죽기위해 살아가고, 살기위해 살아가고, 지키기위해 살아가는, 결국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그들은 잃었다. 그렇게, 지독한 감정으로 얽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고, 그렇게 무언가 잃어버린 이들은 살아갔고 다시금 얽히기 시작하려고 한다.

두번의 살인을 거치며 지금을 지키고자하는 재희는 인간이 갖춰야할 최소한의 것들을 잃었다. 재희라는 삶의 목표를 내려놓고 은기를 놓친 마루의 삶은 무의미해졌다. 삶의 이유를 잃은 마루는 하루하루를 죽기위해 살아갔다. 지금이라도 죽을 수 있지만 남겨진 언제나처럼 초코가 걱정되어서, 초코의 평생 병원비와 생활비를 벌어놓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었다. 조금씩 돈이 모일 때마다 죽음의 때가 가까워지기라도 하는 양.

그러던 어느 날, 11개월째 행방불명인 은기가 마루 앞에 나타났다. 모든 기억을 잃은 백지 상태에서 디카 속에 찍혀있는 유일한 인물인 강마루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찾고자 하는, 은기가. 그 기억조차 온전치 않은 채. 그렇게, 마루와 은기가 재회했다. 그리고, 은기는 묻는다.

우리.. 되게 많이, 사랑했던 사이, 맞죠?

 

*그리고*
1) 이 드라마의 엔딩을 보며 딱 두번 울었다. 하나는 5회 그리고 또 하나는 이번 9회의 엔딩. 뭐라고 해야하지, 되게 안타깝고 먹먹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해져서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은기의 디카 속에 있는 일본에서의 행복했던 순간들. 그 순간들은 은기 그리고 마루의 기억이 되어 이제 또 중간중간 보여지려나? 11개월 전 마루가 가끔 재희를 기억했던 것처럼.

2) 전에도 말했고,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 드라마는 뭔가 깊이 파고들며 이해따위를 하며 볼만한 드라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끔, 이 드라마를 누군가에게 추천할 때 절대로 빼먹지않는 말은 '보여지는대로 봐라'이다. 여전히 허세끼가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은 하는데... 그럼 어떠하랴, 난 이 드라마에 조금씩 중독되어가고 있는데..

3) 진짜, 배우들 비주얼과 영상이 너무너무너무 이쁜 드라마이다. 스토리는 가끔 허! 소리가 나올 때가 있다. 온갖 자극적인 장치들이 가득 깔려있는데 담백하고 깔끔한 연출이 그 자극적인 것들을 중화시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건, 감독의 전작인 '보통의 연애'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보통의 연애' 또한 설정만 보면 꽤나 자극적이고 통속적인 느낌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깔끔하고 담백한 드라마로 기억되는 건 연출때문이었다고 생각하는지라.

4) 2막이 시작되었다. 기억을 잃은 은기와 삶의 의지를 잃은 마루가 만났다. 그리고, 지금의 위치를 지키기위해 인간이기를 포기한 재희가 발버둥칠 것이다. 꽤나 빠른 전개 속에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그려낼지 기대 중...이기도 하지만, 마루와 은기의 멜로가 정말 기대된다.

5) 엔딩에 나온 은기는 정말 너무 이뻤다. 깐마루도 이뻤고ㅋ

6) 앞으로도 이 드라마에 대한 리뷰를 쓸지 어쩔지는 모르겠다. 뭔가, 내용보다는 몇몇 씬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싶은 드라마인데, 또 귀찮아서 미루고, 이 상황의 반복. 아무튼간에, 그럼에도 난 이 드라마를 볼 것이다. 작가의 전작인 크눈올처럼 중간에 산타지만 않는다면...

7) '대풍수'를 봤다. '대왕의 꿈'으로 인해 요즘 호감인 노영학군(어제 라스에서 대박ㅋㅋㅋ)과 최재웅 배우가 나오신대서. 노영학군은 이번주에는 어쩐지 나오지않을 듯 싶고 (정근이는 아직 잉태도 안된상황;), 최재웅 배우의 분량도 많고 존재감도 빛나서 흐믓하니 봤다. 나름 재미나게 본 이유가 최재웅 배우 때문이 아닌가, 라는 생각마저 드는 중. (객관성 잃은지 오래;;) 게다가 후반에 등장한 이성계의 존재감이란!!!

현재, '대풍수'의 시대적 배경은 '신의'와 비슷하다. 그래서,, '신의'가 떠올랐다.. 흠흠. SBS는 편성을 왜 그런식으로 했을까? 월화수목이 모두 같은 시대를 다루는 중. 물론, '대풍수'는 두어번의 타임워프를 통해서 공민왕 말기 및 사후가 극의 주요 배경이 되겠지만. 아무튼, 이 드라마도 주섬주섬이나마 아역부분은 챙겨볼 예정이다.

8) 처절하게 슬펐으면 싶으면서도, 마지막엔 은기와 마루가 행복했으면 하는 복잡한 마음. 마루의 두통 및 집으로 찾아온 고딩이 비극을 위한 복선이 아니길.. 그리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 믿으며 해맑게 미소짓는 은기가 기억이 돌아온 후 받게될 상처도 걱정이고. ...은기는, 기억을 지닌 채 살아갈 자신이 없어 스스로 기억을 놓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새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