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앞에서 칼을 뽑아든 조일신 무리를 피해다니던 왕은, 곧 덕성부원군 기철의 군대가 들이닥칠 것을 알고있는 최영의 명령을 받은 우달치들에 의해 궁 밖으로 일단 대피하게 되었다. 일단,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살아야만 후일을 도모할 수 있기에. 위급한 상황에서 우달치들에게 보호를 받고있던 왕은 그 와중에도 왕비를 두고갈 수 없어 안절부절. 그러나, 왕비도 무사히 대피했을 것이라는 우달치들의 설득에, 차마 떼어지지 않는 걸음을 돌려야만 했던 왕이었다. 새삼, 감계무량하다. 2회에서 그녀가 갑자기 사라진 걸 보며 '그 사람'이라고 지칭하며 홀로 안절부절 못하던 그는 이제 정확한 호칭을 불러주며 드러내놓고 그녀를 걱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최상궁 및 우각시들의 호위를 받던 왕비는 미처 궁을 빠져나가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사이 최영이 나타나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극 초반에 '왕을 향한 왕비의 마음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전혀 낚이지 않았던 노국-영 라인 재가동. 저기요, 최영씨... 그 상황에서 굳이 왕비의 팔목(인지 손인지 아무튼;)을 잡고 달릴 필요가 있었나요? 몇발자국 안떼고 쌈질하느라 놓고 나중엔 그냥 왕비알아서 잘 가드만;; 암튼, 그장면 덕에 노국-영 라인으로 뮤비나 만들어야 하나, 혹은 누군가 만들고 있을지도 모르니 나중에라도 찾아봐야하나, 등등의 생각을 했었더랬다.
게다가, 전부터 조금 아쉽게 느껴졌던 부분이 새삼 다가왔다. 노국공주가 제 몸 하나는 어느정도 지킬 줄 아는 호기롭고 강단있는 여인이 아니라는 것. 그건, 앞에 두번에 걸친 위기의 상황에서마다 노국공주의 연약한 모습을 보며 늘 했던 생각이기도 했다. 내가 막연히 가지고 있는 노국공주의 이미지는, 제 몸은 물론 왕도 지켜낼 수 있는 여인인 듯 한데... 그저 보호를 받아야만하는 한떨기 가녀린 꽃같은 공주의 모습이라는 것이;;
극 중, 조일신의 난은 자신이 애초에 세운 계획이 틀어진 것을 깨닳은 덕흥군이 '살기위해' 조일신을 '죽이는' 것으로 기철을 다독이고 그 기철과 일단 손을 잡는 것으로 대충 마무리가 될랑말랑한 상황이었다. '살기위해' 없는 듯 살아왔으나 기철로 인해 수면 위로 존재를 들어내 왕에게 적대감을 보인 그는 '살기위해' 왕이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간사한 새치혀로 기철 외 다수를 농락하며 현재, 살아가고 있었다.
내가 여기서 해야할 이야기가 조금 틀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조금 더 이야기하지면, 난 덕흥군이란 캐릭터가 왠지 매력이 있다고 해야하나, 끌린다고 해야하나, 그렇다. 최영과는 반대되는 인물. 과거, 죽기위해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최영과 달리 살기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해 죽은 듯 살아가던 덕흥군. 유리심장 주제에 센척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기철과 손을 잡고 왕의 대행을 하며 왕이 되기위해서 왕이 절대로 궁으로 돌아오게 해선 안된다하는 덕흥군과, 이게 아닌데 싶으면서도 일단 자신이 잠자는 덕흥군의 수염을 당겨 깨웠기에,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을 빼앗긴 상태이기에, 일단은 그와 손을 잡은 기철은 궁 밖으로 몸을 피한 왕의 무리를 죽이기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상황이다.
왕비는 최영에 의해, 왕은 우달치 부대장에 의해 궁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급작스레 벌어진 일이기에 연락도 닿지않아 왕비가 걱정되지만 쫓기는 입장이기에 찾아다니지도 못한 채 숨어지내는 상황에서, 왕은 자신이 왕임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궁을 떠났더니 나를 증거해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구나. 아마, 내가 아니라 궁이 왕이었나보다, 왕의 말이 왜 그렇게나 쓸쓸하게 들리던지... 아무튼, 여차저차해서 결국 왕의 무리와 최영의 무리는 연락이 닿았고 그렇게 왕은 왕비와 만날 수 있었다.
왕이 그렇게 쓸쓸하고 힘겨워하던 그 시각, 왕비는 무거운 머리를 안해도 된다며 오히려 즐거워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애써 즐겁게 지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불안해하며 있으면 왕이 걱정할 것을 알기에, 애써 즐겁게 지내며 왕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왕의 마음을 안심시키려는 것은 아니었을까, 라는 뭐 그런 생각. ...최영발 따끈따끈한 왕비의 소식을 전해들은 왕이 피식, 웃는 그 표정! 아, 난 공민왕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는게 왜 그렇게 좋은가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왕은 왕비가 머무는 현고촌에 도착했고 최상궁이 고하려는 것을 막고 직접 왕비를 찾았다.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무거운 머리를 안해도 된다며 오히려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자신이 왔다는 걸 알면 내내 불안해하고 있다가도 아닌 척 미소지을 왕비란 것을 알기에, 자신이 없는 공간의 왕비는 어떤 모습인지, 그렇게 보고싶었던 것은 아닐까... 뭐 그런.
그렇게 조용히 다가간 왕의 시선에 닿은 왕비는 뮤직비디오 한편 찍어주... 아니아니, 너무나 해맑게 미소지으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무거운 가체와 값비싸보이는 화려한 장신구들 대신 소소하게 올린 머리에 꽃으로 장식을 한 것이 즐거워 환하게 미소지으며 기뻐하는 왕비를 바라보는 왕의 표정은, 아, 정말 설레였다. 새삼 반해버린 행복함.
그리고, 왕은 말했다.
"이런 것이구나. 지아비가 된 자가 바라보는 세상 전부 말일세."
'궁을 나서자 나를 증거해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불안하고 씁쓸하던 왕은, 왕의 지위를 내려놓고 한 가정의 지아비로서 세상의 전부를 바라봄으로서 현재 자신이 해야할 일을 깨닫게된 듯 했다. 나를 증거해줄 것이 없다면 그 것을 나 스스로 만들어 보자, 라는 듯한. 고려의 왕인 내가 있고 고려의 왕비인 그녀가 있는 이 곳이 궁이 아니면 어디가 궁이겠는가, 뭐 그런 마음? 그리고, 최영 외에는 알지못했던 내 백성들의 소리를 직접 두 귀로 듣고 두 눈을 보고 겪어보자, 라는.. 그런 마음.
이 부분을 뭐라 제대로 설명은 잘 못하겠다. 한 가정의 지아비와 지어미인 그들. 그리고 고려를 하나의 가정으로 따지자면 고려의 아비와 어미인 왕과 왕비, 그리고 그들의 자식인 백성들. 그렇게, 지아비로서 세상의 전부를 바라보는 순간, 왕으로서 바라봐야할 세상의 전부를 느끼게 된 것이 아닐까... 대충 이런. 이것도 정확한 건 아닌데... 지식부족, 글빨부족이라고 대충 퉁치고 넘어가자.
그런데, 그렇게 그 순간의 뜬금없는 깨닳음인지, 막연히 조금씩 조금씩 느껴오던 백성의 소리와 왕의 증거에 대한 갈증과 허기짐을 왕비를 보는 순간 마음 속에 확 번져버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게 참 설레이고 행복하고, 또 그런 생각을 한 왕이 대견하면서도... 안타까웠다. 아, 이 왕이라는 남자에게 세상의 전부는 그녀였고 그녀는 곧 고려구나. 어쩌면 그 순간, 그녀가 늘 저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고려를, 내 백성들이 그녀와 같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고려를 만들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그녀가 사라진 순간 그의 세상은 무너지는구나... 등등. 역사가 스포인지라...(ㅠ)
아무튼간에, 돌아와서, 머리에 꽃관을 쓰고 활짝 웃던 왕비는 왕을 발견했고, 그렇게 두 사람은 재회했다. 대충 하루이틀만? 아마, 결혼하고 이렇게 오래 떨어져지내긴 처음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이렇게 오래도록 얼굴을 보지않은 것은 확실히 처음일테고.
무엇을 하고있었냐는 왕의 물음, 기다리고 있었노라는 왕비의 대답, 자주 기다리게 해야겠노라는 왕의 말... 그 말에 의아해하다가 꽃관을 발견하고 수줍은 듯 머리에서 내려놓는 왕비. 자주 기다리게 해야겠노라는 왕의 말과 그 표정들이, 자신을 기다리던 왕비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그 아름다운 모습을 또 보고싶노라 말하는 듯 해서 나도 모르게 또 설레여서 두근두근.
왕은 현고촌에 자리를 잡고 자신이 왕임을 널리 알리고 백성의 소리를 직접 들었다. 그리고, 열세살의 어여쁜 아이가 어떻게하면 원의 공녀로 끌려가지 않겠느냐는 한 어미의 간절함을 들은 왕과 왕비.. 왕은 아이의 얼굴을 그려줬고 왕비는 그 곁에서 먹을 갈아줬다. 그런데, 먹을 갈아주는 왕비의 표정이 너무나 좋지 않았다.
세상에 이 남자 내 얼굴도 안그려주면서 다른 여자(아이) 얼굴을 그려주다니, 라는 질투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아, 이건 웃자고 하는 소리. 왕비가 그정도로.... 속좁은 여인네는 아닐 것이니까. 그런데, 이렇게 말하고나니, 왕이 왕비를 그려주는 모습도 보고싶다.
아마도, 왕비의 좋지 않았던 표정은... 입으로는 고려의 왕비라 말하지만 고려라는 커다란 울타리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삶과 고통에는 전혀 관심없이 그저 어떻게하면 나의 왕, 나의 남편을 도울 수 있을까, 였던 그녀가, '고려의 왕비'로서 '내 백성'들을 처음 만난 후 '원의 공주'였을 때는 미처 몰랐던 그들의 아픔을 알게되고 그들의 눈물이 마음에 맺혔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어쩌면 국모가 가장 긍휼이 여겨야 하는 백성인 군왕에게 온 마음과 신경을 쏟느라 '가장'을 제외하고 언제나 긍휼이 여겨야 하는 고려의 모든 백성을 전혀 마음에 담지 못했던 자신을 깨닫게 된 것은 아닐런지.
어여쁜 딸을 원의 공녀로 보낼 수 없다며 안절부절 못하는 한 어미의 애달픈 하소연을 들으며 왕비는 묻는다. 원의 공녀로 가면 어찌되는지 아느냐, 라고. 그리고 그들은 대답한다. 원의 공녀로 끌려간 고려여인들의 비참한 삶을. 원에서 나고 자랐기에 공녀의 삶을 모르진 않았을테지만, 달랐을 것이다. 원의 공주로서 알았던 것과 고려의 왕비로서 알아버린 것은. 고려가 아닌 고려의 왕을 사랑했던 원의 공주 출신인 고려의 왕비는, 고려의 왕인 남편의 울분을 이제서야 조금은 알아버린 듯 했다. 머리로는 알고있으나 마음에는 닿지 않았던 그것들이, 이제 머리가 아닌 마음에 닿아버린 것 같았달까?
고려의 왕을 사랑했던 원의 공주는, 고려 백성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고려를 사랑하게되고 그렇게 '진정한' 고려의 왕비가 되어가는 과정을 겪게되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좋지않은 표정으로 먹을 갈던 그녀의 모습에서. 아, 너무 간걸지도 모르겠지만. (...;)
*덧*
1) 왕비의 옷을 좀 바꿨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던 참에 궁밖에서 생활을 하며 의복을 벗어던지고 무거운 가체를 내려놓게 되었다. 궁 밖에서의 왕비가 훨~씬 예뻤다. 답답한 의복을 벗고 무거운 가체를 내려놓으며 그녀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는지 표정도 밝아져서 더 예뻐보인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노국공주의 외모가 화려하게 생겨서 그런지 수수하게 입혀놓는게 더 이쁘기도 하다. 그럼에도 화려하게 느껴진달까?
2) 이번 회차에서 공민왕의 미세한 표정들... 무엇하나 놓칠 수 없이 너무 좋았다. 뭐, 언제는 안좋았냐만은. 아무튼, 공민왕 덕에 설레여하며 봤던 16회였다.
3) 그래도 16회차가 되니 슬슬 재밌어지는 것도 같다. 은수의 존재, 그 이유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니 말이다. 그리고, 역시.. 역시... 역시... 김희선씨는 통통튀는 것보다 차분하게 감정연기하는 것이 더 좋단말이지. 진짜, 그 순간은 몰입되기도 하고. 난 진짜 그런 김희선씨의 분위기가 참 좋단 말이다. 초반에 푼수떼기같은 은수보다 지금 좀 아픈 덕에 차분해진 은수가 더 좋다. 김희선씨 작품 중에 '와니와 준하'를 제일 좋아함ㅋ
4) 아! 드디어! 공노가 밖으로 나왔다. 2회에 노국공주 납치당해서 밖에 널부러졌을 때랑 3회 고려궁에 처음 왔을 때 외엔 내내 어두칙칙한 세트 안에서만 있던 공노가... 드디어 밝은 빛을 받으며 등장했다. 그런데, 빛을 활용하는 느낌은 없다. 뭐, 은수나 최영 등등이 야외에서 활동할 때도 밝음에도 불구하고 약간 어두운 느낌이 들었는데 그 느낌 그대로. 아무튼, 야외라는데 의의를 두자. 야외에서 본 공노는 이뻤으니까! 궁 밖에 나온 김에 야외(래봤자 마당정도겠지만;)에서 많은 활동을 해주시길!
5) 근데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입궐하려나? 일단, 왕의 행보에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이거 진짜 오글;) 고려의 옥새를 만들테니 최영에게 호위해달라는 뻔뻔함을 보이던 그들의 힘으로? 근데.. 진짜 뻔뻔. 누명씌워서 쫓아낼 때는 언제고... 영감탱! 아무튼, 이들은 재고 따진결과 공민왕을 자신들의 왕으로 받들기로 했나보다. 기철이랑 손잡고 왕 대행으로 있는 덕흥군을 보니 이 인간은 아니다~ 싶었나봄;;;
6) 아, 오늘 쓸데없이 길게쓴 기분.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쓰기 전까진 딱히 할 말이 없었는데.. 정신줄을 놓아도 단단히 놓아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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