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신의 13회) 그녀를 향한 그의 고백, 나는 이미 한번 그 원칙을 깼다

도희(dh) 2012. 9. 26. 18:39

지금처럼 이렇게 우리 고려말로 내가 하소연하면 들어주고, 두렵거나 분이나서 떨고있으면 옆에서 잡아줘.

술상을 차려놨으니 밤에 들러달라는 왕비의 청에 곤성전으로 향하는 왕은 왕비를 위한 선물 두가지를 준비했다. 두번째 선물을 생각해 보면... 왕은 벼르고 벼르다 이 날을 디데이로 잡았던 것 같다. 그래서 두번째 선물을 위한 첫번째 선물을 급히 준비하고, 어떻게 내 마음을 전할까 설레여하며, 그 어느때보다 긴장하여 곤성전을 찾았을 것이다.

왕은 왕비가 안식처이길 바랬던 걸지도 모르겠다. 정무에 치여 피곤하고 지친 마음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유일한 사람. 그렇게 하소연을 하면 들어주고 두렵거나 분이나서 떨고있으면 옆에서 잡아주는, 단, 한사람. 그래서, 곤성전에 들어선 순간 가득 차려진 술상을 보며 피식,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던 왕은, 그 순간, 정무에 지친 마음이 풀어져버린 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다.

부디... 부디... 도울 수 있게 해주십시요..

그저 술잔을 주고받으며 오늘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그렇게 아직 전하지 못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왕은. 그런 왕의 기대와 달리,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왕비는 온종일 시달렸던 이야기를 다시금 꺼내들었다.

덕흥군이 기철의 집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왕비는, 왕권을 위협받는 왕을 돕고 싶었다. 그런 그녀가 또다시 생각해낸 방법은 기철보다 먼저 원의 힘을 빌리는 것이었다. 그것이 왕의 자존심을 긁어 화를 돋울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왕비는 왕에게 간절하게 청했다. 부디 내가 당신을 도울 수 있게 해달라고. 그리고, 왕은 굳은 표정으로 그런 왕비를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으나, 확실히 달라졌다. 상대에게 상처받을 것이 두려워 늘 몰아붙히듯 공격하고 상처를 주던 두 사람은, 내 말 한마디에 상대가 상처받을지도 몰라 조심 또 조심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통보하듯 때론 몰아붙히듯 자신의 의견을 전하던 왕비는 당신을 돕고싶은 간절한 마음을 솔직히 털어놨고, 왕은 그런 왕비의 간절한 마음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기에  전과 달리 순간 치밀어오르는 분을 한번 두번 세번, 그렇게 삭히고 그저 왕비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왕비가 또 한마디를 더하면 참을 수 없을지도 몰라, 무심한 듯 툭, 일어섰다.

그리고, 나에게 손을 내밀어 달라는 왕비에게 왕은 손을 내밀었다.

나는 이미 한번 원칙을 깼습니다.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기철에게 왕권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왕비는 원나라에 도움을 청하자고 했다. 그때 왕은 고려의 왕비라면 그러한 생각, 그러한 말은 못한다며 몰아붙혔다. 자신을 초라한 왕인 주제에 그저 왕이란 체면만 세운다고 생각하냐며 한없이 자신을 깍아내리며 왕비를 다그쳤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왕은 화제를 전환하려는 듯, 첫번째 선물을 왕비에게 전했다. 그리고, 별다른 반응이 없는 왕비에게 두번째 선물을 보이며 그날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전과 같은 말을, 전혀 다르게, 그녀에게 전했다. 왜 자신이 원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것인지, 왜 받아서는 아니되는 것인지를. 기철과 자신이 다름을 보여주는 첫번째가 그 것이라는 것을, 말하는 듯도 했다.

그렇게, 권력도, 사람도, 별로 가진 것이 없는 왕이지만.. 원나라에 대항하여 내 나라를 지키는 것, 세도가들에 대항하여 내 백성들을 지키는 그 고리타분한 원리원칙 하나를 가지고 현재의 자리를 지키고 있노라는 왕은, 그래서 원나라의 도움을 받는 것은 그 하나 뿐인 원리원칙을 깨는 것이 된다는 것을 전하던 왕은... 왕비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오로지 원리원칙 하나만을 꿋꿋히 지키며 위태로워 보이는 지금의 자리에 서있는 왕은, 이미 한번 원칙을 깼노라 했다. 결코 마음에 품지 않겠노라 맹세했던 원의 여인을 마음에 마음에 품었노라고. 아무리 저항해도 안됐노라고.. 이미 마음에 들어왔기에 내보낼 수 없어 더 차갑게 대했노라고... 그렇게 그대가 내 마음에 있노라고... 그 오랜 시간 누구에게 들킬새라 꼭꼭 숨겨뒀던 마음을 고백했다.

그날 공주궁에서 봤던 고려여인이 바로 공주궁의 주인이었다는 걸 알았던 순간부터, 왕은 끝없이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대체 왜 말하지 않았을까, 대체 왜 밝히지 않았을까.. 대체 무슨 이야기를 듣고싶어 그리도 입을 꼭 다물고 줄곧 내 옆에 있었을까... 그저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저항하기에 급급해, 이미 마음에 들어온 그녀를 밀어내기에 급급해, 미처 보지 못한 그녀의 마음을 본 순간, 끊임없이 고민했던 '왜'에 대한 대답이 풀렸고... 그렇게 이제야 고백할 용기가 생긴 것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더라.

 

이렇게 약한 나를, 두번 다시 원칙을 깨지 않을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겠소?

그렇게 왕은 손을 내밀었다. 그대로 인해 이미 한번 원칙을 깼으니 내가 두번 다시 원칙을 깨지 않도록 그대가 옆에서 도와달라고, 그렇게, 손을 내밀었다. 언제나, 늘, 왕의 곁에서 왕을 돕고싶은 왕비가 간절히 원하던 순간은 그렇게 찾아왔다.

그런데 말이다, 반복되는 느낌이 없잖아 들었다. 내게 있는 건 원리원칙 뿐이라는 것, 그러니 그런 나를 도와달라는 것, 그 것은 왕이 끝없이 했던 말이고 왕비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을 뿐인 듯 했다. 그 것은, 왕비가 끝없이 당신을 돕고싶노라 했으나 그 마음을 비꼬아서 바라본 왕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과 비슷했다.

말로 전하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는 마음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어리디 어린 왕과 왕비는 그 것을 이제서야 깨닳은 듯 했다. 누가 먼저 손을 내밀고 한발 다가갔는가는 알 수가 없다. 표면적으로는 왕비가 먼저 왕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간 듯 하지만, 운명공동체를 강조하던 왕으로 인해 왕비가 어떤 희망을 가진 것도 있는 듯 하다. 뭐랄까, 두 사람은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내내 머뭇거리다가 어떤 희망을 보고 조심스레 한발 또 한발 내딛다가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바라보고 말로서 고백을 하게된 듯 하니까.

두 사람은 아마 전보다 솔직한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말로서 마음을 전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한번 마음길이 열렸기에 말로서 전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아지는 마음이라는 것도 느끼게 되겠지... 그 마음이 쌓이고 쌓여, 언젠가는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될 것이고.

서연장으로 향하는 왕을 멀리서 바라보며 응원하는 왕비와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그리고 그 응원이 힘이 되었는지 작게 미소를 지어주는 왕. 그렇게 걸음을 내딛는 왕과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왕비... 그저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것을, 이젠 알아버린 듯한... 뭐, 그런, 설레임.

그리고-,

1) 회상장면에 추가씬 있어서 좋았다. ...근데, 그 장면은 안나오려나? 그날 천쪼가리 하나만 남겨두고 사라진 그녀를 다시 만난 날. 원의 공주와 고려의 왕자로서 정식으로 처음 만난 날... 그 순간 공민왕의 표정이 너무 궁금한데 말이다.. 안나올 듯;

2) 신데렐라마냥 천쪼가리 남겨두고 사라진 노국공주. 그리고 그걸 남몰래 간직한 공민왕. 그 천쪼가리를 다시 본 순간, 노국공주... 정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을 듯. 이걸 아직도 가지고 있다니! 라는 감동과 함께?

3) ...설마, 그냥 손만 잡고 술만 마셨으려나?

4) 공민과 노국을 비롯한 최영과 은수까지, 말을 제대로 전하지 않아 마음이 어긋나고 엇갈린 그들은, 말로서 그 마음을 정확히 전함으로서 그 어긋남이 길을 찾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5) 14회는 아직 안봤다. 어제 골타의 마지막회가 준 감동과 여운을 좀 더 오래 느끼기 위해서..................라기엔 응답 히든스토리를 봤었으니 아닌 거 뻔하고, 13회 리뷰를 안써서 그냥 안봤다. 근데, 골타는 진짜..... 마지막까지 완벽했다. 최고의 엔딩!!! (<-따로 리뷰써야하는데... 일단 여기에 대충 끼워넣기. 나중에 전체복습 한번 더하고 쓸지 어쩔지 생각해봐야 할 듯;)

6) 유신천관이랑 공노 뮤비 만들어야지.... 라고 생각했다가 유신천관 뮤비 만들고 땡; 만들어야지... 조만간.... 유신천관도 에피소드 마무리되면 한번 더 만들어야지....... 공노편집본도... 얼른......... 만들어야지.......................................(먼산) 시작하면 어떻게든 하는데 그 시작이 참 어려운 뭣같은 내 성격;;;

7) 다음 주 부터는 아마도 신의를 본방으로 볼 듯. 재밌어져라~ 재밌어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