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신의 11회) 걱정스레 내민 손에 수줍은 손을 얹어, 마음이...닿았다

도희(dh) 2012. 9. 18. 19:09

왕의 기를 꺽어 자신의 발 아래 두려는 기철의 계략에 겁은 나지만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당당하게 맞서던 왕은, 왕비가 위험하다는 말에 움찔거리며 평정심을 잃게된다. 그리고, 최영에 의해 왕비가 안전한 것을 확인했지만, 기철과의 기싸움이 종료된 순간 지체없이 왕비를 찾게되는 왕이었다.

그 순간, 왕은 무엇을 재고 따질 정신이 없는 듯 했다. 얼른, 저 여인을 내 곁에 두어야겠노라는 생각 뿐이었던 것 같다. 언젠가, 전력낭비를 줄이기위해 한 곳에서 보호를 받던 시절처럼, 그렇게, 함께해야 덜 위험할 것이라는 계산따위를 하고있진 않았을 것도 같다. 그저, 본능이겠지. 더이상 그녀를 위험에 노출시킬 수 없다는. 내가 지키고 싶다는. 뭐 그런?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 의미를 담고 계산을 하며 조금스런 걸음을 내딛는 왕은, 왕비 앞에선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듯 했다. 그리고, 거침없는 행동력으로 자신의 마음을 보였다. 처음 그녀를 만난 날 처럼, 이 것이 옳다고 생각한 순간, 행동에 옮겼다. 처음 그녀를 만난 날, 고려의 여인이라 오해하고, 그녀를 구해야한다는 생각에 무작정 손을 잡아 이끌던 날처럼, 그녀를 지켜야한다는 생각에 또 무작정 손을 잡아 이끌어버린 왕이었다. (꺄~)

행여 놓칠새라 왕비의 손을 꼬옥 잡고 광안전을 향하던 왕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변명을 툭툭- 던졌다. 기철이 찾아왔다. 그가 당신의 목숨으로 날 협박했다. 그리고, 차분하게 알고있다, 대답하는 왕비의 말에 놓아버렸던 이성의 끈을 잡았던 것 같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이 상황을 어찌 변명해야 할까, 솔직하게 그대가 걱정되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내 곁에 있어달라, 말하지 못한 채, 주저주저...

그 순간, 왕이 주저한 것은, 내가 못나고 무능하여 믿지 못하겠으나 어쩌구,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평소라면, 솔직할 수 없는 그 마음 숨기고자 그런 말로 자신을 방어했겠으나, 그런 말씀이 가장 듣기 싫었다, 라던 왕비의 말이 또 가슴에 맺혀 차마 할 수 없어 주저주저... 그런 왕의 마음을 알았던지, 왕비는 왕이 가장 원하는 대답, 그리고 왕비가 현재 가장 하고싶은 대답을, 주저없이 답함으로써, ...그 마음이... 닿았다.

쑥쓰러운 듯 성큼성큼 걸어나가며 삐져나오는 미소를 주체하지 못하는 왕과, 그 곁을 따르며 수줍은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왕비라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 무려 손까지 잡으며 진도를 나간 걸 보니 그저 설레이고 흐믓하고...(ㅋ) 눈치빠른 최상궁이 눈치없는 우달치 부대장을 막아준 덕에 두 사람은, 아마도, 광안전까지 설레이는 첫데이트를 하는 기분으로 걷지 않았을까? ...광안전 들어가는 것까지, 들어가서 수줍수줍, 어색어색하는 모습도 보고싶었다고 칭얼거리는 건 과한 욕심이겠지? 이 정도에도 감지덕지.... 해야지....;

그리고-.

1) 광안전에서 왕비와 최상궁과 함께 회의(?)를 하는 왕. 왕비는 왕을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왕은 그런 왕비를 오래 바라보지도 못한 채 최상궁을 보며 말하고. 뭔가... 일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건가, 싶기도...ㅋ

2) 간만에 공노분량이 많아서 그저 흐믓. 사실, 광안전 향하는 길이 이번 회차의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뒤늦게 한씬 더 나와서 '오오'거렸달까? 아... 이런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다니...;;;

3) 이번 회차에서는 유은수란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어느정도 해주는 듯 해서 보기 편했다. 은수는, 사람이 죽는 것, 책임지는 것이 싫어 실력이 있음에도 외과의가 아닌 성형외과의가 된 인물이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는 듯 했달까? 그래서 끝없이 도망을 치려고 하지만, 결국 은수는 그 '책임'을 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려에서 배우게되고 그렇게 성장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수가, 더이상 도망치지 않았으면 싶다.. 고 해야하나?

4) 사실, 처음에 최영의 선택이 이해가 안됐는데... 또 곱씹어 생각하니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어쨌든, 최영이 살고자 한 이유는 기철을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최영이 지켜야할 이는 많았고 그들을 기철로부터 지켜야만 했다. 그러니 자신을 걸고 기철을 죽이려 한 것이겠지. 왕의 첫번째 신하로서 왕이 갖고자 하는 것을 위해 싸워야하는 임무를 지닌 그는, 그들을 기철로부터 지킬 수만 있다면 자신이 없어도 왕은 또다른 신하를 얻고 그 신하들을 통해서 가지고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으리란 확신같은 게 있었을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천천히 단계를 밟아 살아가는 것이 아닌, 단번에 죽을길을 택한 것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랄까, 누군가에게 믿음을 줄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좌절이랄까, 뭐 그런 복잡다단한 감정이 있었던 것도 같고;

5) 하직인사를 하러 온 최영의 농담반 진담반에 쑥쓰러하는 공민왕이라니...ㅋ

6)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며 역사적 사건을 드라마와 어울리게 비교적 잘 버무리는 이 드라마가 그려낼 시간은 언제까지 일까? 기철의 최후까지 그려내려면 5년가량의 시간이 걸리는 듯 한데, 드라마 초반을 생각하면 은수가 이 곳에 있을 시간은 1년 정도일 듯 하고.

7) 또 11회는 나름 재밌게... 아... 정말... 다담주 부터 본방으로 봐야하는데... 재밌어라! 뭐, 다담주 부터는 이거 아님 볼 드라마도 없다만; (골타 담주 종영ㅠㅠㅠㅠㅠ)

8) ...뜬금없는 뻘글. 특유의 통통튀는 발랄함으로 지금의 위치에 있다는 건 알지만 개취로 난 차분하고 분위기있는 김희선씨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회차에서 보여진 은수가 맘에 들었던 것도 같다. 근데... 화장이... 조명이... 이건 배우 한명에게만이 아니라 드라마 전체적으로... 왜이렇게 톤다운인겐지ㅠㅠ 극의 분위기가 그래서 그런가... 라기엔.... 아... 뭔가 아쉽다... 뭔가... 뭔가...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