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10회) 그저 스치는 눈빛 하나에 설레이다

고려복식을 하기 시작하며 목덜미의 파스(?)를 제거했다고 생각했는데, 옷깃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것일 뿐이었나보다. 이제서야, 은수에게 상처를 보이고 제거를 한 것을 보니 말이다. 하긴, 장어의가 판단해서 제거했다는게 좀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긴 들더라.

아무튼, 왕비의 목덜미 상처를 최종진단 받는 날, 왕 또한 그게 걱정이 되었는지 어쨌는지 곤성전에 납시셨다. 납시셨으나 차마 왕비가 있는 방 안으로는 들어서지 못한 채, 서성서성, 등을 돌리고 있다가 궁금한지 힐끔거리는 것, 의선이 직접 와서 상처를 보라고 하자 머뭇대며 들어섰지만 차마 더 가까이 가지 못한 채 주춤거리는 모습, 안그래도 왕에게 미움을 받고있(다고 오해 중)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이뻐보이고 싶은 왕비가, 목덜미의 상처로 인해 더 미움을 받으면 어쩌나, 왕이 흉하다 하면 어쩌나, 초조해하는 모습들이 귀여웠다.

그날, 왕비의 고백 이후 아마도 처음 만나는 듯한 분위기의 이 부부는, 마음을 내비친 왕비와, 그 마음을 처음알아버린 왕은, 전과는 조금 다른 공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래서, 수줍음이 한층 강화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드는 중이다. 전같았으면 왕이 직접 왔을까, 왔더라도 저리 수줍어 했을까, 도도하고 자존심 강한 왕비가 왕의 대답만을 기다리며 초조하고 불안한 감정을 숨기지않고 뿜어낼 수 있었을까, 등등의 생각도 들었더랬다.

그 후, 상처가 그리 흉하진 않죠, 라고 묻는 의선의 물음에 그러하다 대답하며 쑥쓰러운 듯 미소짓는 왕과 그런 왕의 말에 조금은 조금은 안도한 듯한 왕비는 긴장감이 조금은 풀렸는지 의선의 노고를 칭찬하는 것으로 화제를 전환하며 왕과 조금이라도 더 한 공간에 있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렇게 느껴졌다. 치료 끝!을 외치고 의선이 나가면 왕도 그럼, 하며 돌아갈 것이 뻔하니까?

...그리고, 신의 10회의 공노커플 분량은 이게 다였다. 회가 거듭될 수록 적어지는 이 공노의 분량에 그저 한숨지을 뿐이다. 뭐랄까, 의무적으로 나오는 그런 느낌마저 든달까? 그래서, 서브커플에 낚이면 안되는 건데... 오로지 메인빠인 나로선 너무나 드물게 서브에게 낚여서 나름의 맘고생을 하는 중이다. (...)


*덧*

1) 1번이었다. 은수의 존재가 이미 역사에 존재했고 그렇기에 은수의 행보가 역사에 기록으로 남은 결과의 시작이었다. 노국공주의 죽음을 막고, 경창군이 독으로 생을 마감하게 하고, 훗날 조선을 세울 이성계를 살리는 것으로서. 그러고, 그 모든 것을 깨닫게된 은수의 멘붕!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은수가 조금만 더 계산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두번이 많다면 한번만이라도 더 생각하고 행동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을 무조건 말로 내뱉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내가 역사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충격일 수 있지만, 역사의 흐름에 관계되어선 안되기에 나름 조심을 했다는 그녀가 흥분해서 역사스포를 마구마구 날리는 것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그 전에, 그녀가 나름 조심했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안됐다. 한 걸음 걸음 내딛을 때마다 내 걸음이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라는 고뇌가 그녀에겐 전혀 없었으니까. ...이제부터라도 하려나?

공민왕에게 직접 '이씨 조선'이라는 말을 내뱉고, 최영에게 직접 '저 아이가 훗날 널 죽일 것이다'라고 말해버린 은수. 보통이라면 왕은 그 이씨 조선이 무슨 의미인지 파헤치고 폭군이었다면 이씨의 씨를 말리려고 하지 않았을까, 보통이라면 최영은 훗날 나를 죽게 만든다는 그 아이를 죽여버리려고 하지 않았을까?

더 깊이 생각하기엔 당장 이들 앞에 닥친 일들이 너무 커서 유야무야 넘어간 것 같지만. 진짜 넘어간건지, 잠시 보류한 건지는 알 수 없기도 하다. 하나 더 문제가 있다면, 기철 또한 은수가 내뱉은 말들을 다 들었을 거란 말이다. 이씨 조선이라거나, 이성계가 최영을 죽일 미래라거나... 기철은 이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까? 뭐.. 은수가 역사스포를 흘린 것조차 역사의 일부이고, 이 스포를 흘린 것으로 인해서 예정된 수순으로 우리가 아는 역사대로 흘러가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2) 그래도 최영, 은수에게 뭔가 부탁하고 시킬 때는 납득할만한 이유를 대시라고요! 그저 명령만 하고 말을 쫌 들으라고만 하면 누가 고분고분 '네'하고 듣겠는가. 대장 말은 곧 법이라며 토달지 않고 시키는대로 하는 우달치들도 아니고; 그렇게 '쫌!'을 외칠 시간에 이유를 대는게 더 빠를 듯;


3) 8~9회가 기대보다 괜찮게 다가와서 이젠 슬슬 공노분량이 쩌리여도 괜찮게 볼만한 드라마가 된 것도 같다, 라고 생각한 것이 미안할 정도로... 재미없던 10회였다. 그래도 어쩌랴, 공노의 노예가 되어버린 내 탓으로 인해 계속 보겠지;; 드라마를 볼 때, 전체적인 흐름을 보는 편인지라 휙휙 돌려가며 보지도 못하는 내 성격 탓이기도 할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