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신의 9회) 한 발짝 내딛는 발걸음 위에 그대 향한 마음을 얹어,

도희(dh) 2012. 9. 11. 14:11

먼저, 의선을 찾아오고 싶은데. 의선을 먼저 찾아와야 내가 왕비 앞에 면이 설 거 같아서요.

진정한 고려의 왕이 되기위한 첫 걸음을 막 뗀 왕은, 의선을 되찾아 오는 것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었다. 오해는 풀렸으나 걱정이 많을 최영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함과 동시에 의선을 자신의 곁에 두는 것이 기철과의 싸움에서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말 그대로 왕비 앞에서 면을 세우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쉽게 말하자면 잘 보이고 싶다는 거겠지.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다, 라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을 것이다. 타고난 위엄을 지닌 아름다운 왕비에게 어울리는 왕이 되고 싶으나 그럴 수 없던 그는 언제나 왕비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고 초라해졌을 것이고, 그런 자신을 느낄 때마다, 왕비가 그런 생각조차 하는 것이 겁이나 스스로를 끝없이 비하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마음에 품은 당신이 그런 생각을 하기 전에 선수치는 것이 내 마지막 자존심... 이라도 되는 것이었을지도;
 
약속한 기간은 아마 지났을 것이고,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명분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기철이 준 옷을 입고 공식행사에 오는 것으로 '기철이 의선의 마음을 가졌다'라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어버린 지금, 왕이 의선을 찾아오는 것은 쉽지 않을 듯 했다. 정면돌파를 위해 용기를 냈고 그렇게 나아가지만, 때론, 머리를 굴려 권모와 술수도 필요한 법이기에, 왕은 왕비의 도움을 받아 의선을 되찾기위한 덫을 설치했다.

가장 먼저 의선을 되찾아오는 것으로 '이정도는 할 수 있는 왕이 되었다'라고 왕비에게 말하고 싶었을 그는, 목표한 바를 이루기위해 왕비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왕비에게 미안하면서 왕비에게 그런 일까지 시키게된 자신이 한심해 또다시 자책하는 왕에게 왕비는 말한다. 뭐라도 돕고 싶었다고, 그래서 뭔가 하려고 들면 그것이 더 노여움을 샀노라고, 당신을 돕는 것이 나에겐 가장 어려운 일이었노라고. 당신이 당신 자신을 한없이 낮추고 못났다 하는 그 말이 가장 듣기 싫었노라고.

고려의 왕과 왕비가 되기위해 그와 그녀는 용기를 냈다. 왕은 크게는 원 작게는 원을 등에 지고있는 기철을 향해 정면돌파를 선언했고, 왕비는 등에 짊어진 원을 버렸다. 그렇게 고려의 옷을 입는 것으로 제대로된 고려의 왕 그리고 왕비가 되기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신의를 되찾는 것으로 또 한 발짝 내딛는 그 걸음 위에, 왕은 왕비를 향한, 왕비는 왕을 향한, 마음을 얹었다.

왕은 위엄있고 아름다운 당신에게 어울리는 내가 되어가고 있음을 보이고자 했고, 왕비는 그런 왕에게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는 커다란 사람이었노라고, 그런 커다란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뜻을 항상 돕고 싶었노라 말했다. 말을 했다. 직접. 전해지지 않는 마음을 소리내어 말했고, 왕은 왕비의 말을 두 귀로 듣는 것으로 그 마음이 마음에 닿지 않았을까?

그 장면이, 짧게간 것이 못내 아쉬웠던 것은, 내가 공노빠라 그런 것이겠지;

*덧*

1) 신의를 되찾아오는 것에 그 비러머글 군수를 엮는 것으로 기철의 꼬리 하나를 자르고, 당장 필요한 '자금'까지 함께 손에 넣는 것은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자신의 시선과 손길과 걸음이 닿는 한에서는 늘 머리를 굴리고 권모와 술수를 쓰려고 하는 왕일까, 뒷끝이 매우 긴~ 최영일까? ...아니면, 최상궁??? ...아무튼, 정치에는 '명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며 봤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눈가리고 아웅일지라도 명분이 있으면 된다, 라고 해야할까?

2) 왕비가 왕의 정치적 지지자이자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그의 곁을 지켜줄 날이 머지 않은 듯 해서 기쁘다. 역사가 스포인지라 당신들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않으니... 얼른, 오해를 풀고 마음을 봐주시길... 일단, 왕은 왕비를 향한 오해가 어느정도 풀렸겠지만... 왕비는 아직 완전히 풀리진 않았을테니 말이다. 왕은 왕비가 자신을 한심하게 여긴다 생각하고 있었고, 왕비는 왕이 자신을 미워하고 싫어한다고 여기는 상황이니... 왕도 왕비더러, 사실은 당신을 미워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고, 그렇기는 커녕... 사실은 내 마음은 이러이러하다는 말을, 하긴 하려나? 사실, 이런 건 구구절절 말로하는 것보다 어떤 상황이 닥쳐서 저절로 알아버릴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사건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 중이다.

3) 그런데 말이다, BGM은 대체 왜그러는 걸까? 몇몇 아쉬운 구석 중 하나가 BGM. 그리 좋은 것도 모르겠고, 트는 타이밍도 뜬금없고. 게다가, 회상장면은 나름 납득을 하며 보긴했는데 - 최영의 회상은 뭐랄까, 그의 결심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는 듯 했으니까 - 후반부 뮤비스런 회상은..... 본방으로 본게 아니라 그 부분은 빨리감기 해버렸음;

4) 마지막에 엄청나다면 엄청난 떡밥을 던져주셨는데... 이건 또 어떻게 된일일런지...;;

5) 사람의 마음을 모으기 위한 왕의 행보도 기대된다. 기철과는 반대가 되겠지? 이 세상에 가질 수 없는 것이 없는 이유가 가질 수 없다면 세상에서 없애버리는 기철과는 말이다. 기철은 사람의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면, 왕은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 할테니.

6) 기철은 은수에게 미래를 알려달라고 한다. 미래만 안다면 자신이 역사를 바꿀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고. 그리고, 은수는 주저한다. 문득, '보보경심'이 떠올랐다. 약희는 자신이 내딛는 한 걸음 걸음이 조심스러웠었다. 그 걸음이 역사에 어떤 영향이라도 끼칠까, 역사가 어찌 흘러갈지는 알지만 자신의 미래를 모르기에 두려워 그 걸음은 더욱 조심스러웠고.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던 약희의 걸음 걸음은 모두 역사의 조각이었다. 약희가 알고있는 역사의 시작이기도 했고 과정이기도 했으니까.

그 것이 떠오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은수가 실수로라도 역사에 대한 스포를 날리고 그 것을 피하기위해 행동을 한다면, 그 또한 정해진 역사대로 따르는 것은 아닐까, 라는. 셋 중 하나겠지. 은수의 존재 자체가 이미 역사에 존재한 것이기에 그녀가 어떤 스포를 날려도 그것이 예정된 수순일 뿐이거나, 은수의 존재는 뒤틀린 것고 그녀의 걸음 걸음이 분명 영향을 끼쳐 그녀의 뒤틀린 존재만큼이나 뒤틀리고 엉망이 되겠으나 돌고돌아 어느 길로 들어서더라도 결국은 역사와 닿는다거나(일드 '진'에서 병으로 죽을 사람을 구했더니 말에 치여 죽은 것처럼 이미 일어날 일은 어떤 수를 써도 결국 일어나버린다는 뭐 그런?), ...'인현왕후의 남자'처럼 역사가 완전히 바뀌어 버리거나.

...이렇게 경우의 수를 생각하다보니, 약희의 존재는 1번이었을까 2번이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당연히 1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긴한데... 아, 이건 나중에라도 따로 생각해봐야겠다.

7) 공노리뷰보다 덧이 더 길고 많은 거 같은 건... 착각, 아닌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