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철이 왕을 협박하던 날, 왕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보름이란 기간을 정해 서연을 열어 나의 사람을 보여주겠노라 선언했다. 그 어떤 계획도 없는 상황 속에서, 기철의 기에 눌리지 않기위한 왕의 선언은 무모해보이기까지 했으나, 어쨌든 기철을 당황하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 절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의 성공을 한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저 무모해 보이지만, 그동안 보여준 공민왕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어진 상황과 한계 속에서 최대한 머리를 굴려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하게 그 상황을 이용하려는, 혹은 모면하려는 것이 말이다. 어리고 겁많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지만 영리한 왕. 갑작스런 서연선포는, 처음 기철과 대면해 의선을 두고 거래하던 왕이 떠오르기도 했다.
다만, 그때와 다른 것은, 그런 왕의 결정에 대해 토를 달고 비난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왕비는, 자신의 결정이 불러 일으킬지도 모를 결과에 대해 겁을 내어 혼란스러워하고, 과연 그 결정이 옳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되물으며 자책하는 왕을 다독이며 기운을 북돋아줬다. 최영은, 왕이 갖고자하는 것을 위해 싸울 뿐이었다. 그 것은, 전과 달리, 이제 그들에겐 왕의 판단과 결정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그동안, 함께 대화를 하고 마음을 나눈 시간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 라고 해야할까?
왕비인 노국공주와 최상궁과 최영... 충실한 왕의 사람들. 그들이 왕의 결정에 무조건적인 믿음으로 답하는 것은, 왕이 먼저 보인 믿음의 결과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철이 사람의 마음을 갖는 것이 철저히 외톨이로 만드는 공포라면, 왕은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고 믿음을 주어 믿음을 받는 것으로 마음을 갖는 이가 될 듯 하다. 아직은 서툴러, 세명의 사람을 얻었음에도 혼란스러워하지만, 지금까지의 마음을 잃지않는다면 왕은.. 얻고자하는 이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갖게되겠지... 라는 생각. 솔직하고 대범하게 나감으로서, 최영의 사숙이라던 수리방 대장(?)들의 마음도 얻은 듯 하니까.
한편, 먼발치에 서서 왕을 바라보던 왕비는 언제나 늘 하나의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하면 왕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마음을 열게되며 그의 곁을 지킬 수 있게된 왕비는 생각한다. 어떻게하면 왕의 작은 어깨에 짊어진 그 무거운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을까?
그리고 이제, 갑작스레 내린 결정으로 생길지도 모를 결과때문에 겁을 내고 혼란스러워하며 후회를 하는 왕에게, 전하가 전하를 믿어야만 한다는 말로 나약해지는 왕의 마음을 다잡아 준 왕비는,고려의 왕비로서 어깨에 짊어진 고려가 무거운 왕에게 미약하나마 어떤 도움을 주는 것 뿐만 아니라, 지어미로서 힘들고 의기소침해 있는 지아비를 위로해주고 싶어졌다. 그에게 도움이 되고, 그의 짐을 덜어주고, 그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은 모두 같은 것 같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강안전에 들고, 자연스레 왕의 책상을 정리하며 그 자리에 앉아 왕의 괴로운 마음을 느끼는 왕비. 그 다음의 장면에서 보여진 왕비가 너무나 귀여웠지만, 의선이 돌아왔을 때 같이 강안전 집무실에서 나오는 모습,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마다 그림을 그리는 왕을 위해 그 앞에 앉아 먹을 갈아주는 왕비나, 자연스레 왕이 없는 강안전에 들어 왕이 집무를 보는 자리를 정리하며 괴로움이 담긴 듯한 그의 그림을 하나하나 정리하는 모습, 그의 자리에 앉아 하얀 화선지 위에 서진으로 스윽- 정리를 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렇게, 왕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느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달까?
아무튼, 너무나 순진하고 순수한 어린 왕비는 궁금했었나보다. 어떻게하면 힘들고 의기소침해 있는 지아비를 위로해줄 수 있을까, 에 대해서. 어린 왕비에게 궐 내에서의 정보와 지식을 주는 최상궁조차 모르는 그 방법을 혼인한 내관을 통해 알아내려던 왕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술술 대답하다가 말문이 막힌 내관을 너무나 순수하게 바라보는 왕비를 보는 순간 웃음이 터졌다. 게다가, 그런 왕비와 함께 내관을 닥달하는 최상궁이라니... 다른데서는 눈치도 빠르고 두뇌회전도 빠르던 최상궁은....... 부부관계에 대해서만큼은 눈치제로였다;;
어쩔 수 없이 솔직한 대답을 한 내관과, 예상치 못단 대답에 당황한 왕비... 그 말의 의미를 막 깨닫는 순간 들어선 왕과 눈이 마주친 왕비는 붉어진 얼굴을 차마 들지 못한 채, 강안전을 나섰고... '대체 무슨 일이냐'라며 지금의 상황이 궁금한 왕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그저 죽여달라는 말 뿐이었다나 뭐라나;;; 정말, 이 드라마를 보면, 왕이 제 형님과 정반대의 성격을 지녀서 여러모로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중이다. 공민왕이 충혜왕의 성격 반만 닮았어도... 이씨성은 애초에 멸족당했을 것이고 그 내관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겠지?
어쨌거나, 수줍은 왕비가 너무나 귀여웠던 회차였다. 손잡는 것만으로도 꺄~ 소리가 나게하는, 그렇게 얼결에 손잡은 거 외엔 눈빛만 마주헤도 수줍어하고 설레여하는, 키스는 커녕 포옹조차 없는 ... 이 풋내나는 부부가 합방을 하는 날이 오기는 올까? 아무리, 덕성부원군 기철의 눈치보기에 바쁘다하더라도 신하들은, 왕자출산이 시급하다며, 합방을 하라며, 재촉하지 않는걸까...? 이번 서연을 통해 인재들이 왕의 사람이 되어 들어오면 그런 독촉도 하려나?
★ 그리고 ★
1) 지난 주 공노라인 분량이 너무 바닥이어서 이번주 또한 기대를 안했는데... 이번 주는 보는내내 흐믓. 어쨌든 정체되었던 진도가 조금씩 나가는 중인 듯 하다. 흠... 그런 의미로 다음 주엔 포옹이라도...... 그게 어려우면 손 한번 더 잡던가ㅋ
2) 사실, 공노 외에도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다 잊었다. 리뷰쓰기 전에 공노부분을 그나마 약간 돌려봐서 망정이지. 그러게... 빨리빨리 써야했는데.......................................................(먼산)
3) 최영이 의선을 왕비의 보호아래 있게해달라며 청을할 때, 왕비에게 의견을 묻는 왕. 난 뭔가, 왕이 싫은 걸지도, 라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 의선이 돌아온 건 기쁜 일이지만... 의선이 왕비의 보호아래 있게된다는 것은 왕비가 이제 강안전을 떠나 곤성전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의미였으니까. ....그렇다. 내가 싫었다. 왕비가 강안전을 떠나 곤성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
4) 스파이를 축출하지 않았던 이유가 내내 궁금했는데, 이번 회차에서 역이용하기 위해서 였나보다. 사실, 이번 회차를 위해서라곤 해도 ... 스파이를 그때까지 파악하지 못했던 건 좀 그랬다. 우달치 부대장이나 늑대소년이 그날 명단을 잃어버린 상황을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것도 이상했고. 게다가, 그렇게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면, 진작에 역이용하지... 싶기도 했고;; 사실, 최상궁과 노국공주의 대화를 통해 최영이 기철을 친다는 것이 스파이에게 노출되었을 때도 너무 허술해서 당황했고, 설마 낚시겠지했는데 아니라서 허탈했었다. 어쨌든, 이제라도 써먹어서 다행;;;
5) 이건 정말 뻘글. 밤을 꼴딱 새서 너무 졸린 상황. 그래서 리뷰도 아마 횡설수설... 이래봤자, 늘 그러했으니 이건 비겁한 변명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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