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신의 15회) 휘청이는 왕을 잡아주는 비

도희(dh) 2012. 10. 2. 18:52

믿었던 최영의 옥새탈취사건으로 엄청난 충격과 상처를 받은 왕에게 한달음에 달려간 왕비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끝없이 자책하고 힘겨워하며 휘청거리는 왕이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줬다.

왕은 그저 슬펐고 화가났었다. 어떻게 최영이 나에게 그럴 수 있느냐, 라는 생각에. 그리고, 최영의 행동을 납득할 수 없었던 왕비는, 그때의 상황을 왕에게 상세히 말해달라는 것으로, 왕이 그 일과 제대로 마주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저 속에 꽁꽁 감춘 채 슬프고 화가나던 순간의 감정을 곱씹으면 그 자리에서 정체될 수 밖에 없지만, 그 것을 입밖으로 꺼내어 상황을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머물던 감정에서 벗어나 미처 생각이 닿지않았던 부분, 그 순간엔 보이지 않았던 부분을 보게되며 상황을 정리하고 제대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때의 상황을 설명해달라는 왕비에게 왕은 감정에 복받쳐 그때의 상황을 하나하나 입밖으로 꺼내는 순간, 조금씩 이성을 되찾고, 그때 최영과 나눈 대화를 곱씹으며 자신이 무엇을 놓쳤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혼자였다면 꽤 오랜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를 왕의 각성은 곁에 왕비가 있었기에 조금 빠르게 찾아온 듯 했다.

왕비는 왕을 걱정했지만 왕과 함께 분노하기 전에 침착하게 상황을 되짚어줬다. 아마도, 왕과 최영의 관계를 한발자국 떨어져서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왕비였기에 그 상황과 마주한 순간 감정적인 왕에 비해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그 상황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 자신의 모자람을 깨닫고 또다시 힘들어하며 떨고있는 왕이 자신의 감정에 더 깊이 빠져들기 전에, 더 많이 휘청이기 전에, 잡아줬다. 괜찮다고, 이제라도 알았으니 된 것이라고, 지금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그렇게 응원하는 듯 했달까? 하소연을 하면 들어주고, 두렵거나 분이나서 떨고있으면 옆에서 잡아달라던 왕의 부탁을, 왕비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들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 장면 너무 좋았다. (꺄!) 그나저나, 과감해지셨습니다, 그려?


*덧*

1) '조일신의 난'은 최영에게 빼앗긴 왕의 사랑과 관심이 고팠던(...) 조일신의 욕망을 꽤뚫어본 덕흥군에 의해서 일어난 것으로 그려졌다. 왕이 자신의 손바닥에서 놀아나지 않는 것이 괘씸해서 반란을 일으키는 조일신이 기철과 다를게 뭐란 말인가... 충신을 자처하던 조일신도 고작 저런 인물이라는 건, 애초에 알고 있었음에도 참 마음이 씁쓸했다. 그런데, 조일신이 왕에게 관심을 받고싶어 이런짓을 저질렀다는 식으로 말할 때 좀 웃겼음ㅋ (아닌가? 뭐라 말했나는 잘 기억이 안나는데 나한테는 저런 식으로 들렸었음;)

2) 즌하를 길들이려고 덕흥군을 끌어들인 기철은 되려 덕흥군의 손바닥 위에서 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기력한 기철, 왠지 뒷방 늙은이같은 느낌까지; 아무튼, 덕흥군의 꾐에 넘어간 조일신이 일으킨 난 덕분에 형제 하나를 잃게된 기철의 반격을 기대... 하고싶진 않다. 기철이 칼을 겨누는 대상이 일단 즌하이기 때문에;

3) 벌써 15회차까지 방영했고 앞으로 9회차정도 남았는데 끊임없이 당하고 당하고 또 당하는 즌하와 기철. 대체 언제까지 당하는 꼴을 봐야만 하는 걸까? 그래도,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지만 왕이기에 절대 보여선 안될 약한 모습을 꼭꼭 숨기고 능글맞으면서도 위엄있는 모습으로 왕의 권위를 지키는, 그렇게 최악의 상황을 능글스럽게 넘기는 즌하의 모습을 보는 건 좋다.

4) 최상궁이 최영에게 지금 즌하는 혼자 있다고 말해줄 때, 맘이 좀 아팠다. 즌하는 또 그렇게 홀로 계시는 구나. 그때 최영이 즌하를 찾아뵙길 바랬지만... 최영 이눔시키도 똥고집이 있어서 지금은 때가 아니라며 안간 것이겠지.. 아무튼, 의선과 즌하 중 하나를 지켜야하는 상황에 처한 최영의 선택은? 두둥?... 인가??

5) 공민왕의 인생의 동반자이자 정치적 지지자인 노국공주. 그 느낌이 들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