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모를 꾀한 죄인 최영과 내통하였다는 이유로 왕을 지키는 우달치 부대는 감금되었다. 그리고, 금군들과 기철의 사병들이 왕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왕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왕은, 감금되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왕비는 문득, 깨닳았다. 원나라를 등에 업은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왕을 위해 쓰고싶었던, 그 힘이 사실은 종이조각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신의 목숨이 기철에게는 파리의 그 것만도 못하다는 것을. 고려로 오는 길 그리고 기철의 집으로 향하던 길, 무려 두번이나 목숨을 위협 당했던 공주는 이제서야 겨우, 깨닳았다.
그렇게, 왕의 힘이 되어주고 싶었던 왕비는, 원의 공주라는 자신의 위치가 왕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무능한 자신과 마주하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그렇게, 힘을 잃은 왕비는 자존심을 다쳤다. 그 자존심으로 인해, 전처럼 당당하게 조금은 뻔뻔스레 왕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제멋대로라도 왕의 곁을 지키고 싶었던 왕비는, 그저 한마디를 남기고 돌아섰다.
전하는 바보다.
푸념같기도 했고, 투정같기도 했고, 자책같기도 했다. 고독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곁을 내어주지 않는, 도움을 청하지 않는 왕에 대한, 날파리보다 못한 자신을 비로 둔 왕에 대한... 사실, 어떤 의미일까, 라는 생각을 내내 했지만 사실은 아직도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냥, 그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최영이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된 왕은, 믿음을 얻게위해서는 믿음을 줘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기로 했다고 한다. 최영을 얻기위해서, 그는 진정한 고려의 왕이 되는 길을 걷기위한 용기를 냈다. 그리고, 함께 그 길을 걸어가야만 하는 운명공동체인 왕비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아마, 왕이 왕비에게 도움을 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었다. 왕이 낸 용기에는 그 또한 포함되어 있을테니까. 고려의 왕비이기 전에 원의 공주인 그녀에게는 쉽지않은 부탁일 수도 있었으나, 그녀는 왕의 부탁을 들어줬다. 어쩌면, 왕의 부탁을 받는 순간, 날파리보다 못한 왕비라며 자신을 한없이 자책하던 그녀는, 언제나 왕에게 도움이 되고싶었던 그녀는, 무엇이 왕에게 도움이 되는지 알게된 것은 아닐까? 그렇게, 왕의 곁을 지킬 수 있는 길을 보게된 걸지도 모르겠다.
어쩐지, 왕의 부탁을 들어주는 순간, 그녀는 원의 공주인 자신을 내려놓고 오롯한 고려의 왕비가 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왕의 부탁은 그녀에게도 용기였다. 그리고, 빛이었을 것이다. 다시금 나아갈 수 있는. 왕이 최영을 통해 얻은 것을 왕비는 왕을 통해 얻은 것은 아닐까?
그리고, 왕은 왕비가 그 부탁을 들어주리란 어떤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그럴 것 같았다. 늘 투닥거리며 애증의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늘 지켜보고 있었을테고, 언제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을테니, 자신을 향한 그녀의 진심은 오해하고 있다손 치더라도, 그녀가 했던 말과 보여왔던 행동, 그리고 그냥 알아지는 무언가가 그에게 그런 확신을 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왕은 말했다.
얻고싶은 이를 얻기위해 자신의 용기를 보여주는 것이 먼저일 듯 하다고.
현재, 자신을 미워하고 한심하고 우습게 여긴다고 생각하는 왕비, 그래서 온 신경을 곤두세울 뿐 그 곁에 다가서지 못하는 왕은, 그녀의 마음을 얻기위한 용기는 내지 않고 있다. 질투를 하면서도 진심을 말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자신의 진심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상대의 마음을 오해해서 머리카락이라도 보일까 꼭꼭 숨겨두는 걸까?
궁금해진다.
왕비의 마음을 얻기위해 왕은 앞으로 어떤 용기를 보여줄 것인지. 또, 그게 언제쯤일지.
또, 용기를 내어 한걸음 내딛다가도 지레놀라 두걸음 뒤로 물러서는 왕비는
왕의 마음을 얻기위해 어떤 용기를 보여줄지도.
그 것이 너무 먼 훗날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면승부를 위한 용기를 낸 그들은, 진정한 고려의 왕과 왕비가 되기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덧*
1) 늦은 밤, 옷을 주기위해 왕비의 침소를 찾은 왕, 그리고 갑작스런 왕의 방문에 설레였던 왕비. 어쨌든, 그날 밤 왕비는 밤새 뒤척였을 것 같다. 아마도 처음 자신의 침소를 찾아줬을 왕에 대한, 아마도 처음으로 자신에게 도움을 청한 왕에 대한, 설레임과 두근거림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왕의 말을 들으며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표정으로 일관하면서도, 간간히 보여지는 표정에서 감격과 설레임이 느껴졌었달까? 흠, 왕도 밤새 뒤척였을지도 모르겠다.
2) 왕의 부탁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하지않던 왕비. 그러나, 왕은 왕비의 대답이 무엇인지 알고있다는 듯, 준비된 것을 부였다. 그냥, 알았고 통하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남녀관계로 발전하면 끝없는 오해의 구렁텅이 속에서 허우적 거리지만, 같은 길을 함께 걷는 동반자로서는 그냥 알아버리는 그런 느낌? 믿음, 일지도 모르겠다. 쌓아둔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간 함께한 세월동안 알게모르게 쌓아둔 것이 있었나보네, 싶기도 했고.
3) 그렇게 왕과 왕비는, 한뼘씩 성장했다. 왕은 최영을 통해서, 왕비는 왕을 통해서. 왕은 사람을 얻었고, 왕비는 등에 짊어진 원을 버렸다. 그렇게, 왕과 왕비는 진정한 고려의 왕과 왕비가 되기위한 용기를 냈다고 해야하나?
4) 신의 8회는 공노의 분량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 재밌게 봤다. 공민왕과 노국공주와 최영의 각성과 앞으로 걸어갈 길을 위한 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이 약간 흥미진진. 최영과 공민왕의 관계도 재밌다. 공민왕 - 노국공주의 관계 다음으로 흥미로운 관계가 공민왕 - 최영의 관계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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