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신의 7회) 사실에 덮힌 진실, 풀리지 못한 오해

도희(dh) 2012. 9. 4. 19:10

왕과 왕비는 최영의 역모 소식을 전해 들었다.
왕은 침묵했고 왕비는 진실이 아닌 사실을 확인했다.

기철의 명에 의해 움직인 사실, 그 속에 무슨 사연이 있든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듯이. 그리고, 움직였다. 그 일이 있은 후 처음, 왕과 마주했다. 자존심 강하고 도도한 원의 공주이자 고려의 왕비는, '왕'을 위해서라면 언제나 한발 물러서고 먼저 고개를 숙인다. 왕은, 그 것을 모르는 듯 하지만. 그리고, 이번에도 왕비는 '왕'을 위해 먼저 고개를 숙였다. 다과를 청했고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이 왕을 위해 하고자하는 일들을 말해, 그 마음을 알리없는 왕의 오해와 분노를 사고 말았다.

아직 칼로 물을 베지 못한 부부싸움의 뒷끝이 느껴지던 이 장면, 나름(...) 재밌었다.
서로 마주하되 아직까지 말을 섞고 싶은 의지가 느껴지던 씬이라고 해야하나?

대체 어디까지, 대체 어디까지 나를 비참하게 만들어야 기쁘시겠습니까? 일국의 왕이라는 자가 가장 충실한 부하를 잃었습니다. 그자가 내게 등을 돌렸다 해도 나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근데, 이젠 내 왕비까지 내 무능함에 질려서 나를 버리고 스스로 무언가를 하겠다고요? 내가 그렇게 한심합니까? 그자가 그렇게 좋습니까? 그자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해야하는 겁니까?

왕비는 자신을 기철에게 보내달라고 했다. 자신을 볼모로 삼고 의선과 최영을 놓아달라는 거래를 위해. 그리고 왕은 그런 왕비의 말에 겨우 겨우 참고있던 인내심이 끊어지며 폭발하고 말았다. 의선과 최영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어쩌면 그들 이상으로 소중한 왕비에 대한 마음, 그리고 왕비의 마음이 향한 곳에 대한 오해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처음 만난 날부터 마음에 품었고 꼭꼭 숨겨둔 마음 속 이야기까지 다 했는데, 그녀가 바로 원의 여인이라는 현실. 그래서 거부하고 미워하려고 하지만 내내 마음이 쓰이고 밀어낼 수록 마음 더 깊은 곳에 자리잡아가는 것을 모르는, 어쩌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아직은 어린 왕. 너무나 차갑고 도도하고 자존심 강한 왕비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기에 더더욱 비아냥 거리며 마음을 꽁꽁 감추는, 왕은, 자신에겐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관심을 '가장 충실한 부하'인 최영에게 주는 것이 질투나고 숨기려고 하지만 그 꽁한 마음을 결국 드러내고 말았다.

최영의 역모를 왕이 믿을리가 없다. 그렇게 '어리석은' 왕은 아니니까. 혹시나, 라며 흔들리는 것도 있겠으나 사실 속에 진실이 있음을 알 것이다. 왕비가 아는 것을 그라고 모를까. 그럼에도 침묵하는 것은 '왕'으로서 지금의 일을 어떻게 활용해야 유리할지 '권모'와 '술수'를 쓰기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질투가 있지 않았을까? 왕비의 마음이 닿은 이라는 것에 대한 질투.

전하께서는 그자가 나같은 거보다 더 필요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전하는 절대 모르시지만, 알려고 하지도 않으시지만, 저는... 저는...

사랑하기 때문에, 지켜주고 싶다. 홀로 서있는 것이 불안불안한 이 유약하고 어린 왕을 지켜줄 이는 최영과 의선이다. 그들을 되찾고자 원의 힘을 쓰고자 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리고, 왕비가 생각해낸 것은 그들과 자신을 맞바꾸는 것이었다. 원의 공주이자 고려의 왕비, 그렇기에 기철이 함부러 할 수 없으리라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 사고있는 그녀였으나, 왕에게 있어 자신의 존재는 불분명했다. 가치를 높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왕에게 자신을 '나같은 거'라고 표현했다. 그 것은, 왕과 혼인하고 지금까지 살아오며 왕에게서 느낀, 마음, 이겠지. 왕 앞에서만은 한없이 작고 초라해지는 존재.

그 마음으로 인해, 나같은 거 없어도 괜찮지만 의선과 최영이 없이 괜찮지 않을 왕을 위해 그런 선택을 했던 것 같다. 왕에게 왕비와 최영-의선을 같은 저울에 둘 수 없지만, 왕비는 최영-의선과 자신을 같은 저울에 두고 저울질하고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말에 대한 왕의 격한 반응에 왕비는 움찔했던 것 같다. 쏟아내는 오해와 분노와 슬픔이, 왕비의 마음에 어떻게 닿았을까? 어떻게 닿았을지 몰라도, 그 순간 왕비는 그 '오해'만은 풀고싶었던 것 같다. 다른 건 다 괜찮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의심당하는 것마저 참을 수는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한발 다가서다 늘 두발 물러서던 왕비는, 다시금 한발 다가서려고 했다. 하지만...

왕비의 오해란 뭘까?

자신을 향한 왕의 마음이겠지. 그리고, 또 하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왕비는 왕이 자신을 '그날 공주궁에서 만난 여인'인 것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또 그런데, 알기에 왕이 자신을 더 미워한다고 여기는 걸지도 모르겠고.

공민왕은 얼굴을 가린 그 여인이 원의 공주인 노국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을까, 노국공주는 공민왕이 자신을 알아봤다는 것을 눈치챘을까, 눈치채지 못했을까... 참 새삼스럽게 지금까지의 확신이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재회가 새삼 또 궁금해진다.

사실인가... 그대들이 나 모르게 최영 그자와 내통을 하고 있었는가

왕비의 고백(난 널 좋아한다, 겠지?)이 이루어지는 역사적인 순간, 달려들어온 저 간신배 조일신 무리로 인해 다음으로 미뤄졌다. 아, 엇갈리는 애절 로맨스를 좋아하긴 하지만 너무 비트니 눈물이 앞을... 은 아니고 순간 울컥하긴 했다.

조일신의 등장으로 무르익는 로맨스는 한순간 식어버렸고, 우달치 부대가 왕 몰래 최영과 내통한 것으로 왕은 또다시 상처를 받았다. 왕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키는 우달치조차 왕을 믿지못한다는 것이, 기대지 않는다는 것이, 왕에게는 또다시 상처가 되어버린 듯 했다.

모두가 왕을 지켜주려고 한다. 어리시고 가엾다며 왕을 그저 지켜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왕이 그들에게 원하는 것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믿어주고 기대주는 것이 아닐까? 왕이, 가장 오래 자신의 곁을 지킨 조일신보다 원에서 고려로 오는 그 짧은 시간을 함께한 최영을 가장 믿고 의지하며 벗이 되고싶다고 한 것은, 자신을 지켜주는 것이 그의 임무지만, 그 임무 이상은 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왕의 뜻에 가타부타 참견하기 보다는 그 뜻을 존중하고, 의견과 조언은 주되, 결정은 왕에게 맡기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왕을 왕으로서 대하는 유일한 이였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라는.

그 날, 기철의 음모를 가장 먼저 알려주면서도 결정은 왕에게 하라고 했던 최영... 그 것이, 또 어쩌면 왕이 최영을 믿게된 또 하나의 이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냥 문득 들었다.

아무튼, 돌아와서, 우달치의 배신(?)을 알게되며 상처받은 왕이 왕비 쪽으로 고개를 슬쩍 돌리는 모습이 짠했다. 그녀 앞에서만은 큰 나무같은 왕이 되고싶었을 그는, 또다시 그녀 앞에서 초라한 자신을 보인다는 것이 못내, 속상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여린 왕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왕비또한, 왕의 곁에서 그를 위로해주지 못하는 자신의 입장이, 속상했을테고.

그리고-,

1) 왕에게 왕비가 고백하려는 순간, 등장한 조일신 무리. 그때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놀란 왕이 붙들고 있던 왕비를 돌려 자신의 뒤로 보내고 앞으로 나서는 장면, 멋있었다. 난, 좀 그런 소소한데 잘 꽂혀서... 그게 당연한 걸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 왕에게 왕비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2) 7회의 공노 분량 정말 작았는데, 그 한씬의 임펙트가 강했나보다. 온갖 생각이 다 들었는데... 하루 지났다고 거의 잊고, 기억 나는대로 주절주절.

3) 잘은 모르겠다. 공민왕의 입장이나 마음, 이런 게. 그런데, 난 이 왕이 찌질하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저, 안타깝고 가엾다. 할 수 있는 선에서 버둥거리지만, 현실의 벽이 높아 어찌해야할지 몰라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민하는. 그 고민 끝에서 결정적인 계기를 만나며 한꺼풀 벗겨지며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기대감도 살짝.

4) 공노커플의 계기는 조금씩 다가오면서도 자꾸 꼬고있어 그게 언제일지 모르겠다. 둘 중 한명이 큰 용기를 내어 마음을 표현하고 고백하지 않는 한은 좀 힘들 것 같다. 또 어떤 결정적 계기가 생겨 두둥- 하고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고. 그러나, 역사가 스포인지라... 하루하루가 아까우니 얼른 마음 확인하고... 행복해지시라구!!!

5) 최영의 계기는 충정왕의 죽음이 아닐까? 자신의 손으로 고통에서 지켜주기위해 죽여버린 그 어린왕, 그리고 그렇게 상황을 만든 기철에 대한 분노, 최영에게 그 분노와 슬픔이 귀차니즘을 이기고 그렇게 공민왕이 내민 손을 잡게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대충 드는 중이다. 예고의 분위기, 그리고 최영의 질문과 답변이 그런 느낌이 들고. 그리고, 그런 최영의 각성으로 인해 공민왕도 1차 각성을 하게되는 건 아닐까... 등등.

6) 내용만 보면 난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굉장히 지루하다. 그리고, 촌시럽다. 공노가 좋아서 보는데, 진짜 공노 아니었으면 정말 안봤을 드라마; 어쩌다 꽂혀서는...(ㅠ) 여기저기 아쉬운 부분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연출이 가장 아쉽다.

7) 점점 리뷰가 길어지고 있다. 이미지도 하나 둘 늘어나는 중. 애초 목표는 이미지 두개에 짧고 간결하게 쓰는 거였는데. (1회 리뷰처럼!) 뭐, 그 목표를 정하면서도 '행여나' 스럽기는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