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신의 6회) 짊어진 자리가 무거운 왕과 비의 팽팽한 자존심 싸움

도희(dh) 2012. 8. 31. 07:10

또다시 달려오다

왕이 내어준 의선을 기철은 납치하디시피 끌고갔다. 그리고 막 정신을 차린 최영은 그런 의선을 구하고자 죽을 지도 모를 그곳으로 향했다. 왕은 그를 살릴 명분을 만들 뿐이다. 이제 다시 왕을 찾지 않겠노라던 왕비는 수많은 갈등과 망설임 끝에 자존심 한자락을 접어두고 왕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말했다. 듣기도 떠올리기도 싫겠지만, 원의 공주라는 자신의 신분을 이용하여, 원의 도움을 받아, 왕의 사람들을 구해오자고. 아마도, 왕비는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을 했고, 그렇게 답을 구한 후 참 힘들게 왕에게 달려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왕비는 누구보다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왕이 그녀의 조국인 원나라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그리고, 그런 왕비의 의견을 단칼에 잘라내는 왕이었다.

모르는 척 했지만 알았을 것이다. 자존심 강한 왕비가 전날 했던 말을 번복하며 자신을 찾아온 것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그리 힘든 발걸음을 한 왕비에게 괜히 비아냥 거리면서도 그녀를 맞이했다. 그리고, 어쩌면 원을 향한 그의 분노를 누구보다 잘 아는 - 어쩌면 그래서 더 왕비 앞에서 초라해지는 걸지도 모를 - 그녀의 제안은 온전한 고려의 왕이고 싶은 그를 자극했다. 

 

운명공동체

대신들 앞에 나서는 첫날, 왕은 왕비에게 앞으로 자신이 어떤 길을 걸을 것인지를 말했다. 이유는, 앞으로 다가올 모든 시련을 함께 겪어야할 그들은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었다. 그 것은 왕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앉았으나 마음은 가장 먼 곳에 있어 그 곁에 어찌 다가가야 할지 몰랐던 왕비가 왕의 곁에 다가갈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이자, 그의 곁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연결점이기도 했다. 왕비는 그렇게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원의 공주이기 전에 고려의 왕비이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자꾸만 걱정되는 왕의 곁에서 그 근심을 덜어주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가 걱정되어 달려가 비난을 했고, 마음을 몰라주는 것이 억울하고 속상해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하루만에 자존심을 굽히고 그 말을 번복한 채 의견을 낸 것이겠지.

왕비는 자신이 (아마) 골똘히 생각해낸 방법이 왕의 자존심을 긁을 것이라는 걸 알았을까? 알면서도 그리 달려갔을까? 알았음에도 달려갔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고려의 왕인 그의 입장이 아닌, 원의 공주인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을 했고 답을 찾았고 왕에게 달려간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후자 쪽에 생각이 더 기운 것은, 왕의 말에 대한 그녀의 반응. 미처 그것까진 생각못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는 듯한 그 대답과 눈물... 때문이었다.

고려의 왕이라 칭하는 왕에게 고려의 왕비라 당당히 말한 그녀였기에, 고려의 왕비라면 그런 생각과 말을 해선 안된다는 왕의 말이 가슴에 사무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런 왕비를 비난하던 왕은, 왕비의 눈물에 흠칫, 약해진 자신을 보일 수 없어 머슥하니 자리에 앉아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뜨는 그녀를 마주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해야했으나 할 수 없었던 마음 속 깊은 곳에 감춰둔 진심을, 최상궁에게 할 뿐이었다.

잠행

최영을 믿고 기다리는 것보다는 직접 그들을 데리고 와야겠다는 결심이 든 왕비는 즉시 행동에 옮긴다. 자신은 기다리는 것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그 것은 왕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으나 되려 실망만 안겼던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원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신의 신분과 위치로 그들을 직접 되찾겠노라는 그녀의 의지.

그러나, 하나만 생각하고 둘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왕비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조심성이 없다고 해야하는지, 왕을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꽉 차서 다른걸 생각하지 못한 것인지... 고려로 올 때 측근에 스파이가 심어져있었고 그로 인해 죽을뻔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조금 더 조심 또 조심할 생각을 안했다는 부분은 아쉬웠다. 자존심 강하고 행동력만 있는 공주구나, 싶었달까? (제 몸 하나는 지킬정도의 무예도 조금은 있지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건 전혀 없는 듯;)

게다가, 잠행에 나온 뒤 주변에선 그녀를 호위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잠시 멈춰선 틈을 타서 시장구경이라니.. 천하태평이로세.. 이런 생각도 조금 들었고. 고려로 오는 길, 마차 안에서 보인 그녀의 행동들(은수가 건넨 거울에 놀라면서도 호기심을 보이고, 은수가 해주는 화장에 아닌 척 다 받는 모습 등등)도 그렇고... 높은 자존심과 타고난 위엄을 보이는 공주지만 아직은 어린 여자애구나, 싶기도 했다.

성장해나가는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고려의 왕자를 사랑해 고려말을 배웠으나 원의 공주로 태어나 자란 그녀. 왕에게 어울리는,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되는 고려의 왕비가 되고싶은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하나 둘 찾아 헤메이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시행착오를 겪고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영리한 그녀이기에 그 실패를 통해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 고려의 왕비라는 자리의 무게를 새삼스레 실감하고 가야할 길을 찾아가게 되지는 않을까, 싶기도 했다.

 

걱정

왕 몰래 잠행을 나섰지만, 조일신이 심어놓은 스파이로 인해 왕은 왕비의 잠행소식은 물론이요, 잠행을 나가기 전의 상황까지 알게되었다. 그리고, 왕비가 자신 몰래 잠행을 나갔다는 것에 화가나면서도 걱정이 되는 왕은, 그와 동시에 왕비궁에 스파이를 심어놓은 조일신의 행동을 통해 고려궁 내에서 유일한 제 편이기에 그를 곁에 두지만 자신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조종하려는 것을, 그렇게 어린 왕을 등에 업고 권력을 쥐려는 야망을 새삼스레 깨닫게된 듯도 싶었다.

왕비가 걱정된 왕은 우달치 부대장을 직접 보내는 것으로 그녀를 무사히 데려오라고, 했다.
왕비가 걱정되어 어찌할바 모를 마음을 채 감추지 못한 채.

닿지 않은 마음, 팽팽한 자존심 대결

잠행을 실패한 왕비는 왕을 찾지 않았고, 왕은 왕비를 찾지 않았다. 그 무엇도 이룬 것 없이 빈손으로 돌아온 왕비는 왕을 찾아갈 수 없었던 것 같다. 찾아가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숙여 왕의 비난을 들을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왕의 걱정따위 모두 거짓말, 로 치부하는 왕비였기에... 나는 무사하다,고 얼굴을 내비치는 것이 왕을 얼마나 안심시키는 일인지 전혀 몰랐던 것이겠지.

그리고, 찾아오기는 커녕 빈말조차 없는 왕비가 왕은 그저 괘씸했던 것 같다. 뿌린대로 거둔다고, 얼굴만 마주하면 비아냥 거리고 비난하는 왕이 행여나 자신을 걱정했다는 그 말을 믿을리 없지 않은가. 빈말조차 남기지 않은 건, 우리사이에 새삼스레... 뭐, 그런 의미일지도 모르겠고;

원의 공주인 왕비의 목숨에는 고려가 걸려있다. 그렇기에 기철은 왕비를 또다시 죽이려고 했다. 다시 그런 생각이 든다. 왕이 살리고자 한 것은 왕비인가, 고려인가. 물론, 왕비일 것이다. 그 순간의 왕은 정치적인 것을 계산할 정신이 있었을까? 그런 왕의 마음은, 왕비에게 닿지않았다. 왕을 위해 왕비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 잠행이라 생각하고 궁을 나선 왕비의 마음이 왕에게 닿지않은 것처럼.

그렇게, 팽팽하게 자존심 대결을 하는 어린 왕과 왕비의 부부싸움은 시작되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지만, 처음 만난 날의 연심 위에 그 어떤 신뢰도 쌓아두지 않은 이 부부의 싸움은 끝없는 갈등만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누가 먼저 솔직하게 다가갈리도 없고. 뭐, 누가 먼저 솔직하게 다가가도 '빈말! 거짓말!' 이러면 끝이긴 하지만.

그러고보면, 공주는 늘 한발 먼저 다가갔다가 자신이 먼저 선을 긋고 두발 두로 물러나는 것도 같다.. 왕은 자신의 자리에서 맴돌며 곁에 다가오는 그녀에게 상처만 줄뿐 다가가지 못하고 그저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고;

왕의 자리

매일 잠도 잘 못자고,  잘 먹지도 못하는 한 채,
내 백성을 지키기위해 왕인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것인가, 왕은 고민한다.

왕의 자리가 무겁다. 버겁다. 어찌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기철과 싸워 이 자리를 지켜내야 할지, 기철에게 고개를 숙여 이 자리라도 지켜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의선을 넘겨주고 최영이 죽을 길로 향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왕은, 자신이 할 수 있는한 최선을 다해 머리를 굴리고, 권모와 술수를 써가며 기철을 상대하지만 왕의 머리 꼭대기에 앉은 기철을 이기기란 쉽지 않았다.

의선을 살리기위한 왕의 잔꽤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왕은, 최영을 믿고싶을 것이다. 그러나, 쌓인 시간의 차이에서 왕은 흔들린다. 흔들리지만 기철의 계략을 모를 정도로 어리석은 왕은 아니다. 되려, 기철 앞에서 애써 여유를 부리며 수싸움을 하는 영리한 왕이기도 하다. 기철의 계략은 최영을 향한 왕의 믿음과 신뢰를 시험하는 것이다. 그렇게 왕의 수족을 하나하나 잘라내어 고립시키기 위한 시작일 것이다. 왕은, 그 시험을 어떻게 통과할까?

주어진 자리이기에, 거부할 수 없는 자리이기에 꾸역꾸역 짊어지고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걸음을 떼는, 내가 고려의 왕이라 말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진심어린 신뢰와 존경을 받지 못하는 그저 이름 뿐인 고려의 왕. 어떤 계기로 각성을 하고 이름 뿐인 고려의 왕이 아닌, 진정한 고려의 왕이 될까?

그러고보면, 공민왕과 노국공주, 고려의 왕과 왕비는 참 비슷한 단계에 서있는 듯 하다.
그래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겠지?


☆덧☆

1) 나만 그런 거 같은데, 난 공노나올 때만 정신차리고 보는 중;
2) 리뷰 미루다가 꾸역꾸역써서 그런가... 뭔 말인지 모르겠다...;
3) 합성이미지 만드는 거 너무 재밌다~>.<
4) 알고는 있었지만, 류덕환씨 연기 정말 너무 섬세하게 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