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신의 5회) 먼저 내어주지 않은 채 얻을 수 있는 믿음은 없다

도희(dh) 2012. 8. 28. 02:28

기철의 기에 눌려 공포와 분노를 느낀 왕과 비. 공포를 감춘 왕은 애써 여유로운 모습으로 기황후를 들먹이며 기철을 상대했고, 분노를 감춘 비는 위엄있는 모습으로 감추고 싶은 상처를 내보여 의선(은수)의 실력을 증명하는 것으로 기철을 상대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기철은 애써 센척을 하는 왕과 비를 가볍게 제압할만큼 노련한 능구렁이였으니까.

결국, 이 일은 은수의 재치(?)로 어찌어찌 잘 넘어갔다. 그러나, 그날 안그래도 눈엣가시였던 은수가 했던 말들로 심기가 불편해진 기철은 은수를 데려오기 위해 왕과 독대를 하게되고, 온갖 권모와 술수아래 왕과 기철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다는 것, 그 첫번째로 '은수의 마음'을 가지고 거래를 했다.

그렇게 기철은 눈엣가시같은 은수를 손에 넣었고 왕은 기철에게 은수를 넘김으로서 무엇을 얻고자 했을까? 단순히 생각하자면, 은수의 마음은 자신이 이미 얻었다고 여기며 기철과 거래를 한 것이라 여길 수 있겠지만... 기철이 순순히 왕과의 거래,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이기에 꽤나 위험한 거래인 것은 틀림없는 듯 했다.

만약, 기철이 은수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것이었다면 그리 납치하듯 데려가서 감금하진 않았을테니. 게다가, 기철 앞에서 애써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가끔은 기철을 당황케하는 왕이, 길다면 긴 심리전과 기싸움 끝에서 거래를 제안한 왕이, 권모와 술수를 쓰고있노라 스스로 말하던 왕이, 그저 자신이 살고자 넙죽 은수를 내어준 것은 아니었을테니 말이다. 결국 자신을 믿지 못하는 왕비와 최영에게 분노한 왕이 하염없이 쏟아낸 말들 속에서 의선을 내어주며 나름 대책을 세워 놓았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도 그렇고.

왕이 은수를 기철에게 내어준 소식은 왕비의 귀에도 들어갔다. 가만히 주저앉아 걱정만 하지 못하는 왕비는 당장 왕에게 달려갔고 예법도 지키지 못한 채 떠들어 댔다. 그것은 왕이 걱정된 왕비의 마음이었으나, 왕비의 마음을 온전히 알 수 없는 왕은 자신을 믿지 못한 채 타박하는 왕비가 못마땅했던 것 같다. 화가났던 것도 같다. 겨우 잠재운 자격지심이 다시금 꿈틀댄 것도 같다. 애써 모른 채 감췄던 질투심과 함께.

생각해보면, 왕의 질투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독극물 테러를 당한 날, 사라진 비를 찾아 헤메인 끝에 최영과 함께있는 비를 바라보던 그 찰나의 순간, 흥분한 왕을 대신해 생명의 위독한 최영을 살리라 명하던 비를 바라보던 그 순간, 어쩌면, 유일하게 믿는 이라 했던 최영을, 왕은, 질투했던 것 같다. 비에게 해줄 수 없는 것들을 해주는 그에 대해, 자신이 받지 못한 마음을 얻은 그에 대해. 왕비가 보이는 최영을 향한 걱정의 시작과 끝에 누가 서있는지, 어떤 마음이 있는 지도 모른 채 말이다.

왕이 걱정되어 한달음에 달려와 왕을 책망하는 비, 그 끝에서 왕은 비의 마음을 조금은 엿보았던 것도 같다. 그러나 자존심 강한 비는 왕의 오해가 수치스럽지 않았을까? 그렇게 마음은 또다시 엇갈리고, 비는 그럼에도 왕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지 못하는 듯 했다. 그저, 운명공동체이기 때문만은 아니겠지. 왕이 넘어지더라도 자신은 넘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왕을 향한 비의 걱정은 멈추지 않을 듯 했으니까.

아무튼, 이 장면, 좋았다. 이렇게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감정이 부딪히는 씬이 좋다. 너무. 이렇게, 마음 하나가 엇갈렸으나 그 와중에 조금은 마음을 엿보게된 것 같은. 왕의 오해에 대한 슬픔으로 왕이 걱정되어 책망하던 자신을 추스리고 애써 슬픔을 감춘 채, 진심과 거짓을 말하며 돌아서는 비와, 그런 비가 내비친 슬픔과 진심 한자락에 움찔하는 왕의 모습에 철렁, 거렸달까? 마음이. 자신을 바라보지 않은 채, 진심 한자락을 보이는 비를 향해 걸음을 떼려는 순간, 자신을 향해 돌아서는 비로 인해 움찔, 그 자리에 멈춰서버린 왕은, 만약, 비가 그렇게 끝까지 자신을 향해 돌아서지 않았다면 그녀의 곁으로 갔을까? 라는 생각도 잠시잠깐 들었더랬다.

기철에게 은수를 내어준 왕이 걱정된 비는, 자신이 살자고 자기사람을 내어주는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며 왕을 비난했다. 은수가 기철에게 끌려갔다는 것을 알게된 최영은 아직 회복되지도 않은 몸을 이끌고 은수를 구하러 갔다. 은수가 어명에 의해 기철의 집에 갔다는 것을 알면서도.

왕은 분노했고 자책했고 슬퍼했다. 자신을 믿지 못해 소리 높혀 비난한 비에 대해, 자신을 믿지 못해 한마디 항의조차 없이 저혼자 죽을 각오로 가버린 최영에 대해,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무능하고 비겁하고 염치없는 왕인 자신에 대해서. 왕이란 자리에서 앉았으나 그 누구 하나 믿고 기대는 이 없을 땐 무엇을 낙으로 삼아 버텨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그의 말이, 왜 그리도 슬프게 들렸나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왕을 믿지 못한 것은, 왕이 그들에게 내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들이 왕을 믿을 수 있는 그 무엇 하나도, 내어놓지 않았다. 왕비에게는 마음 한자락 내보이지 않으려고, 혹여나 그 마음 한자락이 들킬새라 꼭꼭 숨기는 왕이기에, 왕비는 처음 만난 그 날, 왕이 내보인 처음이자 마지막 마음만을 부여잡고 그를 바라보고 있을테니까. 사실, 왕과 비는 서로를 향한 마음은 있으나 믿음은 굳건하지 못한 관계이다. 그 마음 위에 쌓아둔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최영은, 말로는 너에게 믿음을 주었노라는 왕을 신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을 듯 했다. 과거 그가 고려의 왕이란 이에게 빼앗긴 것이 너무나 소중한 것이어서, 그로인해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그리고 그의 충성을 시험하기 위해 무사로서의 약속을 깨게한 현재의 왕이 내민 믿음을 덥썩 받을 수는 없지 않았을까?

믿음이란, 말로 하지 않아도 마음과 마음이 닿아 통하는 그 무엇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것이 거저 생길 수는 없는 것이기에, 왕은, 그들의 마음을 얻기위해서 그들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그들에게 내어줘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자신의 이해할 수 없는 어리석어 보이는 행동에 믿음으로 지켜보고 지지해줄 수 있겠지. 먼저 내어주지 않은 채 얻을 수 있는 믿음이란 건, 세상에 없을테니까.

왕은, 어떻게 자신의 마음을 그들에게 전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어, 그들이 왕을 믿고 기대게 할까?

자신을 믿지 못하고 항의조차 없이 은수를 구하러 죽을 각오로 가버린 최영을, 어떻게든 살리고자 한 왕의 힘겨운 결단, 그런 왕을 대신해 직접 행동에 옮긴 비가 걱정되어 안절부절 못하는 그 마음이, 그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 등등의 생각.

★덧★

1) 기철과 은수, 둘이 부딪히는 거 더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피부미용에 관심이 많은 기철과 성형외과의 은수가 만났을 때, 꽤 재미난 에피소드가 쏟아져 나올 것 같아서 말이지. 그래서, 은수가 기철의 집에 일주일간 머무는 에피소드를 기대했는데...(한숨)

2) 불쓰는 언니, 치명치명 열매를 너무 드신 듯. 피리부는 사나이도 뭔가 미묘. 기철네 패거리는 뭔가 참 오글거리는 감이 없잖아 있다. 뭐, 최영이 뇌공쓸 때도 오글거리는 거 보면, 그런 거 쓰는 것 자체가 좀 오글거리게 다가오나보다, 나한테는.

3) 노국공주 다른 의상도 보고싶다고 칭얼거려 보고싶다. 가체도 너무 무거워보여서 아슬아슬. 뭔가 좀 더 이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뭐 이런저런. 물론, 현재도 느무 이쁘지만.

4) 아... 위의 이미지들은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거 만드는 재미가 쏠쏠. 근데, 리뷰 너무 감상적으로 써놔서 재밌게 읽을 수 있을지 걱정. 하아... 새벽의 힘인가, 간만에 보는 아련아련 열매먹은 커플에 정줄을 놓은 탓인가...; 암튼, 근래들어 합성과 더불어 리뷰쓰는 재미도 쏠쏠한 유일한 드라마.

5) 공노커플 너무 좋다. 좋다. 좋다. 좋다. 사실, 신의라는 드라마 자체보다는 공노커플에게 낚인지라 공노편집본만 만들어서 소장할까, 생각 중이다. 만들어본 적이 없어서 걱정되는데... 일단 도전해봐야지. 뭐, 공노 편집본만 소장하면 되니까...난.

6) 아, 본방은 '골든타임' 시청 중. 요즘 최쌤 너무 귀여우심. 민우쌤도 좋고. 근데 리뷰는 안써지는 기묘한 현상. '아랑사또전'도 나름 재미나게 보는데... 리뷰 써야지, 생각만 하는 중이고. (주왈이 좋아ㅋ)

7) 오늘 태풍온다고 하던데, 모두들 조심조심. 큰 피해 없이 무사히 넘어가기를. 하아, 벌써부터 바람이 심상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