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보통의 연애 4회 : 최종회) 그렇게 살아간다

도희(dh) 2012. 3. 10. 04:49

 

 

드라마스페셜 연작시리즈 3탄 : 보통의 연애 4회 그리고 최종회.



왜요?
정말 연애한 거 같아서요.
연애, 했어요, 우리. 방금 나한테 차인 거.
...

 

  - 윤혜 & 재광 -  



솔직히 말해요. 지금 신여사가 이렇게 미치게 화가나는 건,
형이 아니라 하필, 내가 살아있어서 라구요.

- 재광 -



믿고싶었던 진실이 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혜와 함께 있고 싶었다. 김윤혜는 어느 날 갑자기 세상 밖으로 떠밀리는 게 어떤 기분인지, 겉돌며 사는게 뭔지 아는 유일한 사람, 딱 한사람이기에 놓을 수가 없었고, 그래서 재광은 괜한 성질이 났다. 그리고, 7년간 가슴에 꾹꾹 눌러담았던 아픔을 그제서야 신여사에게 쏟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상처가 아파 남은 자식에게 상처를 준 것도 몰랐던 신여사는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은 남은 자식이 또 얼마나 찢어지게 아팠을까... 싶었다. 돌아올 수 없는 자식을 붙들고 살던 신여사는, 내내 등만 보이는 남은 자식이 이제나 돌아올까 저제나 돌아올까, 그 등만 바라보며 차마 손을 내밀지 못했다고 한다. 먼저 보낸 자식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렇게, 모자는 7년간 누구에게 들킬새라 꽁꽁 감춰두고 꾹꾹 눌러담은 진심을 털어놓게 되었다. 어미는 자식의 상처를, 자식은 어미의 아픔을 7년만에 알게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간 현장검증에서 재광은 내도록 외면했던 외면하고 싶었던 진실과 마주했고 너무 오래되어, 부러 외면해서, 아픔조차 느끼지 못했던 곪아버린 상처를 터뜨리게 되었다. 그렇게, 세상 밖으로 떠밀려 겉돌며 살던 재광은,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더이상 외면할 수도, 피할 수도 없음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윤혜에게 갈 수가 없었다.




 

근데, 이유야 어찌됐든 산 사람을 죽인 살인자네, 아빠는.
이제 난, 진짜 살인자 딸이네.

- 윤혜 -



'내 잘못이 아니다' 라는 그 한마디에 겨우 숨을 쉬며 7년을 살아온 윤혜였다. 남들이 모두 손가락질을 해도 '아니다'라는 그 한마디를 믿고 당당할 수 있었던 윤혜였다. 그런데, 아닌게 아니라고 한다. 김주평이 잡히고, 죄를 시인하는 순간, 윤혜는 '살인자의 딸'이 되어버렸다. 그런 윤혜가 아프고 걱정되었다. 그 한마디로 겨우 숨을 쉬고 살아왔다는 이 아이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나...

다시, 호수로 갔으나 7년 전처럼 뛰어들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윤혜를 보며, 7년 전 죽음의 공포가 지금 이 현실보다 더 고통스러웠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이 아무리 힘겨워도 죽음의 공포보다 더한 것은 없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7년 전 그날 코트가 무거웠다던 윤혜는, 마치 '살인자의 딸'이란 그 고통의 무게를 벗어내기라도 하는 듯, 재광이 만들어 준 그 빛 속에서 겉옷을 벗어던지고 터미널로 향했다. 7년 전 물 속에서 벗어난 것처럼 - 아마, 그 무거운 코트를 벗어던지고 물 위로 올라올 수 있었던 듯 - 이렇게하면 벗어날 수 있기라도 하다는 듯.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던 윤혜였다.

그렇게 '살인자의 딸'이란 낙인 속에서 '죄인'이 되어 살아가고자 하는 윤혜에게 '너는 잘못이 없다'라고 말해주는, 윤혜를 아끼고 걱정하고 사랑해주는 사람들. 할머니의 마음, 재광의 말, 신부님의 위로, 그 모든 것은 사방에서 무겁게 숨을 채우던 그 물 속처럼 깜깜하고 무섭던 윤혜에게 숨을 쉴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아니야, 나는 죄를 짓지 않았어, 나는 잘못이 없어, 나는 누군가의 딸이기 전에 그냥 나이고, 한 남자가 보고싶어서 죽을 것 같았던 한 여자야' 라고 되새기며. 그렇게.




 

한재광, 잘가.
잘살아, 김윤혜.



그럼에도 그리웠고, 그럼에도 보고싶었고, 그렇기에 잘 지낼 수가 없었다. 동전과 사진, 각자에게 있는 서로에 대한 작은 흔적에 기대어 상대를 그리워하던 그들이었다. 그리고, 참을 수 없었던 재광이 윤혜를 찾아가고, 모른 척 외면하던 윤혜는 재광에게 숙식을 제공했다. 그렇게, 어색하지만 설레이는 하룻밤을 보냈다. 재광이 빛을 찾아준 그 공간 속에서.

재광은 이제 알았다고 한다. 왜 자신이 뒷모습만 찍는지. 쿨한 척, 안그런 척, 자신에게 등을 보이는 사람을 지나쳐 버렸던 그는, 그렇게 사람 등돌리게 하는 게 특기라던 재광은 사실, 자신에게 등보이고 떠나는 사람을 잡고싶었던 거라고 했다. 그래서, 윤혜를 붙잡기위해 왔다고 했다. 그렇게, 재광은 정식으로 윤혜에게 '나랑 연애할래요?' 라며 마음을 표현했고 윤혜는 '아니오' 라며 거절을 했다. 

내 타입 아니라는 그런 이유.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한 남자 내 타입 아니어서, 애처럼 허옇기만 한 여자 내 타입 아니어서, 여자관계 복잡해보이는 남자 별로여서, 고집 센 여자가 매력없어서, 불안정한 직업이 걸려서, S라인이 아니라서, 그런 참 별거 아닌 듯한 평범한 이유들로, 윤혜는 재광을 찼고 재광은 윤혜에게 차였다. 당신이 한재민의 동생이어서, 내가 김주평의 딸이어서, 라는 그런 이유가 아닌 보통의 연인들이 헤어지는 그런 참 평범한 이유로. 그렇게 그들은 연애를 하고 헤어졌다. 특별한 연애를 하고, 보통의 이별을 했다.

그렇게, 처음으로 재광은 윤혜의 이름을, 윤혜는 재광의 이름을 불렀다.

매듭을 짓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연애'를 하고 싶었으나 '보통이 아닌 연애'를 하던  한재민의 동생과 김주평의 딸로서 만나 아픔을 공유하며 그렇게 함께했던 자신들의 그 특수한 관계에 대한. 매듭.





그렇게, 살아간다.



7년간 꾹꾹 참아왔던 곪은 상처를 터트리고 신여사의 고백을 듣게된, 윤혜를 통해서 '왜 내가  뒷모습만 찍는지'를 알게된 재광은, 그냥 '평범한 여자'에게 차인 기념으로 집을 청소하며 마음을 정리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비로서 현실에 발을 내딛고 누군가의 앞모습을 찍을 수 있게되었다.

할머니의 마지막 편지와 유언, 재광의 방문과 충고와 고백, 그리고 재광과의 '연애'를 통해 세상을 겉돌았던, 앞으로도 겉돌고자 했던 윤혜는 세상 속으로 발을 디딜 수 있게 해주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쪽이 아닌, 누군가의 딸이 아닌, 김윤혜로서 세상을 살아갈, 숨을 쉴 수 있게 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머리를 풀고, 화사한 옷을 입고, 재광의 흔적이 담긴 동전을 쓰고, 햄버거를 먹고, 환한 미소를 짓는 윤혜의 모습은.. 어쩐지, 용의자의 딸일 때는 응원해줬으나 살인자의 딸이 된 순간 시선조차 맞추지 않던 안내소의 그 여직원처럼, 세상의 시선은 더더욱 차갑고 따가울 것이고 그렇게 앞으로 살아갈 날이 고단하고 힘겹겠지만 이제는 웅크리지 않고 당당하게 세상과 마주하겠노라는, 듯 싶었다.

한재민과 김주광의 짙고 무거운 그늘에 눌려 세상 밖으로 떠밀려 겉돌며 살아오던 두 남녀는, 그 그늘을 벗어던지고 세상이라는 빛을 따라 그 속에 걸음을 내딛었다. 세상을 겉돌던 두 남녀는, 어쩐지 서로의 주변을 겉돌게 될 듯 싶었다. 그런 엔딩이었다. 스쳐가는 그 순간, 내내 볼 수 없었던 두 사람의 환한 미소는, 지금 그들은, 그렇게 살아간다고 말해주는 듯 싶었다.





그리고,

1) 긴- 여운을 남기는 엔딩이었다. 처음부터 해피엔딩을 바라지 않았기에, 나는 이 결말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서로의 주변을 겉도는 어느 날,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날이 있겠지..에 대한 기대. 그때의 두 사람은 한재민의 동생과 김주평의 딸이 아닌, 한재광과 김윤혜로 만나겠지, 에 대한. 뭐 그런-. 하지만, 휘몰아치는 여운에 멍해져서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적도의 남자' 본예고를 보면서도 멍때렸다. 하아; 뭐, 그 후에 열댓번 돌려봤지만; (ㅋ)

2) 윤혜의 아버지 김주평. 마지막까지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그렇게 세상 탓을 하는 그를 보니 마음이 참 그렇더라. 하긴, 죄가 없었다면 7년이란 세월을 그렇게 도망다니지도 않았겠지. 그렇겠지. 재광과 신여사 이 장면 뒤에 윤혜와 김주평의 장면이 이어지는 것을 포함해, 4회는 두 사람의 상반된 입장에서 7년전 사건으로 인한 상처에 대한 공통점을 보여주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할머니와 신여사가 나란히 앉아있는 씬도 뭔가 참 인상깊었음.

3) 현장검증과 할머니의 죽음을 교차로 보여주는 장면은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감정. 주체할 수 없는 뭐 이상한 감정에 내내 훌쩍거렸다. 위에서 말한, 상반된 입장, 그러나 같은 고통을 말해주는 듯 싶었고. 아들의 죽음의 진상을 제대로 알게되며 비로서 아들을 떠나보낼 수 있었던 신여사와 그런 아들의 죄가 세상에 명명백백 드러나는 순간 모든 업보를 자신이 진다는 듯 떠나가는 할머니라니... 그리고, 현실과 마주해버린 재광과 현실 속에 홀로 남게된 윤혜. 그렇게 홀로남은 순간 유일하게 기댈 곳이 재광인 윤혜와 윤혜에게 갈 수 없는 재광.. 그럼에도 재광을 기다리는 윤혜... 

4) 재광이 현장검증에서 폭발했다는 걸 들은 윤혜의 '다행이네'. 이제야 현실과 마주하고 더이상 세상을 겉돌지 않을, 아닌 척 쿨한 척, 거리지 않을 재광에 대한 일종의 안도- 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제야, 살아갈 수 있게되어 다행이라는 진심어린, 뭐 그런. 참, 아프고 슬픈데, 덤덤하게 그려내는 드라마다, 그러고보면. 그래서 더 아팠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났던 것도 같다. 울지못하는 그들을 대신이라도 해주고 싶은 듯한 뭐 그런 조금은 억지스런 이유로.

5) 재민과 주평이 재광과 윤혜에게 그늘이었다면, 신여사와 할머니는 그들에게 그래도 살아갈 이유, 를 만들어 준 듯 싶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그리고 가족을 통해 빛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테니까. 다리가 불편한 설정부터, 신여사와 할머니는 너무나 상반된 입장이지만 같은 상처를 공유한, 그래서 세상에 발디디는 것 조차 힘겨운, 같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윤혜와 재광이 같은 표정을 짓고있는 것처럼. 하지만, 지팡이 하나없이 온전히 자신의 두 발로 고통 속을 걷는 할머니와 달리 신여사는 지팡이에 의지할 수 있었다. 그 것이 가해자의 어머니와 피해자의 어머니라는, 두 사람의 상반된 입장.

6) 신여사와 재광의 사이는 그렇다해도 급속도로 좋아지진 않았을 것이다. 신여사의 성격상, 재광의 성격상. 그래도, 이제 재광은 신여사가 아닌 '엄마'라 부르게 될 것이고 (그게 당장은 아닐지라도) 그렇게 등을 보이진 않을 듯 싶었다. 그러고보면, 재광을 향한 신여사의 그 집착은, 제발 돌아봐달라는 절규, 가 아니었을까?

7) 참 별거아닌 듯 흘려보낸 대사 속에 사실은 이런 의미가 있었다, 라는 부분이 좋았다. 그래서, 곱씹게되는.

8) 결국, 복습은 못한 채 방영 직후 끄적인 글들에 의지해서 끄적끄적 써버렸다. 자신이 없다. 1~2회는 보고 한번 더 복습했는데, 3~4회는 약간 무리였다. 힘들어서. 마음이. 그래도, 한번 더 복습할 생각이다.

9) 긴급편성이었지만, 수목편성이라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만약, 원래대로 일요일 밤 11시 30분 방영. 주 1회 방영이었다면, 감질맛나서 어찌 견뎠을까.. 라는 생각 및 지금처럼 호응이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만약, 원래 시간대였다면 호평기사들이 줄을 이었을까.. 등등. 그런 의미로 '드라마 스페셜' 시간대 좀 제발 옮겨줬음 싶다. 제발!

10) 유다인씨와 연우진씨 너무 좋았다. (꺄!) '주원-유이'에 이어서 다시금 드라마에서 커플로 만나고 싶다. 것두 아프고 힘들고 그딴 거 없이 보통의 연애를 하는 달달한 커플로(예를들어 파스타의 유경-현욱처럼, 바라만봐도 흐믓하고 이쁘고 달달한!). 그리고, 내가 나름 호감배우 유아인씨의 이름을 자꾸 유다인으로 읽고 낚인다는 건 비밀이다. 비슷한 이름인데 두분 다 본명이 아님. 이름이 느므 이쁘시더라니; 암튼, 유다인씨 너무 이쁘고 연기도 섬세하고.. 좋으다ㅠㅠㅠ

그러고보면 연우진씨,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가슴아픈 사랑을 했다. 뭐, 이번 사랑이 더 많이 힘들고 절절하고 아팠지만. 사실, 전작의 사랑은 나부터 반대했고 결국 헤어지기로 하자 '장하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고보면, 전작에서 이별씬 찍을 때.. 아마도 이 드라마 촬영 중이었을텐데, 그래서 감정이 그렇게 절절했던가? 라는 뻘생각. 암튼, 난 그 씬보며 늘 가볍게만 느꼈던 태필이가 저렇게 절절한 감정이 표현된다는 게 놀라웠고, 그래서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우진씨가 어떨까 궁금했었던 것도 있다. (새삼, 왠지모르게 이 드라마 촬영으로 해투 못나온 거 아쉽고 또 아쉽다ㅠㅠㅠ)

11) 어린 재광이 '꽃라면'의 그 반장이었다는 사실에 난 홀로 끄어끄어 웃어댈 뿐이고. 아, 나 진짜 너무 못알아본다. 당시 보다 말았지만, 나름 반장 이뻐라했는데; (메인이라 철썩같이 믿었던 기둥이 서브라는 걸 자각하게 만들어 준 촤와 은비의 키스씬 이후 접은 그 드라마, 꽃라면; 서브가 메인이라 철썩같이 믿었다 상처받은 두번째 드라마였다. 아, 첫번째 드라마는 여주가 결국 그 누구도 선택안해서 난 끝까지 내가밀던 캐릭이 메인이라 믿고있긴 하지만;;)

12) '보통의 연애' 후속은 '아모레미오' 재방송. 2부작 재편집본이라고 한다. 그리고 '적도의 남자'로 이어질 예정.

13) '보통의 연애' 감독판 DVD 추진 중이라고 한다. 현재, 가예약 수량조사 중이라고 하는데, 나왔음 싶지만 사실 큰 기대는 없다. 갠적으론 음원만 풀려도 만족한다- 모드인지라; 그래도 나와만 준다면야...! : http://cafe.daum.net/normal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