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스페셜 연작시리즈 4탄 : 보통의 연애 2회
┌ 연출 : 김진원
├ 극본 : 이현주
└ 출연 : 유다인(윤혜), 연우진(재광)
대체 형 몫까지 잘 사는 건 뭘까?
다들 그러라는데...
- 재광 -
재광의 정체가 밝혀지며, 7년 전 사건 이후 '꿋꿋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윤혜를 비쳐주던 극은 이제 재광을 비춰주고 있었다. 재광에게 형이 어떤 존재인지, 7년 전 그 사건 이후 재광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그가 왜 삶에서 반쯤은 발을 빼고 사는 사람처럼 모든 일에서 언제나 한 발 떨어져 있으며, 크게 좋은 일도 싫은 일도 없고, 미래나 꿈에도 관심이 없는지에 대해서. (공홈 등장인물 소개에 의한 재광)
너무나 잘나서 사법고시에도 한번에 붙는 형과 달리 재광은 이류대학에도 떨어질 정도로 공부에 재능이 없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재광은 음악을 하고싶었던 것 같다. 드럼. 하지만, 자식에 대한 집착이 심한 듯한 어머니는 형의 반도 못따라오는 재광이 못마땅했고 그렇게 재광의 꿈을 짓밟고 무시했던 것 같다. 언제나 형과 비교선상에 놓여 늘 주눅들어 살아가는 재광에게 똑똑하고 다정한 형은 어떤 존재였을까?
그러던 어느 날, 그 잘난 형이 죽었다. 병들어 죽은 것도 아니고, 사고로 죽은 것도 아니다. 살해당했다. 잘난 형 하나만을 바라보며 살아오던 어머니의 관심과 집착은 재광에게로 옮겨졌다. 그런 어머니의 관심과 집착을 견딜 수 없었던 재광은 형이 죽은 후 밖으로만 겉돌게 되었고 그럴 수록 죽은 자식만 못한 산 자식이 못마땅하고 서운하고 화가나는 어머니는 끝없이 '니 형이 살아있었다면'이란 말로 재광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고있었던 듯 싶었다. 내 상처가 너무 깊어 미처 자식의 상처를 보듬어주지 못하는 어머니와, 더이상 상처받기 힘겨워 견뎌낼 자신이 없어 내 상처도 어머니의 상처도 그냥 외면하고싶은 아들.. 이랄까?
"형 몫까지 잘 살아라" 라는 말은 재광에게는 너무나 무거운 짐이었을 것 같다. 누가 형을 죽였든 상관없으니 그냥 잡히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재광. 그러면서도 살인용의자의 옷을 잠시도 못입고 그 어미가 타주는 커피 한잔을 못마시는 재광. 그에게 형의 존재는 어떤 의미일까? 살아서도 죽어서도 재광을 그늘 속에 머물게 하는 형은.
누가 죽였든 상관없으니 그냥 잡혀서 신여사(어머니) 속 편하게 했음 좋겠다, 라는 재광의 말은 형의 그늘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또한 그래야만 숨을 쉴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재광의 친구인 출판사 사장은 한때 재광과 연인관계였던 듯 싶다. 하지만, 결혼을 했고 그러면서도 재광을 완전히 놓지 못한 채 그만 좋다면 이혼을 하고 다시 그의 곁에 머물고 싶어하는 듯도 싶었다. 그리고, '좋을대로' 라는 재광의 대답. 그녀가 선을 보고 결혼을 한 것은 언제나 무관심하게 '좋을대로'라는 재광의 관심을 끌기위한 것, 그렇게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싶었다.
'사람 등돌리게 하는 것이 특기' 라고 말하는 그녀. 그렇게 그녀가 방을 나설 때 내내 무관심한 듯 눈을 감고 있던 재광은 눈을 뜨고 있었고, 그녀가 완전히 나간 후 작게 한숨을 쉬는 뒷모습이... 마음에 남았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일정거리를 유지하는 재광. 그렇게 사람이 다가오는 것도 떠나가는 것도 상관하지 않는 듯한, 상관하지 않으려는 재광의 모습이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윤혜에게 '등 보이지 마'라고 말하는 그를 보며 안타깝고 그러면서도 살짝 설레에고 그랬던 것 같다. 모두가 등을 보여도 너만은 등을 보이지마, 라고 하는 듯한 간절함이 느껴졌달까?
꿋꿋하게 잘 사는 건 뭘까요?
다들 그러라는데...
- 윤혜-
살인용의자의 딸로 살아가는 윤혜의 삶은 힘들다. 아니라는 아버지의 말 하나만 믿고 살아가기엔 세상이 그녀에게 너무 가혹했을테고 아버지의 그늘은 너무 짙고 어두웠으며 '살인용의자의 딸'이란 짐은 너무나 무거웠을테니까.
계약직으로 입사해 이제 겨우 7개월째 일하는 직장에서는 윗사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윤혜에게 관두라고 압박을 가하는 중이었다. 아마, 7년 전 그 사건이후 윤혜의 삶은 늘 그러했을 것이다. 한 곳에 정착하지 않으려는 재광과 달리, 윤혜는 한 곳에 정착하고 싶지만 주변에서 그렇게 만들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두사람 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것은 7년 전 그 날이 만든 그늘때문이 아닐런지.
그럼에도 '꿋꿋하게' 살아가야 하기에 견디고 또 견디려는 윤혜는 비참하고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절대 들키고 싶지않은 단 한사람, 그에게 보이고 말았다. 하필, 그 사람에게만 자꾸 초라한 자신을 들키는게 못견디게 화가나 늘 감정을 절제하던 윤혜는 화를 내버리기도 했다.
처음 무방비 상태에서 열려버린 마음은 윤혜의 의지대로 닫히지 않았고, 윤혜의 주변을 맴돌며 7년전 사건에 의문을 품고 되짚어가는 재광의 모습에 '어쩌면'이라는 이상한 생각을 하게되는 중이었다. 어쩌면 아빠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이상한 생각. 그래서 윤혜 자신이 짊어진 짐을 벗어던지고 그늘 밖으로 나갈 수도 있다는, 그런 이상한 생각.
남 눈치 안보고, 남 간섭 안받고, 그냥 남들 다 하는 그런 연애. 윤혜가 하고싶은 연애는 그런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신경을 끄고 살아가고 싶어도 그래지지 않는 윤혜의 현실. 그럴 수 없는 윤혜의 현실.
2회의 끝, 3회 예고의 말미에 재광은 말한다. 남들이 다 하는 것 같은 평범한 연애를 윤혜와 하고싶다고. 재광의 말을 듣던 윤혜의 보일듯 말듯 미소짓는 윤혜가 맘에 남았다. 특수한 상황, 특수한 관계에 놓인 두 사람의 남들 다 하는 평범한 연애는... 참 아련한 꿈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랬으면 싶지만.
남들 다 하는, 평범한, 보통, 이란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 같다는 생각도 새삼 하는 중이다. 평범하게 보통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건 누구나의 바람이고 그래서 가장 힘든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하니 말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평범하고 보통이지만, 나에겐 결코 그럴 수 없는. 하지만, 윤혜와 재광이 처한 상황과 관계는 타인의 시선에서 평범할 수 없는 이들이기에 안타깝다.
이상해요, 어쩌면 진짜 아빠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까..
나는, 안심이 되던데..
- 윤혜 & 재광 -
이제 다시 볼 일이 없으려니 했던 윤혜 앞에 재광은 다시 등장한다. 아니, 불러낸다. 신여사(어머니)의 일로 불러내고, 형의 사건에 대한 의문에 불러낸다. 그렇게 윤혜와 재광은 다시 보고 함께하게 되었다.
경찰서에서 만난 용의자의 딸을 무작정 쫓아갔던 재광과 무작정 달려가 호수에 풍덩- 뛰어든 윤혜.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윤혜의 표정이 자신과 같을 것 같아 쫓아갔다는 재광과 무섭지 않았냐는 물음에 코트가 무거웠다 말하는 윤혜. 마음으로는 구해주고 싶었지만 그러면 안될 것 같아 그냥 돌아갔다는 재광과 잘 했다는 윤혜.
그렇게, 7년 전의 일이 일어난 후에 있었던 그 날을 기억하게 되었다.
7년 전 사건에 의문을 품은 재광으로 인해, 어쩌면 아빠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이상하다는 윤혜와 윤혜아버지의 그 말이 안심이 된다는 재광. 그렇게, 용의자의 딸과 피해자의 아들은 서로의 상처와 아픔이 가진 표정이 자신과 같다는 걸 보게되며 마음을 열어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용의자의 딸은 아버지란 존재가 아파 두둔해주고 싶고 피해자의 동생은 형의 죽음이 아파 완전한 의심을 풀지 못한 채. 그럴 수 밖에 없는 관계-.
- 재광 -
재광의 차에 낯선 물건이 있었다. 열어보니 '한재광'이란 자신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쓰인 드럼스틱이었다. 그 안에는 쪽지도 있었다. '하고싶은 건 해야지' 라는 메모였다. 형이었다. 7년 전 재광에게 전해지지 못한 형의 선물이 7년이 흐른 어느 날 갑자기 재광의 손에 전해졌다. 그 것이 재광이 7년 전 사건에 의문을 품은 시작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 산의 그 장소에 놓인 꽃다발이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윤혜로 인해 금새 지워졌지만.
그렇게 나름의 추적을 한 결과, 재광은 한 카페에서 형이 애지중지하던 그러나 유품에는 없었던 열쇠고리가 찍힌 사진을 발견하게 되었다. 날짜는 2005년 3월. 형이 죽고 한달 후에 찍힌 사진. 드럼스틱과 꽃다발과 열쇠고리가 찍힌 사진은, 재광 그리고 윤혜에게 '어쩌면' 이란 희망을 주고 있었다. 그늘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함께해도 괜찮을, 그런 희망.
재광의 형은 왜 전주까지 내려왔을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신여사와 카페여주인이 주고받은 묘한 시선이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카페여주인은 왜 그 남자를 모른다고 했으며 왜 그녀가 그 열쇠고리를 가지고 있을까, 싶어졌다. 재광의 형과 카페 여주인과 그 남자는 어떤 관계였을까? 그리고, 재광의 형에게 그 열쇠고리는 어떤 의미였을까? 등등.
- 재광 -
재광이 전주에 내려온 이유는 점쟁이 때문이라고 한다. 한 점쟁이가 신여사에게 딸내미와 잘 살고있다고 해서 확인차 내려왔다고. 그 것이 공식적인 이유. 안공식적인 이유(윤혜의 단어선택, 왠지 인상깊었다)는 그 날 이후 살았는지 궁금했던 윤혜를 보기위해서. 재광은 점쟁이 말을 믿는 신여사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고 윤혜는 절실하면 그렇게 된다고 대답하더라.
그런데, 그 점쟁이가 용하긴 용했나보다. 윤혜아버지와 할머니는 남몰래 연락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머니의 제삿날, 윤혜는 할머니의 억지스런 간곡함에 시간맞춰 산소에 도착했고 그 곳에서 스쳐지나가는 아버지를 보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거짓말하는 윤혜가 미심쩍어 쫓아온 재광은 그런 윤혜를 다그치고, 그렇게 윤혜 아버지를 잡기위해 경찰서로 가지만...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듯 싶었다.
누가 범인이든 상관이 없었던 재광은, 이제 그 것이 상관있어졌다고 한다. 한참을 재광이 떠난 자리에서 가만히 서있던 윤혜는 그런 재광의 말에 등을 돌렸다. 그런 윤혜를 잡으며 '등 보이지 마'라는 재광의 말은 너무 간절하고 절절해서 안타깝고 약간은 설레이고, 그랬다. 남 등돌리게 하는게 특기인 이 남자는, 그 여자가 자신에게 등보이는 게 견딜 수 없었나보다. 보며, 살짝 울컥했음.
그리고,
1) 한쪽 다리를 부상당해 깁스한 피해자의 어머니와 한쪽 다리가 불편한 듯 저는 용의자의 어머니. 별거 아닌 듯 한 이 설정이, 어느 순간 눈에 띄었다. 피해자에게도 용의자에게도 그 사건은 세상을 똑바로 걸어가기 힘든 같은 상처라는 걸 말하는 듯 싶었달까? (오버인가?ㅋ)
2) 아들에 대한 신여사의 집착. 아마 아비없이 여자 혼자서 아들 둘을 키웠던 것 같다. 남편 몫까지 꿋꿋하게 살아왔을 것 같았다. 그렇기에 잘난 큰아들이 자랑스러웠고 형과 비교되는 작은아들이 못마땅했던 건 아닐까, 싶었다. 어쩐지, 그런 신여사의 과도한 관심과 집착이 두 아들에게 독이 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광의 형이 전주에 온 이유, 가 그 곳에 있을 것 같고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한 채 밖으로 겉돌며 살아가는 재광의 삶 또한 그런 것 같으니까.
하지만, 재광에게 집착하고 버럭하고 짜증내는 신여사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재광이 나간 방에 홀로 등돌려 누워있는 신여사의 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기대치에 못미치는 아들이 못마땅하고 밖으로 겉도는 아들이 내심 서운해서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그 쓸쓸함을 표현하지 못하는 듯 싶었달까? 그래도, 신여사의 그런 모습이 숨막혀 밖으로 겉도는 재광의 마음이 어느 부분에선 이해가 되기도 했다.
3) 씬 하나하나가 너무 좋다. 뭐 하나 빼놓을 수 없을만큼. 게다가 배경음악도 좋다. 아무래도 그 전에 봤던 드라마의 배경음악이 종종 나를 경악하게해서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이 드라마 '보통의 연애' 주제가는 '두려운 사랑'(조성훈)이라고 한다. 아마, 엔딩곡인듯.
4) 재광과 재광의 형은 사이가 어땠을까? 회상으로 보여지는 두 사람의 관계는 뭔가 참 어색하고 수줍고 그런 느낌이었다. 그냥, 엄마의 차별대우에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듯 싶었달까? 형은 동생에게 미안하고 동생은 형에게 거리를 두는 그런 느낌이랄까?
5) 드라마보며 화면 하단에 자막이 지나가는 것에 크게 신경을 안쓰는 편인데, 이 드라마 보며 울컥했다. 뭐 한군데 흠없이 보고싶은 마음, 이었달까? 특히, 자막 지나가는 타이밍이... 사라져가는 아버지를 쫓다 허탈하게 무너져내린 윤혜와 그런 윤혜를 잡아주는 재광이었는데.. 예고보며 인상깊었던 장면이기에 뭔가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 니깟 자막이 저 씬을 저렇게 흠집내다니!!! 라며(ㅋ) ...그래서, 해투안봤다. (...이 무슨 억지인가; 원래 해투안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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