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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13회)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 이유

도희(dh) 2011. 11. 17. 21:11

드라마 : 뿌리깊은 나무 13회

드디어 채윤과 소이, 아니, 똘복과 담이가 만났다. 사실은, 엇갈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그들은 만났고 기억했고 함께했으며 다시 길을 걸었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13회는, 임금이 우리글을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와 임금의 문자창제에 소이가 어떤 존재인지, 소이에게 임금의 문자창제가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줬던, 그렇기에 그토록 그리워하던 똘복의 손을 놓고 소이가 다시 궐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그려졌다. 

너는 담이를 얻고 나는, 소이를 잃는다.

채윤과 소이가 서로의 존재를 알게되었다는 걸 알아버린 임금은 당장 그들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임금은 소이를 놓아줬고 채윤과 소이, 아니 똘복과 담이를 떠나보냈다. 임금은 아마 생각했던 것 같다. 소이가 똘복을 만나게 된다면 더이상 자신의 곁에 있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이겠지. 소이가 자신을 돕는 이유에는 그들에 대한 죄책감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중에서도 소이의 말문을 막고있던 가장 큰 죄책감인 똘복이 살아있다는 것 자체로 소이는 흔들릴 것이고, 더이상 자신과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그래서, 임금은 자신이 먼저 소이를 떠나보냈다. 소이가 떠나기 전에. 쉽게말해 선수쳤다고 해야하나?(;)

또 어쩌면 임금은 소이가 똘복을 만나며 말을 하게된 것을 보며 결심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백성을 애민하는 임금은 자신으로 인해서 긴 세월을 고통 속에서 살아온 똘복과 담이라는 가여운 백성들이 이제라도 모든 걸 털어내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한다고. (...동생 왈 ; 정착지원금은 안주나?)

임금은 그러했다. 백성들을 애민하는 임금은 그 백성들이 조금이라도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을 연구하고 결과물을 만들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이 땅 조선의 모든 백성들에게 닿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되며, 그 백성들에게 모두 닿을 수 있게 하기위해서 문자창제가 시작되었다고 했다. 그는, 백성을 살리고자 문자창제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것을 통해 아주 오랜 세월동안 마음을 닫았던 소이는 드디어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소이의 엄청난 능력은 이 계획의 중심이 되었고.

그렇기에 소이를 잃은 임금은 문자창제의 막바지에서 난관에 부딪힌 듯 싶었다. 그 것은, 소이가 아직 다 마치지 못했다던 그 무엇. 그 것이 무엇인지는 성삼문-박팽년에 의해 살짝 드러났고 14회차에서 제대로 나오지않을까, 스럽다. 아무튼, 그렇게 소이를 잃은 임금은 문자창제의 처음 그 시작과 그 속에서의 소이를 기억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임금이 백성들을 얼마나 애민하는지, 그리고 임금에게 그리고 문자창제에 있어서 소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말해주는 듯 싶었다.

돌아가자. 아니, 돌아가야 돼. 궁으로.

'너 때문이다' 라는 똘복의 말은 소이에게 엄청난 충격이 되어 결국 그녀의 말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렇게 소이는 긴 세월, 상상조차 할 수 없을만큼 똘복을 원망도 하고, 또 미안해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죽을 줄 알았던 똘복이 살아있었고 소이는, 아니 담이는 자책하는 똘복에게 살아있는 것만으로 갚은 것이라 하더라. 똘복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소이는 자신의 상처 위에 올려놓은 가장 큰 짐 하나를 내려놓을 수 있었을테니까. 

그리고 소이는 말문을 열었다. 똘복에 의해 말문을 닫은 소이는 똘복에 의해 말문을 열었다고 해야할까? 타고난 능력에 의해 절대 잊을 수 없는 과거의 기억. 그 기억 속에 숨어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했던 소이는, 잃었다고 여겼던 과거의 인물들을 만나고 그렇게 과거의 기억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소리를 되찾게 된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 당시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소중한 것을 잃었던 자신이지만, 또다시 잃을 수 없었기에, 그 절박함이 소이를 말할 수 있게된 듯 싶었다. 그리운 사람에게 나를 알리기 위해서, 잃을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임금의 명에 따라 채윤을 따라나섰던 소이는 시간이 지날 수록, 임금의 대의가 떠올랐고 그 속에 있는 소이 자신의 대의가 떠오르며, 아직 다 마치지 못한 일을 마무리하러 임금이 있는 궐로 돌아가게 되었다. 아무것도 아닌 채로 끝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겠다.

아무것도 아닌 채로 끝이 난다면, 그 동안의 시간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것이니까. 소이는, 아니 담이는, 너와 나와 그가 살아왔던 그 동안의 시간이, 그 고통을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게 하기위해 돌아간 것이 아닐런지.

나의 삶. 담이와 함께하는 나의 삶..

죽은 줄 알았던 담이를 만났다. 그리고 담이가 말을 잃은 이유를 알게되며 자신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살아왔을 그녀가 안타까웠고 또 미인했던 듯 싶었다. 그 순간 나타난 임금.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하려던 채윤은 임금이 이미 자신을 알고있다는 것을 알게되며 살기를 감추지 않았고, 임금이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행복해지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답게 살아가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을 다 잃은 한짓골 똘복이는 복수의 칼날을 갈며 살아왔으나, 지켜야할 것이 생기는 순간 그는 그 칼을 조용히 칼집 속에 넣어버린 듯 했다. 그래, 복수따위 잊고 담이와 함께 나의 삶을 살아가자, 라며. 그 날 이후로 언제나 그를 어떻게 죽일까, 에 대한 생각만 하던 똘복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담이와 어떻게 살아갈까, 라는 행복한 미래에 대한 생각에 히죽거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런데 담이는 임금의 대의가 자신의 대의라며 똘복을 떠나 임금이 있는 궐로 돌아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고, 담이가 소이가 되어 떠나간 순간, 똘복은 고통으로 살아 온 지난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허탈했겠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 수 없었기에 똘복은 임금이 있는 궐로 돌아가게 되었다.

담이는 두번째 판관인 똘복을 데리고 돌아감으로서 그 일을 마무리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담이는 똘복을 설득할 수 없었다. 이해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버려두고 홀로 돌아왔다. 어쩌면 알았겠지. 담이를 잃은 그가 그대로 모든 걸 잊고 살아가진 않을 것이라는 걸. 담이는 똘복을 멈출 수 있게해주는 유일한 존재였으니까. 브레이크를 잃은 똘복이 곧바로 궐로 돌진해 올 것이라는 것을.

...늘 궁금했던 똘복아버지의 유서가 드디어 똘복의 손에 들어갔고, 드디어 읽었다.
어떤 내용이었을까...? 아버지가 아들 똘복이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었던 말은 과연 뭐였을까?

그리고

임금이 살린 첫번째 백성. 임금이 가장 두려워하는 백성. 똘복.

오랜 시간 기다리며 설득해서 진심을 얻겠다던 임금은 자신을 증오하는 똘복을 설득하여 그 진심을 얻기보다는 살살 달래서 돌려보내는 것으로 마주하는 것을 피해버렸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소이는 그 것을 정확히 지적했고, 임금에게 똘복을 오랜시간이 걸리더라도 설득해서 그의 진심을 얻으라 충고하는 듯 했다. 그리고, 임금은 드디어 똘복과 정면으로 마주서게 되었다.

똘복은 과연 임금의 설득에 넘어가서 임금의 대의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렇게 되겠지. 그래야 드라마가 진행될테니까. 그리고, '밀본지서'를 찾은 밀본 또한 그들의 대의를 위해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을 얻게되었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테니까 말이다.

더이상 살기를 감추지 않는 똘복과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임금이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