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뿌리깊은 나무 14회
아무래도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방송이 시작하면 꿈쩍도 안하고 120% 몰입상태를 유지하던 내가 뒤적뒤적 부시럭 부시럭 왔다갔다 거렸던 걸 보면 말이다. 최근 빠진 뮤지컬의 노래 중 하나를 벨소리로 만들었는데 전화가 오며 벨소리가 울리자 드라마보다가 전화는 안받고 벨소리를 들으며 흥얼거리기도 했고 말이지; 아무래도, 멀티형 인간이 될 수 없는 내가 그 뮤지컬에 너무 빠져버리게 되면서 애정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살짝 빠져나와버린 것은 아닌가, 스럽기도 하다. 차라리 드라마에 빠지는 게 속편하다, 라고 생각하며. (ㅠ)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삶의 방향을 잃은 채윤이 다시 방향을 잡게되는 모습 그리고 드디어 밀본이 임금이 하고자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내게 된 이야기를 그린 <뿌리깊은 나무> 14회였다.
똘복아... 잘 가라. 이제 똘복이 없다.
대의를 위해 임금에게로 돌아간 담이와 글을 익혀서 주인마님을 잘 모시라는 아버지의 유서는, 그 날 이후 지옥 속에서 살아온 똘복이의 삶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그는 삶의 목표을 잃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게 되었다. 그래서, 죽으려고 했다. 내가 지키고자 하는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이 지키고자 하는 그를 죽일 수 없기에 그의 앞에서 죽으려 했다. 하지만, 그 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뭐 이런, 비러머글 경우가 다 있을까..
알아야 할 것을 알게되고 들어야 할 말을 듣고 해야할 말을 하고 돌아선 똘복은, 똘복이를 떠나보냈다. 똘복이를 떠나보냄으로서 그동안의 세월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고 그렇게, 그는 길을 잃었다. 삶의 목표를 잃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고, 그렇게,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려고 했다. 그 후에 어찌 살아가려 하는걸까, 모르겠다. 그냥, 살아가려 했겠지. 그저 살다보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니고 삶이니까.
아버지와 담이 아버지를 만나 마음의 위로를 받고, 그들을 떠나보내며 똘복이도 떠나보내던 그의 허탈한 듯 후련한 듯 슬픈 웃음소리는 공허하게 들려왔었다. 그렇게, 똘복이지만 똘복이가 아니게 되어버린 그는, 텅- 비어버린 듯 싶었다.
내가 한짓골 똘복이거든.
하지만, 지랄- 이었다. 그 모든 것이 지랄- 이었다고 한다. 내려놓긴 뭘 내려놔; 마지막으로 담이의 얼굴을 보기위해 몰래 찾아간 약속장소. 이상한 움직임. 그리고 똘복이가 돌아왔다. 위험에 처한 담이를 지키기 위해서. 똘복이가 다시 등장한 순간 '오빠가 돌아왔다!'라는 말이 들리는 듯 싶어서 홀로 푸핫; 아무튼, 자기합리화 과정에서 본능을 따라준 똘복이가 그저 대견할 따름이다.
임금의 대의에 지랄- 을 퍼부은 똘복에게 임금은, 인정받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똘복은 그 대의에 또다시 지랄- 을 퍼붓고 돌아섰다. 그러나, 결국 인정하게 되겠지. '밀본'에 의해 임금의 비밀 프로젝트가 밝혀지고 소란이 찾아왔다. 새로운 문자를 반대하는 것은 높은 이들이나 낮은 이들이나 다 같다. 그러나 그 이유는 다르지. 같은 반응, 다른 이유 속에서 그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한짓골 똘복이가 돌아왔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기위해 돌아온 그는, 그가 지켜야 할 이가 지키고자 하는 것을 지키려 하겠지. 그리고, 그렇게 인정해주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오빠가 돌아왔다. 이 오빠가 해야할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오빠는 돌아왔고, 이제 다시 미친똘끼 발휘하시며 뛰어다니시겠지! 그러셨음 싶다.
밝혀진 임금의 비밀 프로젝트!
똘복의 일로 인해서 심신이 불편하신 임금이 조금이라도 쉬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밀본은,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그동안 모아온 증거들을 바탕으로 임금이 그 누구도 모르게 하고자하는 일들이 바로 문자창제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그리고 그런 임금의 발목을 잡기위해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밀본'이었다.
임금의 발목을 잡기위해 열심히 달리는 정기준과 그런 정기준의 머리 위를 나는 임금. 그리고 그런 임금을 잡기위해 더 빨리 달려 덫을 설치하는 정기준이었달까? 정기준은 '나'의 힘을 얻기 위해 임금을 막아 그의 힘을 약화시키려 했고 임금은 '나의 백성'들에게 힘을 주기위해 그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었다. 그렇게 예상치 못한 정기준의 활약에 발목이 잡혔지만 이 모든 것들의 시작이 된 첫번째 백성의 도움으로 그 위기에서 벗어날 예정이다.
지금의 정기준은 정도전의 뜻을 잇는 것이 아닌, 복수를 원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날 이후 백정 가리온으로 살아온 삶을 보상받고 싶어하는 듯 싶었다.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리고 자신의 가족들을 몰살시킨 이방원에 대한 원망이 그의 아들 이도에게로 이어지는 느낌. 게다가, 어린 시절에 만났던 나약한 이도가 지금의 이도라고 여기며 무시하는 듯도 싶고. 아니, 무시하고 싶은 거겠지; 그가 성군아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을테니까. 그럴 것 같다. 그 순간 정기준 또한 삶의 방향을 잃게되는 것일테니까.. 이렇게 생각하니 이 사람의 삶도 참 처절하다.
임금의 문자창제를 눈치챈 정기준은 정도전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으로 임금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쯤 정기준은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라고. 그 날 '삼봉 만은 이해할 것이다' 라던 임금이 한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는 곰곰히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야 하는 건 아닐까? 임금의 계획을 의외로 쉽게 눈치챌 수 있는 정기준이라면, 양반이면서도 살아남기위해 백정의 삶을 살아낸 정기준이라면, 그 뜻을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랬다. 그랬으면 싶다.
그리고-.
1) 똘복이의 말 한마디에 지옥 속에서 살아 온 사람들, 이도와 담이. 그런데 정작 똘복이는 기억을 못한다는 사실; 새삼 말 한마디가 갖는 위력에 대한 생각을 했었다. 역시, 말은 무서운 거야, 그러니까 신중해야 해. 나의 생각없는 말 한마디에 누군가의 인생이 변할지도 모르니까. 똘복이는, 이도와 담이의, "나비"로구나. 그 작은 날개짓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이도와 담이는, 똘복이란 나비의 작은 날개짓으로 시작된 공기의 흐름에 힘을 얻어 하늘 위로 날 수 있는 바람일테고. (문득, 똘복과 담과 이도의 모습에서 솜이 생각나서 끄적. 나의 솜앓이는 끝이 없구나ㅠㅠㅠ)
2) 채윤의 정체를 알게된 밀본. 채윤은 다시 궐로 돌아오게 될 것이고 자신이 맡은 임무를 수행하겠지. 결과적으론 조말생과 함께 밀본 찾기를 할 것 같고. 난 똘복이가 다시 채윤의 모습으로 돌아왔음 싶다.
3) 황희는 알고있었구나. 뭐, 대충 그럴 것 같았지만. 그리고, 조말생도 임금의 편이 되어줄 것 같다.
4) 이제 10회차 남았다. 그리고 드디어 예고가 없다. 두둥!!!!!!!!!!!!!!!!!!!!!!!!!!
5) 그보다 편집됐구나. 소이친구궁녀들이 채윤이 정체 알게되는 것. 그 장면도 기대했는데. 친구들이 소이 말하는 거 알고 마치 제 일인양 기뻐하는 모습도 보고싶었는데... 아쉽다ㅠㅠㅠ
6) 똘복이가 그 개울에서 아버지와 담이 아버지를 만나는 씬, 너무 좋았다ㅠㅠㅠㅠㅠ
7) 드라마와 별개. 기대하던 작가님의 드라마가 내년에 방영된다는 소식만으로도 기뻐했는데, 캐스팅되 죄다 맘에 든다. 내가 호감 & 애정 모드인 배우들만 모두 출연한달까? 주연배우들도 원래 호감이었지만 조연배우들에게 완전 낚였음. 아... 벌써부터 설레인다+.+
8)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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