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공주의 남자 9회) 처참한 핏빛잔치, 시대에 휩쓸린 아이들..

도희(dh) 2011. 8. 18. 20:58

드라마 : 공주의 남자 9회

뭐라고 해야할까? 70분 내내 숨죽이며 간간히 안타까움과 슬픔이 듬뿍 담긴 리액션을 해가며 봤던 '공주의 남자' 9회였어요. 분명 이번 회가 굉장히 안타까울 것이란 것을 예상했고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봤는데, 그 이상의 안타까움이었다고 해야하나? 그랬습니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수양대군의 잔혹하고도 참담한 핏빛잔치.  그리고, 거기에 휩쓸려 더이상 함께가 아닌 각자의 길을 걷게 된 아이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던 '공주의 남자' 9회였답니다.



1. 수양대군의 욕망의 실현 : 단종남매의 비극이 시작되다

'공주의 남자' 9회는, 이 드라마의 중심이자 극의 전환점이 되어 줄, 계유정난이 그려졌어요.  이 시대를 그린 사극은 벌써 세번째인데 볼 때마다 안타깝고 또 안타까워 어쩔 줄 모르겠는 그 마음은 여전해요.   아무튼, 그렇게 어린 왕과 어린 왕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비극은 시작되었답니다.

아픈 누이가 걱정되어 누이의 사가로 달려 온 어린 왕. 어린 왕이 경혜공주의 사가로 나가는 날을 거사일로 잡은 수양일당. 더없이 평안하고 행복한 하루의 끝에 그들은 더이상 자신들을 지켜주던 보호막이 사라졌음을 알게되며 커다란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어요.  그리고, 보호막이 사라진 지금, 막연한 불안감이 현실이 되어버린 순간, 그들은 그들 자신이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라는 것또한 뼈져리게 깨닫게 되었구요.

그렇게 그들은, 수양의 서슬퍼런 칼날 아래에서 두려움과 공포와 처참한 밤을 보내게 되었답니다.



2.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우정 : 시대에 휩쓸린 아이들

1) 면 - 종 - 승유 ;

아버지들 일로 우리까지 소원해지지 말자던 그들은, 아버지 세대의 갈등을 고스란히 이어받으며 지켜야 할 것들이 달라지고 그렇게 가야할 길이 달라지고 말았어요. 그 시작은 신면. 승유를 향한 오래된 열등감과 야망이라는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서 수양의 편에 서서 칼에 피를 뭍히게 된 신면의 배신은 정종과 승유는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듯 싶었고 말이죠.

이 날, 정종에게는 수양의 반란 이상으로 신면의 배신 큰 충격으로 다가온 듯 싶었습니다. 이 부분은 꽤나 인상적이었어요. 의지와 상관없이 비극적인 시대에 휩쓸려버린 아이들, 수양의 난입에 놀랐으나 수양이 아닌 그 뒤에 있는 신면과 그의 칼을 바라보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한 정종의 표정에서  사건의 중심에 있는 그들이 아닌 그들의 2세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이 드라마의 취지와 맞물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거든요.

아무튼, 정종은 부마가 되면서 불안한 정세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에 있었고 그렇게 벗들의 아버지 세대가 겪고있는 갈등도 느끼고 있었지만 그 우정은 결코 변치 않을 것이라는 벗들에 대한 그 순수한 믿음을 유지시키고 있었던 녀석이었던 것 같았어요.   소싯적에 자신이 엄청나게 비루한 처지에 있더라도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곁을 지켜 준 벗들이기에 그 믿음은 더 굳건했던 것일지도 모르겠고.

뭐랄까, 승유는 신면의 배신을 깨닫는 순간 그에게 칼을 겨누었지만 정종은 마지막까지 신면을 믿고자 하는 듯도 싶었고 그렇기에 그들이 서로에게 칼을 겨눌 때 어쩔 줄 몰라했었고,  승유를 몰래 탈출시키겠노라는 신면의 말을 믿고 실천했던 듯 싶었고 말이죠.   뭐, 승유도 한치의 의심도 없이 아버지에게 달려감으로서  아직까지 신면에 대한 믿음이 있음을 입증했지만! ... 정종에 대한 믿음이 컸기에 정종이 믿는 신면까지 덩달아 믿게된 것일지도 모르고;

벗들의 믿음을 두 번 배신한 신면. 그렇게 신면은 더이상 정종과 승유의 벗으로 남을 수 없게 되었어요. 하지만, 벗을 향한 마음은 그의 오랜 열등감과 야망과 질투 조금보다는 더 컸나봐요. 함께한 시간, 이라는 것이 무시못할 그 무엇이었던 것일지도 모르겠고. 그렇기에 신면은 작은 불씨 하나를 남겨두고 말았답니다. 그 것이 얼마나 커다란 불꽃이 되어 다시 찾아올까에 대한 생각은 못한 채 말이죠. (꺼진 불도 다시보자는데 너는 보고도 외면했구나.. 랄꺼나;)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나눈 그들의 우정은 깨어졌고, 서로 다른 곳에서 혹은 다른 길에서 자신이 지켜야만 하는 것을 지키기위해 살아갈 듯 싶더랍니다.    그리고, 더이상 셋이 함께 즐겁게 웃는 모습을 보지못한다는 것이 더없이 슬프고 안타깝고 그렇네요. 흑흑.

2) 경혜 - 세령 ;

세령의 노력 끝에 겨우 관계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던 경혜와 세령은, 수양이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걸음을 내딪게되며 그 관계는 영영 회복될 수 없게 되어버렸어요. 산산히 부숴져버렸다고 해야하나?

아버지 수양대군에 대한 존경과 믿음이 컸기에  경혜공주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던 세령은,  제 두눈으로 경혜공주의 말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하게 되며 엄청난 충격에 휩쌓인 듯 싶었어요.  그리고  그런 세령에게 지금  자신이 겪고있는 고통과 분노와 아픔을 고스란히 내비치는 경혜공주와 그 모든 마음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세령.

세령을 향한 경혜공주의 슬픔이 담긴 분노의 말은, 더없이 딸이 소중한 딸바보 수양대군에 대한 간접적인 복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수양대군에게 세령이 얼마나 귀한 딸인지는 진즉에 알고있었을 테니까요. 그렇게라도 풀어내고 쏟아내더라도 경혜공주 마음 속에 있는 분노와 고통이 사그라들진 못했겠지만.

아무튼, 경혜와 세령의 관계가 회복되길 바래왔던, 이 두 여인네의 우정이 참 이쁘다고 생각했던 저로서는 이제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이들의 관계. 그렇게 산산히 부숴져버린 이들의 관계가 못내 아쉽고 안타깝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이들의 관계도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구요. 아마도 세령은 죽을 때까지 경혜 앞에서 죄인의 마음일테고, 경혜는 애증으로 세령을 바라보게 되지않을까, 싶었거든요. (ㅠ)



3. 어긋난 운명 : 현실을 자각하다

1) 세령 ;

이 밤의 거사를 알고있었지만 세령은 머뭇거리게 되었어요. 그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었거든요. 그렇게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살아갈 수 없는 두 집안의 관계를 알게 된. 그렇게 다른 의미로 그러나 같은 무게로 소중한, 그녀 존재의 이유인 이들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없었던 세령은, 단 한사람만이라도 살리겠노라는 마음 하나로 움직이게 되었어요. 그 것이 세령의 선택이고 사랑이 아니었나, 싶더랍니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는 않은 듯 싶었어요. 그렇게 그저 살아만 있어준다면 그 것으로 괜찮다는 세령과 모든 싹을 완벽하게 제거해야만 한다고 여기는 수양대군의 입장 차이라고 해야하나?

김종서와 그 무리를 쳐냄으로서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굳히게 된 수양대군은, 이 차가운 달이 빛나는 밤, 누구에게 주어도 아까운 딸 세령을 잃게 되었어요. 세령은 수양의 딸로서 그 자리에 있겠지만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딸 세령은 사라지게 되었거든요. 그렇게, 아버지의 욕망을 알게되고 그 욕망을 실현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제 두눈으로 보게되며 아마도 세령의 마음 속에 꽤나 크게 자리잡았을 아버지 수양에 대한 존경심이 무너지고 믿음이 깨어져버리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믿음이 깨어지고 존경이 무너져도 아버지는 아버지이기에 그 곁에 있겠지만, 그 이상의 길을 걷는 수양의 모습에서 세령은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게 될 것이고.

그리고 이 밤의 세령의 모습은, 그녀가 앞으로 내딛게 될 걸음 걸음의 의미가 되어가는 듯 싶었어요.

존경심이 깊었던 만큼 믿음이 컸던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과 모든 것을 잃게 된 사촌들과 지켜주지 못한 승유에 대한 죄책감. 그렇게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에 대한 상실감. 그 모든 것이 맞물리며 세령은 스스로 일어서서 선택을 하고 나아갈 듯 싶었어요.

이 밤, 지켜야 할 것들이 생긴 이 밤. 세령이 지켜야 할 것은 승유. 가 아닐까.. 싶더랍니다.  세령은 사랑에 의해 성장하고 선택하고 일어서서 나아가는 아이가 아닌가, 싶었어요.  사랑을 하면 자발적이 되고 창의적이 되고 모험적이 된다는 말을 오늘 들으며 어쩐지 세령이 떠오르기도 했고 말이죠. 그렇게, 그녀를 성장시키는 사랑의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 그녀를 성장시켜서 일어서게 하는가는 앞으로의 일.

2) 승유 ;

수양대군과의 대결에서 자신이 아버지의 힘이 되어줘야 한다는 것을 들었고 또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것을 막연히 알고있었으나 실감을 하지못하는 상황이었던 승유는, 이 밤, 아버지와 형님의 죽음,  그리고 믿었던 친구의 배신과 힘없이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막연했지만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그 무엇을 피부로 느끼며 실감하게 되었어요.

철없이 출궁한 궁녀와 백년가약을 맺고싶어 아버지에게 말하려했고, 형님에게 혼나고, 그날 저녁 그녀의 다급한 편지에 급히 외출하고 다녀온 그 모든 것이 거짓말 같은 밤, 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몇 번의 죽을 위기에서 불사신처럼 살아남은 승유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며 현실을 인지하고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야만 한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문득 깨닫는다고 뭔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정신줄을 놓고 저잣거리를 헤메던 중 효수 된 아버지의 머리를 보게되며 그 슬픔과 아픔과 분노는 극에 달하는 듯 싶더라구요.

오로지 그 마음에 수양대군에 대한 복수의 마음만이 자리잡으며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수양대군을 향한 복수를 위해 그의 집으로 향하더랍니다. 그 시각, 승유의 죽음에 커다란 슬픔에 잠겨 무너져내린 세령을 불러 일으키는 수양대군 마눌님. 벌써 승유가 알게되는거야, 라며 초두근두근 모드였답니다. 뭐, 시간을 보며 '승유가 세령이 정체 알면서 딱 끝나겠군;' 스럽기도 했구요., (드라마를 너무 봤어ㅠ)

3) 밝혀진 세령의 정체 ;

극 내내 가슴 조마조마해가며 안타까움을 가득담아 보던 '공주의 남자' 9회는,   마지막까지 사람을 가만 놔두지 않더랍니다. 승유가 복수심에 불타며 수양대군의 집으로 향하는 순간,  세령을 불러세우는 수양대군 마눌님이자 세령이 모친. 그렇게 수양대군을 죽이려고 칼을 잡던 승유는 그 곳에서 수양을 맞이하는 세령을 보며 ... 엔딩 콱!

그렇게 장장 9회동안 잘도 숨겨왔던 세령의 정체를 승유는 알게 되었어요.



4. 그리고-.

1) 정말 너무 슬프고 안타깝게 봤던 9회. 리뷰를 쓰려고하니 뭔가 손이 안움직여서 뻘짓하다가 겨우 쓰고있습니다. 쓰면서도 내가 뭐라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거 쓰던 중에 2년만에 연락온 후배녀석의 전화를 받고 시큰둥. 그래서 어색모드로 전화를 끊었더랬죠. 아, 왠지 미안해지고 있어요. 드라마 리뷰 하나 쓰면서 기가 빨려서 ... 2년 만의 연락을 시큰둥하게 받은 못난 선배를 용서치말렴; (이랄꺼나--?)

2) 칼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수많은 병사들. 근래들어 그런 병사들을 보며 '저이들에게도 가족이 있을텐데' 등등의 생각을 하곤 해요. 남은 가족들은 어찌살까, 라는 마음도. 그보다, 엑스트라의 비애-, 이기도 하겠죠? 칼 몇번을 맞아서 숨을 헐떡여도 살아남은 주인공과 사뿐한 칼질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보조출연 병사들;

3) 승유의 형수님과 아강이는 어찌 잘 피했을까요? ...왠지 그들 고생하는 모습을 보게되면 마음이 아플 듯!

4) 딸바보 수양. 이러니 저러니해도 수양에게 세령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딸이니까요. 또한, 수양이 던져버린 마지막 양심이기도 할테고. 그렇기에 눈 똑바로뜨고 대드는 세령에게 꿈쩍도 못한 채 조금은 휘청인 것은 아닐런지. ...그보다 '이리 차가운 분이셨습니까' 였던가? 전에 경혜에게도 했던 말을 수양에게도 하는 세령. 세령의 발언에 눈빛이 흔들리는 수양을 보니... 니가 아버지는 아버지구나, 싶기도 하더랍니다.

5) 세령이 남동생. 훗날 의경세자였던가? 인수대비의 낭군님이자 성종의 아버지. 왕이 되지도 못한 채 죽게되는 인물. 예전에 어느 드라마에서 아마, 윤다훈씨가 이 역할을 했었더랬죠. 그게 '한명회'인지 '왕과 비'인지가 모르겠어요; ...지극히 갠적으로 세령이 남동생 언뜻보고 열무군 떠올렸답니다. 아, 이게 아닌가?

6) 누나 세령을 돕는 남동생씨. 왜? 라며 곰곰히 생각. 사라진 누이를 찾아헤메는 것도 그렇고 어쩐지 얘는 누나 세령을 굉장히 잘 따랐을 것 같고,  또한 용기가 없을 뿐 그 또한 아버지를 말리고 싶었던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나의 사랑에 감동받아,  이건 아닐 것 같아서 말이죠. 그보다, 이 집안 남자들은 모두 세령바보인가, 스러워지기도 했고;

7) 수양대군 맞이할 때, 세령이 옷이라도 갈아입히고 나올 줄 알았는데 전날 입은 옷 고대로. 동생은 꽃단장했는데 언니는 초췌한 모습. 세령이 정말 폐인모드-, 였답니다. 승유도 폐인, 세령이도 폐인.

8) 서로 말타고 엇갈릴 때 혼자서 '안돼~~~!'를 외쳤다죠; ... 그 와중에 안엇갈리고 만나면 그게 더 이상할 노릇이기도 하지만.

9) 끝없는 배신의 밤, 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승유에겐 또다른 배신이 남아있었던 거고.

0) 그보다, 여리가 민지씨였군요. 어쩐지 낯이 익다했더니!!! 민지씨 작품은 EBS 드라마 외엔 다 본듯 싶어요. 작품마다 깊은 인상을 남겨주는 배우로 기억해요. 특히, '비밀의 화원'에선 갠적으로 백진희씨보다 민지씨가 더 인상깊었던 1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