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청담/국내 드라마 시청담

여인의 향기 7,8회) 바람이 분다

도희(dh) 2011. 8. 16. 20:00

드라마 : 여인의 향기

 

우리... 연애 할래요?
- 여인의 향기 8회 / 연재 -

 


사랑이 하고싶어... 죽기 전에. - 연재

버킷리스트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마지막엔 그 사람의 품에서 죽고싶다는, 죽음을 앞 둔 상황에서 한 남자를 만나고 사랑을 하려는, 연재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아마도 저는, 연재가 아니라 그녀가 떠난 후 남겨진 사람의 입장에서 그녀의 간절함을 바라봤고 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연재의 곁에서, 연재의 시선으로, 연재의 마음으로 보고 들은 것이 아니라 제 3자의 입장에서 보고 들었기 때문이기도 할테구요.

하지만, 어느 순간 전 연재의 시선으로 연재의 마음으로 그녀의 하루하루를 함께하고 있었나봅니다. 혜원의 품에 안겨 죽기 전에 사랑이 하고싶다고 엉엉 울어대는 연재를 보며, 혜원의 응원에 힘입어 지욱에게 달려가 우리 연애할래요, 라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연재를 보며... 그런 그녀가 전처럼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저 또한 혜원처럼 연재를 응원하고 싶어졌으니 말이죠.

지욱을 사랑하는 그 마음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전하기엔 지욱에겐 약혼녀 세경이 있었고, 그런 상황은 연재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요, 결국, 친구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며 비난받기도 했었어요.  그렇게 연재는 몇 번이나 멈칫거리게 되었고, 그 멈칫거림에 자신의 시한부 인생이 포함되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녀가 더이상 마음을 숨기지않고 그 것을 인정하고 상대에게 전한 것은, 그 시한부 인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더랍니다.

사람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라는 것이 제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에, 그 마음을 접는다는 게 쉽지는 않았겠지만, 과거의 연재라면 ... 지금처럼 그 사랑을 간절하게 원하진 않았을 것 같기도 했거든요. 이 사랑이 안되더라도 다음에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겠지, 라는 마음. 첫사랑을 떠나보내던 그 마음처럼. (결국, 이건 연재의 오해였지만;)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는 연재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이래서 마음을 어떻게 접는다는 거야.. - 지욱

숨쉬는 것에 대한 행복.  내가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함.  지욱에겐 이런 것이 아마 없었겠죠.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내고 있기에 내일 또한 오늘도 같을 것이 당연한, 내일에 대한 설레임과 희망이 없는 삶. 그렇기에 그 어떤 의욕도 없이 그저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지욱은, 어쩌면 그에게 주어진 시간의 끝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어떤 의미로는 죽어버린 삶을 살아간다고 해야할까...?

그런 그가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고 즐거워하는 연재를 만남으로서  어제와 다른 오늘을 보내게 되었고 오늘과 다를 내일에 대한 설레임을 갖게된 듯 싶었어요. 죽음을 앞두고 세상 모든 것이 너무나 소중해져버린 한 여자를 통해 죽어버린 삶을 살아가는 한 남자가 깨어났다고 해야하나?

그렇게 그는 조금씩 삶을 살아가는 것이 즐거워지고 있었죠. 식어있던 열정이 꿈틀대기도 했구요. 그러나 그 순간순간, 그의 목을 죄어오는 족쇄.  그 것은 죽어버린 삶을 살아가는 동안  스스로의 손으로 채워놓은 것이었고, 그렇게 그 족쇄의 고통을 느낄 때마다 현실을 깨닫고 자신의 감정을 부정해오던 지욱은 연재의 진심을 알게된 순간 그 족쇄를 스스로의 손으로 잘라내기로 결심해버린 듯 싶더랍니다.

그렇게, 연재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더이상 멈춰지지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세경과의 파혼을 결심하고, 그 즈음에 세경의 과거를 알게 된 지욱은, 세경의 과거를 이용해 파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때문에 파혼하는 것으로 세경을 지켜주더랍니다.

강지욱이라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었어요.    자신의 마음을 깨워 준 사람에게 인어공주가 되어달라고 하기보다는 단 하나의 사람으로 만들기위해 자신에게 채워진 족쇄를 당장 풀어버리는 사람. 그리고, 그 족쇄를 푸는 과정에서 자신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  그 마음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자신을 향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몇 번의 우연으로 자꾸만 스쳐갔던 두 사람.
시한부의 연재가 아니라 과거의 연재를 만났다면, 그 연재는 지욱의 마음을 깨울 수 있었을까...?


아픈 사람이니까 무슨 짓을 하든 다 눈감아 줘야돼? - 은석

마음 속 깊은 곳에 봉인해 둔 연재에 대한 감정을 다시금 깨닫게 된 은석은,  그 감정이 시간이 지날 수록 더더욱 깊어지는 듯 싶었어요. 문득, 궁금해졌죠. 자신이 직접 6개월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한 환자를 여자로 바라보게 된 그는 어떤 마음일까... 라는.  역시, 사랑이라는 감정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은석에게서도 보게되는 것일까, 라는. 또 어쩌면, 연재와 함께하는 순간의 은석에게 연재는, 환자가 아닌 그저 여자일 뿐일까, 라는. 은석에게 연재의 존재는 무엇일까... 라는.

본인은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하지만, 병원에서 좁아진 입지에 대한 욱하는 마음 및 연재와의 연결고리가 필요했기에 탱고를 추겠노라 호언장담했고 그렇게 연재와 함께 탱고를 배우게 되고, 연재에게 파트너 신청을 하며 연재 엄마 소개팅까지 주선하게 된 은석은, 예쁘게 차려입은 연재에게 새삼 반해서 넋놓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더랍니다.

완벽하고 차갑기는 또 엄청 차가워서 인간미라고는 눈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던 은석이 연재로 인해서 조금씩 허물어져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지만, 또한 끝을 알면서도 저렇게 빠져들 수 있는 은석이 ... 대단해 보이기도하고, 멋있게 느껴지기도 했고, 그랬어요. 안타깝기도 하고. 러브스토리는 영화여서 아름다운 것일 뿐이라던 태영(가문의 영광)의 말도 문득 떠올랐고! ...아, 어찌되었든 이건 드라마군;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연재를 여자로 보며 그녀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중에 연재와 지욱의 관계를 알게되며 왠지모르게 화가나버린 은석. 은석이 화가난 것은 연재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기 때문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연재가 사랑하는 남자가 약혼자가 있다는 것이 화가난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혜원이 연재와 지욱의 관계를 알게되며 절교선언까지 한 것과 비슷한 감정이 아닐런지. 어떤 의미에서든, 그 만큼 연재를 소중히 여기기에 나온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고. 어쩐지, 지욱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걸 몰랐다면 은석은 자신의 감정보다 연재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며 그녀를 위해 응원해줬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괜히 화를 내기도하며 연재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그 무거운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던 은석은... 다시금 연재의 주치의로서 친구로서 그녀의 곁에서 그녀에게 휘둘리며 도와주고 또한 지켜주지 않을까, 싶었어요.   어쩐지, 은석이 연재를 향한 마음을 깨닫고 인정하는 순간, 그는 연재와 무엇을 하기보다는 언제나처럼 그녀의 곁에 머물며 지켜주는 길을 선택할 것 같았으니까요.

그리고 갠적으로 동생과 저는, 은석이랑 연재를 지지하고 있어요. 뭐, 연재가 누구랑 연결되든 그녀의 끝을 생각하면 무슨 의미인가, 싶기도 했지만... 은석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완쾌되어 둘이 알콩달콩 살아라, 뭐 이런?

...그보다, 얼마만의 서브앓이인가! 서브에겐 결코 정주고 마음주고 사랑도 줘봤자 소용없다며 단호히 선을 긋는 타입. 엄이라서 그 선을 미처 못그었던 것이 틀림없다고 봐요ㅠ


죽을 것 같은 사랑이.. 이렇게 끝나더라구. - 세경

제 상처가 아파서 다른 사람을 더 세게 물어뜯는 아이. 때때로 이 아이가 가엾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전에 보답받지 못한 사랑에 대한 상처를 다른 사람들에게 퍼붓는 이 아이가 참 못났고 싫다는 마음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어요. 참, 한심하다고 해야하나? 죽을 것 같은 사랑의 끝이 비참하다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줘도 된다고 누가 그랬냐고, 물어보고도 싶었고.

지금까지 그녀가 살아온 세상의 이치에 따라 움직이며 눈에 거슬리는 연재를 짓밟으려고 했고 지욱을 제 멋대로 휘두르려고 했으나 그 무엇하나 뜻대로 되지않는 상황에서, 연재는 다시금 일어나 세경의 자존심을 짓밟았고 지욱은 파혼을 요구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자신이 먼저 파혼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한 결코 파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해하던 세경은  어쩌다보니  자신의 과거를  지욱에게 들키며 꼼짝없이 파혼당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결국 파혼. 그러나, 그 것은 세경의 과거를 빌미로 한 파혼이 아닌 오로지 지욱 자신의 뜻에 의한 것이라고 어른들에게 말하며, 세경은 털끝하나 다치지않은 채 끝이 날 듯 싶더랍니다. 그리고, 그런 지욱의 행동에 세경은 뭔가 모르게 흔들리게 된 듯 싶었고.

내 것인 사람에 대한 소유욕으로 지욱을 휘두르려던 세경은,  내 것이 되지못한 사람에 대한 소유욕으로 지욱을 잡고자 질척거릴까봐 좀 겁이나고 있어요. 이 아이가 좀 쿨하게 대처해줬으면 싶지만, 전혀 쿨하지 못한 아이인 듯 싶으니까요. 어쩐지, 아버지에게도 언제나처럼 입 꾹 다물고 말 듯도 싶고.

 

 

그리고-.

1) 꽤나 기대했던 엄-차의 만남. 이 순간만큼은 홀로 엄-차에 설레이며 '믿을 수가 없어요~♬' 로 시작되는 몬테 노래가 내 머릿 속에서만 BGM으로 무한반복 재생되었다나 뭐라나? ...갠적으론 몬테 엄-차를 못봤지만 그래도 괜히 설레이는 건 어쩔 수가 없나봅니다. (.. 이해하신 분은 반갑고 못하신 분은 그냥 패쑤하시길-ㅋ)

2) 무대 위의 차지연 배우를 꽤 많이 좋아하지만 TV에서 볼 때는 왠지 오글거리고 불안한 마음이 더 큰 듯 싶어요. 왠지 물가에 내놓은 애를 보는 느낌도 들고. 암튼, 조만간 무대 위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길!

3) 이 순간 만큼은 그냥 베로니카랑 은석이랑 눈 맞아버려라, 요런 마음도-ㅋㅋㅋ (사심 130%)


4) 드디어 윌슨 등장! 이 드라마는 오해란 것이 그리 오래가는 편이 아닌데 (몰래듣기 신공으로 한방에 싹-!) 윌슨의 경우는 진짜 장장 7회나 끌고왔네요. 아무튼, 정말 짜증났던 윌슨 반지사건 해결! ...보면서, 있는 것들의 갖잖은 자존심이 없는 사람들 등골을 빼먹는구나... 싶었더랍니다;

5) 얼굴도 희미해보이는 거리에서도 또렷이 들리는 대화라니. 밤이라 그런 것이고, 로비라 울려서 그런 것이라고 일단 생각해야겠죠? ...깊이 생각하면 다치니까!

6) 사실, 내 정신과 마음과 현실이 엇박을 이루어서 드라마를 볼 때 뭔가 집중한다거나 몰입한다거나 그러지 못하는 중이에요. 그래서 '근데 왜 저러지?' 라는 마음으로 보는 듯. 쓰면서 대충 이해를 하기도하고, 쓰고나니 앞뒤가 안맞기도하고. 그렇습니다.  왜 저러지, 의 마음을 정리하며 쓰고 쓰며 정리하는 중이라 어딘가 말이 앞뒤가 안맞아도 그러려니, 해주세요.

7) 여전히 연재가 이기적이란 생각이 아주 조금은 들지만 내가 만약 연재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던 8회이기도 했어요. 이제 대략 5개월의 삶이 남은 여자를 사랑하게 되어버린 지욱이 안타깝기도 하고. 뭐랄까, 남겨진 사람의 그 마음이 자꾸 안타까워지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8) 지욱이란 캐릭터가 두 여자 사이에서 휘청거리며 연재를 인어공주로 만드는 캐릭터가 아니라, 마음을 먹는순간 그 하나를 정리하고 단 하나에 올인하는 캐릭터라 새삼 좋아지기도 했어요. 정리하는 순간에도 자신을 위해 상대의 약점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그래서 어딘가 좀 바보스럽긴했지만 그래서 지욱이 새삼 좋아졌달까? (은석이도 좋고 지욱이도 좋고ㅠ) ...연재라면 어쩐지 그가 굳이 파혼하길 원하며 연애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달려갔고 자신의 끝을 알기에 언젠가 물거품이 되어줄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지만요. 아니,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듯;

9) 마지막 대사. 강지욱씨... 하는 순간. 혼자 '우리 연애할래요?' 요러고 있었는데 대사가 그대로 흘러나와서 혼자 헉-! 역시, 기대에 부응하는 드라마였어요-ㅋ

0)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