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야차 1회.
2010년 12월의 신상드라마 그 첫번째, 드라마 <야차>가 첫 문을 열었습니다. 사실 어제 <신의 퀴즈> 막방이기도 했는데요, <신의 퀴즈> 끝날무렵에 <야차 스페셜>을 해준대서 광고시간 지났을 즈음 (케이블은 광고가 감당못하게 많은지라 그거 보고 앉아있을 인내력이 안됨) 주섬주섬 틀어서 봤더랬죠. 보려고 채널 돌리니 '비밀번호 입력'을 하래서 '호홀~ 19금!' 이러고 있었구요. (19금은 비번 걸려있는 TV. 미성년자도 없는데 대체 왜? 인지는 잘 모르겠음; 근데 그 비번걸린 거 가끔 풀 때는 왠지 내가 나쁜짓하는 기분이 살짝 들기도 함;)
무튼, 스페셜은 꽤 재미날 것 같아서 이걸 본방으로 볼까말까의 고민 끝에 봐버렸습니다. 이런 장르 별로 안좋아하는 동생이 걱정이긴 했는데, 물어보니 '니 멋대로 해라' 모드여서 룰루랄라. 동생은 만화책보며 간간히 봤던 것 같은데 그 간간히 내용과 관계없는 코멘트 달다가 중요해보이는 대사 날려먹는 등등, 그리 봤더랍니다.
1. 서로 다른 이의 검이 되어있는, 형제의 비극
이 드라마 <야차>의 주요줄기는 바로 '서로 검을 겨누는 형제의 비극' 이에요. 한때는 누구보다 우애깊게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지만 어느 순간 어긋나며 서로 다른 길을 걷는 형제, 그리고 결국은 대척점에 서서 칼을 겨누며 적이 되어버리는 형제의 비극적인 이야기.
과거 회상에서도 정연이란 한 여자 때문에 형에게 은근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동생이었으나, 그 외적으로는 누구보다 우애가 깊었던 것 처럼보이던 형제는, 무슨 이유에선지 지금은 꽤나 삐걱거리는 관계가 되어있었어요. 형은 여전히 '내 동생♡' 모드지만 동생은 '형따위ㅡ"ㅡ' 요런 느낌이랄까나? 현재 1회의 상황에서는 형은 '약속에 의한 절대적 충성' 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동생에게 칼을 겨누게 된 것을 알지만, 동생은 그 적이 형이란 걸 모르는 상태였답니다. 그리고 예고의 느낌이 2회에서 동생도 알게될 듯 싶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12부작이니까요!
1) 왕의 검, 형 백록
낮에는 푸줏간에서 백정짓하며 고리대금을 하고, 밤에는 왕의 비밀결사대 즈음으로 보이는 '흑운검'의 수장으로서 왕명을 받들어 왕의 정적을 제거하는 일을 하고있는 백록. 이 사람의 성격이 어떤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지만 과거회상을 보면 꽤나 유유자적 허허실실 낙천주의자, 이런 사람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뭐랄까나, 백록은 이렇게 어둠의 수장으로서 손에 피를 뭍히며 살아갈 인물이 아닌 듯 했달까요?
백록이 흑운검의 수장으로 수많은 이들의 피를 손에 뭍히며 살아야하는 이유는, 왕과의 약속, 때문이었다고 해요. 지켜주기로 한 약속. 물론, 약속을 한 당시에 왕은 왕이 아니었죠. 왕이 아님은 물론이요, 왕재로 거론될 가치도 없었던 숨겨진 왕족. 어느시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말은 안나왔지만 대충의 설정을 보면 왕은 '철종'이 아닌가, 싶기도 하더랍니다. 아니면, 철종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만든 가상의 왕이거나;
다만, 그 왕이란 존재. 굉장히 유약한 듯 보이지만 어딘가 신경질적이고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더랍니다. 좌의정의 말대로 '왕은 왕인지라' 빼앗긴 권력, 왕권을 되찾고자 흑운검을 만들어 '절대적 약속'으로 맺어진 백록을 이용하는 듯 싶었어요. 백록은 그런 왕명을 절대로 거역하지 못하고. 현재까지 보여진 과거 회상으로는 그저 사이좋은 형동생, 그 시절의 왕이 유난히 백록을 잘 따랐던 정도였는데 이들에겐 정말 어떤 일이 있었기에 백록이 이리 제대로 얻어걸린건지도 참;
아직까진 1회. 현재의 시점에서 흘러간 과거,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로 기억될 5년 전을 떠올리며 서로의 관계를 말하는 이 드라마는, 5년 전 어떤 일이 있었고, 백록의 비어있는 3년의 시간은 무엇으로 채워졌는지는 극이 전개되면서 나올 듯 싶더랍니다. 더불어, 백록의 비극은 현재가 아닌 앞으로가 시작인 듯 싶었고.
2) 좌의정의 검, 동생 백결
현재 조선의 실세인 좌의정의 사위 백결. 어떻게 그가 실세 중의 실세인 좌의정의 사위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나온 대충의 내용을 짜집어보면 좌의정의 딸이 그에게 낚여 결혼하겠노라 고집했고, 그또한 그녀 아버지의 권력이 탐나 어린 시절부터 짝사랑했고 결국 언약까지 맺었던 정연을 버리고 좌의정 딸과의 결혼을 추진했으며, 좌의정은 백결이 자신의 딸을 사랑한다기 보다는 야망에 휩쌓여 자신의 사위가 되려는 걸 알면서도 받아준 듯 싶더라구요.
좌상과 백결의 관계는 <추노>의 좌상과 철웅의 관계와도 어딘가 비슷했어요. 야망을 채우기 위해 실세의 딸과 애정없는 결혼을 한 남자와 그것을 알면서도 받아 준 장인. 다른 점은 <추노>의 좌상은 온전치 못한 딸 외의 자식이 없었기에 가난하고 야망이 강한 철웅을 이용한 것이고, <야차>의 좌상은 두 아들과 백결 외의 사위가 있음에도 그의 야망 그 자체를 높이사서 자신의 집안으로 받아들여 준 경우가 아닌가, 싶더랍니다.
무엇때문에 백결이 야망에 휩쌓여 형을 미워하고 (그리 보였음; 미움의 중심에 정연이 있는 듯도 싶긴 하다만;) 사랑하는 여인 정연마저 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느껴졌음;) 앞으로 뭐 그 이유는 나오겠죠? 5년 전의 과거 장면에서도 물론, 강한 것에 대한 욕심이 많은 녀석으로 보여졌기에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 그랬을지도 모르겠구요.
얘는 아무래도 자꾸 내 속에서 철웅과 조금씩 비교될 듯도 싶었어요. 아무런 이유가 나오지 않은 지금은, 철웅보다 더 권력욕에 휩쌓여 야망으로 똘똘뭉친 녀석인 듯 싶었구요. 현재의 벼슬에서 내려오라고 했을 때, 철웅은 "왜! 싫어!" 라며 반항하다가 감옥에 갇히며 혼난 것에 비해 백결은 "넵!" 요러는 것도 그렇고. 물론, 두 사람의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요;
2. 사랑의 중심에 서 있는 정연의 존재.
5년 전, 두 형제의 사랑을 받으며 들꽃처럼 자유롭고 예쁘게 웃을 줄 알았던 여인, 정연. 공자님 말씀도 척척 알아들을 정도로 영리했으며 형제의 애정을 받았지만 형인 백록을 마음에 품고있는 아이였어요. 그런 정연이 어째서 백결과 언약으로 맺어졌으며 버림받았고 결국 기녀가 되었는지는 앞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 알게되겠죠?
백결이 좌의정을 향해 던진 칼을 제 몸으로 막아낸 정연은, 안그래도 좌의정의 눈에 들었는데 앞으로 더욱 사랑을 받을 듯도 싶더라구요. 애첩이 될 수도 있을 듯 하구요. 복수를 위해 사랑을 버렸다는 정연. 대척점에서 서로 칼을 겨누는 형제의 사이에서 이 여인의 위치는 무엇일지도 앞으로 보면 알 듯 싶습니다.
아, 스페셜 영상에서 "백록은 백결과 자신 사이에서 갈등했고, 백결은 자신과 야망 사이에서 갈등하며 둘 다 자신을 버렸다" 즈음의 (정확하진 않고 대충 이런 내용) 대사가 나왔었는데, 그녀가 현재의 위치에 서있는 이유 즈음으로 봐도 될 듯도 싶어요. 백형제는 자신을 소중하다 했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 나타나자 자신을 미뤄두고 결국 버렸고 그 것이 그녀 복수의 이유가 아닐까, 라고 생각 중. 아님 말구;
3. 내겐 그냥저냥스러웠던 19금 딱지.
위에서도 말했지만, 채널을 틀자 '비밀번호 입력' 창이 떠서 '호홋~ 19금!' 거리고 말았어요. 왠지 웃겨서? 미성년자도 없는데 도대체 왜 19금 잠금이 걸려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 입력하는 상황이 오면 꽤나 못된 짓 하는 기분에 움찔거려지기도 하답니다.(ㅋ)
잔혹성과 선정성으로 나름의 홍보를 했고, 공중파가 아니니 그 수위가 얼만큼일까, 나름 궁금해하며 봤는데 기대보단 그냥저냥 스러웠어요. 도대체 얼마나 기대한 거냐, 라고 물으신다면... 그러게요? (ㅋ) 선정성 부분은 '왕님과 세 궁녀' 씬에 묘하게 수위가 높을랑 말랑스러웠고, 잔혹성은 정말 그냥저냥.
뭐라고 해야할까? 칼로 베면 몸의 일부분이 툭툭 떨어지고 피가 튀고 또 쏟아지긴 하는데, 현실성이 없어보여서 무난하게 '피튀기네?' 요런 기분으로 봤던 것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한 CG가 강해서 그런 것도 같고, 잔혹하되 현실성이 없어보이게 부러 그리 표현한건가, 라고 좋게도 생각해봤지만... 그렇더랍니다. 그런데 이건 제 생각이고, 내용없이 잔인만 하더라, 는 평도 어디서 읽은지라... 비위약한 분들께는 비추.
아, 백록이 던지는 칼이 줄이 연결되어 팍~ 던지고 뽑으면 되돌아오고 요런 건데, 좌상의 덫에 걸려 싸우는 씬에서 백록이 칼 팍~ 던져서 누가 맞는데 '헉!' 거리긴 했어요. 왜 몸의 일부분들이 떨어져나갈 때는 '아, 떨어졌다. 피튀긴다' 요래놓고 던져서 꽂힐 때 헉, 거렸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영상은 참 이뻤어요. <기찰비록><신의 퀴즈>에 이어서 <야차>까지, 어쩐지 케이블 자체제작 드라마들의 때깔은 뭔가 푸르스름하니 선명하고 때깔이 고와요. 그래서 이쁘다는 생각도 들고. 공중파에 비해서 말이죠. 근래들어 공중파 드라마 때깔이 이쁘다고 여겼던 드라마는 <추노><닥터챔프> 정도였답니다. 서로 다른 의미로요.
4. 그리고.
+) 백록 역의 배우 조동혁씨는, <미스터 굿바이>에서 치프님으로 나오셨는데, 그때 꽤 인상적이었는지 나올 때마다 '치프님'이라고 부르는 배우랍니다. 그 후에 일일극으로 봤는데, 찌질해서 기억안나요; 안하는건가?
+) 백결 역의 배우 서도영씨는, <봄의 왈츠>에서 재하로 나왔던 것만 기억나요. 비록, 4회까지만 봤지만 은영(한효주)이가 필립(다니엘 헤니)이랑 잘되길 바랬더랍니다. <봄의 왈츠>도 초반에 꽤 재밌었는데 말이죠. 아역부분이랑 로케부분에서 둘이 기차에서 우연히 마주하고 연주회장에서 재회하는 장면까지였나? 재하가 클라멘타인 연주하고 나가려던 은영이가 그거 듣고 어린 시절 생각에 주저앉는 부분까지. 인상깊었더랍니다. 재밌었는데 4회까지만 봤냐, 라고 하면... 그러게..?
+) 왕님 역의 배우, 외모는 뭔가 청순한 느낌인데 캐릭터는 나약하고 살아남고자 욕망이 생기며 그 욕망을 채우고자 백록을 이용하는 듯한 분위기에 찌질함마저 더해져서 일단 그냥저냥. 왠지 좌상의 상대가 안될 듯한 유약함이랄까나?
+) 이 드라마의 존재를 알게해 준 배우는 결국, 나오더랍니다. 좌상 둘째아들로 나오는데, 난 사실 그 배우 기냥저냥 시러워하는데 왜 이런 걸 알고있으며 말하고 있는겐지; 무튼, 좌상이 둘째아들이랑 바둑두며 좋은말씀 하시다가 '웃기시네~ 지는게 왜 좋아?' 류의 이야기를 할때 만화책 보던 동생냥 "내 말이!" 라며 맞장구. 우리 자매는 은근 악역들 말에 공감을 종종하는 편이랍니다. 허허. 맑고 깨끗하지 못해 죄송;
+) 총 12부작. 그리고 사전제작으로 이미 촬영은 완료되었다고 해요. 12부작이니 질질 끌지않고 깔끔하게 군더더기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믿고싶네요. 그렇다고 너무 감정선 잘라놓고 영상위주로 휘리릭 가지는 말고. 1회는 약간 그런 감이 없잖아 있어 '내용없이 잔인하기만 하다' 라는 평이 나왔던 것도 같거든요. 평 찾다가 어디서 읽었음.
+) 이런 류의 드라마 나쁘지 않아요. 그리고 뭔가, <추노>보다 진해진 느낌의 드라마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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