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남자 그 여자
안하무인 재벌남과 꿋꿋한 여주인공의 러브스토리. 참 뻔하디 뻔한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다. 아니, 생각만큼 재미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난 러브스토리가 시청자의 마음을 정말 정확히 꿰뚫어보는 작가라고 생각되는 김은숙 작가의 손에서 그려졌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매리가 정인을 향해 외친 '백마탄 싸가지' 는 주원에게 더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싶다. 무엇하나 빠질 것 없는 현대판 왕자님은 그에 어울리는 싸가지를 지니고 있었고 그런 그가 어느 날 어쩌다보니 만난 재투성이 아가씨에게 반하고 만다. 자신은 그게 사랑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의 거침없는 말과 행동이 사랑이라고 말하고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로 인해서 그녀또한 그를 마음에 담기 시작했다.
서로 좋아하면 된 거 아닌가, 는 아니다. 으르렁거리던 앙숙이 서로 좋아하는 단계가 아닌, 신분의 차이따위 필요없이 그놈의 사랑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너무나 순수하디 순수하게 사랑을 완성하는 것이 아닌, 너무도 다른 세계를 살아가기에 가치관조차 어마어마하게 차이나는 이 두 남녀가, 그렇기에 제 입장만 챙기느라 상대의 입장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두 남녀가, 그 것을 '이해' 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왜 말을 못해, 저 남자가 내 남자다 왜 말을 못하냐는 말에.. 이 꼴을 하고서 어떻게 하냐고 대답하던 여자. 그리고 그런 건 신경쓰지 말라는 남자... 뭐, 보통 드라마 속의 왕자님은 그러하던데, 주원은 뭐 전혀 그렇지 않다. 너는 왜 내 입장을 생각해서 신경써주지 않느냐, 라고 버럭 화를 낸다. 이천원이 없어서 헛점잡히는 이 여자의 입장은 전혀 이해하지 않은 채.
판타지 드라마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과 그로인한 대립은 이런 류의 다른 드라마에 비하면 완벽 판타지는 아니다. 어딘가 '보통 이렇지' 라고 생각할 만도 하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그 '보통은 그렇지'의 '보통'을 판타지로 덮어버리고 있었다. 재투성이 아가씨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서라도 그 사랑을 지키고 혹은 결국 그 재투성이 아가씨를 신데렐라로 만들어주는 판타지가 아닌, 진짜 판타지로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드라마. 하지만, 이해는 이해고, 그리 만만치않은 현실 속에서 그들이 사랑을 완성해나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늘 끝과 땅 끝의 거리만큼이나 차이가 나는 서로 다른 세계의 그들이 아주 아주 조금이라도 접점을 마련하는 것이 일단, 이들의 영혼이 체인지 된 이유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님 말구;)
2. 왠일인지 떠올랐던, 오만과 편견
오만한 프러포즈를 한 다아시씨와 그 상황에서 알게 된 어떤 진실로 인해서 서로 격렬하게 싸운 리지는, 다아시씨의 해명(변명)이 담긴 편지로 오해가 풀리고, 그렇게 그에게 쌓인 견고한 편견의 성이 조금씩 허물어질 즈음.. 리지는 여행길에 우연찮게 다아시씨의 펨버리에 들르게 된다. 너무나 아름다운, 아름답다는 말로는 표현이 어려운 아름다움으로 펼쳐진 펨버리. 그리고 다아시를 향한 리지의 각인은 이 펨버리에서 부터 시작이 되었노라는 듯 싶었다.
서로의 입장차이로 격한 싸움을 한 주원과 라임. 그리고 주원이 보낸 청소기를 돌려주기 위한 라임은 주원의 저택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그 모습은 마치 다아시의 펨버리에 처음 온 리지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상황도 비슷했다. 제 입장만 챙기며 매우 오만한 프러포즈를 한 다아시와 다를 바 없이, 매우 오만하게 자신의 입장만 챙기며 라임을 몰아붙힌 주원과 라임과의 격렬한 싸움. 그 후의 첫 만남.
라임은 주원의 대 저택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와, 이런 곳도 있구나~ 정도?' 분명 리지와는 다를 것이다. 그냥 돈지랄하네? 일지도 모르겠고.. (그건 아닌 듯 싶지만;) 세상에는 이런 곳도 존재하구나, 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리지에게 펨버리가 다아시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자각한 결정적 계기가 된다면 (성 자체도 그렇지만 다아시와의 우연한 재회 및 전과는 달라진 그의 예의, 친절에서) 라임에겐 자신과 주원의 차이, 같다고 생각했으나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자각한 계기가 되었고, 주원의 더 거세진 오만함에 적잖이 상처를 받았을 것도 같았다.
그러나 저러나 둘은 늘 그렇다. 보고싶었으면서도 늘 마음과 다른 소리로 상대에게 상처주고 상처입고 입히고. 그래놓고 뒤돌아서면 후회하고. 또 그리워하고. 보고싶어하고. 라임은 제 자존심을 챙기기위해 주원에게 청소기를 돌려주려고 했으나, 그 것을 핑계로 전화할 수 있어 좋았고 그리 만날 수 있어 어쩌면 조금은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주원이야 말할 것도 없고;
3. 신데렐라가 아닌, 인어공주
한번 안아보고 라임의 위치가 어디 쯤인지 알아보겠노라는, 그래서 그 위치에 따라 너는 앞으로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주원과 억양없이 와, 그럼 나 신데렐라 되는 거야? 라는 라임. 그리고 주원은 말하더라. 아니, 인어공주. 너의 위치는 언제나 여기 어디쯤. 그리고 너는 있는 듯 없는 듯 살다가 물거품이되어 사라지면 되는 것이라고.
사랑은 해. 하지만 결혼할 수는 없어. 그러니까 내 그늘에서 내 곁을 지키며 살아라, 의 의미로 들리던 그 말. 왠지 <발리에서 생긴 일>이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거기서 '널 사랑하지 않은 것은 내 마지막 자존심' 이라고 했던 수정을 연기했던 배우는, 비슷하되 좀 더 로맨틱한 판타지 속에 있기에 그리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진 않을 것 같은 라임을 연기하고 있었다. (발리는 본방때 조인성-소지섭씨 팬이었던 아는 언니로 인해서 같이 보다말다 하다가, 최근 S사 10대 드라마 하이라이트로 봤다. 한번 봐야지하는데 쉽게 손은 안가는; )
슬펐다? 그건 아니었다. 그게 현실이니까. 판타지를 지향하는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최대한의 현실. 그리고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니까. 그들에게 결혼은 판타지가 아니라 재고 따져야할 하나의 사업, 거래, 지독한 현실일테니까. 윤슬이 현재도 사랑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오스카를 두고서 주원을 선택한 것도 그러한 이유일테고 말이다.
하지만 조금은 새로웠다. 신데렐라가 아닌 인어공주가 되라는 것이. 그런데 라임이는 인어공주처럼 그렇게 어리석진 않을 것 같다. 그러길 바란다. 그게 사랑이고 그리 사랑을 하다 물거품이 되는 것이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야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뭐 그렇다.
나는 동화 속 모든 공주들 중에서 인어공주처럼 어리석은 공주는 없다고 생각했다. 사랑이 그리 소중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구해준 여자도 알아보지 못하는 남자따위, 그 목숨 하나 없애고 살아남아 더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면 어디 덧난다고, 왜 자신을 희생해!!! 라고. 뭐... 내가 아직 사랑을 모른다면야 그런가? 싶기도 하고.
그보다도 왜 하필이면 목소리를 마녀에게 팔아넘겼으며, 목소리가 안되면 글로 쓰면 되는 것이고, 글을 모른다면 그 죽을 각오로 배우면 되는 거 아니냐, 싶기도 했었다. 믿어주든 아니든, 뒤에서 그렇게 오지도않는 사랑 바라만보며 있는 듯 없는 듯 결국 물거품이 되는 것보다는, 단 한번이라도 저 자신이 누군지 말해야하는 게 아니었나, 싶었달까?
그에 반해, 베르가 고백할 때는...'어이어이.. 남의 가정 파탄내지말고 마음 좀 추스려봐;' 거리기도 한 걸 보면..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 하는 줏대없는 나, 같기도 하고-;;
아무튼, 최근 본 뮤지컬 베르테르도 그렇고, 왜 사랑에 목숨까지 거는거냐고... 인간들아! (인어공주는 인간 아니고 물고기사람이라 그런가?) 그 아픈 사랑이 아물고나면 더 좋은 사랑이 나타날지 누가 안다고. 암튼, 베르테르에선 롯데가 나쁘고, 인어공주에선 왕자가 나쁘다. (응?) 물론 의미는 다르다. 베르테르에선 롯데의 어장관리가 나빴고, 인어공주에선 왕자의 그 무심함이 나빴다고 해야할까? 그나저나, 인어공주가 해피엔딩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겠지? 물론, 디즈니에선 해피엔딩이었지만!
4. 영혼 체인지
영혼이 바뀌는 내용이 담긴 영화는 내가 기억하는 한, 두개 정도 봤던 것 같다. 하나는 <체인지> 또 하나는 <프리키 프라이데이> .. 그나마 <프리키 프라이데이>가 가장 최근에 본 영화인지라 (라고 해봤자... 7년전?) <체인지>에 비해선 잘 기억나는 편이다. <체인지>는 어릴 때 봐서 기억이 완전 가물가물;
영화 <프리키 프라이데이>는 그랬다. 전혀 다른 성향의 엄마와 딸이 우연히 영혼이 바뀌게되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된다는. 그리고 아마 이 드라마 <시크릿 가든>도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하늘 끝과 땅 끝이란 각자의 세계에서 살아가며, 상대의 세계에 대한 이해도는 손톱의 때만큼도 없는 그들이, 서로 바뀐 몸을 통해서 살아가는 상대의 세계를 통해서 '이해' 라는 것을 하게되는 과정을 위한 극한의 설정.
그렇다곤해도 얼른 제자리로 돌아왔음 싶기도 하다. 보는 내가 다 부끄럽고 오글거린다고 해야하나???
재미있어서 정신없이 웃었지만 오글거리고 부끄러운 것은 사실;
얘들 정말 고생이다. 어케 씻고 볼일은 또 어케 볼 것이며ㅡ.ㅡ;;;
일단 곧 돌아온다고 하니 다행인데, 이제 영혼이 바뀌어 우당탕탕을 겪고난 후에 제자리로 돌아온 이 녀석들, 그 관계는 어찌될 것이며, 주변인들과의 관계는 또 어찔 될 것인가... (두둥;)
5. 복선을 통한 떡밥에 낚이려나.. 나는?
은근한 복선을 깔아놓았다. 그 복선은 떡밥이 되어 사람을 쉴새없이 낚고 또 낚겠지? 신비가든의 여주인이 라임의 엄마일 것이란 예상은 가볍게 코웃음치며, 라임의 죽은 아빠라는 것이 밝혀졌으니까!
그럼 이제 생각해봐야지. 라임이 아빠는 왜 나타난 것인가, 왜 라임과 주원의 몸을 바꾼 것일까, 라임이 아플 운명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주원에게 있었던 그 사고란 것은 무엇일까, 주원의 폐소공포증의 원인은 혹시 그 사고의 영향일까, 혹시 라임아빠 죽음과 연관된다느니 뭐니하는 세상 참 협소한 상황은 아니겠지? 그러나 저러나 주원이 사실은 처음부터 요런 성격의 소유자는 아니었단 말인가, 등등의?
빠져있는가? 라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 라고 대답해야겠다. 좀 단순단순 잘도 팔랑여서 초반엔 어지간한 재미엔 잘도 낚이지만 그게 중반을 넘어서서 종영까지 가는 경우는 근래들어 완전 드물어서 말이다. 이 드라마도 그렇다. 초반이기에 재밌노라 파닥거리지만 이게 얼마나 가리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김은숙 작가라면 못해도 중반까진 날 정말 잘도 파닥이게 해줄 것이기에 그때까진 걱정없이 파닥파닥 잘도 즐겨볼까, 싶기도 하다. 후반에 멜로가 진해져도 기본이상의 재미는 있으니 걱정없고;
그러하다.
6. 덧으로..;
'주원-라임' 관계만큼 재밌는 것이 '오스카-썬'이 아닌가, 싶다. '오스카-윤슬'은 별로 그냥그랬는데, 6회로 인해서 얘들도 뭔가 있구나.. 라며, 이 아이들의 관계에 대해서도 대충 호기심이 생기긴 했다. 대충 뭔진 알 것도 같다만. 오스카랑 슬이랑 연결될지 내내 이런 상태로 있을지는 앞으로 보면 알게될 듯도 싶고 말이다.
그나저나, 나는 왜 오스카가 괜하지는 않은 오해 한 쪼가리 하고 그냥 가려는 썬의 팔을 붙잡고 '나 아냐!' 라며 자기변명을 하는데 괜시리 설레였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리고 6회에 썬 안나와서 좀 아쉬움이 컸음.. 그런데 썬. 천재 음악가라며? 오스카 노래 못부른다고 무시한 너는... 왜 노래가... 힘겹니...;;; 라고 궁시렁. 나는 한류스타 오스카의 노래가 더 좋아- 랄꺼나;
참참, 썬... 검프 윤검님네 수사관이래서 허덕, 거렸음. 그랬고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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