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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15화 돌멩이) 겁많은 돌멩이의 힘없지만 강인한 용기가 주는, 감동

도희(dh) 2010. 12. 10. 20:29

~ 드라마 스페셜 15화 ; 정한용의 '돌멩이' ~
<<겁많은 돌멩이의 힘없지만 강인한 용기가 주는, 감동>>





0. 작품정보

- 제목 : 돌멩이
- 극본 : 방지영
- 연출 : 김형석
- 출연 : 정한용(권수백 역), 이도경(윤정남 역), 김혜옥(정명자 역), 여민주(박미라 역), 이 준(권재호 역)
- 방송일 : 2010년 9월 4일(토) 밤 11시 15분, KBS 2TV





1. 줄거리

근속 28년의 고등학교 한문 교사 수백은, 의대생 아들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까지 쓸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도 못하고 학생들을 생각하고 사랑하지만,  부조리한 상황에서 쉽게 나설 용기조차 없는 그에게 학교의 재단 이사장인 윤정남이 다가온다. 윤정남은 수백에게 자신이 횡령한 돈에 대한 제안을 하나 하고 수백은 고민 끝에 거절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윤정남을 수사하던 검사가 수백에게 찾아와 증언을 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 수백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는데... (공홈 줄거리)




2. 여기 겁많은 한 남자가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 학생들을 생각하고 사랑하지만 부조리한 상황에서 쉽게 나설 용기조차 없는 수백.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꽤 진중한 줄 알겠지만 사실은 진중한 게 아니라,  겁이 많아서 입 다물고 사는 스타일이라고 교감은 수백을 평하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다. 올곧은 마음을 가지고 살지만, 겁이 많아서, 그렇기에 차마 용기를 내지 못해서 늘 주먹 꼭 쥐고 그 상황을 스쳐버리는 사람. 그렇게 부조리한 상황 속에 섞여 들어도 듣지않은 척, 봐도 보지않은 척, 그리 묵묵히 눈감고 귀닫고 살아가는 사람.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 세상 속에 그러하지 않은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수백의 아내 명자에겐 누구보다 든든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조금 겁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그의 등이 누구보다 도 든든했다고 하더라.




3. 수백의 용기

용기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의 용기는, 씩씩하고 굳센 기운. 또는 사물을 겁내지 아니하는 기개, 라고 한다. 그리고 수백은 이 사전적 의미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그는 학생들을 누구보다 생각하고 사랑하지만 부조리한 상황에서 쉽게 나설 용기조차 없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겁이 많아서 입 다물고 사는 스타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수백은 또 그런 사람이었다. 부조리한 상황에서 쉽게 나설 용기조차 없고, 겁이 많아 입을 다물고 사는 스타일이지만 참아선 안되는 상황에선 참지않는, 그런 사람. 그 것이 그의 용기였다. 그리고 그의 그런 용기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기도 한다.

수백이 겨우겨우 짜낸 용기 그 자체에는 힘이 없다. 데모를 하고 숨은 학생이 들키지않게 증거를 감춰줬다고 해도 그 학생은 다시 데모를 하고 그런 위험한 상황을 반복할 것이고, 학교 이사장의 비리의 일부분을 증언했다고 하더라도 이사장은 당장은 위험해도 결국은 빠져나올 것이다. 그리고 되려 수백을 위협할 수도 있겠지. 전날의 무시무시한 협박처럼.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이 사람 저사람의 발에 채이는 돌멩이에게 무슨 힘이 있겠는가. 거대한 바위에 계란을 친다고 바위가 무너지겠는가...? 그냥 참고 잠깐 눈을 질끈 감고, 조금은 이기적이게 자신의 이득을 챙겨서 그들의 비리에 동참해서서 현재의 생활고와 아들의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 손 치자. 누가 수백에게 돌을 던지겠는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수백은 고민은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는 찝찝함을 마음에 둔 일신의 안녕보다는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누구보다 떳떳한 사람이고 싶지않았나, 싶기도 했다.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그런 수백의 용기는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마음을 흔드는 절실함이 담겨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수백의 아내 명자는 첫인상이 엉망이었지만 예상치못한 용기를 낸 그를 선택해 평생의 동반자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며, 제자 미라는 그를 통해서 이런 세상에도 희망이 있음에 감사해했고, 그의 아들은 늘 불만이었던 아버지를 진심으로 '존경'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늘 학교의 부조리에 눈감고 귀닫고 살아가던 교사들 또한 그 부조리에 대항해 일어설 수 있었던 것 같고.




3. 수백이 교사인 이유..

수백은 고등학교 교사이다. 그런데 왜 하필 수백이 교사라는 설정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에서 보여지는 수백의 위치나 상황은 굳이 '교사'가 아니어도 가능할 듯 싶었는데 말이다. 소심하고 겁많지만 정많은 수백의 성격을 보면 꽤 어울리는 듯도 싶었지만, 학교란 공간이 주는, 상징성, 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것이 아닌가... 싶었다. 어찌보면 학교란 공간은 가장 신성해야 하지만 현실을 보면 가장 비리로 얼룩진 공간, 이라고 해야할까? (영화 '두사부일체'의 계두식이 하필 학교로 간 이유도 이런 걸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란 생각이 문득.)

학교는 그렇다. 교사에게 학교는 치열하게 살아가야하는 하나의 사회이고 직장이며, 학생들에겐 커다란 세상에 나아기기 전에 배움을 받는 곳. 사회성을 기르는 곳. 그리고 커다란 세상 못지않게 치열한 경쟁을 하고 차별을 받으며 미리 세상이란 곳이 얼마나 부조리한지 배워나가야 하는 작은 세상. 미래라는 새싹을 키워내는 곳이지만 또한 처참히 짓밟는 곳, 이라고 해야하나?

현재와 미래의 공존. 교사인 수백이 속한 커다란 세상(현재)과 학생인 미라가 속한 작은 세상(미래). 그 두개의 세상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비리로 가득한 이사장으로 인해서 그 곳에 수긍하며 살아가는 교사들과 집안에 돈이 좀 있다고 '가난한데 자존심 센' 미라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학생. 그리고 이 두개의 세상은 결국 맞닿으며 어떻게든 학교를 졸업하려는 미라를 문제아라 낙인찍고 결국은 자퇴하도록 만들고 만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수백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30년 가까운 교직 생활, 그나마 선생 노릇하고 나가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라는 말. 그런 수백의 용기에 내내 이사장의 횡포에 눈감고 지내던 교사들에게 더이상 참아선 안된다고 설득하는 교장은 말한다.




이 학교가 또 다시 비리로 얼룩지게 될지도 모르겠고, 한 순간의 울컥거림에 동조한 교사들은 예전처럼 또 다시 고개숙이고 부조리에 수긍하며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잠시나마 희망을 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 사람, 겁많은 한 사람의 용기로 인해서, 적어도 이 곳에서는, 미래가 조금은 밝을지도 모른다, 라는?

그리고, 조금 이르게 진짜 세계로 나와버린 미라라는 인물을 통해서, 그럼에도 희망이 있음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



4. 그리고..

+) 수백의 아내 명자. 참 낙천적인 듯 하지만 현명한 여자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또한 우유부단한 수백의 곁에서 늘 그를 믿고 의지하며 그러면서도 그를 지켜준 존재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수백은 그런 명자가 있기에 살아갈 수 있었던 것도 같고. 아무튼, 명자도 한방에 약한 녀자로군, 이란 생각도 새삼 들었다.

+) 제자 미라의 "고맙습니다, 선생님"과 아들 재호의 "존경합니다, 아부지"는 뭔가 뭉클한 감동이 있었다. 물론, 그런 그들의 말에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어' 라는 듯 울컥하듯 기뻐하는 수백의 표정에서 그 뭉클함이 더 한 것도 같았고.

+) 명자가 "댁이랑 같이 밥 먹고 싶다구요, 앞으로, 계속, 평생. 쭈욱!" 이라는 고백.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약간 들었다. 모르겠다. 하지만 명자는, 저런 사람이라면 내 평생을 맡겨도 괜찮을 것 같다, 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 이 드라마, 꽤 좋다. 처음 볼 때도 뭉클함이 남았는데, 다시보니 그 뭉클함이 더 크게 느껴졌달까?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있겠지, 라며.

+) 돌멩이 하나에는 힘이 없지만, 그 돌멩이들이 모이고 또 모이면 넘지못할 듯한 바위산과도 맞짱뜰 수 있겠구나, 싶었던 장면도 있었고. 교사들의 '손들었어요' 에서. 이게 현실적이지 못해도, 후에 저 교사들이 또다시 부당한 일을 당할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이겨낸 듯, 했달까?

+) 방금 대본집 보다가 알았는데 드러낸 장면이 있었다. 이 씬, 꽤 좋았을 것도 같은데... 수백의 이런저런 고뇌랄까, 고민이랄까, 그런 부분에 더 얹어지는 씬일 듯도 싶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될 듯도 싶은, 수백이 지켜주지 못한 미라와 어딘가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한 듯 싶은데. 그냥 훑어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 찬찬히 읽어봐야지.



+) 수백의 아들 재호는 좋은 의사가 될 듯 싶었다. 그는 수백을 참 많이 닮은, 아버지 수백을 존경하는, 진짜 성공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좋은 사람이니까.

+) 수백의 성격은, 이사장 인맥으로 끌어들여 강요하는 부교재 선택을 끝까지 하지않고 고집부리는 것에서 부터 조금은 나오는 듯도 싶었다. 수백은 아마 마지막까지 부교재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도 같고. 은근 똥고집;

+) 좋은 드라마. 기회되면 한번 보시길!

+) 10월의 "이달의 PD상" 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