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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페셜 16화 나는 나비) 부모의 마음에 대하여..

도희(dh) 2010. 12. 13. 22:12

~ 드라마 스페셜 16화 ; 김희원의 '나는 나비' ~
<<부모의 마음에 대하여..>>





0. 작품정보

- 제목 : 나는 나비
- 극본 : 이현주
- 연출 : 황의경
- 출연 : 김희원(강무성 역), 김선경(서윤희 역), 최일화(최병우 역), 류상욱(권대웅 역)
- 방송일 : 2010년 9월 11일(토) 밤 11시 15분, KBS 2TV





1. 여기 세 부모가 있다.

사실, 나는, 부모의 마음, 이라는 것을 모른다. 그저 막연하게 '그런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은 하고있다. 하고있지만, 정확히는 알 수가 없다. 알 리가 없다. 당연하지. 내가 부모인 적이 없으니까. 그럼에도 책이나 드라마 혹은 영화 속에서, 주변사람들의 이야기와, 나의 부모님을 통해서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을 아주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중이기는 하다. 나이가 들면 들 수록 그 것은 막연히, 조금은 알게되는 듯 싶어진다.

이 드라마 <나는 나비>는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을 그린 드라마다. 자식을 위해서는 나 자신이 새카맣게 타버린다는 것을 아주 잘 알면서도 스스로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그렇게 저 자신보다 자식의 목숨이, 마음 한 자락이 더 귀하고 소중한, 그 마음 한자락을 지켜주기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는, 부모의 마음을 그린 드라마이다.

여기 세 부모가 있다. 그 어떤 부분에서도 접점이 없어보이는 부모라는 이름을 가진 세 사람이 한 자리에서 만났다. 한 사람은 자식의 마음 한자락을 지키기위해 스스로를 버렸고, 한 사람은 자식의 목숨값을 받기위해 자신의 인생을 버렸으며, 나머지 한 사람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부모'란 존재의 마음을 새삼 깨닫게되며 제 자식을 떠올리게 되는 듯 했다.


1) 자식을 지켜야만 하는, 서윤희

세상이 하도 확 바뀌어서 세상에 좀 적응을 하라고 출소할 장기수들 외부업체로 출퇴근하는 그런 제도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아동납치, 살인으로 16살에 감옥에 들어와 23년 동안 복역 중인 서윤희는 이제 곧 출소를 앞두고 있었고, 그렇게 밖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원래 혼자도 잘 다니지만,  서윤희의 경우엔 23년간 면회온 가족조차 없어 신원보증이 안되어서인지, 교도관인 강무성과 함께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도망쳤다.

서윤희는 어린 날, 매일 술먹고 때리는 아버지를 피해 가출을 했고 한 남자를 만났다. 그리고 그 남자와 함께 돈이 필요했는지 한 아이를 납치했고, 죽였다. 회상을 보니 죽일 의도는 없었으나 어쩌다보니 그리 되었다, 즈음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뭐가 어찌되었든 서윤희는 공범이었고, 남자는 사형을 선고받고 자살했으며 서윤희 홀로 긴 세월, 징역을 살고 있었다. 모범수로서, 착실하게. 그런 서윤희가 출소를 앞두고 나온 세상에서, 도망을 쳤다.

사실, 그녀에겐 아이가 하나 있다고 한다. 범죄 후 교도소에 들어온 후에 알게된 듯 싶었다. 사형선고 후 자살해 죽은 남자의 아이. 그렇게 철없던 열여섯의 소녀는 엄마가 되었다. 엄마가 되고나니, 그녀는 알게되었다. 부모에게 자식이란 존재가 무엇인지를. 그리고 그녀는 세상의 눈을 속이고 '살인자의 자식'이란 꼬리표를 제 아이에게서 떼어주기 위해서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식을 지키기위해서 어떤 더러운 일도, 비인간적인 일도 참아내며 살아왔고, 아무도 알 지 못하게, 평생 그 앞에 나타날 수도 없는 제 자식을 가슴에 품고 그 자식 만을 지키기위해 살아가는 부모의 마음으로 23년을 살아온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소를 앞둔 그녀에게 한 남자가 찾아왔다. 보람이 아빠. 아마, 제 자식을 평생 가슴에 품고 지키기위해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그 아이의 아빠가. 그리고 그 보람이 아빠가 알고있었다. 서윤희가 23년이란 세월동안 모진 꼴을 당하면서도 그 누구도 모르게 지켜왔던, 아이의 존재를.



2) 자식의 복수를 해야만 하는, 최병우

23년 전, 서윤희와 이철수에게 자식인 보람이를 납치당하고 결국 그들의 손에 죽게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아내는 그 것을 견디지 못해 자살했고, 보람이 아버지인 그, 최병우는 평생 서윤희를 죽이라 탄원서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23년 전 자식을 잃고 아내를 잃은 그는 자신의 인생마저 잃어버렸다. 그리고 어느 날 알게되었다. 그 서윤희에게, 자신의 소중한 자식인 보람이를 죽인 서윤희에게, 아무도 모르는 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는 결심했던 것 같다. 너도 한번 똑같이 당해보라고.



3) 또 하나의 부모, 강무성

교도관 강무성. 그날은 정말 하루가 꼬였다. 아들의 일기장 속의 자신은 정말 한심하기 짝이없는 아빠였고, 안좋게 헤어진 아내와 집 앞에서 만나며 짜증이 치솓았다. 전날 회식에서 나이어린 상사 박교위에게 추태를 부리며 더 긁히고, 얼마 안남은 진급기회도 더 떨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7329 서윤희의 관리감독으로 나가게 되었다. 모범수의 관리감독. 덥고 귀찮지만 별거없이 하루는 또 그렇게 흘러갈 듯 했다. 그런데, 그 서윤희가 달아났다. 그리고 잡아야 했다.

아마, 교도관이 죄수의 이름을 부를 일은 없는 듯 했다. 처음 서윤희가 달아났을 때도 "7329!"라고 끝없이 불러댔으니까. 그리고 그 7329를 찾아내야만 하는 강무성은, 7329가 아닌 서윤희에 대해서 하나 둘 알아내고 단서를 찾아 따라간다. 그리고 겨우 잡은 단서로 다시 그녀를 찾았을 때 그는, "서윤희!" 라고 부른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니 이름을 외우게 하다니" 라고. 그 즈음부터 그에게 그녀는 죄수 7329가 아닌 인간 서윤희가 아니었나, 싶기도 했고.

인간 서윤희의 행적을 쫓아가고, 그렇게 알아감에 따라 그는, 아무도 몰랐던 서윤희의 비밀과 그녀의 그 지독하리만치 강인한 모성애를 알게되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무서우리만치 슬픈 부성애를 알게되었다. 그리고 그는, 부성애라면 누구 못지 않게 강한 그는, 그 속에서 자신의 소중한 아들을 떠올렸고, 자신이 무시하던 아들의 엄마가 지녔을, 모성애를 조금이나마 깨닫게되지 않았나, 싶었다.



4) 부모란...


한 남자가 소중한 딸을 잃었다. 철없는 어린 남녀에 의해서 소중한 딸을 잃었다. 사형선고를 받은 남자는 스스로 자살을 했고 남은 여자는 징역을 받아 교도소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그 것이 못마땅했다. 딸을 잃는 순간 그의 인생은 사라졌다.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서 살아왔다. 그리고 복수의 날이 다가왔다. 그런데 그는 복수를 할 수가 없었다. 몇번을 죽여도 시원찮은 살인자에게서, 그 살인자를 가장 아프게 할 수 있는 것을 손에 넣었음에도, 그는 복수를 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 살인자에게서 자신을 봤기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녀의 자식을 위해 죽음마저 불사하는 지독하리만치 절절한 모성애에서, 보람이를 잃음으로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자신이 겹쳐보였기에 그는 결국, 복수를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용서는 아니다. 용서는 할 수 없지만, 복수조차 할 수 없는, 슬픈 부성애...



또 한 남자가 있다. 아내와 이혼 후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헐렁이는 성격 탓에 결코 좋은 아빠는 아니지만, 아들을 향한 마음만은 세상 그 어느 부모 못지않게, 아니 더 크다고 그는 자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독하리만치 강인한 모성애를 가진 한 여자와 무서우리만치 슬픈 부성애를 가진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되돌아보게 되었던 것 같다.

자신에게 잘못을 해서 헤어진, 그렇기에 여전히 용서못할 전처지만, 그녀는 그럼에도 내 소중한 아들의 '엄마'라는 것을. 그녀를 여전히 용서할 수 없지만 '아들의 엄마'로서는 아주 잠깐씩이라도 아들의 곁에 머물 수 있도록, 그는 '아들의 엄마'를 조금은 인정해주게 되었다. 아들을 위해서, 그리고 엄마의 마음을 가진 그녀를 위해서. 그 것은 그들을 만난, 정말 너무나 길었던 그 하루가 그에게 가르쳐 준 그 무엇.  그리고 그의 변화가 아닌가 싶었다. 아마, 잠든 아들의 모습에서, 아버지로서의 기쁨을 느끼게 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한 여자가 있다. 그 여자가 지켜야하는 것은 오로지 자식. 세상 그 누구도 살인자 서윤희에게 자식이 있음을 알아선 안되고, 그 자식또한 자신이 '살인자의 자식'이란 진실을 알아서는 안된다.  그 마음에 그늘을 지게할 수도,  꼬리표를 달게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그 것을 지키기위해 살아왔고,  그 것으로 죽을 수도 있는 여자였다. 그리고 지켜냈다. 아이를 지키기위해서는 죽을 수도 있다는 그 모성애가 지켜냈다.

그리고 겨우 모든 일이 끝난 후에, 제 몸 겨우 추스리기도 전에 그녀는 가장 먼저 '아이가 괜찮은지 살펴달라'고 했다. 자신이 아닌 아이가 먼저. 앞으로도 그녀는 그 것을 지키기위해서 살아가지 않을까? 쉽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리 살아갈 것 같았다. 그 것이 자식을 지켜내려는 그녀만의 모성애의 방식.



2. 그리고..

+) 살인자의 가족이라...

올 중순, <편지>라는 소설을 읽었다.  어느 살인자의 동생의 삶을 그려낸 소설이었다.  살인자도 피해자도 아닌, 살인자 가족의 삶을 그려낸 소설을 보며, '살인자의 가족'이란 꼬리표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힘겹게 만드는지, 그 색안경을 통해서 사람 그 자체가 아닌 그 꼬리표를 먼저 보고 판단한다는 그 것이 참 답답하고 안타깝지만, 나또한 그러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 같다.

서윤희의 가족은 언니 하나다.  그러나 서윤희의 언니는 23년이란 세월동안 단 한번도 서윤희를 찾은 적이 없으며, 서윤희가 보낸 우편물을 뜯어보지도 않고 무성에게 건냈고, 출소하더라도 절대 오지말라고 전해달라 했다. 살인자의 가족이란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야만 하는 삶의 힘겨움을 토로하면서.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편지>라는 소설이 떠올랐던 것 같다.

서윤희 또한 그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자신의 아이에게 자신의 존재마저 지우려했던 것이 아닐까?


+)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라는 말에 한 사람이 그리 말했다.
"사람이 미우니 죄가 밉지. 사람이 고와봐, 그 죄가 미운가!"
라고. 웃으며 수긍했었다. 그리고, 서윤희란 인물은 저 말이 적용되는 것 같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서윤희가 지은 죄는 너무나 무겁고 용서할 수 없는 죄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을 죽여선 안되는 것이고, 특히나 어린아이를 죽이다니...! 그러나 서윤희란 '사람'은 미워할 수가 없었다. 드라마여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러했다.

+) 타이틀이 된 '김희원'이란 배우는 처음 보는 배우.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에도 나왔다는데 기억은 전혀 안남. 영화 <아저씨>에서 나왔다고 한다, 아마.  언젠가 정문성 배우가 영화 <아저씨>에 나온 김희원씨의 성대모사를 해서 (당시 반응은 '완전 똑같아!!!' 라는 감탄이었음. 안본 나는 그저 웃지요;) 그 존재는 알고있었다. 성대모사 영상도 있지만 공개는 안함. 검색해보면 나오려나? 이름만 검색해보니 강지환 - 원빈 성대모사 까지는 뜨던데;

+) 세명의 배우들의 연기가 모두 대단! 김선경씨의 순수성 짙은 강인한 모성애 연기와 타이틀 김희원씨의 연기도 좋았지만, 최일화씨의 연기는 최고! 자식의 복수를 위해 살아가며 복수를 위해 살짝 보이는 광끼도 그렇지만, 마지막에 보람이 나무를 끌어안고 용서할 수도 없고 복수할 수도 없어 우는 그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 약간 재밌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