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스페셜 14화 ; 윤성식의 '여름 이야기' ~
<<그 여름의 로맨스>>
0. 작품정보
- 제목 : 여름 이야기
- 극본 : 민정수
- 연출 : 윤성식
- 출연 : 여욱환(김남일 역), 손여은(이경아 역), 백은아(안정현 역), 김광규(봉필호 역)
- 방송일 : 2010년 8월 28일(토) 밤 11시 15분, KBS 2TV
1. 그 남자, 남일..
전직 해양연구소 연구원, 현직 해양구조대 팀장. 아, 경아가 자신의 개인적인 용무로 구조보트를 태워달라 때쓰면서 '공무원이 국민의 세금으로 어쩌구 저쩌구~' 하는 말에 맞불놓은 남일의 말에 따르면 해양구조대는 공무원이 아닌 자원봉사라고 한다. 그랬구나, 라고 나는 거기서 또 생각했더랬다.
전직 해양연구소 연구원이 왜 현재 해양구조대 팀장으로 있는가, 하면.. 3년 전 연구원에서 함께 연구를 하던 친한 형이 샘플채취를 위해 바다에 함께 들어갔다 자신만 살아남고 형은 죽었던 사고, 그 과거로 인해서인 듯 했다. 그는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으나 벗어나지 못해, 과거의 흔적에서 달아나고 있는 듯 했다. 달아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바다'에선 또 그리 멀어질 수 없는. 또 어쩌면, 불의의 사고로 죽은 형을 구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고, 또한 형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서, 자신의 애인이자 그 형의 여동생인 정현을 멀리하게 된다. 오빠와 함께했던 그 모든 것을 그대로 지키고자 하는 정현과 그 과거를 감당할 수 없어 자꾸만 달아나는 남일, 이라고 해야할까?
평생 과거에 발목잡혀 형에 대한 죄책감으로 마음껏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은 그에게, 마음껏 행복할 수 있는 순간을 주는, 과거와는 전혀 연관되지 않은 한 여자가 나타난다. 경아. 그리고 그는 그렇게 벗어날 수 없을 듯 했던 과거에서 한발짝 떨어질 수 있게 되었다.
아, 그의 죄책감은 나의 '아마'에서 시작되었다. 그 형이 그날 결국 바다에 들어간 것은 남일의 닥달 때문이었고 그로인한 사고였다. 남일은 3년간 생각했을 것이다. 만약 내가 그날 닥달하지 않고 다음 날로 미루었다면, 이라고. 그 죄책감이 그를 짓누르지 않았을까, 싶었달까?
2. 그 여자, 경아..
항공운항과 출신의 삼류 무명 배우. 처음엔 시작만 하면 금방 좋은 배우가 되리라 생각했겠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았던 듯 했다. 어쩐지 늘 당차고 당당했을 듯한 그녀는, 녹록치않은 현실에 지쳐 점점 자신감을 상실하고 축 늘어지는 듯 싶었다. 잘나가는 친구들 앞에서 위축되어 작게만 느껴지는, 그래서 괜한 자존심 세우려다가 자신을 위해주려는 친구에게 상처를 주기까지 하는. 그러던 중, 삼류 영화감독에게 '너는 배우로서 존재감이 없다' 라는 말을 들으며 굉장한 충격을 받고 말았다.
공감대의 방향이 조금 어긋났을지도 모르지만, 잘나가는 친구들 앞에서 괜히 움츠려드는 자신이 싫어서 피하려는 경아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딴에는 경아를 위하는 일이었지만, 사실은 경아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했던 그 친구가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했고. 물론, 딴에는 위해주려했지만 일이 꼬이게 된 그 친구의 짜증스런 마음도 이해가 되고.
그렇게 꿈을 향해 무작정 앞만 바라보며 나아갔지만, 점점 한계를 느끼며 지쳐질 즈음.. 그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경아는. 너는 너무 평범해, 존재감이 없어, 라는 말에 상처를 받은 그녀에게 그는 말한다. 너는 절대 평범하지 않아. 니가 어떻게 평범해, 라고.
3. 그 남자 남일과 그 여자 경아가 만나다..
어느 여름, 너무나 황당한 첫 만남. 감추고싶은 모습으로 마주한 우연스런 두번째 만남. 여름의 바닷가, 그 공기가 주는 묘한 분위기에 이끌려 두번의 만남 끝에 얼렁뚱땅 사고친 그 하루의 밤. 그렇게 또 볼 일이 없을 것 같은 두 남녀는 예상치 못한 우연으로 점점 가까워지고 이끌리며, 속에 담아두었던 고민과 상처를 서로에게 내보이게 된다. 물론, 극 속 두 남녀의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우연'이라고 했으나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예상가능했던 우연'이기도 했고.
그 남자 남일은 과거라는 깊은 바다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준 그 여자, 자신의 과거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경아를 통해서 과거를 벗어나 현재를 바라보고 웃을 수 있게 되었다. 미래가 보장된 정현의 손을 잡을 수 없었던 것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아서, 가 아니라 그녀가, 그녀도 자신도 힘든 '과거'가 연결되어 그런 것이란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녀 정현은 그렇기에 더더욱 남일을 잡으려했지만, 남일은 그렇기에 정현의 손을 잡을 수가 없어 자꾸 달아난 것도 같고 말이다. 그리고 남일은 경아를 통해서 과거와 '웃으며 안녕'하고 앞을 향해 나아가며 현재를 살아갈 수 있었다. 경아의 진주반지를 통해서. 그래서 또 남일에게 경아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여자 경아는 이 세상에서 그 무엇하나 튀지못하는 평범하디 평범해 존재감이 없는 스스로에 좌절하고 있을 무렵 나타나 '니가 뭐가 평범하냐' 라며 깔깔 비웃어주는 그 남자 남일을 통해서 위로를 얻었던 것 같다. 그 누구에게나 평범하다 못해 존재감이 없지만 남일에게만은 결코 평범하지 않는, 특별해지는 자신을 보았기에 그에게 끌렸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고. 경아는, 너는 평범하지 않다, 라는 남일의 그 말이 꽤나 큰 위로 그리고 앞을 나아갈 수 있는 용기, 가 되었던 것도 같았다.
서로 전혀 다른 의미와 크기를 가진 상처. 한 남자는 과거에, 한 여자는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좌절하고 넘어졌지만, 상대가 내밀어 준 손으로 인해서 일어나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함께 손을 잡고 같은 길을 똑바로.
(라곤 하지만 그리 큰 의미가 담긴 드라마는 아닌 듯 하다;)
4. 진주 그리고 진주반지
1) 진주 : 남일의 아는 형이자 정현의 죽은 오빠가 3년 전 여행에서 가져 온 '진주 조개'. 3년 후에 그 조개에서 진주를 꺼내 반지를 만들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겠노라, 했었다. 그리고, 그는 그해에 죽고 말았다. 그 후로 3년간 남일은 그 진주조개를 키웠고 드디어 3년이 되었다. 하지만 결국 남일은 그 진주조개를 열어보지 못했다. 대신 경아가 건넨 진주반지를 그 조개 속의 진주라 말하며 영정에 바치고 그에게 웃으며 '나 진짜로 행복해질게' 라며 인사를 건냈다.
그 후 남일은, 진주조개를 그냥 바다로 보내고 말았다. 그 모습은 과거와의 작별을 고하는 듯 했다. 남일이 조개를 열어보지 못한 것도, 결국 그 조개를 바다 속으로 흘려 보낸 것도. 과거는 과거의 모습으로 남겨둔 채, 자신은 과거에 연연하지 않은 채 현재를 살아가겠노라는 의미처럼 보이기도 했고.
2) 진주 반지 : 무명배우 경아가 겨우 맡게된 배역에 필요한 소품. 그래서 섬을 빠져나와 육지에서 겨우 반지를 구했지만 배편을 놓쳐서 돌아갈 수 없게 되며 남일과 첫 만남을 갖는다. 그리고, 반지가게에 다시 진주반지를 반품하려고 하지만 제품에 하자가 있다며 원가를 못받게되고.. 이런저런 끝에 그 돈이라도 받고자 반지가게에 들르며 남일과 세번째 만남을 갖게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 후, 형의 납골당을 찾은 남일이 조개 속의 '진주'를 꺼내지 않은 것을 알고, 진주반지를 건네며 남일이 '과거와 작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경아에게 진주반지는 그랬을 것이다. 일이 꼬이게 된 원인이자, 별 것 아닌 자신의 가치를 말해주는 것과 같았지만, 자신을 특별하다 말해주는 한 남자를 만나게 해준 결정적 계기. 그렇기에 그 진주반지를 건네며 다독여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5. 그리고..
+) 경아 역의 손여은씨는,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은성이의 재수없는 친구로 나온 배우였다고 한다. 볼 때는 전혀 모른 채, 얘 톡톡튀네~ 이쁘네~, 이런 마음으로 봤더랬다. 참고로 <찬란한 유산> 때, 이 분이 맡은 캐릭터 완전 재수없어하며 봤었음-.
+) 이러쿵 저러쿵 말했지만, 이 드라마는 <하이틴 소설>같은 느낌이었다. 왜, 그 어린 시절에 한두번쯤 읽어봤던. 나도 어릴 때 하이틴소설 꽤 재밌어라 했었는데, 라며 새삼 추억에 살폿 잠겨보고 있는 중. 또는, 한번쯤 '여름 그리고 바다' 라며 상상해봤을 법한 말도안되는 우연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운명적 만남' 스럽기도 했고.
깊지도 그렇다고 너무 얕지도 않은, 그 어느 여름, 마음이 약해진 어느 순간, 그 바다에서의 만남. 그후로 우연한 만남의 반복. 그렇게 서로의 약해진 마음을 다독여주며 좋은 감정으로 발전하는? 그리고 생각했다. 여름의 바다, 여름의 밤, 여름 바다의 짭쪼롬하면서도 뜨거운 공기로 만들어진 그 감정. 바다를 떠난 후 그들은 어땠을까, 라고. 여전히 서로는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일까? 라는 생각. 너무 환상이 없다, 얘~ 라고 한다면... 아, 라고 대답.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서는 <그녀의 결심>이란 넘버로만 그녀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했고 그 시간이 꽤 오래 걸렸던 것이, 영화 <김종욱 찾기>가 보여주는 영화적 표현을 통해서 조금은 의미가 다르지만 어찌되었든, 그녀의 선택을 어느정도 알 수 있게되었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손을 마주잡고 나아가는 그들은 과연,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을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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